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싸돌아다니다가, 동네 평생학습원에 홍진호 선수가 온다는 대소식을 접했습니다.
청소년 대상의 강연이지만 일반인도 참석 가능... 바로 참석 신청을 했습니다.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이 끝나고 홍진호 선수가 등장했는데요.
(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네요.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사전 참석신청서에서 받았던 질문들 중 홍진호 선수가 골라서 답변을 해 주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공연을 시작하면서...
역시 콩과 2는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일단 홍진호 선수를 섭외한 기관이 학교 밖 교육을 추구하는 [두번째학교]라는 기관이구요..
강연 장소는 광명시 평생학습원 [2층]. 철산역 [2번]출구...
홍진호 선수는 전날 세종대학교에서 생애 첫 강의를 해 보고, 오늘이 생애 [2번째] 특강..
공연장 앞 안내 안내판에서도 커피를 마시며 [콩]진호를 기다리라고 Step [2]에 써 있고... 이건 주최측이 콩까 크크크크
티켓 배부 1시간 전에 갔는데 100여 명이 모였는데 남자는 저와 몇 명 뿐... 덜덜... (남자 비율 2%)
본격적인 강의 내용을 추려봤습니다.
Q. 부모님의 반대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A. 홍진호가 게임을 시작했을 땐,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다.
잘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각종 스타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한 우승컵, 상금, 신문기사 등..)
그리고 분명히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1년 안에 성과가 없으면 군대가겠다.)
Q. 건강검진 받으셨나요?
A. (비타민에서 '만성피로'편 게스트로 참여했다가.....) 건강에서 선우용녀님에게 졌다. 방송 나가고 부모님께 전화와서 욕 먹었다. 조만간 건강검진 받을 예정..
Q. 흥미와 적성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A. 나 홍진호는 일단 잘하는 걸 하겠다. 잘하는 걸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 (차선은 아마 좋아하는 걸 잘하게?)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도전도 나쁘지 않다. 결과를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면, 여러분(청소년들)나이대에는 뭐든 도전해도 좋다.
Q. 좌우명?
A. 거창한 거 없다. '후회하지 말자.' '하고 싶은 거 하자.' 실패할까봐 도전을 못 하겠다고? 도전은 나쁜 게 아니다.
홍진호의 폭풍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실패다.
Q.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의 목표
A. 세계대회 우승. 세계대회 듀얼토너먼트 승자조 8강에서 임요환에게 패배, 패자조에서 전승으로 결승 가서 임요환에게 패배. 아 임요환... 임요환...
Q. 고3수험생인데 친구랑 라이벌의식이 너무 커서 저 자신이 싫어요...ㅠㅠ 어떻게 그렇게 승부에 쿨할 수 있을까요
A. 나도 처음에는 그게 안 됐다. 임요환한테 지고 뒤에서 뒷말하고 욕하고 그랬다.(크크크) 점차 깨닫게 되더라.
Q. 묘비명을 뭘로 하겠는가.
A. 나는 나니까, 홍진호니까, 나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 '홍진호 간다' 뭐 이렇게... (여기 홍진호가 간다?!)
그 밖의 어록
- 노력이란 뭘까?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루 종일 그냥 게임을 하는 것이 노력이 아니다. 그건 그냥 즐기는 거지... 좋아하는 일에 대한 목표의식, 노력, 책임감이 필요!!
- 흔한 이야기, 흔한 잔소리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이 말해지고 흔해지는 것이다.
- 근자감이라도 좋다. 자신감은 곧 긍정이고, 긍정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다.
(여기서 진호선수는 근자감이 자기 때문에 생긴 말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반응을 보니 아닌 것 같아요 크크)
- 안 되면 되게 하라? ["그냥 안 되면 될 거 하세요."] 크크크크크
- 어제 생애 첫 강연.. 결승전에서도 긴장 잘 안 타는데 그 날은 강연 끝나니까 배가 아프더라.
- 딕션 작렬.... 계숑=계속, 청쇼년=청소년, 마인드컨튜롤=마인드컨트롤 등등.. 크크크크
강연 후기.
두 번째 하는 강연 치고, 그리고 준비해 오는 주제가 아닌 프리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팬심이 들어가긴 했겠지만.. 확실히 느낀 것은 '소신이 뚜렷하니까 무슨 말을 해도 당당하게 할 수 있구나' 정도?
자신이 말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 그저 한 방향을 제시할 뿐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밝히는 센스!
아쉬운 점은.. 중학교 때 처음 담배를 잠시 접해봤다가 현재는 성인의 즐거움으로 즐기고 있다고 하셨는데
자라나는 청소년 대상으로는, 그것도 홍 선수를 우상시하는 친구들 앞에서는 쪼...끔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ㅠㅠ
딕션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서 아쉬웠습니다.(응?)
또 하나 아쉬웠던 점..
질문 받을 때 '점심 어디서 드실 건가' 물어보고 같이 한 끼 하려고 들이대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습니다...엉엉
총평.
청소년 때 내 롤 모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함께 있었던 청소년들이 부러워요.ㅠㅠ
그래도 저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홍진호 선수의 근자감 덕분에 저도 자신감이 솟은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진호 형님. 여기 피지알 자주 오시니까 이 글도 보시겠죠?
다음에 광명에 오실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숨겨진 맛집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나시면 저기 포스트잇에 있는 다른 질문들도 대답해주세요!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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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인기나 말솜씨에서는 임요환이 홍진호보다 앞선다는 의견이 많았고 혹시 이런 길을 걷게 된다면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당연히 임요환이 가장 먼저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 일 참 모르는 거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갈 지는 모르겠지만 향수를 자극해서 좋습니다. 계속 많은 활동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