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이 더 넓은 무대를 경험하기 위해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로 이적했고, 이 - 마 - 양타선의 중심타자 마해영도 FA선언 후, 기아타이거즈로 이적합니다. 류중일이 떠난 후, 공백이었던 유격수자리의 공백을 메워준 브리또도 다시 SK로 이적했고, 삼성 불펜의 핵심투수 김현욱도 무릎부상의 악화로 주저앉습니다. 또한, 02, 03 두시즌간 팀의 뒷문을 막아준 노장진도 주춤했습니다.
반면, FA로 현대유니콘스에서 박종호를 데리고 와 정경배가 떠난 후 공백이 있었던 2루수를 보강했으며, 노장진이 주춤한 뒷문은 임창용이 다시 마무리로 나서며 확실히 잠갔습니다. 그대신 약간 약해진 선발진에 투수용병 호지스를 영입해 약간 보강했습니다. 김현욱이 떠난 계투에는 08년에 팀내 최다승을 차지하게 될 윤성환과 03년에 등장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지승민이 김현욱의 빈자리를 메워갑니다.
이승엽과 마해영은 떠났지만 양준혁은 3할에 팀내 최다홈런을 날리며 팀 타선을 이끌었고, 공수겸비형 포수 진갑용도 20여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타선을 이끌어나갑니다. 강동우도 3할에 가까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활약했고, 박한이는 03년에 이어서 또다시 3할을 치며 팀의 선봉장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이적생 박종호도 03년 현대와 04년 삼성초기에 매 경기마다 안타를 때려내며 39경기 연속안타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세웁니다. 김한수야 꾸준함의 달인이니 생략합니다.
그리고, 배영수. 01년과 03년에 각각 13승을 거두며 팀의 주축선발투수로 성장한 그. 04년에는 17승에 단 2패만을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찍습니다.
73승을 거두며, 1위 현대유니콘스와 승률에서 단 2리차이로 1위를 놓치며 2위를 한 삼성라이온즈는 플레이오프에서 기아타이거즈를 꺾고 올라온 두산베어즈를 만납니다.
두산이 1차전을 4 : 3으로 꺾으며 승리하나, 삼성이 01년 한국시리즈의 복수를 하려는듯, 내리 2, 3, 4차전을 따내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합니다.
드디어, 재벌계의 라이벌. 현대와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정규리그에서 재계의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나기만 하면 삼성에게 패배를 안겨주었고, 00년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극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4 : 0으로 스윕한 현대유니콘스. 비록, 04년에는 98, 00년과 같은 극강의 전력은 아니었고, 에이스 정민태가 7승으로 주저앉고 03년에 리그를 지배했던 타자 심정수가 부진한데다가 자금난까지 겹쳤지만, 용병투수 피어리와 꾸준한 선발 김수경, 선발 10승을 거두며 깜짝활약한 오재영. 이종범이 떠난 최고의 유격수자리를 접수한 공수겸비형 유격수 박진만과 최고의 용병타자중 한명인 브룸바, 노장이적생 송지만, 꾸준한 타자 이숭용, 초특급 클로저 특히 삼성만 만나면 펄펄나는 조용준이 버티며 결코 만만히 볼 팀은 아니었습니다.
04년의 한국시리즈는 수많은 볼거리를 남겨주었습니다. 물론, 4시간 시간제한과 12회까지 승부가 안나면 무승부로 처리하는 희대의 막장규칙 덕분에 수많은 무승부도 양산됩니다.
1차전 : 수원구장에서 각 팀내의 에이스 배영수와 피어리가 부딪힌 경기. 현대가 4회말 브룸바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5회말에도 3점을 내며 앞서갑니다. 삼성은 양준혁과 로페즈의 백투백홈런으로 2점을 따라가지만, 8회말에 현대가 2점을 더 얻었고, 삼성은 조용준의 벽에 막혀 득점을 더 얻는데 실패. 결국 2 : 6으로 패배합니다.
2차전 : 삼성이 1회초 3점, 2회초 3점 총 6점을 내며 앞서가지만, 현대는 1회말과 2회말에 연속으로 솔로홈런을 친 송지만과 2회말에 2점홈런을 쏘아올린 김동수를 앞세워 차근차근히 추격합니다. 6회초 삼성은 또다시 박한이의 2점홈런을 앞세워 달아나지만, 현대가 곧바로 6회말에 2점을 얻었고, 7회말에는 브룸바의 솔로홈런등 또, 2점을 얻어 결국 8 : 8 무승부를 만들고 맙니다.
