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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1 11:09:45
Name 주먹쥐고휘둘러
Subject [일반] 86마라도나, 지금의 메시
마라도나는 86월드컵에서 우승에 성공했는데 왜 메시는 월드컵과 코파에서 연이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실패했을까.

그 의문을 풀기에는 86년 마라도나가 뛰었던 아르헨티나 국대와 현재의 메시가 뛰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대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것이고 그래서 86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의 경기와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의 경기들을 쭉 살펴 봤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팀에 역동성을 부여해줄 선수의 존재더군요.

제가 봤을때 86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가 현재 아르헨티나와 가장 달랐던 점은 마라도나의 뒤에 있던 호르헤 부루차가의 존재였습니다. 3-5-2내지 3-5-1-1에 가까운 아르헨티나의 포메이션에서 부루차가의 패싱력과 득점력, 순간적인 전진플레이는 마라도나가 볼을 받기 위해 미드필더 깊숙히 내려올 필요가 없게 만들었고 마라도나는 말 그대로 필드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뛰는게 가능했습니다. 굳이 마라도나가 모든걸 하지 않아도 부루차가가 일정부분 볼배급을 담당했고 심지어 부루차가가 마라도나의 자리로 올라가고 마라도나가 뒷선으로 물러나는 등 부루차가는 마라도나로 하여금 플레이의 선택지를 굉장히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게하는 존재였습니다.  

지금의 아르헨 대표팀을 봅시다. 라베찌, 팔라시오, 이과인 등 아르헨티나의 공격자원들은 다들 뛰어난 재능의 선수지만 자기가 서있는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고 이것은 미드필더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스체라노야 본업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만큼 4백앞의 공간을 커버하는게 가장 중요하니 그렇다 쳐도 루카스 비글리아나 파스토레 둘 다 날카로운 이선침투나 킬러패스와는 거리가 먼 플레이로 일관했고 바네가, 가고 등 기타 선수들도 공격과 중원을 잇는 연결고리로써의 역할은 미진했습니다. 디마리아는 스탯적립은 했지만 쓸데없는 볼 호깅으로 더 좋은 찬스를 만들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거나 무의미하게 볼소유권을 잃는 장면이 많았고 레알에서 보여줬던 괴물같은 활동량으로 필드를 커버하고 교착 상태에서 볼을 전진시키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구요.

결국 포워드는 포워드들대로 앞선에 자리잡고 내려올 생각없이 버티고 있고 미드필더는 미드필더들 대로 중원에서 각자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다보니 결국 3선에서 최전방까지 공을 공급하는 방법은 메시가 미드필드 깊숙히 내려가서 볼을 받은다음 올라가면서 상대 압박을 뜷고 킬패스를 해주거나 좌우측면에서 길게 올리는 크로스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게 된 셈입니다.

물론 메시에게 공운반부터 찬스메이킹까지 모든걸 맞기는, 리켈메가 그러했던 엔간체 몰빵축구가 먹히는 날엔 전방 포워드들의 클래스라는게 있으니까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의 경기라거나 이번 코파 4강 파라과이전처럼 다득점이 터지거나 어쨌든 한골 우겨넣고 보는 게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엔간체가 대회 내내 일관적으로 잘할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조직적으로 수비간격을 유지하고 압박을 가할 수 있는,이른바 공좀 찬다는 팀을 만나거나 하면 이 몰빵축구는 어느 한명의 인생골이 터지면 모를까 미드필드에서 오갈데 없이 방황하다 볼소유권을 잃고 역습에 두들겨 맞거나 갑갑한 0:0 스코어로 끝나고 마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고 마는 축구죠.

98년부터 계속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잔혹사는 결국 이 엔간체 몰빵축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때문, 그러니까 86년산 마라도나뽕(...)을 오용한 결과라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이번 코파 아메리카 에서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올랐다는것은 현재 아르헨티나의 엔간체라 할 수 있는 메시의 기량이 어마어마하다는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합니다.

참 미스테리한것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자기 라인을 벗어나는 플레이를 할 정도의 역량, 그러니까 포워드가 미드필드까지 커버하는 플레이를 못하고 미드필더는 4백 바로 앞 공간부터 포워드 라인까지 커버가능한 플레이를 못해서 이러나?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파스토레는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할때부터 2선침투와 슈팅능력으로 주목받은 선수였고 비글리아 역시 패싱력이나 활동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닙니다. 라베찌나 이과인 역시 단순히 골대앞에서 어슬렁거리다 기회오면 줏어먹는 선수들도 아니구요. 클럽과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폼이 다른건 비단메시만이 그런게 아닌 거죠.

지금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뭐랄까요, 마라도나가 누렸던것과 같은 자유를 메시에게 주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꽉짜인 역할을 부여한 것이 오히려 메시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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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1 11:20
수정 아이콘
그건 결국 아르헨티나 국내에서만큼은 메시가 마라도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소리가 되는군요...
거의 마주작의 본좌론 때문에 슬픈 이제동선수 같은 처량함이... 이미 거의 모든 기록에서 마라도나를 추월했는데...
주먹쥐고휘둘러
15/07/11 19:55
수정 아이콘
메시가 마라도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기보단 아르헨티나 축구가 마라도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거죠.

