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3/31 14:56:41
Name Duvet
Subject [일반] 종계변무... 인생은 역시 연줄이 최고...
종계변무란 명의 <태조실록>과 <대명회전>에 이성계의 부친을 이인임으로 적었고 조선이 이를 알고 고쳐달라고 해서 200년이나 밀당을 하여 고쳐낸 외교분쟁을 말합니다.

명의 태조실록에 뜬금없이 이성계는 이인임의 아들이라고 기술되었고 이인임이 공민왕을 시해했고 이성계는 우왕, 창왕을 시해했다고 기록되었는데 이는 이성계에게 축출당한 일부 고려인들이 명나라로 가 거짓보고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명나라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이인임의 아들은 이성계라고 기록해버렸죠


조선은 이걸 알고 이게 무슨 xxx야 라며 충격에 빠지죠

이게 조선에게 중요한 문제인게 조선의 정통성에 관련한 문제였고 아무리 조선에서 이성계는 이인임의 자손이 아니다라고 해도 반역을 꾀하는자들이 명나라기록을 가지고와 이성계는 이인임의 아들이고 왕을 시해한 반역무도한자다라고 할 요지가 있다는거죠.

조선의 정통성을 훼손시키는 문제였고 조선은 그래서 계속 명나라에게 기록의 수정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명나라는 해줄께 해줄께 라는 액션만취하고 정작 수정은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의 나라 일이고 귀찮기도 하고 또 이걸 수정하는 척하면서 조선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카드로도 사용할수 있기때문에 굳이 수정을 해줄 필요가 없죠


수정을 해준다고 하면서 오래걸리는일이니 기다려라.. 지금 가정제가 아직 읽는 중이라 간행 칙령이 안내려온다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라 라는식으로 나오니 조선은 미치고 환장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지금 긴급한 민원이 있는데 공무원이 딴청 피우면서 해줄께 조금만 기다려 라고 하는 상황이랄까요



그런데 이 문제가 선조때 극적으로 해결되었는데 해결의 일등공신은 역관 홍순언이었습니다.


홍순언이 명종시절 역관으로서 명나라에 사행을 갔는데 명나라의 밤문화를 즐기러 홍등가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어떤 아름다운 기녀를 만나 잘 구슬려서 밤 접대를 하게했는데 이 여인이 이상하게도 소복을 입고 방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한 홍순언이 이유를 물으니 이 여인이 자신은 원래 대갓집 규수였으나 가족을 전염병으로 모두 잃고 부모를 장례를 치러야 하나 장례비용이 없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방에 팔려왔다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하는것이었습니다.

홍순언이 이를 측은하게 생각해 장례비용을 대주고 관계를 가지지 않고 나왔습니다. 여인이 이름을 물어봐도 그냥 홍씨성이라고만 말하고 기방을 나왔습니다. 같이 동행했던 사람들은 홍순언을 가리켜 멍청이에 호구라고 비웃었죠.



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참 모른다고

홍순언에게 도움을 받은 그 기녀는 명나라 예부시랑 석성의 후처가 되는데 석성은 부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홍씨 성을 가진 조선역관을 수소문하게 됩니다.


선조때 홍순언이 종계변무건으로 다시 명나라에 왔을때 석성은 이 홍순언이 자기 부인이 말한 그 홍씨라는걸 알고 큰 잔치를 열어 고마움을 표하고 도움을 받았던 부인도 홍순언에게 직접 술을 따라주며 고마움을 표합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석성은 당시 명나라의 예부상서라는것... 즉 종계변무 문제를 한큐에 끝낼수있는 실력자였다는겁니다.


그동안 뭐 시간이 오래걸린다 자료가 많다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대충 둘러대던 명나라 관리들이었지만 석성이 야 빨리 처리해 한마디 하니 금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진척이 안되면 석성이 갈궈서라도 밀어붙이고 두손 두발 다 걷어 일을 진행시키니 200년동안 처리가 안되는 일이 단 한달만에 처리되었습니다.


