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주연습이 있었다.
분명 곡 목록은 2주 전에 업로드 되었고
내가 친절히 음원 유튜브까지 찾아 링크까지 업로드 해놨다.
지난 주에 사정이 있어 합주연습을 빠진 그 녀석이 연습실에 들어온다.
'아 오늘 [멘붕]이네...'
느낌이 쎄하다.
이 녀석은 평소에도 연습안해와서 형님들의 암을 유발하는 녀석이다.
아니나 다를까, 드럼세트에 앉더니 이어폰을 꽂고 곡을 듣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모든 팀원들이 안다. 지금 처음 듣고 있다는 것을.
역시나, 계속 틀린다. 얘'만' 틀린다.
한 곡에 1시간씩 3시간 계획되어있던 연습에 차질이 생긴다.
똑같은 부분 틀려서 첫 곡만 1시간40분을 잡아먹었다.
리더 형님 "한 곡 빼자" 하신다.
드럼 녀석 자기 때문인건 아는지 한마디 한다.
"죄송해요.. 오늘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멘붕]이라..."
2.
축가 연습이 있었다.
나는 학생이지만 함께 하는 형님들이 다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회사원들이 많아서
모두 정장'같이' 입기로 했다.
기타반주 해주기로 하신 형님이 들어온다.
진짜 캐주얼도 저런 캐주얼이 없다. 완전 홍대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야 오늘 정장스타일로 입기로 했잖아." 큰형님이 한마디 하신다.
자유로운 영혼 왈, "아 그랬나요.. 아 오늘 아침부터 [멘붕]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뭐.. 그런건가.. 정신없어서 깜빡했나보지..
연습합시다 이제.
악보가 없댄다.
"악보는 저희가 뽑아놨어요. 형 기타는요?"
"아 맞다, 차에서 안가져왔네요. 아 아침부터 [멘붕]이네 진짜"
어.. 그래.. 진짜 정신 없으신가 보네.. 가져오시면 되지뭐..
"(악보를 보시더니) 어? 이곡이었어요? 그때 그곡 안하고?"
What The.....??!?!?!?!?!???
3.
차라리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정신없어서 준비를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하면 이해라도 해줄수 있겠지만.....
핑계대지 말자 사과하는게 그렇게 힘든가..
아 진짜.. 멘탈이 아니라 머리통을 깨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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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후배는 아니고 동기구요. 저 말은 리더선배한테 한 말입니다.
애초에 이 녀석이 죄송하다는 말도 낄낄대면서 하고
그 전에도 꾸준히 연습안해와서 자주 혼나면서도 사과안하던 녀석이거든요.
제가 글을 못써서 확실히 그렇게 보이기는 하네요.
영원한초보 님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자식 저한테 찍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