86,90 두차례의 월드컵 이후 아이마르, 사비올라, 오르테가, 리켈메등 숱한 "제2의 마라도나"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마라도나가 아니었으니 애초에 제2의 마라도나가 아닌 다른식의 판을 짰어야 했는데 전술에 선수를 맞추는 통에 많이 가야 월드컵 8강이던게 그동안의 아르헨티나였으니까요.
15/07/11 12:02
수정 아이콘
감독이요. 타타....
Darkmental
15/07/11 12:18
수정 아이콘
매번 느끼는거지만 메시라는 역대급 사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를 도울생각은안하고 서로 자기 할일만 하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지난 사베야 떄는 메시중심의 축구를 구사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포워드 두명의 삽질로 월드컵을 날린게 많이 아쉽네요
Korea_Republic
15/07/11 20:05
수정 아이콘
작년 월드컵에서 아르헨 국대는 메시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다른 선수들은 죄다 좋은 찬스를 날려먹기만 했으니깐요.
버그사자렝가
15/07/11 13:18
수정 아이콘
월컵 못먹은건 메시를 평생 따라다닐텐데.
15/07/11 14:35
수정 아이콘
그냥 메시가 국대에서는 마라도나 만큼 못해서 그렇습니다
지금 메시 제외한 아르헨티나 국대가 마라도나 국대 제외한 86 국대보다 못하지도 않습니다

둘다 하드캐리 하는 상황인데
마라도나는 우승하고 메시는 못한거죠
86 멤버가 지금 있었다면 메시가 우승할수있다?
그럼 지금 바르셀로나 멤버+마라도나였다면?

가정은 필요없고 국대-마라도나 클럽-메시
Galvatron
15/07/11 18:32
수정 아이콘
86월드컵은 본닥있나요?
나이는어떻게 되죠?
15/07/12 01:03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당시 15살 이셨으면 지금 45정도이죠. 인터넷 정도는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장가가야지
15/07/11 15:15
수정 아이콘
메시가 국대에서 마라도나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와 관계없이 86멤버들도 현 멤버에 꿇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구요
국대에서 타이틀 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14월드컵 결승전과 15코파에서 이과인이 날린 찬스가 너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타이틀을 얻지 못한 원인 중 메시의 비중은 매우 낮은편이죠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국대에서 우승을 못한다면
메시의 커리어에 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Shandris
15/07/11 16:2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번 코파 보면서 아르헨티나에게 가장 아쉬웠던 선수가 파스토레더라요. 물론 4강에서 잘하긴 했지만...결국 파스토레가 안 통하면서 메시도 안 통했다는 기분이랄까...
김테란
15/07/11 16:37
수정 아이콘
두선수를 모두 봐온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86월드컵 당시엔 지금 들어도 다 알만한 지코,루메니게,플라티니,파울로로시등
역대급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으나
분위기는 그냥 닥치고 마라도나였습니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엄청났죠.
헌데 현재도 월드컵,코파 등에서 메시에게 몰리는 관심이나 아르헨국대의 의존도를 보면 그때보다 결코 덜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글쓴분께서 인지하시듯이 30년이 지난 현재의 축구에선
수비의 조직력을 뚫기 위해서 공격도 조직력화 되어야해서
1. 손발맞출 시간이 부족한 국대에서의 원맨쇼는 당시보다 한계가 있으며,
2. 그럼에도 원맨쇼에 기대려면 활동량이 엄청나야하는데, 메시의 플레이는 바르샤포맷에 굳어져서 그러질 못하다.
이 두가지 때문에 국대에 메시가 얹어져도 별다른 시너지를 못내는 것 같습니다.
꾸루루룩
15/07/11 18:55
수정 아이콘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한 국대라는건 오히려 원맨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상대 수비진 조직력 맞출 시간도 없다는 소린데..
2번은 동의합니다.
김테란
15/07/11 20:06
수정 아이콘
예전보다 거칠진 않지만 특히 수비 전술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고,
그걸 뚫어내기 위해선 어설픈 공격조직력으론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1.에 적은 원맨쇼의 뜻은 현재 메시스타일의 원맨쇼를 말하는 것인데, 지금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게 적었군요.
마라도나 같은 선수가 내가 죽기전에 과연 나올수 있겠는가 했는데,
충분히 견줄만한 그리고 뛰어넘을 만한 선수가 나왔으며, 전 메시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허나 아르헨 국대가 뮌헨이나 바르샤 조직력을 살리는 독일,스페인 국대처럼 되지 않는 이상
메시는 스타일상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뛰어넘기는 불가능해보입니다.
그냥 클럽에서 역대 최고인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주먹쥐고휘둘러
15/07/11 20:14
수정 아이콘
바르샤 수준으로 조직력을 맞추는 정도까진 필요없고 메시가 볼을 받기 위해 미드필드 깊숙히 내려오게 만들지만 않아도 무방할거 같습니다.
백화려
15/07/11 16:44
수정 아이콘
어떻게든 메시가 캐리해서 결승까지 간 건 맞지만 결국 마라도나 만큼의 캐리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맞습니다. 국대에서만큼은 아직 마라도나에 미치지 못하네요
주먹쥐고휘둘러
15/07/11 20:04
수정 아이콘
마라도나는 본문에서 언급했듯 부루차가라는 또다른 플레이메이커가 있었지만 메시는 메시 외에 아무도 없죠.