인생은 역시 연줄이 최고라는걸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후 조선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종계변무를 해결한 사신들은 선조로부터 큰 상을 받고 가장 큰 공신인 홍순언은 서자에 중인 출신이지만 신분을 올려 당릉군으로 책봉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명나라에서 많은 비단이 홍순언에게 선물로 왔는데 비단한필한필마다 석성의 부인이 한땀한땀 바느질하여 보은(報恩)이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인연은 임진왜란 때까지 이어저 임진왜란때 또 하필 석성이 병부상서라 적극적으로 조선을 도와야 한다고 하며 파병을 밀어붙였습니다. 당시 기록에는 '조선이 어육 신세를 면한 것은 모두 석 공과 당릉군(홍순언) 덕분'이란 말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인생에서 작은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기자 언젠가는 그 인연으로 크게 보답받을수 있다 아닐까 싶습니다.



내용참고 : 엔하위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iAndroid
14/03/31 14:58
수정 아이콘
역시 정계에서 문제해결은 연줄이 최고죠.
알킬칼켈콜
14/03/31 14:59
수정 아이콘
호구라고 손가락질 하지마라
너는 언제 한번 누구에게 은인이어 봤느냐
스웨트
14/03/31 15:04
수정 아이콘
상도 드라마 보면 이와 비슷한 내용 나오죠
만상 임상옥이 위기에 닥쳤는데 위와 같은 상황을 맞아서 해결했다~ 라는 내용이었죠

인맥이 중요하다지만 평소 행실을 잘해야 한다 라는게 더 큰 교훈이죠
켈로그김
14/03/31 15:04
수정 아이콘
오늘 손자 시럽병을 놓고 가시길래 뛰어가서 시럽병을 챙겨드린 할아버지가
사실은 김제시장의 은사라던가... 도로교통과 팀장의 아버지라던가.. 해서,
이 동네 주차공간을 새끈하게 바꿔주리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ㅡ.,ㅡ;
적토마
14/03/31 15:16
수정 아이콘
김제시 주차공간의 협소/열악함과 그에 대한 켈로그김님의 심적인 고충이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14/03/31 15:08
수정 아이콘
이성계가 우왕, 창왕을 죽인 건 사실 아닌가요? 엄밀히 말하면 공양왕이 죽였지만..
lupin188
14/03/31 15:11
수정 아이콘
역시 인맥이 짱짱짱 이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4/03/31 15:16
수정 아이콘
인맥이 능력이죠.
예전 인사부장이 명문대가는건 인맥 만들려고 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예전 회사 법인영업팀 애들은 법인 영업 전에 타겟회사 이사진 출신학교 먼저 훝고 '선배님~'하면서 들어가죠.
당시 상황이 왜 이렇게 연대경영이 많은지 회사 법인영업팀도 연경으로 도배를 했었습니다.
wish buRn
14/03/31 15:28
수정 아이콘
중고등학교 추천으로 나온 조선시대 민담이야기였는데요..

밀주가 금지되던 시절,몰락한 양반가에서 밀주를 빚어 팔았는데 당시 선전관이 범인을 잡았지만 사정이 딱해서 풀어주고 대신 처벌받아 귀양갔었다는군요. 나중에 복권되어 고을원님이 됐는데 귀양기간동안 탐관오리로 턴힐, 갖은 수탈을 벌여서 암행어사에게 대차게 걸렸답니다. 암행어사가 미친듯이 갈궜는데 고을원님이 자세히 보니 본인이 살려줬던 집 아들내미. 과거인연을 털어놓으니 암행어사가 은인을 만났다며 대성통곡. 암행어사는 관리의 죄를 숨겨줘서 없는 일로 해줌. 암행어사는 이후 승승장구해서 정부고위직에 올랐고,선전관도 그 덕에 덩달아 승승장구했다는 훈훈한 이야기...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추천설화로 들어갈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시작부터 총체적인 막장입니다. 술 좀 빚었다고 사형한다고 할때부터..;; 이건 미담이 아니야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327/read?bbsId=G005&articleId=13658888&itemId=145
14/03/31 15:32
수정 아이콘
사사로운 감정과 인맥으로 인해 법을 어기고 심지어는 기군망상의 죄를 범하고도 둘이서 쿵짝쿵짝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군요!
이거 좀 무서운데요.
wish buRn
14/03/31 15:36
수정 아이콘
엄격한 법집행으로 시작된 인간관계가 부정부패로 이어진거죠.
금주령 어기면 목날린다 -> 이것만 없었으면 이런 결과물이 발생했을까요?
금주령만 없었으면 선전관도 평범한 모범관리로 살았을 듯.