3차전 : 대구에서 열린 3차전, 1회초 현대가 1점을 선취했지만, 1회말 삼성이 김종훈의 2점홈런으로 반격, 현대가 2회초 또다시 2점을 얻으며 재역전을 하지만, 삼성이 2회말과 3회말 각각 1점씩을 얻어 또다시 역전합니다. 삼성은 4회말에는 2점, 5회말 김한수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1점을 더 얻었고, 7회말 양준혁의 솔로홈런등에 힘입어 8 : 3으로 승리합니다.
4차전 : 삼성팬분들께는 가장 아쉬웠을 순간. 1차전에는 패배했지만, 배영수가 10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현대의 타선을 틀어막았습니다. 하지만, 원수같은 박진만이 산통을 깨버리며, 경기는 12회까지 이어졌고, 결국 0 : 0으로 무승부가 선언됩니다.
5차전 : 이제부터는 잠실에서 열립니다. 1회말, 현대가 심정수의 결승 3점홈런을 앞세워 3점을 달아났고, 또다시 3회초 1점을 얻어 4점을 얻었습니다. 삼성은 6회초 조동찬의 솔로홈런으로 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6차전 : 0의 행렬은 길게 이어졌으나, 삼성이 마지막 9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으며 1 : 0으로 승리, 승부는 또다시 원점으로 흘러갑니다.
7차전 : 삼성이 1회초, 좋은 기회를 얻었으나 삼중살로 마무리. 1회말에는 전준호에게 홈스틸을 허용하며 1점을 먼저 내줍니다. 2회말에도 현대가 1점을 얻으며 달아났으나, 삼성이 5회초 6점을 얻으며 역전, 하지만 6회말 현대가 또다시 4점을 얻으며 동점. 결국 경기시간이 4시간이 넘으며 6 : 6 무승부가 선언됩니다.
8차전 : 심정수가 2회말 솔로홈런을 쏘아올립니다. 3회초, 삼성이 김종훈의 2점홈런을 앞세워 재역전, 하지만 7회말 현대의 전근표가 역전이자 결승점이 될 2점홈런을 날리며, 2 : 3으로 삼성이 패배합니다.
9차전 : 2004년 11월 1일. 만약, 삼성팬분들께 "어떤 날씨가 제일 싫으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비내리는 날씨요."라고 대답하게 만든 - 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 그 경기. 한국시리즈가 오래지속되자, KBO는 8차전과 9차전 사이에 특별 휴식일을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11월 1일 서울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KBO는 '밤에는 비가 잦아질것이다.'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경기를 강행합니다.
각 팀의 선발투수로 삼성은 김진웅, 현대는 오재영을 내보냈고, 삼성은 1회 말, 2사 1루에서 김한수의 2루타로 1점을 선취합니다. 하지만, 2회초 현대의 선두타자 이숭용이 볼넷을 골라 나간 사이. 삼성 더그아웃에서 마운드가 진흙탕이 되어 흙을 다시 고르는 것을 원했고, 몇분간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경기가 중단됩니다. 하지만, 그 사이 내리던 비와 잠깐의 휴식으로 김진웅의 어깨가 식어버렸고, 이어진 현대의 공격에서 전근표와 박진만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김동수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된 상황. 채종국이 싹쓸이 2루타를 날리고, 이어진 송지만도 2루타를 쳐내며 도합 4점을 현대가 얻으며 김진웅이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구원투수로 올라온 박석진. 하지만, 곧바로 전준호에게 안타, 브룸바에게는 볼넷, 심정수에게 2루타. 게다가, 다시 등장한 이숭용이 쳐낸 평범한 내야땅볼을 1루수 양준혁이 뒤로 빠뜨렸고, 그 사이 브룸바와 심정수마저 홈을 밟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1 : 8로 역전됩니다.
삼성은 구원등판한 권혁이 4.1이닝동안 6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현대의 타선을 묶어두는 사이. 차곡차곡 반격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4회말, 만루상황을 만들어 오재영을 강판시킨 삼성은 구원투수 신철인을 상대로 김종훈과 김한수의 연속안타를 날려 3점을 얻습니다.
그 사이 권혁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것은 앞으로 권혁과 함께 '전설의 쌍권총'으로 불리게 될 권오준이었습니다. 삼성은 권혁의 활약을 발판으로 9회까지 현대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습니다. 그리고, 6회말 조동찬의 3루타와 박한이의 내야땅볼로 1점을 만회.
