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을 시작하며
제가 그동안 써오던 예능이야기를 읽어오신분들은 아시겠지만, 하하와 몽에 대한 저의 관심은 극에 달해있다는걸 느끼셨을겁니다. pgr21에 예능이야기 첫번째글의 타겟이 무한도전과 1박2일이었고, 여섯번째 글은 아예 하하에 대해서만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 중간중간에 MC몽에 대한 거의 찬양에 가까운 내용이 있지요. 그래서 이 두사람이 새로 어떠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있었습니다. 워낙 색깔있는 2MC다 보니 프로그램 성격도 방송이 되지 않았어도 예상은 가능했다고 할까요.. 하하몽쇼를 봤습니다. 몇주동안 천안함 사고 때문에 방송되지 않던게 어제 드디어 전파를 탔지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실망이었습니다. 근데 이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번 리뷰에 공감을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의 주관적인 리뷰를 써 볼까 합니다. 아까 낮에 질문게시판에 어떠한 분께서 하하몽쇼 어떠셨나요? 라는 글이 있어서, 댓글을 썼습니다. 거기에 쓴 댓글은 개인적인 느낌. 주관 100% 이지요. 다만 그 댓글처럼 이것은 이러이러합니다. 수준에서 그칠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함께 적어볼까 합니다. 이번에도 모자란글 시작합니다.
#1.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아는 제작진
저번에 다섯번째 예능이야기에서 세바퀴와 스타골든벨 비교 리뷰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보면 스타골든벨의 특징을 나름 적어놨습니다. 짧게 적어보자면, 10대~20대 젊은층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있는 버라이어티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딱 한명을 찝어서 깊게 파고드는것이 아니라, 여러명의 연예인을 불러놓고 살짝살짝 다루면서 결국 시청자들을 얇고 넓게 확보하는 방식이지요. 하하몽쇼도 마찬가지입니다. 첫방송이었던 어제의 방송분량을 보면 메인MC인 하하와 MC몽, 그리고 서브MC격인 김신영에 이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인 나르샤와 가인, 소녀시대의 수영과 효연, 샤이니의 Key, 엠블랙의 지오가 초반 30분에 고정 멤버로 나왔고, 게스트로는 빅뱅의 승리와 대성군이 나왔습니다. 후반 30분에는 카라의 규리와 하라, 그리고 2AM 멤버들이 나왔습니다. 출연진의 90% 이상이 아이돌입니다. 이정도 되면 스타골든벨보다 더 '대놓고 10대는 우리꺼' 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한게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은 MBC의 우리결혼했어요 시즌2, KBS 2TV의 스타골든벨이 있습니다. 다 고만고만한 타겟의 프로그램입니다. 결국 그 시간에 TV 리모컨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10~20대 라는걸 알고 있는 제작진이 절묘한 한수를 둔 것이죠.
2010년형 신개념 버라이어티 하하몽쇼의 첫 오프닝. 메인MC인 하하와 MC몽 그리고 가운데에는 김신영이 있고, 뒤에 많은 아이돌이 함께 있다. 과연 이 버라이어티가 2010년 신개념 인지는 잘 모르겠다. 1990년이라면 모를까..
#2. 프로그램 구성 자체도 젊은층을 위한 포맷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장년층을 위한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도 있는데, 하하몽쇼는 왜 안돼요? 라고...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과 이것은 다릅니다. 주류층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비주류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목적이 있으나, 주류에 따라 자신도 대세가 되어보려는 행동은 결코 비주류층 프로그램과 목적이 같지 않습니다. 둘 다 특정계층을 위한 행동이라도, 한쪽은 방송매체에 상대적인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한쪽은 대세에 편승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교가 되겠습니까.
첫화 방송내용에 대해서 들어가자면, 초반 30분은 빅뱅의 대성과 승리가 게스트로 나와서 그들에 대한 랩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 가사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풀어가면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들자면, 빅뱅의 태양은 20살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순수한 청년이다. 탑은 이병헌 권상우와 촬영 같이 하고 다니더니 요즘 빅뱅같지가 않더라. 이런식입니다.
윗 사진은 속Free랩 장면의 한 부분이고 아랫사진은 그 노랫말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말하는 모습이다.
