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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03 11:55:15
Name minyuhee
Subject [일반] 스마트폰에서 대의를 보다
사회를 만들고, 문화를 가꾸고, 국가를 이루면서 상류층과 하위층은 다른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바로 이 차별이야말로 문명의 길이 되었지만 이 차별이 인간을 해치기 시작하자 선한 사람들은 많은
방법을 갈구했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철학과 종교와 사상이 나타났고, 그 중에서 20세기에 떠오른
공산주의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차별의 순기능을 간과했기에 무너졌습니다. 공산주의를 격파한
자본주의는 이제 무적으로 보입니다. 적은 파멸되었고, 자본은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강력한 도구를
휘두릅니다. 민주주의란 이름의 보호막을 얻은 귀족은, 자본가로 변신하여 공포에서 벗어났습니다.

반란, 숙청, 침략.

과거의 귀족은 어떻습니까? 반란이 일어나 세상이 뒤바뀌면 그들 귀족의 권력은 무참하게
꺾이고, 일족은 도살당했습니다. 한때의 2인자가 지도자의 숙청으로 고문을 당하고 살해됩니다.
때로는 타국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침략자의 종이 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많은 왕후장상들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의 자본가들은 패배해도 무엇 하나 잃지 않습니다.
그들의 목숨만이 아니라 모든 권력과 무력을 단번에 붕괴시키던 3가지 사건은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들에게 일정한 권력의 일정부분을 포기하기를 강요하여 이를 실현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서, 권력을 일부 내준 대신에 영생을 확보한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러한 자본주의의 시대에 대의는 있을까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갤럭시노트 3. 뜬금없이 스마트폰입니다. 갤럭시 노트3를 사용하는 두 사람을 비교해봅니다.
우수한 사업가 A씨가 있습니다.
대기업 사장의 차남으로 태어나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그에 따른 학업적 성취도는 매우 높습니다.
아시안 게임의 승마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자랑스럽게 군을 면제받았고,
영어는 매우 능숙, 일어와 프랑스어 능숙, 중국어를 수업중으로 어디를 가든 연봉 3억
이상의 대우가 당연한 우수한 인재로 평가받습니다. 능력만이 아니라 성실한 인성으로도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사회 각지의 지도층 인사들과 깨끗한 교류를 맺고 있습니다.

B씨는 유복하지 못한 집안을 이끌고 있습니다. B씨의 부모는 병으로 활동할 기력을 상실했습니다.
학비의 부담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나름대로의 성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나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부모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중소기업 생산직 비정규직으로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B씨는 가지고 있던 재능과 건강마저 잃고 있지만 B의 연봉은
A 연봉의 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B씨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친구들과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고,
비슷한 신세의 노동자들만 남았습니다.

저 상류층 A씨와 하류층 B씨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입니다.  
B씨는 스마트폰의 사용료로 임금의 5%이상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는 금액이지만
'세계 최고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구임에도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어떤 권력자라도 정해진 급 이상을 가질 수 없습니다.
특별함을 가질려면 케이스에 보석을 박아넣는 무리수 말고는 없겠죠.

"소수의 부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도구가 다수의 대중에게 유용될지라도 명품은 가치를 존중받아야 한다"

동일한 탑승수단이지만 노동자의 중고차와, 성공한 인생의 명차는 큰 격차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도 인지하게 못할 사이에 돌파해버렸습니다.
갤럭시 11의 강력한 에이스 호날두와 메시가 사용하는 무기는 한국 조기축구회의 상점주인 박씨의 손에도 들려있습니다.
저 그리스의 선박왕과 남미 아르헨티나의 어부가 같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사용합니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로 태어나지 못한 자는 탁월한 행운이나 놀라운 재능과 노력으로 압도적인 결과를
입증하는 것으로 그들이 될 수 있으며, 모두는 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 하나의 스마트폰은 예외가 되었습니다.

'왕도의 개' 4권에서 전봉준은 일본인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나라의 이득이나 겨레의 형편을 넘어서는 도리가 있음을 자네는 믿는가?

나는 그 도리를 스마트폰에서 보았습니다. 소수가 아닌 다수가 세계 최고의 도구를 가질 수 있다는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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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회원
14/01/03 12:05
수정 아이콘
흐음.... 뭔가 설득되는기분이기도 하고 반박하고싶기도하고....

여튼 신선한 시각입니다다 재미있구요
Siriuslee
14/01/03 12:10
수정 아이콘
하얀로냐프강속에 나오는 빛나는 돌에 관련한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는 군요.(뜬금없음 류 乙)


휴대폰 업계는 제가 입사했던 해부터 매년 사양사업이다, 곧 힘들어질거다.. 라는 소리가 나왔었죠.
그런데 올해는 정말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한순간의Fire
14/01/03 12:38
수정 아이콘
로냐프강을 소장도 하고 있고 이유하님 사인도 받았었는데 빛나는돌이란게 왜 기억이 안나죠;;

2부(통신상 3부) 내용인가요? 2부는 1부만큼 몰입하질 못해서 그런가...
Siriuslee
14/01/03 12:55
수정 아이콘
3부 내용일수도 있고 다른곳에서 읽었을수도 있습니다.

그냥 그 이야기만 생각이나는군요.내용자체는 매우흔한 이야기 입니다.

빛나는돌이 처음 수입되자 귀족들이 치장하는데 쓰며 인기가 있자 많은 상인들이 빛나는돌을 수입하고 값이오르길 기다리고있는데 거상중 한명이 우연히 가진것없는 천한 음유시인들까지도 빛나는돌을 사서 치장하는걸 보고 곧 값이 폭락할거다는걸 통찰한 이야기 입니다.

