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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13 10:47:40
Name 항즐이
Subject [일반] 애틋함은 어디에나 있다 - 덕후들에게
http://lezhin.com/659

링크 요약 : 2ch에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덕후들이 모여서 2D 소녀(게임 속의 그녀들)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이 현실적으로는 덧없는 것임을 노래한 가사를 쓴다. 누군가가 거기에 작곡을 해 노래로 만들고, 2D 소녀, 3D 소년(게임하는 덕후들)의 양쪽 노래가 된다.

시뮬라크르에 몰입하여 현실과의 미묘한 괴리감에 빠지는 순간 찾아오는 것은 희열이기도 하고 절망이기도 하다. 환상의 미약에 취하는 대가는 아직 발을 빼지못한 현실의 악취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 일었던 거대한 연애소설의 시대적 폭풍과 영화산업과 텔레비젼 방송을 가능하게 한 수 많은 사랑 이야기들은, 능동적으로 행동을 선택하고 반응을 구하는 게임에 이르러 시뮬라크르의 한계를 찢고 있다.

하지만 안다, 아무리 세상에 비웃는 취향을 가진 그들이라 해도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현실로 부터의 박리는 진실로 환상에 매몰되지 못해 애쓰는 자기최면의 안타까움이다.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고, 나는 .. 썩은내나는 뒷골목 아스팔트 틈 보다도 못한 햇살을 받고 있다. 그게 거짓이라도 좋아. 소녀가 보여주는 웃음이 점멸하는 광원에 불과해도 좋아. 내가 느낀 설렘은 환상이 아니니까."

".. 하지만.. 어째서 나는 정말로 믿어버릴 순 없는걸까.. 내가 선택하는 세계는 왜 날 선택하지 않아."

안여돼(안경 쓴 여드름 많은 돼지)의 스테레오 타입을 생각하면 할 수록, 많이 만나본 사회성 떨어지는 대화 어려운 여러 종류의 덕후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애틋함은 비웃음에서 외려 더 멀어지고 가슴 속은 진심으로 서늘해지고 마는 것이다.



덧. 이미 pgr 유게에도 올라와있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진지하게 써 보고 싶었습니다.

덧2. 일부러 다소 현학적으로 쓴 흔적들이 있습니다. 보기 좋지 않지만, 이 주제 (2D - 3D의 사랑)를 가볍게 보지 않으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싶었습니다.

덧3. 오랜만에 자게에 글 쓰는데 이런 글이 되네요. 하핫.

덧4. 제가 미연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FM이나 WOW, 리니지를 하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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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이유
10/09/13 10:54
수정 아이콘
가상현실게임이 나온다면? Matrix 같이 완전한 가상세계는 요원한 이야기지만, 어쨌던 지금보더 훨씬더 가상현실에 근접한 게임이 나오는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면서 2D오덕의 위치가 점점 달라질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회부적응자이미지가 강하지만 말이죠.
사회복지가 점점 발달하고, 가상현실에 점점 근접하는 게임이 나올수록.. 아무일안하고 정부보조금만 받아서 가상현실속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삶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나쁜것인지 좋은것인지는 일단 잘 모르겠지만....
가끔씩 생각이 삼천포로 빠질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류의 문제는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해골병사
10/09/13 11:04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이군요.

그런데 미연시는 재미가 없더군요, 글쓴이님께서 왜 무서워하시는지는 잘 이해가 되진 않지만;;

뭔가 소리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는거 같아서요;
휀 라디엔트
10/09/13 11:10
수정 아이콘
인셉션에서의 한 대목이 생각나네요. "이들은 잠을 깨러 온다." (스포면은 죄송합니다...)

글쓴이께서 언급하신 FM...벌써 즐긴지 어언 8년째가 됩니다만 아직도 현실과 가상을 구분못합니다.
요샌또 외질에게 꽂혀서...모니터상으로 외질이 상대팀을 헤집고 다닐때마다 헤헤 거리다,
현실에서 외질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또 헤헤거리고...나도 저렇게 날쎄게 헤집고 다니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언제나 수미 아니면 센터백...

그래도 자신의 꿈을 저런식으로라도 만족할 수 있다는건 누구도 뭐라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저도 내 자신은 그런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 자녀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다면 꼭 축구선수로 뛰고 싶게 밀어줄 생각이 있습니다.
하물며 내가 축구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가상세계? 전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뛰어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런 사람들이 이해가 가고 또 밉지는 않네요.
물론! 저런 행동들이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비판의 대상이겠지만요.
Darwin4078
10/09/13 11:26
수정 아이콘
쓸데없는 태클이긴 한데..
시뮬라르크가 아니라 시뮬라크르(simulacre)가 맞습니다.
10/09/13 12:06
수정 아이콘
링크가 열리지 않네요. 하지만 본문에 비추어 어떤 내용일지는 짐작이 갑니다.

