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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31 12:34:29
Name Walk through me
Subject [일반] 기억에 관한 짧은 3가지의 이야기
저는 유난히 기억과 추억이란 단어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근 차이는 아마 없겠지만 기억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고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라고 하는데 사실 뭐 결론은 돌이킨다는게 가장 핵심적이 아닐까 싶네요.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별거는 아니고 지난 주말 두어개 모임을 다니며 술먹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주절주절 썼던 글인데 그냥 부담없이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쓸데없이 감성적이고 느끼한 글 같아서 좀 부끄럽긴 하네요. 그리고 덤으로 반말체로 작성하게 됨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1. 기억이라는 것 말야 꽤나 편리하게 작용해 도대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지워버린 채
정말 너무 이기적이게 혹은 너무 잔인하게 "이번에야말로 진짜일거라고 생각해 사랑해

김형, 넬의 meaningless의 가사인데 가사 내용을 보면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그렇게 사람 때문에 죽을 만큼 아프고 상처받아도
그게 대체 언제 기억인 듯 모두 지워버린체 또 다른 사람을 찾아서 떠나버리니까 말야.

아무생각 없이 겪은 지난 기억은 단지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소설의 한 장면처럼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내가 듣기만 했던 일인지 모조리 잊어버린체 아, 그랬었나? 라고 늘상 되묻고 있어.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다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억지로라도 이렇게 마음 먹으려는 사람 또한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러한 말이 조금은 처연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단지 '쿨하다'라는 이름으로 적당하게 얼버무린채
그냥 당연스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려 하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긴 해.

형의 태도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뭐 본인이 편하다는데 어쩌겠어. 다만, 애써 쿨한척은 하지 말아줘. 형은 진심으로 그런다지만 내눈에는 참 안스럽게 찌질스럽게 보이거든.

2.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 中

이봐 안군. 아무리 사람의 머리가 좋아도 모조리 기억하진 못하며 그 반대로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잊지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야.
우습게도 정작 사람들이 잊고 싶어하는 기억은 잊지 못하며 잊지 않으려 하는 기억들은 점차 안개처럼 흐려지기도 하지.

그떄 당시에는 너무 행복했서 마음 속 깊이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그 시간이 지나버리면 그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온갖 애를 쓰는거야 뭐 이해는 해.

그래서 혼자서 술에 취해서 온갖 독설을 퍼부으면서 울던가 그 사람과 같이 갔던 장소며 길거리를 다신 가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조금이라도 연이 닿은 물건이나 흔적따위를 버리고 태우기도 해.

그런데 그 일에 대해 "그때는 그래도 행복하지 않았어"라고 되물으면 "아니. 행복하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어"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서는 안돼. 그렇게 말할 사람도 많지는 않겠지만은.

알겠어? 니가 인정하든 않든간에 그때 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기쁨이 넘친 날들의 연속이였겠지.
과거의 기억을 벗어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과거의 상처와 흔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 그 기억을 연료로 삼아 곧 다가올 내일의 인연에게
좀 더 다가가고 잘 해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하지 그 기억을 분노와 자책으로 바꿔선 안되는거야.

물론 그녀를 정말 미치도록 증오하고 그런다면 할 말은 없는데 적어도 너의 기억과 추억을 억지로 덧칠해서 지우지는 마. 니가 했던 모든 것이 기억으로 남는 이상 그때만이라도 아름다웠고 멋졌던 너의 모습을 추억하는 것도 나름 괜찮으니까.

3. K양 적당히 걸러들어.  이건 나의 이야기야. 꼬들꼬들한 전복을 씹듯이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줄까 해.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난 유난히 기억과 추억이란 단어에 집착하는 편이야.  뭐 굳이 차이점이라면 단지 그때 있었던 일이라 부를때는 기억이라 하고 지금 그 생각을 떠올렸을때 희미하게 웃을 수 있으면 추억이라 부른다는 점이랄까.

스스로 생각해도 이 방식은 이유도 없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구별 방식이라는 건 나도 잘 알아.그 런데 왜 이걸 굳이 나눠서 구별하려는 건 아마, 스스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기위한 나름대로의 자기방어의 본능에 충실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

잊고 싶은 일들은 기억이란 것으로 따로 나누어 떠올리고 잊지 않고 싶은 일들은 추억으로 나누어 가슴속이 깊이 담아두지.

막상 따지고 보면 어차피 모두, 자신이 겪은 일이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짐은 결국 자신이 짊어저야 하는데 조금 심하게 넘겨해석하면 결국 책임회피라는 생각까지 들고는 해 그래서 좋든 싫든간에 자신이 안고가야할 짐을  끝까지 책임지고 가져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이기적이다 보니 가끔 이런 것들을 무의식중에 내려놓기도 해.

하지만, 그건 자기 선택일뿐. 그 누구에게도 강요할 바는 아니야. 기억을 추억이라 부르든 추억을 기억이라 부르든 그건 자기 맘이지.

다만, 그 기억이라 부르는 상처와 추억이라 부르는 행복이든 간에 누군가는 그 무거운 짐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테고 누군가는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피를 토하며 한없이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을거야.

여기서 난 어떻게 선택했냐고? 미련하게 브리탄의 노새처럼 굴다가 그냥 망가졌어.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은 버렸어야 했어.

그랬기 때문에 테리야마 슈지는 이렇게 말을 했을거야.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뒤에는 꿈이 없다"

Ps1. 3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사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조언을 해준거긴 하지만 저도 나름 큰 삽질을 겪어가며 깨달은 사실을 내놓은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제게는 평생을 가지고 가야할 논제중 하나이긴 합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고요.

Ps2. 써놓고 보니 참 실없는 글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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