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 기숙사에서 퇴사를 당하고 하숙집을 알아본것은 단순히 급했기 때문이다. 자취를 할수도 있었겠지만 혼자 살림이란걸 전혀해보지 못했고 세간살이조차도 기숙사 옮겨다니기 쉬우라고 컴퓨터 하나 달랑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며...흔한 세탁기나 티비부터 살림살이를 하나씩 모두 마련한다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1시 이후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는 기숙사에서 친구를 재워줬던게 화근. 그냥 조용히 잤으면 그것 역시 괜찮았겠지만 그 나이때 배고픔이란건 어떤 고통보다 참기힘든 강렬한 것이어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다 걸려 불의의 퇴사 아니 정의의 심판을 당했다. 개인적으로는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하숙집은 다섯개의 방과 세명의 여자 두명의 남자의 하숙생이 살던 그저그런 보통의 하숙집이었다. 당시 숫기가 극도로 부족하던 내가 말을 한번이라도 섞어본 하숙생은 누나 한분이 유일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중간쯤 되어보이는 분이셨는데 막내아들 같다며 내게 무지 잘해줬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고 보니 아주머니께서는 한달반쯤 지나고 암이 밝혀지셔서 입원을 하셨다. 당연히 하숙집에는 신경을 전혀 쓰시지 못했다. 나는 좀 느긋하게 한두달 있으면 돌아오실거라 믿었는데 다른 하숙생들이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그 누나와 나. 그 누나는 내가 동생처럼 느껴졌는지 아주머니 대신 밥도 차려주고 밥상머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그랬다. 난 극도로 낯을 가렸고 숫기가 없었고 다섯살이나 위인 어른이 어려웠고 그래서 말도 잘못했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바로 옆옆방인 그 누나의 방에 노크한번 해보지 못했다. 한달정도는 누나가 자기 끼니챙기며 내 밥도 챙겨줬었는데 그당시 내가 고맙단 인사는 잘했으려나 모르겠다..
그 누나마저 나가면서 혼자지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괜찮다며 웃으며 이사를 도와드렸었는데 그날에서야 누나의 연락처를 받았다. 사실 숫기가 없어서 그뒤로 연락도 못드렸었다.
길어도 두달이면 돌아올줄 알았던 아주머니는 결국 6개월동안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처음엔 곧 돌아올꺼라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기다렸으나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걱정되서 내가 나갈수가 없었다. 아주머니 방까지 합치면 6개인 집에서 4개월을 혼자살았다. 지금 성격이었으면 맨날 친구들과 술판이나 벌리며 재우고 그랬겠지만 당시는 그렇지도 않았다. 그땐 그냥 친구집에서 자주 지내고 집에 잘 안들어 왔었다. 웃긴건 집에 가도 내 방 밖으론 나가지도 않았다. 내 방과 거실 외의 다른 빈방들은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친구분께 부탁해 간단한 밑반찬과 쌀 등의 생필품은 가져다 두셨다. 그 친구분은 가끔 설겆이도 해주셨고 간단한 청소도 해주셨다. 주로 밖에서 먹었지만 어째든 가끔은 그래도 집에서 밥은 먹고 살아야 하겠기에 나는 계란후라이를 해먹었다. 매일 끼니마다 하나씩. 꼬박꼬박. 집에서 10끼를 먹었으면 계란후라이를 10개 먹었고 20끼를 먹었으면 계란후라이를 20개 먹었다. 집에서 세끼를 먹었다면 세끼 모두 계란후라이를 먹었다. 할 줄 아는게 없으니 별수 없었다. 그렇게 물리도록 계란후라이를 먹으며 아주머니 오시면 맛있는거 많이 해달라고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음식솜씨 하나는 일품인 분이셨다.
그렇게 6개월뒤에 돌아오신 아주머니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으셨다. 아마도 힘든 항암치료 과정에 빠진거겠지. 나에게 더이상 하숙을 못하시겠다고 하셨다. 아주머니께서 해주시는 맛있는 요리는 결국 먹을 수가 없었다.못챙겨줘서 미안하다며 하숙비의 절반을 돌려주셨고. 집을 다시 내놓으시고는 다시 경기도 근처의 요양원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그날부터 매일같이 부동산 아저씨의 연락을 받아야했고 다녀갔던 여러 사람들 중 한분이셨던 하숙을 치실 새로운 아주머니가 이 집과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는새로 하숙을 치실 아주머니와 계약을 하러 마지막으로 집에 얼굴을 비추셨다. 그리고 정있는 녀석이라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그리고는 새로오시는 아주머니께 나에 대한 부탁 한마디도 덧붙히셨다.
"이녀석은 계란후라이를 정말 좋아해요. 많이 해주세요."
'아주머니 사실 그때 저 계란후라이만 보면 토할꺼 같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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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하숙-기숙사 생활을 7년 넘게 하다보니까 , 공감이 많이 됩니다.
사실, 기숙사- 하숙 하다보면 계란 후라이 먹기가 쉽지 않아요. 전 계란 후라이를 무지 좋아하는데 말이죠..
주말에 집에가게 되면 , 항상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먹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반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컴퓨터가 이상해져서 꽤 길게썼는데 다 지워져버렸네요ㅠㅠ 저는 어머니께서 아침마다 계란후라이 하나씩해주는데 저는 늘 다른반찬안먹고 계란후라이 하나랑 밥먹고는했죠. 자취생활하면서도 처음에는 계란한판씩 사다가 계란후라이를 해먹었지만 날이 갈수록 프라이팬관리-_-며 튀긴 기름닦아내는일이며 번거로운일이 많고..또 무엇보다 계란값이 비싸서 계란을 끊게되었습니다..물론 집에만오면 +0+....오랫만에 따뜻한글보니 마음이 훈훈해져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