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문제에 대한 제 일기입니다.
특성상 경어를 사용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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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녀석들의 이름은 '호란' 이와 '나비' 였다.
내가 지어준 이름은 아니였고, 하루에 두번 녀석들이게 밥을 주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얼룩무늬가 마치 호랑나비 같아서 붙여준 이름이랜다.
같은날 태어난 녀석 둘이서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좀 귀엽게 느껴졌지만
조금만 크면 또 우리동네 쓰레기통을 뒤질 생각을 하니 갑자기 정이 뚝떨어졌다.
2# 퇴근후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데, 모퉁이를 돌다가 왠 이상한 것이 훅 지나간다.
아뿔싸, 호란이와 나비때문에 애꿋은 남의 차를 긁었네.
이놈의 고양이들, 여기는 사람이 사는 동네인가 고양이들이 사는 동네인가
얼마전엔 동네꼬마가 놀이터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냥이들때문에 기겁을 했고
시장에 다녀오던 할머니는 놀라 넘어져 손목뼈가 부러졌댄다. 조만간 고양이가 사람잡을 기세다.
3# 낮잠을 좀 자려는데 밖이 시끄럽다.
동네사람들이 식당아주머니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있네.
"자꾸 이런식으로 밥을 주니까 온동네가 고양이판이죠! 그놈의 고양이 새끼들을 다잡아 죽여야겟다"
동네 사람들이 더 이상은 못참겠나 보다. 나는 누구편을 들어주어야하나.
4# 구청직원들이 며칠 전부터 고양이 덫을 몇몇 설치하더니, 오후쯤에 구청마크가 찍힌 트럭에 냥이 들이 가득실려있다.
녀석들은 어디로 가는걸까? 중성화 수술을 해서 다시 동네로 보내준다는데, 정말로 다시 돌아오긴 하는 걸까?하고 구청직원들한테
물어 보려다가, 그냥 결국 집으로 들어온나는 결국 고양이편이 아닌가 보다.
어라, 저기 호랑나비네 엄마도 있네? 호란이와 나비는 어떻게 되는거지?
5# 폭염뒤에 오는 태풍이 무섭다더니, 그말이 사실인가보다.
그토록 기다렸던 소개팅 까지 취소하게 만드는거 보면.
냥이 울음소리가 바람소리에 섞여 들린다. 녀석들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
6# 며칠째 호란이는 보이지 않고 나비만 보인다 했더니, 식당 아주머니도 바람이 얼마나 쌘지 밖으로 나갈수가 없어서 밥을 주지 못했단다.
어디서 비를 홀딱 맞고 누워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다가, 동네 고양이 하나 없어졌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니 기분이 묘해진다.
7# 남의 차를 긇었더니 당분간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없어진다.
오늘 출근길에도 버스를 타야지.
잠깐이지만 눈좀 붙일려고 했더니 중앙선에 나비가 누워있다.
녀석은 목숨이 끊어지던 순간까지 대체 뭐가 그리 보고싶어서 눈을 뜨고 있을까.
그들이 우리의 삶을 침범한것인가, 우리가 그들의 삶을 침범한 것인가...
고양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양이를 없애면 자연스럽게 고양이 문제도 해결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잘모른다..
고양이 문제를 먼저 없애면 고양이는 안없애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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