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띠링~~
어느날 갑자기 톡이 왔다는 알림음과 함께 멋진 여자 한 분이 나타났었죠.
몇날 며칠을 3 ~ 6 시간 정도씩 대화를 나눴는데 정말 착하고 믿을 수 있는 분이더군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서로에게 끌림이 있어 우리는 얼굴도 모르는 채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날... 우리는 어색하고 수줍었지만 그간 나눴던 대화와 호감 덕분에 더욱 가까워졌죠.
만나기 전에는 혹여 톡으로 느꼈던 호감이 사그러들까 서로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호감이 더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저는 마음은 물론 외모까지 세련되셨다고 했고, 그녀는 배려심은 물론 인상도 좋고 잘생겼다며 서로를 칭찬했죠.
우리는 처음 만나 그녀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러 지글지글 고깃집으로 향했고 배를 채운 후
처음 만났는데도 그간 톡으로 나눈 마음과 서로를 만나서 느낀 그 따스한 느낌 덕에 자연스레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드랬습니다.
게다가 무덥던 날이었는데도 밤이 되니 어찌나 선선하고 바람이 부드럽던지 하늘이 우리를 축복하는 듯 했죠.
그렇게 12시 가까이 되어 헤어질 시간이 왔지만 우리는 아쉬워서 헤어지기 싫었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톡으로 대화하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톡으로 대화하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톡으로 대화하고...
무한 반복.
마음씨도 곱고 지조도 있는데 너무도 예쁘기까지한 그녀...
그런 그녀가 저를 너무도 좋아하기까지 하니... 제게 이 무슨 복인지... 정말 황송할 지경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즐거웠고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우리는 나이도 있다보니...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생각도 같았죠.
그런데... 맞지 않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그녀는 모태신앙을 가진 독실한 크리스찬이라는 것.
또 하나는 저는 무자녀를 원하지만 그녀는 2자녀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문제는 제가 다니기로 하면서 일단락되었고 자녀 문제는 하나를 낳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제가 아이를 안 낳고 싶어하는 '성향'이 마음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회를 다니기는 하겠지만 그녀가 알게 된 제 성향상 진심으로 믿지 않아도 자신을 위해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믿을 사람이 아니어서 마음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진짜 믿음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녀 자신도 자신에게 종교가 그렇게까지 중요한지는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저 그녀의 행복을 위해 믿지 않아도 평생을 교회에 다니겠다는 결심을 하는 정도 외에는...
교회에 다니겠다는 약속 외에 '믿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밤 그녀는 제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하룻밤의 꿈처럼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할 것이라고는 예전처럼 다시 컴퓨터와 씨름하는 삭막하고 적막한 생활로 돌아가는 것 뿐....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동안 나눴던 마음이 너무도 소중해서 감사하게 되네요.
지금의 이 쓸쓸한 감정까지도.
종교 문제로 고민하던 그녀에게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결론이 뻔하다.
남녀가 사랑하다 그 사랑을 쟁취하거나 헤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뻔한 이야기에 가슴을 콩닥이는 것은 사랑을 나누는 에피소드들, 그 과정 때문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지 조차도 모르지만 이미 본능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결과는 과정에 의해 그나마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 뿐 하등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대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사랑의 자유를 누리자.
물론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한 그 마음이 있기에 과정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ps.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대없이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삶이고 성자들의 삶입니다.
얼마전의 사랑을 통해 저는 진정 성자들의 삶을 맛봤습니다.
ps 2.
갑자기 여복이 터졌나보네요.
그 짧고 굵은 사랑이 끝나고 3일만에 그녀보다 더 예쁜 여자분이 제게 접근해 왔습니다.
다시 성자들의 삶을 누려볼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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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사람들은 원래 믿는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더라구요.
왠만하면 모태신앙이나 종교있는 분들은 제쪽에서 꺼립니다. 그냥 아는 사람정도로 놔두는 것만이 편한거 같아요.
사실 인연이 가면 또 인연이 오는거라지만 전 지금도 못 잊겠네요. 크리스챤은 아니고 다른 이유로 연락이 안 돼고 있습니다만...
갑자기 새벽에 잠도 안 오고 님글을 보니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