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내가 사랑한 홍콩영화 속 영화음악 TOP12
오늘은 내가 사랑한 홍콩영화 속 영화음악 TOP12에 관한 이야기이다.
12. 중경삼림(1994) – 몽중인(梦中人), 왕비
결코 풋풋하다고 볼 수 없는 줄거리의 영화 [중경삼림]을 풋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순전히 이 영화 속 왕비의 모습과 그녀가 부른 <몽중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오늘 글도 12위라는 순위보다도 추억 속 홍콩영화들을 떠올려보며 첫머리로 함께 추억하고 싶은 음악으로 이 곡을 골랐다. 삶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풋풋한 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산뜻한 노래 <몽중인>이다.
11. 천녀유혼2 : 인간도(1990) – 여명불요래(黎明不要來), 엽천문
난 개인적으로 배우 왕조현의 팬이자 [천녀유혼]의 팬이다. 그리고 왕조현의 인생영화인 [천녀유혼]에서 서정적인 멜로디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곡이 바로 <여명불요래>이다. 말 그대로 '새벽이여, 오지마오.'라는 의미를 지닌, 영채신(장국영)과 영원히 함께 하고픈 소천(왕조현)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곡. <여명불요래>는 [천녀유혼] 1,2편에 함께 쓰인 곡인데 이 둘의 추억이 한눈에 담긴 2편의 영상을 가져와봤다. 그나저나 영상 속의 왕조현은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 그 자체. 너무나 아름답다.
10. 해피투게더(1997) –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대니 청
오늘 소개하는 영화음악 중 유일하게 영화를 감상하지 못한 곡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좋아하는, 박력과 매력이 넘치는 곡이기에 10위로 선정해봤다. 장국영과 양조위의 동성애 연기로 화제를 모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엔딩곡 <해피투게더>와 함께 펼쳐지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감상하고픈 영화이다.
9. 동방불패(1992) –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관지림
원작인 [소오강호]의 주제가인 <창해일성소>가 [동방불패]에서는 극 중 영호충(이연걸)과 임영영(관지림)이 함께 부르는 여성 버전으로 부드럽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아저씨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듯한 [소오강호] 버전보다는 [동방불패] 버전을 더 좋아한다.) 90년대 홍콩 무협영화를 대표하는 영화 [동방불패]의 주제가로, 이 곡을 부를 때만큼은 극중 인물들의 번뇌와 고민이 싹 사라지는 듯한 흥겨움을 안겨주는 곡이다.
8. 중경삼림(1994) –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 Mamas&Papas
[중경삼림]에서 경찰 223(금성무)과 페이(왕비)가 스치면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90년대 홍콩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곡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Mamas&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비록 영화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은 아니지만 이 작품만큼 기성곡을 절묘하게 삽입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중경삼림]특유의 독특한 색채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7. 첨밀밀(1996) –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등려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첨밀밀]의 <월량대표아적심>. 여소군(여명)과 이요(장만옥)의 잔잔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다룬 영화 [첨밀밀]. 많은 우여곡절 가운데 티격태격하며 결국 엇갈리게 된 이들이 등려군의 사망소식을 알리는 전자대리점 앞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이 엔딩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6. 천녀유혼2 : 인간도(1990) - 인간도(人間道), 장학우
속편에서 젊은 도사로 분한 장학우가 부른 [천녀유혼2 : 인간도]의 오프닝 주제곡 <인간도>이다. (뜬구름 잡는 듯한 추상적인 가사이긴 하나) 전편에서 소천을 잃은 채 방황하는 영채신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한 곡으로 사랑의 씁쓸함과 허무함,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동시에 느껴지는 듯한 곡이다. [천녀유혼] 2편이 내용적으로 보자면 1편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수록된 곡들만큼은 잔잔하니 듣는 이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5. 영웅본색(1986) – 당년정(當年情), 장국영
1980년대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오우삼 감독의 명작 [영웅본색]. 그리고 ‘그 때의 정’이란 뜻을 지닌, 이 작품의 주제곡, 장국영의 <당년정>. 아호(적룡)과 아걸(장국영) 형제의 슬픈 운명과 소마(주윤발)의 서글픈 삶을 그대로 담은 듯한 구슬픈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더불어 극 중 부하의 배반으로 감옥에 갇힌 뒤 몇 년 뒤에 출소한 아호가, 다리를 저는 채로 세차 일을 하며 비참하게 살고 있는 소마의 모습을 발견하는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4. 서유기 : 선리기연(1994) – 일생소애(一生所愛), 노관정
주성치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인 [서유기 : 선리기연]의 엔딩곡 <일생소애>이다. 일생소애(一生所愛)란 ‘일생 중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제목만큼 이 작품의 엔딩과, 지존보의 심정에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손오공이 된 지존보의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마음이 담긴 노래이다. 이루지 못할 사랑을 등 뒤에 두고 먼 길을 떠나는 손오공. 씩씩한 걸음걸이로 삼장법사를 따라 사막을 걷던 손오공이 문득 뒤를 돌아 본 후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3. 동방불패2 : 풍운재기(1993) – 소홍진(笑紅塵), 진숙화
[동방불패] 1,2편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노래이다. 규화보전을 익혀 중성적으로 변한 동방불패가 술을 마시며 옷가짐을 흐트러뜨린 채로(?) 여성성을 드러내며 부르는 <소홍진>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곡이다. 소홍진(笑紅塵)이란 ‘세상을 비웃다’라는 의미로, 자신을 둘러싸고 급박하게 흘러가는 주변 상황에 대한 동방불패의 속내를 강호한정으로 풀어낸 멋진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이 장면에서의 임청하의 매혹적인 자태는 내가 본 그녀의 연기 인생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2. 지존무상2 : 영패천하(1991) - 일기주과적일자(一起走過的日子), 유덕화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읍내 영화관에서 생애 두 번째로 본 영화 [지존무상2].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배우 유덕화, 그리고 그의 연기 인생의 수많은 노래 중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는 곡 <일기주과적일자>. 일기주과적일자(一起走過的日子)라는 긴 제목은 ‘함께 걸어온 나날’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화 속 유덕화와 오천련의 슬픈 운명이 아로새겨진 절절한 선율의 OST로, 홍콩 영화음악 특유의 가슴 찡한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그런 곡이다. (혹시라도 위 영상을 안 보신 분은 다른 영상은 못 보더라도 이 영상 만큼은 꼭 보시길 바란다.)
1. 천녀유혼(1987) – 노수인망망(路隨人茫茫), 장국영
개인적인 사심이 듬뿍 들어간 1위곡이자 오늘 소개하는 [천녀유혼] 시리즈의 세 번째 곡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배우 장국영이 직접 부른 [천녀유혼] 1편의 오프닝 주제곡 <노수인망망>. ‘인간은 아득한 아득한 길을 따라 간다’는 뜻을 지닌 이 곡은 일면 잔잔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감싸주는 정겹고 묘한 매력이 있다. 과연 앞으로 또 [천녀유혼]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을 쓰다보니 문득 이 작품의 배우들이 그리워진다. 보고싶다, 왕조현. 그리고 보고싶다, 장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