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최근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것이 바로 쏘팔메토입니다. 쏘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생약으로, 대기업까지 나서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남자들에게 굉장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말씀 드리면 왜 게임 사이트이며 젊은 사람이 대부분인 PGR21에서 나이든 사람이나 걸리는 질환과 그 치료약에 대한 글을 쓰냐는 질문이 나올 법 한데요.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젊은 층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부모님을 위한, 선물용으로 쓸만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습니다. 그래서 쏘팔메트라는 약이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쏘팔메토의 효능과 부작용에 관한 연구 과정을 보면 의학에서 하나의 치료법이 실제로 쓰이기까지 거치는 과정과, 그 중에서도 건강기능식품 혹은 생약에 관한 의료계의 태도를 알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자료는 대부분 해외 자료를 참고하였으며, 주로 NIH(미국국립보건원)의 자료와 내과학과 비뇨기학 관련 세계적으로 유력한 저널을 참고하였습니다. 용어는 최대한 우리말로 번역하였으며, 우리말을 통한 의미 전달이 불분명한 부분에 한해서는 원어를 병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내용을 다루려다 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글의 마지막에 각 부분별 세 줄 요약을 첨부하였으니, 별다른 관심이 없으시거나 너무 긴 글을 읽기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그 부분만이라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전립선비대증
공식명칭은 양성전립선비대증(BPH : Benign Prostate Hypertrophy)로 이름으로 따져보면 양성으로, 즉 암과 같이 악성은 아니게, 전립선이 비대해지는 질환입니다. 먼저 전립선이 무엇인지부터 보겠습니다.
전립선은 남성에서만 존재하는 기관으로 방광 바로 아래의 요도를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대략적인 형태는 첨부한 첫 번째 그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보듯이 전립선이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데, 전립선비대증이 생길 경우 이 전립선이 부풀어오르면서 요도를 막게 됩니다. 그에 대해서는 첨부한 두 번째 그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제가 그린거라서 많이 허접한 그림입니다.)
이렇게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서 요도를 막게 되고 이로 인해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전립선비대증을 가진 분들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졌다”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게 됩니다. 심한 분들은 아예 소변을 못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질환이 왜 중요할까요? 첫 번째로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증상이 꽤나 불편합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아주 심해져서 소변이 완전히 막혀버리지 않는 이상 생명의 지장은 없겠지만, 소변을 잘 보는 것은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이 질환은 매우 흔합니다. 50대 남성에서 50% 이상이 이 질환에 걸립니다. 그리고 그 비율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심해져서 80대에서는 80%가 이 질환에 걸린다고도 합니다. 지금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남자라면 평생 동안 거의 한 번은 걸리는 셈이 되죠.
따라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며, 그렇게 관심이 많은 분야에는 당연히 돈이 꼬이기 마련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으로 α-차단제라는 약이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음에도, 제약사들은 이를 더 개발하여 조금이라도 더 전립선에만 작용하여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기본적으로는 같은 기전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 약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이를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소개될 쏘팔메토라는 약이 각광 받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한 대기업에서도 이 시장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2. 쏘팔메토 (Saw Palmetto)
학명은 Serenoa repens로 이 식물의 열매에서 나온 추출물은 생약성분 중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며, 가장 많이 연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쏘팔메토라는 명칭은 건강기능식품 혹은 생약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추출물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일컫는 것이지만, 이하에서는 편의상 그 추출물을 쏘팔메트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쏘팔메토는 현재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의 치료약으로 승인 받은 상태로, 독일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에 대한 첫 번째 치료(first-line therapy)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쏘팔메트의 효능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며, 이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쏘팔메트는 기존에 전립선비대증의 증상 치료에 사용되던 약과 유사한 수준의 효능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1999년 JAMA(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 미국 내과학회 학회지)에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소팔메토에 대한 소규모 연구가 이루어졌고 쏘팔메토의 효능이 있는 쪽으로 결과는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006년, 드디어 쏘팔메토의 효능에 관한 가장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메사츄세츠 내과학회지로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저널)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NIH 산하 NCCAM(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 보완대체의학 연구를 위한 센터)의 후원 받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 Randomized Controlled Trial)로 이루어졌으며, 참여한 환자수나 연구 설계 등에서 가장 지금까지의 쏘팔메트에 관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로 신뢰할만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연구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쩌면 참담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 연구는 225명의 전립선비대증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쏘팔메토와 위약(placebo)를 주고 그 환자들의 증상의 개선 정도를 보는 것이었는데, 