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즐기시는 피지알러분들이라면 이게임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하실것이고,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이야기 들이지만 소소하게나마 느낀점을 일기형식으로 적어보고합니다. 다른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와 만나면 게임방을 자주가곤했는데요, 매번 워크 유즈맵(타워디펜드 등)만 하다보니 너무지겨워서, 재밌는 온라인게임을 찾다가 우연히 드래곤네스트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온라인게임처럼 모든유저가 던전에서 사냥하는 방식이 아닌 4인 파티를 구성하여 던전에 입장하는 룸 방식이어서 PK당할염려도 없고, 3D 논타겟팅 액션방식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타 다른 온라인게임을 벤치마킹또는 모방으로 여러 장점들만 취한 게임이겠지만, 여러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2. 거래소
이전에 경험한 온라인게임은 디아블로2가 전부이어서 거래소의 존재는 제게 너무나 혁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거래소에서 몇번만 검색해보면 시세를 쉽게 파악할수 있는등의 정보비용이 절감된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더군요. 디아블로2시절에는 예를들어 "OO삽니다.......제시요........독참50개.......즐~"이런게 너무 싫었거든요.
아이템을 팔기위해 또는 사기위해 게시판등을 둘러보며 시세를 알아보고 다니는 시간이 너무나 짜증 나더군요. "즐"이라는 단어를 대여섯번을 들어야 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을 벗어나 약간의 거래수수료(판매가의 총 4%)만 공제하면 눈치안보고 거래를 할수 있다는 점이 대단한 발명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거래소의 아이템시장 외에 보석의 시장도 완전경쟁시장정도 까진 아니지만 자유시장으로 주식거래하듯이 시세차익으로 골드를 점차불려나가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르던 때도 있었습니다.
종목을 몇개 정하고, 사자, 팔자의 기준을 정해서 거래를 하는게 무지 재밌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접속하는 낮시간엔 보석가격이 싸고 밤시간엔 보석가격이 오르는 점을 발견하곤, 낮에 왕창 사놨다가 밤에 파는 식으로 재산을 불렸던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시스템상 장사꾼을 막기위해 일주일 거래횟수 를 제한하긴 하였지만, 계정을 많이 만들면 상관없었기에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겄같네요.
3. 우편시스템
이전의 디아블로2를 할때에는 창고케릭을 관리하려면, 동시에 친구가 접속하지 않는 이상
1) 비방을 생성하고 아이템을 떨군후 창고캐릭으로 재빠르게 접속하여 열려라참깨를 외치는 방법
2) 카우방등 일반방 액트1 후미진곳에 아이템을 떨군후 창고캐릭으로 입장하는 방법
등이 있었는데요, 렐따가 눈앞에 보이던 순간에 치솟는 스트레스는 아직도 가늠할수 있을 만큼 선명합니다. 하지만 우편제도는 그런것들이 한낮 추억이 될만큼 창고캐릭관리에 전혀 위험이 없는 고마운제도 였습니다.
더구나 거래소에 비싼 아이템을 올리고, 접속해있지 않을 경우 우편으로 깎아달라는 애교섞인 편지도 날라오는 재밌는 상황도 생기곤 했습니다.
4. 강화시스템
강화시스템은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처음접해본 시스템이었는데요, 이것또한 획기적인 발명으로 다가왔습니다.
내 아이템의 접두사가 안좋더라도, 옵션이 않좋더라도, 강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강해질수 있기에 꼭 좋은 무기를 얻기위해 사냥에만 전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골드와 보석의 회수를 통해 게임내 경제시스템의 회전이 빨라지고 활발해지는 효과도 굉장히 좋아보였습니다.
디아블로와 비교해볼때 디아블로의 화폐시스템은 조단, 독참, 굴룬 정도로 원시적이고 게임제작의도와 맞지 않았던거에 비해, 이게임은 골드라는 화폐자체가 그기능의 전부라 할정도로 제작의도에 맞게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강화시스템에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igh리스크 -> High리턴 이듯이 강화를 통해서 골드를 버는 사람들도 꽤나 되더군요...어쨋든 강화라는건 굉장히 흥분되고, 재미있는 컨텐츠인것 같습니다.
아마도 강화 확률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성공하면 누군가의 아이템은 파괴되는 시스템인것 같더군요...월드거지와 월드부자를 동시에 만들어내죠...제물템이라는것도 굉장히 재밌는 개념이었습니다.
5. 부자가 되는 케릭, 거지가 되는 케릭
이게임을 시작할때 액션감 때문에 시작한지라 소드마스터라는 탱커형 딜러를 선택하였는데요, 그것은 엄청난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만랩을 키워보고 느낀점은 이케릭자체는 도데체 노력으로 어찌할수 없는 한계점을 가진, 마치 인도 카스트제도의 하위계층으로 비유할법한 케릭이었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4인이 풀파티라 <힐러/딜러/탱커/버퍼>로 주로 구성이 되는데, 소드마스터라는 직업이 낄자리는 굉장히 좁았습니다. 그나마 그 굉장히 좁은자리는 소위 에픽템으로 도배한 쩌는 소드마스터의 차지가 되더군요.