현대축구에서 선수한명이 하프라인 너머에서 공격작업을 전부 맡아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경우는 지네딘 지단 이후 없습니다. 그 지단도 06월드컵에선 리베리, 비에이라 등 다른 선수들이 플레이메이킹에서 일정 롤을 수행해 줬기에 빛날 수 있었죠. 지단과 함께 최후의 플레이메이커, 현대축구의 반역자라 불린 비야레알의 리켈메의 경우도 소린, 카솔라 등 다른 선수들이 볼운반과 배급같은 일정 부분을 해줬기 때문에 4-3-1-2의 1의 자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었던 거구요.

80년대 축구와 현재 축구에서 플레이메이킹의 패러다임 자체가 굉장히 달라진지라 그냥 우승했으니 마라도나가 캐리력이 더 우위라고 하기엔 좀 여폐가 많습니다.
15/07/11 20:03
수정 아이콘
메시를 도와줄 국대 선수들이 약한건가요??
주먹쥐고휘둘러
15/07/11 20:06
수정 아이콘
약하다기 보단 그 선수들이 클럽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아르헨 국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다는 거죠. 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그 이유를 메시에게 자유를 주기위해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억제했다고 보는거고요.
Korea_Republic
15/07/11 20:05
수정 아이콘
한국이었다면 이과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염기훈의 몇배로 까였으련지...
다빈치
15/07/11 20:27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메시가 그 당시의 마라도나 자리에 들어가도 아마 아르헨티나는 우승했을꺼 같네요.
축구의 전략,전술이 발전함에 따라 솔로캐리가 힘들어진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륙레벨 컵을 하나도 따지 못하면 '노스타'라는 명칭이 메시를 은퇴할 때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 따라다니겠지요.
메시도 스트레스 굉장히 받겠네요, 차두리도 아버지인 차범근의 그늘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던데 메시는 심지어 혈육도아닌 국육(?)때문에 이런 압박을 받아야하다니..
3배빠른
15/07/13 15:28
수정 아이콘
며칠 전에 타 커뮤니티에 썼던 글인데 그대로 복붙하면 얼추 맞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다른 시대의 선수들을 놓고 최강 논쟁을 벌이는 건 의미없는 짓입니다.

시대에 따른 진보 정도를 일률적으로 반영하는게 불가능하거니와, 기
준으로 잡아 평가할만한 명확한 잣대가 사실상 없으니까요.

예컨대 마라도나의 시대에 메시가 태어났다면,
애초에 키성장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거라는 건 둘째치더라도
운동량은 물론 식단조절까지 받으며 뛰지는 못했을거고
현대와 같은 압박에서는 자유로웠겠지만
부상의 압박과 구식의 장비로 인해 현재만큼의 기술적 능력을 보이진 못했을 것이며
1980년대 축구저변, 전술문제등으로 인해 감각이 뛰어난 산책형 배불뚝이 공격수로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물려 펠레는요? 한국전쟁 휴전 몇 년 뒤부터 뛰기 시작한 그 선수의 시대는 말할 것도 없겠죠.

반대로 메시와 동시대에 마라도나가 나왔다면
그만큼 축구화를 비롯해서 진보한 각종 장비의 도움을 받았을테고
어쩌면 메시가 식단까지 관리받은 것처럼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면서 과거보다 나은, 메시보다 위의 기술을 선보였을수도 있겠죠.
(특히나 80년대에도 축구공을 골대에 맞추며 놀고, 다른 선수들이 축구공으로 하는 걸 오렌지로 하면서 놀았던 마라도나라면,
재능이나 기술 자체는 이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마라도나가 각종 약물로 커리어를 망가뜨린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어쩌면 압박이 심한 현대축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워져서 그저그런 선수로 남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1986년 월드컵(마라도나가 커리어가 딸림에도 펠레와 비견되는 이유 중 하나인)
에 펠레 메시를 놓고 아르헨을 우승시킬 수 있느냐를 가정하는 이들도 있던데
애초에 60년대의 축구를 몸에 익힌 펠레를 1986년에 놓는 것도,
2010년대의 축구를 몸에 있긴 메시를 1986년으로 돌려놓는 것도
공정하지 못한 비교이죠.

과거의 선수들은 그 시대에 나고 자랐기 때문에 시대를 풍미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지,
바뀐 시대에서도 실력 그대로를 보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논쟁은 의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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