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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2 22:36:06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골드바흐의 추측은 언제 풀릴것인가?
소수는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수입니다. 예를 들어

2 = 2 x 1
3 = 3 x 1
5 = 5 x 1
7 = 7 x 1
11 = 11 x 1
13 = 13 x 1
……

위처럼 자기 자신과 1의 곱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수들이지요.

이런 소수들은 오래 전부터 많은 수학자들의 마음을 뺐어 왔습니다. 소수들이 워낙 수학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수들이기도 하거니와 잡힐 것, 잡힐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신기루처럼 결코 호락호락 자신들의 속살을 인류에게 내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수가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특징들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볼 것 같으면 일단 2를 제외한 나머지 소수들은 모두 홀수입니다. 3을 제외한 나머지 소수들의 자릿수의 합은 3의 배수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3은 소수인데 이 수의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를 각각 더한 결과인 8 (=5 + 3)은 3의 배수가 아닙니다. 아무리 큰 소수더라도 이 규칙이 지켜집니다. 5를 제외하고 어떠한 소수도 일의 자리가 5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런 소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성질들 가운데 비교적 쉬워서 초등학생들도 문제를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증명이 안되고 있는 추측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골드바흐의 추측 (Goldbach Conjecture)이 그것입니다. 일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오는 고등학교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풀려고 노력했던 것도 바로 이 골드바흐 추측이었습니다.

독일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골드바흐는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들과 많은 교류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오일러였습니다. 골드바흐는 1742년 오일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수와 관련된 수의 성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언급하는데요 그것을 요즘의 수학적인 표현으로 바꾼 것이 바로 골드바흐의 추측입니다.

(A)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B)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개의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주장이 바로 골드바흐의 추측입니다. 이때, 같은 소수를 두 번이나 세 번 겹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실 주장 (A)만 증명이 되면 주장 (B)는 자동적으로 증명이 되는데 왜냐하면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나타내지는 짝수에다 소수인 3만 더하면 바로 홀수가 되어버려서 세 개의 소수의 합으로 구성된 홀수라는 조건이 자동 완성되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A)의 예를 작은 소수들에게서 살펴보면,

4 = 2 + 2  
6 = 3 + 3  
8 = 5 + 3
10 = 7 + 3 = 5 + 5
12 = 7 + 5
14 = 11 + 3 = 7 + 7
16 = 13 + 3 = 11 + 5
18 = 13 + 5 = 11 + 7
20 = 17 +3 = 13 + 7
……

그리고 위의 결과에 끝에 3씩 만 더하면 다 홀수가 됩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7, 9, 11, 13, 15, 17, 19, 21, 23,…): 바로 (B)의 경우가 되는 것이지요.

왜 20에서 멈추나?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 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약간 예를 더 추가해 드리면

1,000 = 3 + 997  (997은 소수)
1,000,000 = 17 + 999,983  (999,983은 소수)

와 같은 예도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문제야 수학 쪽으로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곧 증명이 될 거라고 보이기 쉽지만 아직까지도 증명이 되고 있지 못합니다. 많은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매달려서 상당한 수준까지 범위를 좁혀왔지만 아직 이 추측을 완전히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의 추측인 경우 1998년에는 10의 14승까지는 맞는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Tomas Oliveira라는 수학자는 2007년에 10의 18승까지도 적용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 골드바흐의 추측은 소수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수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는 참 신기한 존재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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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3/04/12 22:39
수정 아이콘
저노무 소수는 참 수학에서 엄청난 위치인거같아요 ..
Neandertal
13/04/12 22:44
수정 아이콘
수학자들이 소수에 빠져드는 것도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왠지모를 마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물맛이좋아요
13/04/12 22:48
수정 아이콘
수학에서의 소수가 차지하는 위치가

