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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09 01:34:19
Name 일각여삼추
Subject [일반] [서평] 과연 이십대가 문제일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KTX 여승무원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한 대학생은 이렇게 외쳤다. 처음부터 비정규직이라고 알았고, 어려운 시험 쳐서 들어가지도 않았으면서 언감생심 정규직을 넘보느냐는 준엄한 일침이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피 끓는 시절의 대학생이라면’, ‘진보 코스프레’라도 하려는 시기가 아니냐는 말과 함께 그 당위성을 설파한다. 또 ‘현재 이십 대가 처한 상황이나 KTX 여승무원들의 처지나 피차 마찬가지’이지 않느냐며 자신의 안락한 미래를 위해 파업에 대해 ‘동병상련’의 입장에 서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렇게 1장에서 생긴 문제의식, ‘왜 20대는 괴물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 분석이 책의 나머지 장을 채운다. 자기계발서의 함정에 빠져 ‘스펙 쌓기’로 대변되는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짓에 놀아나고, 수능점수를 신성시하다 ‘대학서열에 대한 무모한 집착’에 빠지게 됐다는 주장이 뒤를 잇는다. 이런 논리는 일부 타당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자기계발서의 함정, 즉 개인의 실패는 노력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헛된 믿음’이 주류가 된 가운데 이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왜 미미하냐고 저자는 묻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은 이미 사회적으로 고정되다시피 했고 가까운 미래에 바뀌기도 요원한데 아무리 애쓴들 어차피 정규직에 입성하지 못할 -일부 의자뺏기 게임의 성공자 이외에는-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하지 않을지 궁금할 수도 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에서도 지적되었다시피 이는 간단한 게임 이론 –그중에서도 죄수 이론- 으로 설명가능하다. 즉, 현재의 이십대 모두가 들고 일어서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부라도 배신하는 순간 그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므로 다들 최선이 아님을 알면서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하게 된다는 말이다.

수능점수로 대표되는 ‘학력위계주의’에 대한 맹신이 유독 이십대에서 지나치다는 3장의 논지에도 의문이 든다. 이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이전까지는 학력위계주의가 없었거나 적어도 덜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한국전쟁 이후 그런 현상이 한번이라도 목도된 적이 있었는지 반문해 보면 자연스레 모순이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울대 신드롬’이라 불리는 학벌주의에서 제대로 벗어나 본 적이 없으며 이전 세대에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는 측면을 고려해 보면,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만큼 대학 사이의 경쟁 밀도가 심해진 것을 가지고 이십대가 ‘학력위계주의’에 빠졌다는 고발은 원인과 결과를 착각한 게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경쟁 심화 현상은 왜 유발되었을까?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제한되게나마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기’ 때문에 현재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내일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은 불행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은 노력을 멈추지 않으며 다 같이 아프리카의 ‘스프링폭스’가 되어 절벽으로 달려간다. 일본의 사회 문제가 한국에서 10년 후 되풀이된다는 속설을 믿는다면 ‘일본의 아이들은 왜 필요한지 알려주지 않으면 히라가나조차 배우려 들지 않는다’고 탄식한 『하류지향』이 쓰인지 10년이 지난 2017년쯤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노력과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부조리에 다들 눈을 뜰 것이라 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십대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 자체다. 이는 담론 형성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스스로를 현실에서 괴리시키는 약점 또한 존재한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도 ‘젊은이론은 젊은이의 이름을 빌려 쏟아 낸 사회 비판이 아니었을까?’ 라는 말을 통해 이를 통렬하게 지적하는데, 고민해 볼 지점이다.

세대론을 설파하는 책이 으레 그렇듯 이 책 또한 결론내기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는 스탠스를 취하는 점도 아쉽다.

‘사실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논할 때 “그래서 대안이 뭔데?”라고 묻는 건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p194

저자는 직접적으로 이런 논지를 펴며 해결책 제시는 회피한 채 과열된 자기계발과 희망 없는 희망론에 대한 경계를 주문한다. 물론 이런 복잡한 사회문제를 한 학자가 분석만 잘하면 되지 정치인의 역할인 해결책 제시까지 하라는 것은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는 막무가내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틀릴지언정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처럼 ‘기성세대가 양보하라’, ‘20대에 창업하라’는 식으로 무언가 내놓기는 해야 독자들도 속 시원히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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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06/09 01:42
수정 아이콘
굉장히 깔끔한 글이네요! 정곡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근성러너
15/06/09 01:45
수정 아이콘
학벌의 노예가된 20대입니다.. 책 꼭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스트
15/06/09 01:52
수정 아이콘
첫문단은 제 이야기군요. 문제는 이런 담론을 제시하는 책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에 있고요.
깝깝합니다.
Arya Stark
15/06/09 02:17
수정 아이콘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괴물로 키워 놓고 왜 괴물이 되었냐고 묻는게 너무 불편합니다.