쏘팔메토를 준 환자나 위약을 준 환자나 그 결과에 있어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즉, 쏘팔메토가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을만한 효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쏘팔메토의 부작용 또한 위약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반향을 상당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쏘팔메토의 용량이 너무 적었다는 반발도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를 빌미로 생약 사용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의사들의 생약에 대한 검증 요구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실례로 2006년 NEJM에 실린 논설에서 이 연구를 예로 들면서 생약이 자연적(natural)이어서 안전하고 효능이 좋다는 편견은 버려야 하며, 모든 생약에 대해서 기존의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의 임상 연구를 통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연구를 뒤집을만한 결과는 없었고, 여전히 쏘팔메토의 효능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보완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쪽에서는 비록 한 번의 연구에서 효과가 없다고 나왔으나 전체적인 연구 결과로 볼 때 여전히 쏘팔메토의 효능이 있다는 강한 증거(strong evidence)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의사들은 회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집단 가운데서도 유럽, 특히 독일의 의사들은 여전히 쏘팔메토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의사가 쏘팔메토를 처방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환자가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3. 우리나라에서의 쏘팔메토 사용
(이하의 내용에서는 제 의견이 강하게 들어가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쏘팔메토 사용은 현재 미국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의사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나, 일반인들은 쏘팔메토를 직접 구입하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생약을 다루는 방식이 유럽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생약을 다루는 방식과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쏘팔메토는 생약(phytomedicine)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의약품과는 다르지만, 어찌되었건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쏘팔메토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됩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어 식품위생법에 의해 관리가 됩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얼마든지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연 우리나라에서 쏘팔메토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일반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도 괜찮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일단 쏘팔메토의 효능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효능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볼 때 소팔메토의 부작용은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아예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쏘팔메토의 성분으로 볼 때 쏘팔메토는 간에서 처리되는 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쏘팔메토 사용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50대 이상의 남성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상당수는 술과 같은 원인에 의해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과연 그러한 대상자들에서 쏘팔메토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지는 의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쏘팔메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강기능 식품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생약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되는 약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의사의 마인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 때문인지, 우리나라 의사들은 생약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며, 생약이 의약품으로 분류된다고 할지라도 생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지금 제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생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분류하고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개선(만약에 필요하다면)의 방법은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괜히 제 의견을 넣으려다 보니 글이 더 복잡해지고 볼일 보고 뒤를 안 닦은 꼴처럼 되어 버렸네요. 전립선비대증과 쏘팔메트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싶으셨던 분이라면 제 의견에 관한 부분은 생략하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각 부분 별 세 줄 요약>
1. 전립선비대증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부풀어오르는 질환으로 그로 인해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혀서 증상이 나타난다.
전립선비대증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50대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이 걸린다.
의료계와 제약계에서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관심을 매우 크다.
2. 쏘팔메토
쏘팔메토는 생약으로 전립선비대증의 증상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06년 시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의미 있는 효과가 증명되지 못 하였다.
이로 인해 논란이 많으며, 생약 자체의 효능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3. 우리나라에서의 쏘팔메토 사용
유럽에서 쏘팔메토는 생약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로 인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http://nccam.nih.gov/
2. Dedhia RC et al : Phytotherapy for Lower Urinary Tract Symptoms Secondary to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The Journal of Urology, 2008.
3. Bent S et al : Saw Palmetto for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6.
4. DiPaola RS et al : Proven and Unproven Therapy for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