화학에서 원소가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한 것 같아요.
.Fantasystar.
13/04/12 23:06
수정 아이콘
진짜 수학과 관련되서 궁금한걸 위키미러같은 곳에서 검색해서 보곤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거기 써져 있는 글조차 이해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T_T
Neandertal
13/04/12 23:10
수정 아이콘
저도 책 하나 보고 있는데 그냥 막연히 이해하는 수준이고 깊게는 못들어가겠더라구요...
피자21
13/04/12 23:12
수정 아이콘
이 문제에는 상금 걸린게 없나요? 제가 답은 알고 있는데 공개할지말지 고민되네요. 흐흐..
Neandertal
13/04/12 23:18
수정 아이콘
저도 증명은 했는데 피쟐 덧글 게시판의 공간이 부족해서 따로 적지는 않습니다...--;;;
13/04/12 23:44
수정 아이콘
소수의 비밀을 풀면 마력회로가 열릴 겁니다
13/04/13 00:03
수정 아이콘
A)를 Strong, B)를 Weak conjecture라고 부르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A)가 증명되면 B)는 자동 증명이므로 굳이 B)를 풀어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사실 strong conjecture를 푸는 것은 사실상 아직까지는 증명이 거의 어렵다고 판단되어서, 주로 B)에 사람들이 먼저 매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B)->A)의 명제는 성립하지 않지만요. 실제로 2012년 유명한 천재수학자 UCLA의 Terence Tao가 B)를 '거의' 증명했습니다. 정확히는 3개의 합이 아닌, 5개 이내의 합으로 5보다 큰 소수가 구성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인데, 비슷한 논리를 확장시키면 아마 B)는 조만간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는 A)인데, 이 역시 길어야 수십년 이내로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이 문제에 걸린 상금은 공식적으로는 100만불인데, 상금보다도 아마 금융권에서 엄청난 보수를 제시하면서 새암호체계 알고리듬 설계 아이디어 제공 댓가를 지불하지 않을까 합니다.
Neandertal
13/04/13 00:16
수정 아이콘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뭔가 하나라도 풀릴 가능성이 보인다니 괜히 기분은 좋아지네요...^^
13/04/13 06:50
수정 아이콘
저도 직접 관련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올려주시는 해설글들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올려 주신 주제들에 대해 좋은 소식이 있으면 같이 공유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13/04/13 00:57
수정 아이콘
꾸준한 글이 반갑습니다. 혹시 괴델의 불확정성 원리에 관한 글도 쓰실 생각 없으신가요? 관심은 있는데 이건 대충 봐선 이해를 못하겠더라구요 대학 와선 수학을 따로 더 안배우고 있으니
13/04/13 06:50
수정 아이콘
희대의 괴작 (괴번역작) 괴델, 에셔, 바흐를 추천해 드립니다?!
13/04/13 15:09
수정 아이콘
검색해 보니 퓰리처상 수상했던 책이네요? 언제 시간 나면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번역이 영 맘에 안들면 원서도 찾아보죠 뭐 흐흐
13/04/13 03:08
수정 아이콘
근데 음..소수의 비밀을 풀면 무슨일이 생기나요?

그냥 아 그렇구나 끝 이럴거같은데..

이상 예체능이었습니다
다반향초
13/04/13 05:02
수정 아이콘
그 베르베르소설 '나무'에 있는 에피소드 생각나네요..
13/04/13 06:53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 일단 컴퓨터를 활용하여 대략 10^19 이내의 소수에 대해 위의 정리가 성립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사실 이 범위까지 숫자가 쓰이는 일은 실생활에서 거의 없으므로, 'practically 그냥 추측이 맞다' 정도로 합의하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범위 밖의 소수들에 대한 것인데, 마치 답을 알고 문제를 추측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매우 큰 소수를 만들어 낼 만한 다른 소수를 먼저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되는 셈이어서, 계산으로 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뭔가 더 깔끔한 정리가 나와 주어야 하는 시점이죠.
13/04/14 01:36
수정 아이콘
잘 보았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골드바흐의 추측> 이라는 소설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중학교때의 저에게 수학자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런 일을 할만큼의 능력과 열정이 안되므로 수학전공이 아닙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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