지금 20대들은 어디 외계에서 의식을 주입받고 온게 아닌 사회에서 강조하는 것들을 흡수했을 뿐입니다.

무조건 기성세대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주 큰부분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책임을 후세에 전가 시키고 있을 뿐이죠. 아 ! 내 자식은 빼고 ....
그것은알기싫다
15/06/09 03:20
수정 아이콘
딱 한마디로 정리 가능하다고 봅니다.
책임 회피와 신자유주의의 만연.. 최근 2개 정권을 핵심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사회가 가는 방향이죠
MoveCrowd
15/06/09 02:43
수정 아이콘
지금 20대가 겪는 문제는 해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경제 개발, IMF극복 등의 미명아래에 쌓아왔던 문제들이 터져나오는거고 비단 20대만 문제있는 상황이 아니죠.
무조건적인 1번 사랑의 50 60대 이상도 문제고 세대갈등 심화시킬 줄만 아는 30 40대도 문제죠.
아무튼간에 솔직히 저도 20대지만 정말 불쌍해요. 윗세대는 공부 잘하면 그래도 뭐가 되고 공부 못해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sky를 나와도 죽기살기로 해야 벼랑에 겨우 서있고 공부만 강요당하다 공부 못한 애들은 왜 너는 꿈이 없냐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맨날 학교에서 놀고 꼴통 문제아 취급받던 애들이 오히려 '꿈을 찾아간 멋진' 사람으로 이야기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다수의 20대 기준에선 기가 막히죠. 다 나쁜거라고 해놓고 지금와선 그 때 왜그랬냐니?
근본적인 해결책의 출발점은 윗세대들이 자신들의 신화에 취해있을게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잘못했던 점은 인정이라도 해야한다는거죠. 그들의 의도가 나빴겠냐마는 결국 그들이 주장하던 '내새끼는 안힘든 세상'이 지금 왔습니까?
단적으로 결혼을 못하고 아이를 못낳습니다. 3포세대가 아니라 8포 9포 세대라고까지 불려요. 20대들이 다른세대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정신상태가 썩어빠져서 그런걸까요? 다 윗세대의 유전자를 물려받로 그들의 교육을 받고 끊임없이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겁니다.
'야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 이전에 '미안하다'가 먼저 나와야되는겁니다.
불신이 가득찬 세상, 정의로우면 손해 보는 세상, 노력해도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세상, 개처럼 일하고 노예처럼 받는 세상. 교과서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서 따로 배워야 하는 세상.
그들이 만들어 온거지 갓 사회에 발들인 20대가 만들어 온 것이겠습니까.
기성 세대의 통렬한 반성이 유일한 출발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기성세대들이 완전 잘못만 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업적을 폄하하자는건 아닙니다. 다만 잘못 물려준 것들은 그 것 대로 인정하자는 겁니다.
15/06/09 11:13
수정 아이콘
공감가네요. 학창시절 공부에 관심 없고 옷 등 여러 장사하기 좋은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어중간하게 공부하던 친구들 보다 확실히 잘 살고 있네요. 모두 다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지만 왜 어릴 때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면 어른들은 싫어했을까요? 크크
바리미
15/06/09 02:52
수정 아이콘
그 책의 저자가 강의를 학교에서 하길래 수업 때문에 들었는데 여러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너무 관심을 끊고 지냈다는것과 현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겠죠 그러면서 기성세대들은 해결책보다는 책임을 현세대에 물리는게 아닌가 싶네요
무무무무무무
15/06/09 06:04
수정 아이콘
전 좀 이상하다고 해야할지, 황당하다고 느꼈던 게 내용을 보고 저자가 우석훈씨 나이 또래 정도는 되시는건가 싶었는데 78년생이더군요.