사실, 사회적 평가보다는 그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구성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런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욕할 문제가 전혀 아니죠. 쉽게 오덕후 오덕후 농담처럼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반면, 사람들은 그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욕하고 조롱하고 비난하죠. 가끔 보면 잔인할 정도로 조롱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곤 합니다.

이와 유사한 주제를 다룬 카이첼님의 게임판타지소설 '리얼리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소통하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이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강요함으로써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소통을 원치 않고 자신의 세상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사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다양성 존중의 차원에서 옳지 않을까요?
Darwin4078
10/09/13 12:18
수정 아이콘
흠.. 음.. 덕후의 세계에 무릎까지 담가본 입장에서..

이런 경우의 덕후(라 쓰고 히키코모리라고 보는게 맞겠습니다.)의 감정은 철저하게 애니메이션, 게임에 의해 시뮬레이션되어있는 것인데
다량의 미연시, 애니메이션을 보고,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이런 감정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에게 향하는 것인지, 캐릭터및 전반적인 상황을 창조한 크리에이터의 능력에 향하는 것인지
잘모르겠더군요.

이러면서 덕후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즈음..
보르헤스를 읽다가
'신은 체스 두는 사람을 움직이고, 체스 두는 사람은 말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그 게임을 시작한 신 뒤에는 누가 있는가?'
확실하진 않지만.. 뭐 이런 식의 글였는데요..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을 받으면서 덕후의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취향입니다. 이해해 달라는 말도 안하고 존중해 달라는 말도 안할께요.
그냥 내비둬주세요.
10/09/13 12:54
수정 아이콘
저.. 죄송한데 '많이 만나본 사회성 떨어지는 대화 어려운 여러 종류의 덕후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이 잘 이해가 안돼서 글쓴 분께 질문 좀 드릴게요.
일본어로 쓰인 글을 요약해서 비문이 된 듯 한데
(지금껏 내가) 많이 만나 본, 사회성 떨어지는, 대화(나누기가)어려운, 여러 종류의 덕후...로 해석하는 것이 맞나요?
10/09/13 13:37
수정 아이콘
링크는 안 뜨지만, 아마 안봐도 tragic boy던가, 그 노래겠지요. 사실 글의 제목을 보고 딱 그 노래를 떠올렸습니다.

왜냐면 예전에 유게에서 그 노래를 보고 '오타쿠 문화를 이런식으로 애절하게 해석, 표현하는 방법도 있구나'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제목도 기억할 정도니...)

개인적으로 덕후 수준으로 캐릭터에 대해 (단순 오타쿠 문화를 떠나서 소설을 보거나 드라마, 영화를 보거나 해도 마찬가집니다.;; 아니, 조금 더 나아가서 아이돌도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구요.) 하악거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특히 여캐에 대고 하악거린 기억은 없군요.-_-;; 남캐 보고 멋지다면서 감정이입이 되거나 한 적은 있습니다만...;; 저는 여캐나 여자 아이돌들이 일단 저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걸 무의식 속에 딱 깔아놓고 '어차피 가까워질 수 없는 환상속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같아요.) 분명히 제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캐릭터나 아이돌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그런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굳이 그런 사람을 비웃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10/09/13 14:05
수정 아이콘
나의 첫키스는 LCD액정보호 필름맛~
문화에 고급과 저급을 나누는 기준을 세우는것조차 불가능할진데 2D(애니)와 3D(아이돌)의 차이란 보이는것 보단 그렇게 크진 않겠죠.
레진님 블로그에 노래를 듣고있자니 10년도 더 전에 했던 취작 진엔딩 스토리가 생각나네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호접지몽을 녹여낸 아주 수작 스토리였네요.
김연아이유
10/09/13 14:15
수정 아이콘
문득 이런 노래 자체가 어떤의미로는 덕후의 안좋은점(?)에 대한 반례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것이 울타리밖의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감동(?)을 준다는 것이며 그런것이 다름아닌 사회와의 소통이기 때문이죠.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모모리
10/09/13 14:26
수정 아이콘
전 지금도 2D 인물을 좋아하는 것과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지히트
10/09/13 15:38
수정 아이콘
옛날 전영소녀(비디오걸)이 떠오르는군요. 그 주제가. 애절한 음율과 가사.
PC속 가상현실이전에 이미 오래전부터 '시뮬라르크의 한계을 찢고'자 하는 욕망은 지속적으로 다루어졌죠.
고대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의 사랑도 그 일종이라 생각하게 되면.
덕후들의 저러한 순정은 신인류의 파격은 아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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