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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1 22:55
우리가 그 환경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그 개인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주는 것보다(소위 교육이 하고 있는) 우리가 그 환경에 영향을 더 쉽고, 더 효과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리고 누구나 말씀하신 사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격려합니다. 단지 그렇지 않은 사람의 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뿐이죠.
15/05/21 22:56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런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개개인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그냥 너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만 올바르다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정도의 교훈이라고 받아들이면 뭐 그럭저럭 넘어가겠습니다만, 저 실제조차 알 수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왜 너는 그렇게 하지 못하냐며 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는 것이지요. 비슷한 이야기로 가난한 집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해 서울대 입학. 불우한 가정 환경에도 딛고 일어서 성공한 사업가 등의 이야기가 비슷한 이야기겠죠. 저런 이야기보다 훨씬 와 닿는 건 부모가 알콜 중독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의 소득, 범죄율 같은 통계를 보며 그들이 실제로 처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극복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논하는 게 훨씬 의미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미신적인, 특수한, 정말 예외적인 사례를 마치 누구나 가능한 사례인 것처럼 들고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소시민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말이죠.
그리고 군대정신교육에서 저 이야기를 하는 의도는 너무나 뻔하죠. 군대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해 의문도 갖지 말고 불평하지 말며 여기서 무언가를 얻어 가고 배워 갈 수 있게 하라라는 이야기인데. 그냥 군대 정신교육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부당해도 참아라. 억울해도 참아라. 이 부당하고 억울한 환경이 오히려 결국 너에게 도움이 된다는, 군대가 이야기 하기는 뻔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정신교육이란 게 다 그렇지만...
15/05/21 23:02
애초에 그 의지라는게 유전과 환경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폭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 ADHD인 애들은 정상인보다 노력하기가 힘든데 그걸 노오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노력하려는 의지도 유전과 환경의 결과물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15/05/21 23:08
아, 요즘 노력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면서 노오력! 노오력이 부족하다! 라는 댓글을 많이 봐서요. 혹시 이 댓글의 유래에 문제될만한 이슈라도 있는가요? 그렇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5/05/21 23:12
한 사람의 성격은 타고나지만 그 사람이 저지르는 악행은 접촉한 환경에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형제가 비슷한 성격을 타고 났다고 볼 수도 없고, 비슷한 성격이라고 해도 접촉한 환경이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사례를 들어보면 의외로 작은 사건 하나 때문에 생각과 인생의 향방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그래서 위 사례에서는 형이 불우했던 환경으로 인한 현재 행동을 이해하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동생의 반례를 들어 형의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생이 잘 자란 건 칭찬할만 합니다.
15/05/21 23:16
안 좋은 환경을 이겨내고 잘 자란 사람들은 몇배로 칭찬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둘다 같은 환경에서 각각 반대로 자라긴 했지만 각 100명100명 200명쯤이었다면 저렇게 1:1로 배치되지 않겠죠.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이란건 당연히 존재하는것이고. 그걸 이겨냈다면 더 많은 노력을 한 만큼 더 칭찬해줘야죠.
15/05/21 23:16
제가 아는 한 형제가 있습니다. 정숙하지 못했던 생모로 인해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계모의 학대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두형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형은 생모처럼 허구헌날 외도를 일삼으며 가족을 내팽개친 양아치가 되었고 동생은 불륜과 외도에 대해 극단적인 적대감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둘다 썩 훌륭한 사람은 못되니 본문의 케이스와는 약간 다르겠습니다.
그 형제를 보면서 느낀 건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나왔다는 게 면피가 되지는 않는다였습니다. 또한 윗 Realise님 말씀처럼 '너가 하기 나름이다'같은 접근도 당사자들에겐 조금 가혹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본문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만, 안좋은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하는 계몽주의식 발상에 대해선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네요. 한 구성원의 일탈이 발생했을 때 온전히 그 한사람의 개인에게 원인을 몰아가기 위한 지배방식이라 보거든요. 통제하기에 손쉬운 방법이니까요.
15/05/21 23:18
실제로 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학적 연구들과 통계들이 있으니까요. 반례들이 있다고 해서 그런 통계와 연구들을 싹 무시할 수 없죠. 그리고 환경을 극복하느냐, 순응하느냐 하는 성향도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볼 근거도 많습니다. 결국 환경의 탓이든 유전의 탓이든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내어 제시할 수 있는 겁니다. 개인의 노력만 요구하는 건 모든 걸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좋은 환경에서 나쁘게 자라났다면 그 또한 개인의 탓으로 여길 것 아닙니까.
15/05/21 23:30
안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선택을 한 '개인'은 칭찬하고 존경해야 마땅하지만, 그걸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훌륭한(=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가르치기 이전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더 우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5/05/22 00:00
썰전보고 왔습니다. 말씀해주신 의견들이 비슷해서 통합적으로 피드백(?)을 하자면 전 단순히 이 이야기를 '개천에서 용난다'에 대입하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글 쓰기 전부터 계속 '교훈을 주기 위해 쓰는 이야기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했었습니다. 제가 공감한 건 동생이 번듯한 직업에 잘 살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빅히어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은 못하지만 빅히어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물 둘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둘은 전혀 다른 길을 걷죠(잘 생각해보니 마음가짐이 살짝 비슷한 것도 같아서... 자세한 건 빅히어로에서! 재밌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조커의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그의 행동들을 과연 이해해주어야하나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거든요 많은 작품들 중에서 악역들이 자신만의 상황, 환경들을 들이대니까요. 어떻게 보면 제가 피해의식이 조금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피해를 보았는데, 저녀석의 환경이 안 좋다고 해서 내가 그걸 이해해야해? 하는 생각을 하니까요. 인종차별을 받고 자란 사람이 나중에 그에 복수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차별을 없애기 위해 행동할 수 있죠. 저는 후자에 더 박수를 쳐줘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계속 생각하다보니 저도 모순된 것을 느꼈습니다. 지독히 괴롭힘 받던 사람이 복수하는 이야기는 조금 좋아하거든요. '싸움의 기술' 같은 영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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