빅뱅에 대해 잘 모르는사람들은 전혀 공감이 안갈 수 있습니다. pgr에선 이걸 계층유머라고 하죠. 축구에 관심없는 사람에게 '사비올라가 바르샤에서 레알로 이적했대. 놀랍지 않아?' 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이 대화는 유럽축구 커뮤니티에서나 먹히는 계층이야기 입니다. 나오는 게스트도 아이돌, 고정 패널도 아이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도 랩, 대놓고 '10대 20대 Come on Baby' 를 외치고 있으니 중장년층은 소외감이 들수밖에 없을겁니다.
여기서 자주 꺼내는 청춘불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청춘불패도 아이돌로 무장한 버라이어티 입니다. 고정멤버 10명중에 7명이 현직 아이돌이죠. 그냥 자기들도 G7(girl 7) 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서 농촌으로 가서 농사를 짓고, 그 고장 어르신들도 거의 고정멤버 수준으로 방송에 참여하셔서 중장년층으로 하여금 위화감이 없습니다. 하하몽쇼와는 다른 방향이죠. 청춘불패를 보는 중장년층은 소녀시대의 써니로 보는게 아니라 유치리의 일잘하는 순규로 볼 뿐입니다. 써니를 설사 모른다고 하더라도 청춘불패를 보는데 힘듬이 있나요? 하하몽쇼는 힘듭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캐릭터로 먹고사는 리얼버라이어티인 청춘불패와 단순 쇼프로인 하하몽쇼를 1:1로 비교한다는건 우습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장치라도 마련해야한다는 뜻에서 써봤습니다.
#3. 뻔해 뻔해.. 그런 식상한 포맷은 뻔해..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버라이어티 하면 어떤것이 떠오르십니까? 전 개인적으로 쿵쿵따, 천생연분, X맨, 무한도전 이렇게 4개가 크게 떠오르네요. 뭐 그 사이사이에 재미있고 감동깊던 버라이어티들이 있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4가지 입니다.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도 여러 프로그램들이 떠오르실텐데요. 하하몽쇼는 시청자들을 배려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을 짬뽕해놨습니다. 스스로는 2010년형 신개념 버라이어티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X맨에서 볼 수 있던 연예인들끼리 사랑놀음
상상플러스와 야심만만에서 볼 수 있었던, 사진 컨테스트와 시청자 반응을 이용한 컨셉
SS501과 박경림이 함께했던 깨워줘서 고마워를 보는듯한 컨셉
식상함의 대명사 몰래카메라 까지
친절하게도 그랜드슬램입니다. 사이사이 약간씩 바꾼 모습은 보이지만 큰 틀은 이렇습니다. 도대체 뭐가 2010년형 신개념 버라이어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2010년형인건 나오는 연예인들이 1년전엔 이정도로 유명하지 않았던 연예인이라는 것과, 오프닝에 나온 '레알' 이라는 유행어가 2009년엔 유행하지 않았다는것. 아마 첫화라서 여러가지를 담고 싶었을 제작진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하하몽쇼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닌 이 프로그램은 특이한 컨셉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스타골든벨처럼 퀴즈를 푼다던가, 라디오스타처럼 흔해빠진 토크쇼가 아니라던가, 무릎팍도사 처럼 한명을 모셔다 놓고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던가, 그렇지 않으면 케이블채널의 컨셉처럼 파격적으로라도 변해야 할겁니다.
#4. 방송시간은 한시간인데 너무 많은걸 담으려고 하니, 지켜보는 내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턱턱 막힌다.
첫방송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러닝타임 1시간에 나오는 출연진도 20명이 넘고 큰 코너 2개에 코너속의 코너까지 따지면 총 4개가 되어버렸습니다. 나오는 MC가 미흡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호흡의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도 그런 맥락일겁니다. 첫방송때 보여준 것 중 개인적으로는 뒤에 나온 엄마가 부탁해를 살리고, 앞에 나오는 속풀이랩은 버릴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연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생명이 불어넣어질지 의문입니다. 나온 랩이 하하와 MC몽이 참여하고 가사를 빅뱅이 썼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일을 매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랩이라는것 자체부터 그것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거리감 느껴지게 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무리수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럴바엔 확실하게 2개정도로만 코너를 줄이고 천천히 호흡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시간에 가십거리, 웃음, 감동을 동시에 뽑아내기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중간하게 세개를 뽑아내지 못할거면 확실하게 한개만 뽑아내도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을 택하길 바랍니다.
#5. 스스로 3류를 자처하라. 왜냐하면 당신들은 1류 MC들이 아니니까.
