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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20 11:40:41
Name 삭제됨
Subject [일반] 이문열 '젊은날의 초상' 이야기.
작성자가 본문을 삭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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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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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는 황제 뿐만이 아니라 그를 조롱하거나 이용했던 모두, 그 모든 상황 즉 작품 그 자체를 하나의 웃음거리, 또는 풍자로 승화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히 인상깊은 작품이었죠.
13/12/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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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냥 그 상황 자체를 짐짓 위대한 척 하면서 개그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죠. 읽는 내내 입가에 썩소가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레지엔
13/12/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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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이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불행했더라면, 좀 더 오래 그의 팬이었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약자-지식인의 위치에서 조롱과 비난을 하는 이문열은 매력적이었지만, 황석영과 함께 조선족 아마추어 운운하면서 본인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걸 대범한 거장의 태도인 양 포장하는 그는 매우 역겨워지더군요. 이문열의 태도는 필론의 돼지에서 나타나듯 언제나 같았는데, 위치가 변하니 같게 볼 수가 없더군요.
13/12/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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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스탠스는 언제나 같았죠. 그냥 필론의 돼지에 나오는 돼지에요.
아는 건 많아서 비판은 하는데 막상 자기가 가진게 많아지니 그걸 지키기 위해 자기가 예전에 했던 말도 뒤집어 버리는 모습이더군요. 씁쓸합니다.
doberman
13/12/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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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대때도 열광적으로 이문열 소설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문열 수필집 시대와의 불화 인터뷰에도 나와있지만 그 당시는 지하철에서 이문열 책 한권 꺼내 읽으면 뭔가 뿌듯하고 지식인인마냥 느껴질 때가 있었죠.
젊은 날의 초상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문열 본인의 얘기인지 혼동될 정도로 그 사상과 디테일이 리얼했습니다.

그의 소설 중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고 평가받지 못한 것 중에 '미로의 날들'이란 소설이 있는데..
나름 배운 문학청년이 잠시 돈이나 벌자고 들어간 회사의 사장이 독선적, 권위적이며 각종 관공서와 뒷거래, 직원들을 종처럼 부려먹는데, 그런 모습을 혐오하면서 바꿔나가려고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동조했던 사원들마저 종국엔 사장 편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줄거리입니다.
이 책에서 이문열의 이른바 회색주의가 엿보입니다.
거대한 사회는 인줄 연줄로 엮여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기만 하죠.
각종 비행과 악행을 옆에서 보고 잠시 그런 세계를 변화하려하지만, 사장의 권위에 겁먹고 복지부동인 사원들에 한계를 느끼고 청년은 회사를 나옵니다.

현학적이고 고금의 지식이 잔뜩 묻어있는 이문열 소설은 아무 생각없이 읽어내리다 보면 후반부에 좀 무력감을 느낍니다.
똑똑한 내가 아무리 아둥버둥해도 아무것도 바뀔건 없고, 발을 슬쩍 비껴 옆에서 관망하며 현실을 비판하며 실속을 챙기는게 낫다는거..
13/12/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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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회색주의와 무력감에 빠져있지 않나 고민스럽습니다.
내가 아둥바둥 노력해봐야 바뀔 건 없고, 세상은 그냥 굴러가는 커다란 덩어리라 반대의견이고 뭐고 묵살해가면서 그냥 굴러간다.
그냥 좋은 게 좋은거다 이렇게 사는게 나은거 아닌가 싶네요.
yangjyess
13/12/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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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날들... 킄 숨겨진 명작이죠... 그래도 주인공 청년은 끈질기게 싸울만큼 싸웠습니다.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물론 들었지만 그 안에서 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회색주의와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yangjyess
13/12/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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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초상 책 끝부분에 부록? 으로 '서늘한 여름'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주인공의 형이 가정교사로 있는 집의 아이들에게 '가난'을 체험시키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해수욕장에 놀러갔는데 뒷일을 생각지 않고 용돈을 마구 써버려 더운 날씨에 음료수도 사 마시지 못할 정도로 곤궁에 처하게 됩니다. 형이 말하죠. '그것이 가난이다. 더구나 너희들이 받는 괴로움은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원하는 데서 온 것이고 또 잠시만 참고 집에 돌아가면 부유한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한 것, 예를 들어 먹을 것이나 입을 옷이나 살 집이 없어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언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확실한 기약도 없이. 너희들이 기껏해야 몇 시간 동안 받는 이 괴로움에는 비할 수가 없지.. - 그럼 그 사람들도 부지런히 일해 벌면 되잖아요? - 그게 항상 부자들이 내세우는 인정머리 없는 변명이지. 부자는 개미고 가난뱅이는 베짱이다. 그러므로 베짱이가 굶어죽는건 당연하고 열심히 일한 부자는 책임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한 사람이 많이 가지려면 누군가는 적게 가지거나 전혀 가지지 않아야 돼. 다시 말해 가난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너희 아버지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거야. [언제나 그들을 잊지 마라. 너희들이 지금 받고 있는 괴로움보다 몇 배나 큰 괴로움을 날마다 되풀이해 받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그것이야말로 가장 떳떳하게 너희들을 변명해 줄 수 있는 미덕이다.] .... 킄.... 소설을 읽어보지 않고 그저 수구꼴통으로 이문열을 알고 계신 분들이 보면 도저히 그가 썼을 것이라고는 믿어지기 힘든 구절이죠.. 이문열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거... 흐
13/12/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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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젊은 시절 그래도 열정을 가졌던 모습이죠. 저는 '서늘한 여름'에서 이 구절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사람들은 흔히 가난을 뻔뻔스러움으로 잘못 보고 있지만, 실은 피할 도리가 없는 부끄러움이다.
다시 말해서, 없는 사람들이 가진 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그들이 특히 뻔뻔해서가 아니라 방금 너희들처럼 부끄러우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엇기 때문이다.
왠지 젊은 시절의 이문열이 세상에게 말하는 목소리 같더군요. 뭐 지금은 배부르고 등 따시니 어휴 게으른 베짱이들 이렇게 얘기하겠지만요
13/12/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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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들의 현실인식이 아마 이문열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싶습니다.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가지만, 뉴라이트나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변질된 일부 악덕 업자들 (전직 운동권 출신의..)을 생각해보면 중2병과 먹물근성이 강하긴 해도, 그나마 덜 혐오스럽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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