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수비 부문 총 결산입니다. KBO 에서 UZR을 측정하여 공개하는 곳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수비수의 수비능력은 측정할 수 없으므로 대부분은 투수와 포수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1. 팀 수비 부문 결과 (비율 스탯)
방어율 8등, 피출루율 9등, 피장타율 9등, 피OPS당연히 9등, DER 9등, RA/9 (9이닝당 평균 실점) 8등입니다. 다른 스탯은 익숙하실테고 다소 생소할 DER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자면 기아 타이거즈가 1년동안 경기를 치루면서 인플레이된 (타자가 때려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타구가 3581개가 있었습니다. 그 것들 중에 아웃으로 처리한 것은 고작 2291개였습니다. 이건 꽤 심각한 일인데, 리그의 평균적인 수비를 갖춘 팀이라면 비슷하게 인플레이된 타구 2395 개를 아웃카운트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만 따라갔어도 안맞았을 안타 105개를 더 맞았다는 거죠. 아울러 단순히 안타만 많이 맞은 것도 아니고 피장타율 부문에서 보이듯 장타 허용률이 높았습니다.
2. 팀 수비 부문 결과 (누적 스탯)
이제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자면 한화보다 안타를 112개 더 맞았습니다. 128경기를 치르는 동안 NC보다 무려 230개를 더 맞았네요. 볼넷도 1등, 고의사구를 제외한 볼넷도 1등, 비자책점도 61점으로 1등. 아주 가지가지 했죠. 특히나 2루타는 심각한 수준으로 많이 맞았습니다. 이부문 최소인 NC보다 83개를 더 맞았네요. 피 OPS가 높은 원인은 2루타 때문이었습니다.
3. 선발 투수 부분
선발 투수를 한명한명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평균 자책점이 리그 평균 선발 보다 낮은 투수는 딱 세명만 보입니다. 피 OPS가 리그 평균 선발 보다 낮은 선수도 두 명 뿐입니다. 순위표를 보면서 투수 개개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사는 피 OPS가 좋지 않습니다. 올 한해 KBO 에서 선발 위주로 출장한 투수는 53명인데, 소사의 피 OPS는 그 중 40등입니다. 일단 선발투수 53명 중에 피안타율이 46등일 정도로 안타를 많이 맞았습니다. 2루타와 홈런은 리그 평균 수준으로 맞았을 뿐인데, 안타를 워낙 많이 맞은 데다가 3루타를 9개나 맞아서 이부분 국내 1등입니다. 이건 나지완의 수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죠.
BB+는 볼넷, 몸에맞는공, 폭투, 보크를 합한 후 고의사구를 빼서 만든 그냥 저혼자 쓰는 스탯입니다. 투수가 얼마나 장렬히 자폭했는지, 컨트롤이 흔들린건지 나타나는 수치라고 보면 되죠. 소사라고 하면 기아팬들 사이에서는 컨트롤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부분에서 그냥 리그 평균보다 살짝 아래수준인 투수입니다. 즉, 컨트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건 아닌데 타자들이 때리기가 편해서 안타를 많이 맞는 타입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담인데 어이없게도 FIP를 기반으로 한 fWAR는 소사가 리그 11등입니다. 다만 민망해서 자료로 쓰지는 못했네요.
소사가 수비가 좋은 SK 정도에 가서 뛰었다면 리그 10몇위 정도하는 선발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야구에 만약이란건 없죠.
김진우의 FIP는 3.63인데 ERA가 4.99입니다. KBO 선발중에 두번째로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인데도 FIP와 ERA 차이가 이 정도로 나는 것을 보면 외야 뿐만이 아니라 기아의 내야수비도 좋은 소리 하기 힘듭니다. 기아의 키스톤 수비는 준수하다고 많은 기아팬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올 한해 기아투수들의 땅볼/뜬공 비율은 1.03 정도로 땅볼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가 1307개가 나왔다는건 외야뿐만 아니라 내야도 수비 부진에 대해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고 수비에게만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9이닝당 BB+ 도 리그 40위권으로 매우 좋지 않고, 폭투가 13개나 되어 이 부문 리그 2위입니다. 그나마 좀 희망적인 것은 삼진잡는 능력은 살아있고, FIP도 리그 선발중 세 번째로 좋은 수준이라 야수들의 수비가 좋아지면 살아날 가능성은 높은 투수로 보입니다.
임준섭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피장타율도 높고, 볼넷과 몸에맞는 공도 많이 내줘서 피출루율도 높습니다. 맞으면 멀리가고, 안맞으면 걸어서 내보내고, 삼진도 잘 못잡습니다. 그나마 좀 장래성이 보이는 부분은 땅볼 유도 능력이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건데 컨트롤을 가다듬으면 이부분을 어찌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현종은 긁히는 날은 볼넷 한두개로도 끝내지만 볼이 많은 날은 계속 볼볼볼이 나가는 타입입니다. 구위에 비해서 홈런도 많이 맞는 편이구요. 그나마 구위가 좋은 좌투수라서 기아의 수비지옥에 좀 덜 빠져든 것으로 보입니다. 우투수 중에 기아의 수비지옥을 뚫고 살아남은건 유동훈과 윤석민 정도 밖엔 없습니다. 올 한해 부상 전까지 각종 투수 기록부문 상위권에 있었으니 내년을 기대해 봅니다.