하하와 MC몽은 함께 신인시절의 힘듬을 겪은 죽마고우 입니다. 함께 자동차 타고 매니저없이 스케쥴 다니면서 하하가 운전해주고 MC몽은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정도까지 성장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케이블에서 낑낑거리는 모습부터 봐 왔기 때문에, 저는 그들의 예능감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하와 MC몽은 현 시점 절대적 1인자인 유재석과 강호동의 그늘에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편한 길을 냅두고 자신들이 메인인 고달픈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두명이 유강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병풍도 아닙니다. 방송분량 뽑는거 1,2위를 다투는 사람들이죠. 덕분에 욕도 많이 먹습니다. 워낙 그들이 방송분량 뽑는 스타일이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죠. 마치 이 프로그램처럼요.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위해 어떤 모습이 필요할까요. 전 방법을 공중파 프로그램의 케이블화에서 찾았습니다. 지금 보여지는 프로그램 모습 자체가 이미 케이블화인데 무슨 소리냐? 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첫방송을 보고 이건 공중파에서 지속될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다 라고 느꼈습니다. 방송 자막이나 진행을 케이블처럼 3류로 하라는게 아니라, 제작 컨셉 자체를 케이블처럼 잡아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케이블채널 tvN을 좋아합니다. 개국당시부터 자체제작 예능프로그램에 비중을 둔 채널이었기 때문에 종종 봤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와 롤러코스터, 그리고 최근에는 화성인 바이러스와 러브스위치 등으로 대표될 수 있겠네요.
tvN 대표 브랜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7 출연진의 모습.
막돼먹은 영애씨는 대한민국 직장인을 노린 프로그램 입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20~30대 여성들을 주 타겟으로 맞춘 프로그램이죠.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영애'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평범한 여성입니다. 그 주인공 주변엔 전형적인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에 대해서 이영애 라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시즌 7까지 런칭확정이 되었군요. 방송 제작도 흔히보는 드라마 촬영과는 다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사용되는 6mm 카메라를 이용한 구도, 간간히 나오는 성우의 멘트에서 '인간극장'을 보는듯 한 느낌마저 줍니다. 그렇게 드라마이지만 리얼리티를 외적인 제작방법으로 부여하는 거죠.
대박 아이템으로 좋은 평과 시청률까지 잡고 있는 롤러코스터 - 남녀탐구생활의 한 컷
특히 작가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어준 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는 대한민국 남자 여자의 공감대를 파고들면서 자신들의 행동과 브라운관속의 모습의 일치감과 공감대에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남녀탐구생활은 놀라운 인기를 보여주면서 케이블 시청률 1위를 꾸준히 달리고 있습니다.
하하몽쇼도 이렇게 특이한 컨셉으로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하하몽쇼 하면 이것이 떠오르게끔 말이죠. 지금 보여지는 모습은 그냥 여태까지 유명하고 재미있었던 그리고 잘나갔던 프로그램을 2010년 잘나가는 연예인들과 함께 따라하는 따라쟁이 프로그램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컨셉을 통한 주 타겟층의 확보가 아닌, 단순히 출연진을 통한 1차원적 시청자 확보라서 더 문제가 되는거겠죠. 그게 아이돌을 통한 방법이라 더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동시간대 이미 우리결혼했어요 시즌2와 스타골든벨을 통해 10대 2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확보가 되어있음에도 하하몽쇼 역시 이런 길을 선택했다는게 아쉽습니다. 오히려 다른시간대나 케이블에서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면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6. 글을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처음에 말했듯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프로그램 성격상, 재미있었던 분들은 아마 미친듯이 웃으셨을겁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진이 나와서 한마디 던져서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프로그램에서 우러나온 재미였는지는 한번 다시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습니다.
첫번째 예능이야기. 하하와 김종민, 그리고 무한도전과 1박 2일.
두번째 예능이야기. 청춘불패와 천하무적야구단..
세번째 예능이야기. 강심장과 승승장구 - 上
네번째 예능이야기. 강심장과 승승장구 - 下
다섯번째 예능이야기. 세바퀴 vs 스타골든벨
여섯번째 예능이야기. 하하의 복귀.. 그러나 부족한 2%에 대하여.
일곱번째 예능이야기. 만만한게 예능인지라..
여덟번째 예능이야기. 클래스는 영원하다.
아홉번째 예능이야기. 위기는 곧 기회다. - 1박 2일 코리안루트 리뷰
열번째 예능이야기. 패밀리가 떴다2의 이유있는 추락.
열한번째 예능이야기. 이제 웃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