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빅 히어로6의 리뷰를 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픽사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픽사의 존 라세터가 디즈니의 CCO로 자리를 옮긴 후에 나온 신작들이 아쉽게도 평가도 흥행도 다 전작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월드와이드 5억3천만달러, 개봉 당시의 평가는 픽사가 드디어 망조가 들었다!
카2 5억 5천만 달러, 픽사 거의 망했네요....픽사 최악의 작품
몬스터 대학교 7억4천만불....10년전 전작보다 못하다...흥행조차 슈퍼배드2에 밀림....
픽사팬으로서 정말로 힘든 4년이였습니다
.....사실 드림웍스하고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하고만 경쟁했다면 그나마 좀 나았을 텐데.....이 좁은 시장에 픽사를 인수하고(!!!) 3D 애니로의 완전 전환을 천명한 제작사
바로 디즈니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
디즈니가 픽사의 핵심 제작진을 빼돌려서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라푼젤-주먹왕 랄프-겨울왕국-빅 히어로6를 내는동안
전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낸 작품이 카2 메리다 몬스터 대학교...
이 4년간 가장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픽사의 든든한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도 죽었고
존 라세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더 열심인 것 같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픽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디즈니에 인수된 후에는 [그럴 확률이 극히 낮긴 하지만] 언제라도 디즈니가 픽사라는 이름을 떼고 제작진들을 삼켜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픽사가 실로 오랫만에 그 명성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런 영화
바로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상영전 단편영화부터 정말 완벽합니다
빅 히어로6의 상영 전 단편이였던 피스트는 그저 그랬다면 이번 'LAVA'는 짧은 내용임에도 영상미,노래,스토리 삼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멋진 작품이였습니다
단편을 보고 걱정했던 부분이라면.....단편이 좋다고 무조건 영화가 좋은 건 아니라는점? (라 루나,파란 우산....)
'LAVA'의 부분클립
높은 확률로 올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이 될 것 같네요
단편을 또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가는 건 진짜 처음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단편보다 더 좋은 본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
I have a dream
I hope will come true
that you're here with me
and I'm here with you
I wish that the earth, sea, and the sky up
above will send me
someone to lava
이 단편이 끝나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이 이어집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있음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인사이드 아웃과 빅 히어로6의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조금 달라서, 그래서 특별한
인사이드 아웃은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99%를 예상했다는 건 그만큼 뻔하다는 얘기죠. 복선도 눈치채기 쉽고 꽤나 뻔한 해피엔딩입니다
예측 못한 1%는 별건 아니지만
빙봉이 처음 나왔을 때
전 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아 얘 배신자구나."
픽사는 의외로 배신자를 이야기에 잘 녹여냅니다
토이스토리2의 광부 할아버지, 몬스터 주식회사의 사장님, 좀 애매하긴 하지만 인클레더블의 미라지, 월E의 오토파일럿, 업의 탐험가.....등등이 있죠
게다가 저 빙봉을 보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요?
분홍색에 덩치도 큰 데다가 [주인이 좋아했지만 이젠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캐릭터....토이스토리3의 랏쏘처럼 배신할 것만 같았습니다
거기에다가 처음부터 도와줄 것처럼 등장했고 위기에 빠트려 버리죠....그래서 배신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햇는데
전혀 아니더군요.....아마 저 같은 픽사 팬을 속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랏쏘를 오마주한듯 합니다
랏쏘와 달리 빙봉은 자신을 잊은 라일리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죽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픽사와 디즈니의 차이점이 한가지 드러나는데
빅 히어로 6에선 죽었던 베이맥스가 살아 돌아옵니다....빅 히어로6 최악의 장면이죠
과연 메모리만 살아 돌아온 베이맥스가 이전의 베이맥스와 똑같은 베이맥스일거냐는 의문은 제쳐두고서라도 그렇게 감동적으로 사라진 로봇이 불과 5분도 안되서 살아돌아온다?
아무리 아이들을 위한 '해피엔딩'을 위해서라지만....
그에 비해 픽사는 완벽하게 선을 긋습니다
단순하지만 조금 달라서 그래서 특별한 픽사의 영화죠
감정도 사람도 성장한다
인사이드 아웃의 주된 주제는 '자라면서 감정은 복합적으로 변해가고 그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쁨은 아이와 비슷합니다. 언제나 엉뚱하고 발랄하며 자기 고집을 꺾을 줄 모르죠
그런 기쁨은 영화를 거치며 성장해갑니다. 다른 감정과 자신의 뜻을 공유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는 거죠
그리고 다른 감정을-특히 완전히 자신과 반대인 슬픔을-인정하게 됩니다
라일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자신의 감정이 우선이였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남의 감정 또한 우선시되야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라일리의 나이가 11살....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보통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이 나이때쯤부터 남의 감정을 우선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나이 선정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도 끝은 가족
마지막 장면도 참 별거 아니지만 많은 걸 느꼈던 대사중 하나가
'제발 화내지 마세요'
자신이 잘못햇지만 혼 나면서 가장 두려운 것중에 하나는 부모님이(또는 다른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내는 것입니다
저 또한 혼나면서 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더 공감되는 대사중에 하나였습니다
가족영화의 끝을 마무리하기에 참 좋은 결말과 깊이감 있는 대사였습니다 (아 물론...전 더 혼났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토이스토리3 이후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았고
영화의 주제도 내용도....그리고 제 안의 장기 기억들까지 곱씹을 수 있던 작품이였네요
혹시 애니메이션이 너무 애들 위주 아니냐는 분들께도 권할만한 영화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쥬라기 월드나 픽셀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아마 오랫만에 픽사가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을것 같네요 흐흐
(쥬라기 월드는 12세 미만이랑 같이 보기에는 좀 잔인하더군요...)
그럼 다음에는 픽사의 차기작 굿 다이너소어의 리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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