8회말, 현대의 김재박감독은 '조라이더' 조용준을 내세워 경기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선두타자 신동주의 평범한 3루쪽 땅볼을 서한규가 처리하지 못하며 무사 1루, 그리고 이어진 박종호가 9구까지 가는 대 접전끝에 볼넷으로 무사 1, 2루 이어서 박종호 대신 발빠른 강명구가 대주자를 맡았고, 이어진 조동찬의 우익수 앞 안타. 하지만, 삼성의 주루코치 류중일은 현대의 우익수 심정수의 송구력을 감안, 신동주를 3루에서 멈추게 했으나, 대주자 강명구가 2루와 3루사이에 어정쩡하게 있다 협살당합니다. 결국, 강명구의 협살로 인해 삼성의 분위기는 맥이 빠져버렸고, 조용준은 박한이에게 1타점 땅볼을 내주는 선에서 8회말 마무리.
결국, 9회말 삼성은 박진만의 에러를 틈타 1점을 더 만회했으나 결국, 대타 강동우의 타구가 1루수 이숭용의 글러브에 잡혀버리며, 7 : 8로 패배. 준우승에 머무르고 맙니다. 이렇게 빗속의 대 혈투는 삼성의 패배로 막을 내리고 맙니다.
여담으로, 현대유니콘스의 김재박감독은 96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응룡감독에게 당했던 패배를 이번 04한국시리즈로 갚아주었네요.
팀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했지만, 다시 일어나 우승컵에 도전했던 04년의 삼성의 주요 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보겠습니다.
타자
강동우 : 132경기 출장, 타율 0.295, 497타석 438타수, 129안타, 59득점, 9도루
박한이 : 132경기 출장, 타율 0.310, 587타석 503타수, 156안타, 16홈런, 81득점, 13도루
양준혁 : 133경기 출장, 타율 0.315, 584타석 479타수, 151안타, 28홈런, 103타점
진갑용 : 129경기 출장, 타율 0.278, 491타석 439타수, 122안타, 24홈런, 71타점
김한수 : 133경기 출장, 타율 0.271, 558타석 498타수, 135안타, 16홈런, 84타점
박종호 : 132경기 출장, 타율 0.282, 587타석 514타수, 145안타, 78득점
투수
배영수 : 35등판, 27선발, 189.2이닝, ERA : 2.61, 17승(16선발승, 1구원승) 2패, 144K
권오준 : 47등판, 17선발, 153.1이닝, ERA : 3.23, 11승(9선발승, 2구원승) 5패 7홀드 2세이브, 142K
임창용 : 61등판, 67이닝, ERA : 2.01, 2승(2구원승) 4패 36세이브, 67K
배영수의 성적이 정말 놀랍군요.
이제 주요부문 순위를 알아보겠습니다.
타자
홈런 : 양준혁(4위), 진갑용(5위), 김한수(18위), 박한이(18위)
타점 : 양준혁(4위), 김한수(8위), 진갑용(17위)
타율 : 양준혁(8위), 박한이(10위), 강동우(18위)
득점 : 양준혁(2위), 박한이(9위), 박종호(12위)
일부러 도루순위는 빼버렸습니다.
투수
다승 : 배영수(1위), 권오준(7위), 김진웅(13위), 호지스(13위)
탈삼진 : 배영수(4위), 권오준(5위), 호지스(7위), 김진웅(16위)
평균 자책점 : 배영수(3위), 권오준(5위), 호지스(15위), 김진웅(16위)
세이브 : 임창용(1위)
홀드 : 지승민(3위), 윤성환(3위), 김현욱(14위), 권오준(15위), 박석진(20위)
이제 각 팀에게 거두었던 상대전적을 알아보겠습니다.
vs 현대 : 7승 10패 2무, vs 두산 : 8승 10패 1무, vs 기아 : 12승 6패 1무, vs SK : 10승 8패 1무, vs LG : 11승 7패 1무, vs 한화 : 9승 9패 1무, vs 롯데 : 16승 2패 1무
도합 73승 52패 8무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롯데에게 16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팀의 성적을 확인해보며 마치겠습니다.
득점 : 641(4위), 실점 : 564(7위), ERA : 3.76(1위), 타율 : 0.269(3위), 홈런 : 132개(5위), 도루 : 50개(SK와 공동 7위)
이제 한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것은 또다른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삼성라이온즈에도 또다른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모든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에 있습니다.
P.S : 지난번 현대유니콘스 12년사 9회에서 04한국시리즈에 대해 잘못 서술한 부분 정말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