자연히 딜러라는 계층은 강화에 투자를 할수밖에 없고, 강화라는것이 골드소비가 엄청난 컨텐츠라는것을 알게된건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드마스터라는 직업을 계속 고수하다간 거지신세를 벗어날수 없을 운명이더군요.
사람이란 현실은 척박하더라도 희망과 꿈은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소드마스터는 그마저도 없는 아프리카 난민같은 존재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노력해도 현실을 바꿀수 없었으니까요.
결국 온라인게임은 골드를 모으기 위해서는 보조케릭,즉 힐러or버퍼 등으로 시작을 해야하는구나 느끼고, 포스유저라는 흑마법사(버퍼)로 다시 시작하고 골드를 꽤나 모았던것 같습니다.
5. 골드인플레
일반 현실셰계의 경제도 규모가 성장하면서 시장이자율의 비율과 비슷하게 인플레가 이루어 지듯, 드래곤네스트라는 게임도 시간이 지나니 골드인플레가 이루어 지더군요. 던전이 하나둘 새로이 생성되고, 새로운 아이템과, 골드가 풀리니 보옥가격과 아이템가격이 몇일 단위로 폭증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거래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불완전경쟁과 할당적효율성이 없는 게임내의 시스템인지라, 몇몇 유저들은 크게 이득을 보고 몇몇유저들은 커다란 손해를 입었습니다. 저는 커다란손해를 입은 유저에 속하였는데요, 게임패치로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수 없는 리스크 있는 아이템보단, 안전한 골드소유를 선호하던 저에게, 골드인플레는 엄청난 손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골드의 가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으니, 저의 재산도 거의 반토막이 난셈이었죠.
나름 거래소에서 보옥장사로 재산을 불려왔던 저인지라, 게임내 경제시스템에 대해서 많이 알고있고,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자신이 있던 저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6. 돈이 돈을 부르는 더러운 세상
보옥장사로 한참 재미를 보다보니 어느세 만랩이 되었습니다. 만랩이 되고 상급아이템이 떨어지는 던전에서 사냥을 하다보니 제가 잘못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보옥과 아이템장사(쌀때사서 비쌀때 파는)가 골드불리기의 최선의 방법이고 블루오션이라 믿고 있었으나 정답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장사를 하고 있을 그시간에, 동시에 누군가는 최상의 아이템으로 최상의 파티원들과, 최상의 던전에서 탬사냥을 하여 많게는 몇천골씩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과 이것이 정답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 세팅하는 최상의 아이템을 세팅할수 있는 유저는 게임초창기 유저 또는 현질한 유저등만이 세팅할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일정 자본이상을 가진 유저들 만이 최상의 던전에서 사냥하고 탬을 얻을 일종의 자격이 생긴 샘이죠.
(High 노력, 시간 << High 자본 ---> High 리턴) 돈이 돈을 낳는 법칙이 게임상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지더군요, 부동산불패, 강남불패처럼 게임내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적은 유저들사이에서도 이처럼 보유 아이템과 골드량에 의해 계층화가 되어서 유저들간 알수없는 장벽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란 자고로 실력있는자가 인정받아야 되는데, 어찌된일인지 3D액션게임에도 불구하고 컨트롤보단, 아이템이 인정받는 사태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찌됬건 있는골드 없는골드 다끌어모아 장비를 셋팅하고 그들에 합류하여 저도 템사냥을 꽤나 다닌 이후로는 골드를 나름 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왜 이렇게 골드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예전처럼 사냥이 재미있지도, 강화에 흥분되지도, 않게 될정도로 게임컨텐츠를 소모한 이후로, 게임을 하게되는 목적의식이 없이 그냥 관성의 법칙처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골드를 벌어서 현금으로 팔생각도 없는데, 단순히 자존심 때문에 골드에 욕심을 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한심하고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게임을 안하게 되었네요. 가끔 친구가 놀러오면 한두시간씩 하게 되지만, 예전처럼 의무감에 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이 게임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저는 추천해 드릴것 같네요. 뛰어난 액션감과 캐릭터의 아기자기한 면등, 게임성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다고 감히 얘기해 봅니다.
굉장히 두서없는 글이었는데요, 혹시 피지알러 여러분들중 드레곤네스트를 해본 유저는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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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최근에 나온 온라인 RPG치고 와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게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글만 봐서는 좀 심하게 영향받은 것 같긴 하지만, 3D 액션 방식이라면 또 나름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을 것 같네요.
다만 국내 게임들을 보면, 와우를 기왕 참조할거면 골드 없는 신규 유저들의 진입장벽을 줄여주는 것도 좀 배웠으면 싶을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