나이먹고 보니 색다르게 해석되네요 크크
알킬칼켈콜
14/03/31 15:48
수정 아이콘
그래놓고 영조 지는... 어휴 크크크
wish buRn
14/03/31 16:17
수정 아이콘
영조는 개념왕인 줄 알았는데.. 저 일화알고나니 딥빡 오더군요 -.-;;
이쥴레이
14/03/31 18:18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드라마가 어떻게 막장으로 흘러가는지 잘 보이네요.
이걸로 사극 영화라도 나오면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영원한초보
14/03/31 15:37
수정 아이콘
인간됨됨이가 중요한 듯...
만약에 석공이 의심증 환자였으면...
"진짜 안잤어? 왜? 왜?"
알킬칼켈콜
14/03/31 15:46
수정 아이콘
대놓고 기녀를 처로 들인거니까 그정도 배포는 있었겠죠..크크크
Eirena Enchantress
14/03/31 21:36
수정 아이콘
빚을 갚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을 상대한 이후라면 그냥 계속 기녀로 살았을거라고 봤을 때,본격 기녀가 될 상황에서 홍순언이 구해준거겠죠.
14/03/31 15:47
수정 아이콘
헤어져
14/03/31 16:22
수정 아이콘
본처도 아니고 후처니까 괜찮...을까요?
후처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흐흐
14/03/31 15:47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흐흐
불건전한소환사명
14/03/31 15:48
수정 아이콘
뭐? 비단에 수를 놓아? 아주 그날밤에 무~지무지하게 좋았나봐? 어? 걔랑 살지 그냥?

이라고 남편이 갈구는 상상 되네요
yangjyess
14/03/31 18:02
수정 아이콘
사람이 사람에게 잘 해야 한다는 진리는 만고불변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809 [일반] 만우절 ㅋㅋㅋㅋㅋ [51] 동네형7910 14/04/01 7910 0
50808 [일반] 3월의 집밥들. [13] 종이사진3950 14/04/01 3950 2
50806 [일반] 오랜만에 쓰는 나의 사랑썰.. [13] 그라쥬3906 14/04/01 3906 5
50805 [일반] 한국 남성 문화의 빈곤 [30] 기아트윈스8507 14/04/01 8507 20
50802 [일반] 봄날의 러브스토리 [70] 서폿이킬먹음던짐4866 14/03/31 4866 16
50801 [일반] 아이 데리고 응급실 갔는데 다시 오라네요 [28] autopilot8679 14/03/31 8679 1
50800 [일반] [K리그] 왜 우리가 탱킹 해야하는데? [148] ㈜스틸야드6097 14/03/31 6097 5
50799 [일반] 맛, 그 이상의 맛. [23] 종이사진4459 14/03/31 4459 5
50798 [일반] [공지] 피지알이 새롭게 바뀝니다. with Dr. Time [125] 박진호8103 14/03/31 8103 14
50796 [일반] 안철수의 승부수 '미생지신' [31] 마빠이7227 14/03/31 7227 0
50795 [일반] [잡담] 로또 1등 [15] 스웨트6001 14/03/31 6001 0
50794 [일반] 트로트엑스 다들 보시나요? [19] Groove87-FR44922 14/03/31 4922 0
50793 [일반] 꼬우면 부자 아빠한테 태어나던가 [49] 헥스밤9282 14/03/31 9282 33
50792 [일반] 봄, 꽃, + 잡담 (사진다수) [7] Heaven2996 14/03/31 2996 2
50791 [일반] '사랑'의 기준에 또다시 남녀가 들어갔군요 [88] 당근매니아6152 14/03/31 6152 5
50790 [일반] 종계변무... 인생은 역시 연줄이 최고... [22] Duvet7340 14/03/31 7340 3
50789 [일반] 이명박의 중국집 탈취사건 [81] 어강됴리13838 14/03/31 13838 2
50788 [일반] 아쉬운 만우절 이벤트 (수정) [111] 리나장8341 14/03/31 8341 8
50787 [일반] 병정개미는 단지 병정개미로 끝나지는 않지... [9] Neandertal5218 14/03/31 5218 5
50786 [일반] 에이핑크의 뮤직비디오와 박효신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0] 효연광팬세우실4111 14/03/31 4111 0
50785 [일반] 급발진은 과연 있을까요? [44] 유리한6306 14/03/31 6306 5
50783 [일반] 기억에 관한 짧은 3가지의 이야기 Walk through me2728 14/03/31 2728 0
50782 [일반] 소년탐정 김전일 신 File 시리즈를 봤습니다. [26] Duvet6932 14/03/31 693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