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연의를 읽었을 때 가장 답답함을 느꼈을 때가
그리고 가장 짜릿함을 느꼈을 때가 언제일까라고 생각한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제갈량의 북벌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마의와의 치밀한 신경전,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의해
제갈량은 자신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게 북벌이다.
그런데 이문열의 삼국지를 기점으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제갈량의 북벌은 별 것 아니었다매?
촉나라는 아무것도 못하고 출전했을 때마다 군량이 없어서 퇴각했을 뿐이잖아.
라고 말이다.
그럼 나관중의 창작이 없는 실제 제갈량의 북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일단 제갈량의 북벌은 유비의 죽음부터 시작한다고 봐야겠다.
유비의 이릉전의 처참한 패배이후로 촉은 너무나도 많은 걸 잃고만다.
엄청난 수의 병사가 죽거나 오나라로 투항했으며,
군수물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촉나라의 유망주들과 인재들.
그리고 특히 한중전의 전략을 세워 하후연을 죽이고 한중을 점거할 수 있게한 황권은 위나라로 망명하기에 이른다.
촉이라는 나라가 제갈량의 역량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고 하나
이 때의 패배는 너무나 뼈아팠다.
그래서 유비의 죽음이후 제갈량이 먼저 한 행보는 남만정벌이다.
실제 남만정벌의 의미는 후방의 근심을 없애버리자는 것도 있지만,
남쪽 세력을 자신에게 복속시키게 함으로써 거기에서 오는 군수물자나 자원을 얻기 위함도 간과할 수가 없다.
225년 남만을 정벌한 제갈량은 227년 북벌을 하기 위해 군세를 한중에 주둔시킨다.
유비가 이릉에서 패하고 죽었을 때가 223년이니 고작 4년만에 제갈량은
위나라와 전면전이 가능할만큼의 힘을 쌓는데 성공한다.
(삼국지 게임을 하면 위촉오가 상당히 밸런스가 잘 맞게 나오지만, 실제 위촉오의 국력차이는
위에 첨부된 지도를 보면 아주 자세히 나타난다. 그만큼 제갈량의 정치적 능력은 엄청났다.)
제갈량이 가장 노력한 부분은 바로 군사 확충과 훈련 그리고 군량 확보를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실제 유비가 죽은지 4~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릉전의 참패를 알고 있는 위나라 입장에서
촉나라가 이정도로 빨리 군사적으로 준비를 할 거라 예측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28년 군세를 진출시키는데, 이 때 제갈량이 보인 전술은 이랬다.
부대를 본대와 분대로 나누어 본대는 제갈량이 직접, 분대는 조운과 등지가 담당한다.
그리고 조운과 등지가 이끄는 분대를 기곡으로 향하게해 위나라의 시선을 그 쪽에 향하게 하고
제갈량의 본대는 기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첫 북벌의 대진을 마속vs장합으로 여기는데,
실제는 조진vs조운, 장합vs제갈량으로 여기는 게 더 옳다.
이 때 촉나라의 세력에 놀란 남안, 천수, 안정의 세 군은 위를 배반하고 제갈량에 호흥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갈량의 북벌은 너무나 완벽하게 성공했다.
조진의 본대를 묶음으로써 위나라의 세력을 분산시키고 자신은 진짜 중요한 거점을 잡을 수 있는데다가
예상치 못한 3군이 촉나라로 가담했으니 말이다.
특히나 촉의 너무나 빠른 진격에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위나라는 상당히 크게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위나라 명제 조예는 장합에게 명해서 제갈량을 막게 했는데, 이 때 제갈량이 거점을 삼기 위해 목표한 곳이
가정이었다. 이 때 가정에 선봉대를 이끌어 진을 치고 군세의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대부분이 위연이나 오일(혹은 오의)를 언급했지만 제갈량은 마속을 기용한다.
아마 여기에 대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텐데,
첫번째로 위연의 경우는 제갈량이 언제나 군사를 위연에게 단독으로 맏기는 것을 꺼려했었다.
그리고 오일의 경우에는 경험은 풍부하지만, 나이가 적지 않고 앞으로 촉을 이끌기에는 그 시간이 많지 않아서라 여기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남만을 정벌할 때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마속이기에 제갈량의 입장에선 그 신임이 컸었을테고
이릉전 때 대부분의 인재가 죽은 촉이었기에 이런 인재를 하나라도 더 발굴하고자 했다는 게 제갈량이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가지고 온다.
마속은 제갈량의 군사명령을 어기고 단독적인 판단으로 험한 산에 의지했는데, 장합은 용수로를 끊고 마속을 대파하게 된다.
순식간에 거점을 잃어버린 제갈량의 본대는 진격을 멈춘채 결국 천수의 천 세대의 백성들만 이끌고 한중으로 돌아오고
이 때 이미 제갈량에 호응했던 남안, 천수, 안정등은 장합에 의해 정리되고 만다.
이렇게 제갈량의 첫번째 북벌은 아쉬움을 남긴채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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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네요.
나중에 2부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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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요약정리군요. 조금 아쉬운게.. 삼국지 떡밥의 묘미는 파고들면 들수록 더 재미있어지는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ㅠ
스타로 표현하면 위로서는 상상도 못할 타이밍에 들어간 타이밍러쉬로 가정을 거점으로 조이기를 들어가려 하는데 마속의 컨트롤 미스로 패배.
가장 성공했을만한 북벌이 1차북벌인데.. 그래서 더 마속과 가정이 아쉽기도 하구요.
글이 재밌네요. 빨리 다음편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