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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1 15:58:09
Name 나이로비블랙라벨
Subject [일반] 어려운 글 읽기
인터넷은 우리에게 많은 읽을 것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책, 신문 정도였지만 지금은 인터넷 하나만으로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또한 각종 커뮤니티 기반의 사이트에 나오는 글도 우리는 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글 쓴 사람의 실수가 여실히 있음에도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아니 어렵다기 보다, 인지 자체가 안 되죠. 이런 글 읽기는 반대로 글 쓰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그냥 읽거나 쓰기를 하면서도 그 속에는 뭔가 부적합 해 보이는 것들이 있지만 잘 고쳐지질 않죠.

우연하게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다 몇 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 해 피지알에 몇 글자 적어봅니다. 아랫글은 실제 모 매체에서 나온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제목 : 운전면허 필기시험 쉬워진다
부제 : 11월부터 암기형서 이해력 측정 위주로 변경

<내용>

11월부터 운전면허 학과시험이 단순 암기형 지식 평가에서 벗어나 이해력 측정 위주의 쉬운 문제로 바뀐다.

경찰청은 “교통 환경의 변화와 개정된 도로교통법령에 맞춰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현실에 맞는 실용적인 문제 위주로 개편해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개편된 학과 시험은 ‘실용적 문제 구성’이란 취지에 맞게 총40문항 중 실제 상황과 연계 가능한 그림형 문제가 기존 12문항에서 15문항으로 늘어났다. 또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교통정책을 반영해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운전이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문제도 포함할 방침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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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한 번 읽어보세요. 대략 보니 운전면허 필기시험이 쉬워지는 게 핵심이고, 쉬워지는 내용의 핵심은 임기형에서 이해력 측정 위주로 변경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좋은 글일까요?

제목부터 보면 이런 기대감이 있었을 겁니다. 필기시험이 쉬워지는데 어떻게 쉬워질까? 뭔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생깁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읽어보면 도대체 뭐가 쉬워진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첫 문장부터 난해합니다.

“이해력 측정 위주의 쉬운 문제”

부제에도 나왔지만 이해력 측정 위주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예시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더 웃긴 건 둘째 문장 마지막 부분에,

“실용적인 문제 위주로 개편”

입니다. 아무래도 실제 운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묻는 문제이겠다는 추측은 할 수 있지만 그 추측을 읽는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림형 문제’ 라고 약간 구체적으로 언급은 해줬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이 글에 대한 기대감을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지금 언급한 부분은 애교로 넘길 수 있습니다. 위 예시 글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교통정책을 반영해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운전이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문제도 포함”

여러분은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에 저탄소 녹생성장 친환경 운전에 관해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나요? 예상할 수 있는 건 급출발, 급제동 같은 것으로 유추는 할 수 있는데, 그 말을 꼭 저런 표현을 써야 했을까요?

(급제동 거는 아빠에게)“아빠, 제발 저탄속 녹색성장 친환경 운전해!!”

이렇게 말하지는 않으시겠죠?

또 하나의 압권은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문제도 포함할 방침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왜 선진화 방안을 운전면허 필기시험자가 고민해야 하나요? 차라리 교통 선진화 방안이라고 하면 이해는 갑니다만…

아마도 공공기관에서 나온 글이다 보니 이런 좀 어처구니 없는 글이 됐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실제 사용되는 단어보다 좀 더 권위적으로 보이기 위한 단어 사용이 많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부터 권위적이다 보니 양질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몇 가지 글을 읽으면서 웃겼던 것들을 뽑아보겠습니다. 무엇이 웃긴지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2005년 지표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세계 122개국 제조업 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9위를 차지해 10위권에 진입했다”

“서울 송파구 풍남동의 한 중학교는 2007년 본관 교실에 비가 새 800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교실 다섯 곳과 복도에서 빗물이 샌 데 이어 올해도 교실 8곳과 복도에서 누수가 감지돼 총 2년간~(이하생략)”

“인권위 권고 수용률 78%서 66%로 하락”

(간통에 관한 법원 판결문 중, 80년 대)“피고 xx와 oo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을 통해~(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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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1/04/11 17:02
수정 아이콘
맨 마지막 판례는 운우지정을 통해도 아닌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끽(喫)하야" 였던 것으로 기억..저도 엄청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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