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 다음 날 아침 뉴스의 첫 멘트가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였다면서요?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공포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죠. 이런 상황에서, 특히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종말론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일 겁니다.
요한묵시록 묘사(이건 천주교에서 쓰는 말이죠. 개신교에서는 계시록)
특히 종교에서는 이걸 잘 이용할 수 있죠.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재림 전에 최후의 대전쟁 아마게돈이 벌어집니다. 적그리스도가 나타나니 천사들이 나팔을 부니 접시에 든 것을 쏟니 하면서 세상이 난장판이 된 후에야 예수가 재림한다는 것이죠.
이런 건 다른 신화나 종교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뢰크(그러고보니 예전에 이거 연재했었네요;;;)에서는 신들마저 다 죽고 세계가 리셋된 후 평화로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했죠.
동양의 미륵신앙 역시 이와 마찬가지겠죠.
정치와 결합됐든 아니든 종교에서는 참 쉽게 볼 수 있는 떡밥입니다. 이것으로 신도들에게 공포를 줄 수 있고, 자기를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것으로 결집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걸 믿는 사람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됐을 겁니다. 세상이 뭐 같으면 뭐 같을수록, 세계가 망하는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일수록 구원이 더 다가오는 거니까요. 뭐 그렇지 않더라도 어차피 더러운 세상 망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도 있겠죠.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이건만, 오히려 이런 거에 희망을 가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뭔가 운명, 굴복할 수밖에 없는 같은 떡밥은 왠지 유행하죠. 사람들에게는 뭔가 M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_-; 요새야 이런 종말론도 상품화 됐죠.
이 방면에서 유명했던 건 역시 노스트라다무스겠죠. 어릴 땐 정말 무서웠는데요 -_-; 워낙에 1999년에 몰빵해 놔서 그 이후 인기가 완전 떨어졌죠. 그래도 살짝살짝 보이는 모양입니다만...
그에 편승해서 나왔던 책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매거진 미스테리 조사반, MMR이죠.
"... 하고 ... 해서 지구는 멸망한다!" "뭐, 뭐라고?"
참 여러가지 상상력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시나리오를 그렸던 만화입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무서워하면서 봤어요. (...) 그런데 동생이랑 보면서도 막 학교 가고 그랬던 걸 보면 속으로는 안 믿었나 봐요. 아니 애초에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데 만화 그릴 시간이 어딨어요 ( - -)
뭐 어쨌든 그 때는 세기도 아니고 천의 자리가 바뀌는 때였으니 정말 진지하게 종말론이 돌았던 것 같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 건 참 여유롭죠.
정말 진지하게 벙커 같은 걸 만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종말론에 빠지는 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개 같은 세상이 망하고 이어질 천국에 대한 희망이든, 그냥 다 망해버려라든, 호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끝에 대한 두려움으로 빠지는 것이든요. 어느 쪽이든, 그걸 생각하면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겠죠. 거기다 음모론 쪽으로 따지면 자기는 이런 비밀을 안다는 약간의 우월감도 있을 수 있겠구요.
뭐 그래도 해는 뜨고 또 지고, 일상은 계속되겠죠. 이번 유행이 가더라도 종말론은 또 다시 올 것이고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즐길 겁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언제나 안 생기겠죠.
그러고보니 2년쯤 전에 종말론을 정말 두려워해서 술 먹고 울었던 애가 있었는데, 지금 그 드립 치니까 반응이 영 아니네요. 철이 든 것이려나요.
그것이 공포든, 호기심이든, 유희든 뭐든간에 이런 거에 관심 가지는 게 나쁜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빠지면 안 되겠죠. 언제가 되든 인류는 멸망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지 마야 달력 같은 예언에 의한 게 아니겠죠. 그리고 어떤 멘붕을 겪든간에,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 지금이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도 아니잖아요.
근데 왜 이번 건 참 날짜가 오락가락할까요. 일단 21일설이 대센데 22일이니 25일이니 -_-a 그러고보니 진짜 오늘 멸망하면 대통령 당선자님은 어쩔 orz;;;
아무튼, 그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근데 오늘따라 좀 덥네요. 바깥이 환한데 창문 좀 열어봐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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