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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7 15:33:12
Name 늘푸른솔
Subject [일반]  명태
제가 대학교 1학년일 때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의 구제금융을 수용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요새 유럽쪽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 나라들보다는 상황이 나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잘 대처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아니었지요.
당장 큰일이 난 것처럼, 금방이라도 큰일이 날 것처럼 걱정하던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도 큰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인 큰일이 구조조정에서 이어지는 명예퇴직이었지요.
부모님께서 월급쟁이인 친구들 중 명예퇴직 이야기를 하지 않은 녀석을 찾기 힘들었을 정도로 큰 일이었드랬습니다.
당시만 해도 군대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던 저희 학교 학생들이 한꺼번에 입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저는 그 일때문에 간 건 아니었지만 복학할 때 보니 그 때 군대갔던 xx학번들이 한꺼번에 제대해서 복학하는 바람에 기숙사가 엄청
부족하다고 울상짓던 직원들이 생각나네요).

제 아버지께서도 그 시절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셨습니다. 매월 들어오던 고정수입이 없어졌고, 명예퇴직을 반대하셨던 어머니의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져서 친구랑 전화통화 오래 하는 것도 눈치를 보던,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절이었죠.

운동선수가 전성기를 보내고 바닥까지 내려가기 전에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달리 당시의 명예퇴직 제도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잘릴 때 잘리더라도 그 때까지는 다녀야하는 것 아니냐. 조금 더 쥐어준다고 냉큼 퇴직해버리면 당장 내일부턴 어쩔거냐'는게 어머니의
말씀이었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고통이 아버지에게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명예퇴직 제도가 '천하에 둘도 없는 사악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막상 겪게 되니 좋게 보이진 않더군요. '명예퇴직'이라는 단어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구요.

요새도 명예퇴직 이라는 제도가 그대로, 또는 이름만 바꿔서 심심찮게 들립니다.
무엇이 최선인지는 저같은 공대생 머리론 알기 힘듭니다만..
다만 그 가족들의 고통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노래 한 곡 소개합니다. 천지인 이집하면 청계천팔가를 제일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워낙 아시는 분들도 많고.. 다음에 소개하기로 할게요. 오늘은 '명태'입니다.


명태 -천지인-

내 이름은 명태 한 때는 잘 나갔지 찾는 사람도 많았고 맛있게 잡쉈겠지
싱싱할 때 잡혀와서 아주 신선했지 나는 수많은 미끼 중에 하나를 물었을 뿐야

나는 얼리면 동태 며칠씩 시장 바닥에 내놔도 눈 하나 꿈쩍않고 시선을 견뎠지
내 이름은 명태 생태의 좋던 시절도 잠깐일 뿐
내 이름은 명태 위풍당당한 황태가 부러워 부러워

내 이름은 명태 지금은 한물갔지 잡을 땐 언제고 너무나 질린다지
나는 동태 아니면 북어밖엔 몰라 이젠 궤짝에 실려 바다에 내버려질 뿐야 워~~

내 이름은 명태 생태의 좋던 시절도 잠깐일 뿐
내 이름은 명태 단물도 다 뽑히고 껍데기일 뿐 껍데기일 뿐 워~~

내 이름은 명태 지금은 한물갔지 잡을 땐 언제고 너무나 질린다지
나는 동태 아니면 북어밖엔 몰라 이젠 궤짝에 실려 바다에 내버려질 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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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zellnu
10/06/07 15:40
수정 아이콘
명퇴모집 받을때 안가고 게기면 근무돌리고 이런 방식으로 사람 못견디게 만들어버리더군요.
아버지들은 참 대단하십니다. 끝까지 참고 견디고 그저 학교졸업한번 시킬려고...

천지인은 청소부김씨도 괜찮습니다. 우리들의 외식같은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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