그럼 기껏해야 97-98학번일텐데 애초에 학력위계주의로 대학서열이 공고했던 건 수시도 없이 수능 하나로 좍 줄세워서 학교에 학과까지 점수가 정해지던 그 시대가 더 심하면 심했을거고 더구나 97학번 남자면 2003-4년 졸업일텐데 그 때면 이미 대학등록금은 한 해 10%씩 폭등하고 스펙경쟁이 뉴스를 도배하고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걸던 시기였죠. 근데 그 시절 어디에도 저항을 위한 몸부림은커녕 대학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조차 미미했었어요. 막상 대학등록금 이슈가 본격화된 건 이미 등록금이 최소 두 배씩 올라버린 2008년에 들어와서였죠.

몇몇분도 말씀하시지만 저런 얘기는 갓 사회에 발디디자마자 수렁 속으로 빠져든 20대에게 할 얘기가 아닙니다. 대학가에서 투쟁이 외면당한지 이미 20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사회 갓 나온 20대들에게 자기들이 꺼뜨려버린 저항과 투쟁의 불씨를 다시 지펴보라니 어불성설도 정도껏이에요. 저는 이 분보다 약간 아랫세대지만 제 또래들도, 저자세대도 지금 20대들에게 쓴소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성세대의 이런 시각에 맞서 20대를 이해하고 변호해야 할, 아니 우선 그 이전에 지금 20대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세대죠. 68년생도 아니고 78년생이 은근슬쩍 기성세대 쪽으로 넘어가서 우리 땐 안저랬는데 요즘 애들 버릇없어 하는 게 말이 되는겁니까. 한마디로 마무리하자면, [니들때도 딱 저랬어요.]
리비레스
15/06/09 07:36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6/09 10:46
수정 아이콘
그 연령이란 이유로 그 세대를 글쓴이가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겠죠.
15/06/09 07:59
수정 아이콘
이런 문제제기 종류의 글에 대안이 없는건
손 쓸 수 없이 망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프로야구에서 선발이 1이닝 8실점 또는
엘오엘에서 글로벌 골드 2만금 차이 정도
나면 해설자들도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죠.
근데 글쓴이는 윗물은 수질검사는
신경도 안쓰고 아랫물의 정화 작용만을
부르짖고 있네요.

20대가 괴물이라고요? 기성세대는
괴물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똑같습니다.

헬조센이라는 겹말이 괜히 만들어진것은
아니죠.

석연찮은 군 면제, 범죄 및 탈법해도 나라
요직을 차지할수 있고 돈과 권력으로
법망마저 피해나가는데도 기성 세대는
내 아파트 값 떨어질까 전전긍긍하죠.

사회 유력 인사들이 저러는데 침묵하는게
우리 기성세대 클라스 아닙니까 그래놓고
만만한 20대는 까고 보는거죠.

이런 괴물같은 모습을 보고 자라니까
20대들도 똑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겁니다.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나요?
책 저자의 책임전가가 어처구니가 없네요.
롤 용어로 정치질 지린다고 표현하죠.

책 저자도 제시 안하는 대안을 제가 제시해
볼까요? 법과 제도의 정비입니다.

내 아파트값 가격 방어 우리동네 개발외에
관심없는 성과지향주의자 말고 괴물을
길러내지 않는 사회 안전망과 시스템에
비전을 가진 자에게 투표하는것이
원 스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걸음
15/06/09 08:1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괴물이 괴물을 키우고 있는 상황인데...
너희는 그러지 말라니 정말 무책임한거죠
포켓토이
15/06/09 09:15
수정 아이콘
게다가 선거와 투표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심지어 20대가 머릿수도 모자라죠..
20대가 똘똘 뭉쳐 단결한다고 해도 인구 구조상 애초에 숫자에서 상대가 안될걸요?
옛날에는 희망이 있었죠.. 지금의 20대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세상이 달라질거란..
그런데 어째 별로 달라지는게 없네요..
솔로10년차
15/06/09 09:57
수정 아이콘
득표수를 추적해보면 아에 변하지 않는게 아닙니다. 실제로 나일 먹으며 진보->보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야권은 조금씩 표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생각보다 느린게 문제죠.
질보승천수
15/06/09 12:18
수정 아이콘
왜 모두가 들고 일어나지 않느냐는 건 일종의 분리 통치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
모두가 들고 일어난다는 건 단일한 목적과 타개 대상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모든 다른 젊은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고 서로가 적이라고 봐도 되죠.
그리고 자신도 꼼수와 얍삽이의 과실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나 자신감이 존재한다면 당장은 자신이 그 꼼수와 얍삽이의 희생자 위치일지라도 굳이 반대하지 않을겁니다. 어떤 의미로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잘 배우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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