교훈은 무릅에서 사서 어께에서 팔아라? 어?

쓰고보니 3부내용 같군요
라벨가문 관련
14/01/03 12:59
수정 아이콘
베블런 효과네요.
너구리구너
14/01/03 12:10
수정 아이콘
진정한 부자들과 서민이 스마트폰을 똑같게 사용할거같지않습니다.
부자들은 아마도 번호입력-직서비스-어디어디 식당 몇시 예약-예 알았습니다가 아닐까요?
빈 문서 1.hwp
14/01/03 12:12
수정 아이콘
스마트폰 이전에는 인터넷이 이러한 논의의 대상이었죠. 스마트폰도 점차 확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4/01/03 12:13
수정 아이콘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제조업의 발달로 인한 공산품들은 모두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 냈지요.
14/01/03 12:15
수정 아이콘
그냥 자본주의의 효율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60년대의 백인이 보는 흑인의 캐딜락이라던가 빈자가 보는 부잣집 쇠숫가락 이런 느낌이랄까요..
14/01/03 12:21
수정 아이콘
구성원들의 직렬화와 병렬화에 대한 고찰이군요.

현대사회에서 통용되는 정보의 가치, 그리고 가치의 범주화와 통제라른 점을
지배계층/기득권이 아닌 전반적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해봐야할 때가 온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문제는 그런 철학을 가르치지 않기위한 현 교육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서도 말이죠.
Kanimato
14/01/03 12:25
수정 아이콘
온세상의 만물이 이러한 형태로(물건이든,서비스든) 쓰여질수 있다면 물질만능주의에서 좀 벗어날수 있으려나요? 흐흐..
부자라고 해서 밥먹고 똥싸는 행위자체가 달라질 순 없겠죠.. 여기서 피지알의 근본적 성질인 변과 스마트폰의 연관성을 조심스럽게 들이밀어봅니다..
다들 변기에 앉아서 피지알 하시잖아요? 저기, 지금 당신말이에요!
당근매니아
14/01/03 12:41
수정 아이콘
너도 양변기 쓰고 나도 양변기 쓰니 우리는 사실 같은 선상에 있다, 하고 뭐가 다를까 잘 모르겠네요.
14/01/03 12:45
수정 아이콘
제가 싼 똥이 당근매니아님과 연결될 수는 없지만,
제가 스마트폰을 통해 올린 정보가 당근매니아님과 연결될 수는 있지요.
무선마우스
14/01/03 13:04
수정 아이콘
1세대 스마트폰의 혁신은 이미 끝났다고 보고요.
새로운 혁신이 되려면 휴대성에서 혁신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하나는 플렉서블이 아닌 말 그대로 종이처럼 접히는 스크린 또는 홀로그램을 통한 공간에 제약 받지 않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터리를 극복하여 (이는 배터리의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거나 공기를 통한 무선충전 등의 방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휴대성을 강화하는 것이죠.
이 정도의 휴대성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1세대는 이제 거의 정체된 채 자잘한 기능이나 디자인 추가로 연명하겠죠.
14/01/03 13:28
수정 아이콘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것이 손에 잡힐듯 참 금방 될 일 같지만 그건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흔히 말하는것처럼 자본의 탐욕때문에 어려운 일이 되었거나 상황이 꼬이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황금 만능주의에 절망하고 정치의 부패에 한탄하고 세상말세를 부르짖는건 심지어 천년 전의 문헌에서도 발견되는 레파토리죠.
지구반대편에서는 밥한끼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눈감아준다면,
그러는 와중에도 평균적인 인류의 삶이 이만큼 나아진 건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마치 저기 저 보이는 고개만 어떻게든 살짝 넘어가면 산꼭대기에 도착할 것 같아도
진짜 정상있는 곳에 두발을 딛으려면 정말 많이 걸어야 합니다.
14/01/03 13:33
수정 아이콘
스마트폰 외에도 '근대화' 로 묶이는 여러 특성들이 다 그런 결과를 준다고 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과학이 인문학보다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우리가 받는 집단화된 교육도 암기식이니 뭐니 비판도 많지만, 교육의 혜택을 전국민이 누리고 있죠. 그리고 학문적 질이나 교육학의 발달로 과거 양반들이 받던 교육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긴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예로 드신 차의 경우만 해도 실제로 차가 성능적인 차이는 크지 않아서 가난한 자라 하더라도 서울-부산 거리를 5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게 되었죠. 과거에는 아얘 말도 없는 사람이 태반이었지만요.
왜사냐건웃지요
14/01/03 14:08
수정 아이콘
기술의 산물을 공유하고 있다고 굉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신형 하이엔드제품을 소득대비하지 않고 공통으로 쓰고 있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죠.
1. 하이엔드 제품이라고 해도 당장 혁신으로 차이를 낼 제품이 그다지 없기때문이다. 즉, 더 혁신적인, 계급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것이다. 2. 그 제품을 쓰는데에 각자의 소득에서 전화비의 비중이 틀리다는 점도 있죠. 사업가 A는 그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데 자신의 소득의 0.1%인 즉, 아무것도 아닌 게 되지만, B는 상당한 지출과 부담을 감안한다는 거죠..

흥미로운 접근이지만, 스마트폰으로 계급을 나눌 수 없는 현재의 기술력때문이지 저 하나로 평등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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