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직자들의 말투가 참으로 거칠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에서 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국회의원에게 '미친 놈'이라고 말했다가 불행히도(?)
녹화/녹음이 되어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비롯해 많은 공직자들이 공직의 의미를 망각한 듯한 망발을 범하는 경우가
자주 보도되곤 합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으로 만든 태왕사신기를 보다 보면 아주 높은 관직의 사람을 부르는 이름으로
대형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고려시대에도 장관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장관을 형이라고 부르고 차관을 소형이라고 불렀으니 친근감도 나고 이렇게 부르는데 대놓고 으스대거나 악정을 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또 친근한 형이라는 말로 불렀으니 지금보다 한결 더 권위적이고 오만하게 군림하라는 뜻도 없고
또 백성앞에 겸허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구려의 옛 관직에는 대사자, 소사자라는 직위도 있습니다.
큰 심부름꾼, 작은 심부름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백제에서는 은혜롭게 거느린다 하여 덕솔이라 했다니 얼마나 도덕적인 호칭입니까.
영어의 장관도 심부름꾼이라는 겸허한 호칭으로 우리의 호칭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의 장관인 '미니스터'는 15세기까지만 해도 여염집 심부름꾼을 뜻했습니다.
그 말이 신의 심부름꾼이라 하여 성직자의 뜻으로 승화되고 다시 백성의 심부름꾼이라 하여 장관의 뜻으로 격상된 것입니다.
미국의 장관인 '시크리터리'가 비서라는 뜻임을 미루어 볼 때 미국의 장관도 어원상으로는 역시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부름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신이나 장관은 백성에게 군림하는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호칭입니다.
군신이라는 군주주의에서 파생된 신하의 우두머리가 대신이고, 관민이라는 관료주의에서 파생된 관의 우두머리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백성이 주인이고 민심이 천심이라고 그렇게 외쳐대는 높은 분들께서는
백성을 자신의 졸개 정도로 아는 짓거리를 망발하고 있으니,
도무지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 수가 없고,
또 쥐꼬리만한 지위를 이용해서 안하무인으로 굴며 백성을 핍박하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자들이 늘고만 있으니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고 했지요.
구중구궐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일들도 다 알려지게 되어 있고,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은인자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작금의 세상인 것 같습니다.
예전 글이지만 요즘 다시 씁쓸하게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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