서재응은 피 OPS 53위, 즉 꼴찌입니다. 피안타율 꼴찌, 2루타 맞은 비율 꼴찌. 한번 맞아나가기 시작하면 신나게 폭죽쇼를 했습니다. 김진우와 반대로 올 한해 뜬공 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소사와 함께 2013년 기아에서 외야로 공 많이 내보내는 투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리의 산 증인이 되었습니다.
의외로 홈런은 별로 안맞았고, 컨트롤로 유명했던 투수인 만큼 9이닝당 볼넷+몸맞는공+폭투 비율은 20위권 이내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불안 요인은 삼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기아 외야 수비의 희망이라면 김원섭 복귀 정도인데, 내년 주전은 신종길, 김주찬, 이대형 트리오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에 과연 올해보다 수비가 나아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외야가 약하면 서재응은 쓰기 힘든 투수죠.
윤석민의 경우 WBC의 영향 때문인지 구위가 떨어져 신나게 장타를 맞았습니다. 천하의 윤석민이 피OPS 35위, 2루타도 39위, 피홈런률 44위 였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컨트롤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볼넷+사구+폭투 허용률이 선발 투수중 3위였습니다. 구위만 예전만큼 끌어올릴 수 있으면 메이저에서도 통할것 같은데요.
빌로우는 생각보다 세이버 스탯으로 볼때는 꽤 괜찮은 투수입니다. 기아 외야의 문제 때문에 2루타를 좀 많이 맞았으나 피 OPS가 기아 선발들 중에 가장 좋고, 홈런도 거의 안맞는 투구를 했습니다. 다만 볼넷+사구+폭투가 많아서 불안했죠. 저는 마땅한 용병 없으면 1년정도 빌로우로 더 가도 된다고 보는 편인데 기아 팬들 중에서는 새 용병을 구하자는 의견이 많더군요. 참고로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여기 수록은 안했으나 피wOBA를 대충 계산해봤더니 리그 10위권이었습니다.
4. 불펜 부분
불펜 투수는 워낙 많으므로 짧게 짧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망해가던 불펜의 희망, 심동섭입니다. 피 OPS가 0.602로 리그 18위 정도 되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10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투수는 총 94명 이었습니다) 안타를 잘 안맞고, 장타 허용도 거의 없으니만큼 볼넷과 사구만 리그 평균 수준까지 줄이면 불펜 중에서는 탑 수준의 피 OPS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승혁이 안타를 좀 많이 맞기는 했는데 볼넷은 그럭저럭 봐줄만 하고, 피장타율이 낮은 편이라 심동섭과 함께 장래를 기대해 볼 만 합니다.
휘발유동훈은 올해 불펜에서 이닝도 먹고, 실점도 덜한 (분식회계가 섞여있으므로 완전히 믿으면 안되지만 ...) 몇 안되는 선수였습니다. 박경태는 시즌 막바지 선발승이 인상깊었고, 생각만큼 볼질을 많이하는 선수가 아니므로 레파토리를 늘리던지 해서 피안타갯수만 줄이면 임준섭 보다 훨씬 쏠쏠한 선발이 될 수 있지 않을런지 기대해봅니다.
신승현 이하로는 .... 이야기 하고 싶지 않군요. ㅠㅠ 반짝 임팩트 있는 경기를 보여줬지만, FIP로 보거나 볼넷 개수로 보거나 그렇게까지 운이 없는 투수도 아니었습니다. 자료를 보고 저와 함께 한숨을 쉬면 되겠습니다.
5. 포수
여러분, 기아가 올해 1위한것이 한가지 더있습니다. 도루 허용 1위입니다! 100타석 이상 포수만 따지면 꼴찌가 김상훈입니다. 기아를 상대하는 팀 선수분들은 포수 자리에 김상훈이 앉아있고, 서재응처럼 투구 동작 느린 우투수가 선발에 들어가면 그냥 뛰면 되겠습니다.
6. 결론
이용규도 없고 김원섭도 없는 기아 외야가 어떻게되는지 올 한해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기아가 수비를 할 때 펜스에 맞은 공이 단타처리 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기아 외야수 보살이 (김상현이 한 것 빼고) 8개라고 하는데 저는 못믿겠습니다. (나지완이 3개, 김원섭이 그 몇경기 안되는 출장 하면서도 2개, 김주형/신종길/윤완주가 1개씩)
4년내 최저의 DER이고, FIP-ERA도 역대급입니다. 그나마 FIP가 리그 5위인 것은 고무적인 사안이고 DER은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으니 내년 평균 자책이 올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반기 이후 거의 수비 못하던 이용규 대신 중견수 경험 많은 발빠른 중견수가 들어왔고, 김원섭도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으니까요.
김진우, 양현종의 구위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서단장님이 12년 모습으로 돌아오며, 새로 들어오는 용병이 빌로우 정도만 던져줘도 다들 걱정하는 것만큼 망조가 들것 같진 않습니다. 아울러 송은범과 박지훈 리빌딩은 로또라고 봅니다. 긁어서 터지면 좋고, 안터지면 어쩔 수 없는 수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