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아침에 아파트 1층 현관문에서 귀여운 가방 하나 메고 서있는 꼬마아이를 발견했습니다.
눈에 익다 싶어서 잘 살펴보니 옆집에 사는 꼬마아이더라구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해야 하는 아이입니다.
간단하게 꼬마랑 인사하고 슈퍼마켓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아파트 1층 현관문에 서있었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날은 좀 풀렸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걱정이 되서 뭐 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저 - "꼬마야 여기서 머해? 엄마 기달려?"
꼬마- "아니요...저..가출했어요.."
저 - "뭐? 가출? 왜? 엄마한테 혼났어?"
꼬마- "아니요..그냥이요..가출하고 싶어요"
저 - "엄마 집에 계시니?"
꼬마- "엄마 아빠 어제 저녁에 나가서 아직 안왔어요. 점심에 온데요."
저 - "그럼 왜 가출안하고 여기 있어?"
꼬마- "어...가출하면...텔레비도 없고...따뜻한 전기장판도 없고 맛있는것도 못먹어요"
틀린 말은 아닌데 웃기기도 하고 상황이 묘해서 꼬마네 문 앞에는 꼬마아이가 옆집에서 놀고 있으니 오시면 데리러 오라고 붙혀놓고,꼬마아이를 일단 제 집으 데리고 왔습니다.
집에 꼬마아이 보여줄만한게 머가 있을까 하다가 친척꼬맹이들 놀러오면 보여주던 라따두이가 생각나서 그걸 틀어주고 짜장만 시켜줬습니다. 짜장면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 먹고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이렇게 인사성 바른 아이도 처음보네요.
그리고 점심때 꼬마아이 엄마가 와서 아이 데리러 왔는데... 꼬마가 가출했다고 말 안해도 "너 또 가출했지!" 라면서 단박에 알아채시네요.
꼬마아이가 만화영화에서 가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꾸 따라한다고 골치아프다고 하십니다.
어머니 손에 질질 끌려가면서 해맑게 웃던 아이인데 문이 닫히자 마자 혼나나봐요 우는 소리가 들리네요.
저도 어렸을 때 시골에 살다가 큰 도시로 이사오면서 한살 차이나는 형이랑 둘이 자전거 타고 도시탈출 한다고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길 잃어버려서 가출 아닌 가출 한적이 있네요.90년대 후반? 그 쯤에 클론 노래중에 도시탈출이라는 노래가 있었거든요 아마 그 노래 부르면서 돌아다녔던것 같아요.
오늘 참 재미있는 일도 있었고, 저렇게 귀여운 꼬마를 보고나니 얼른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없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