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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8 19:53
분명 바라는 게 없는 '척'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척'을 권유하진 않구요.
오히려 저는 제가 바라는 점(이른 바 욕망)을 솔직하게 오픈하는 편입니다. 다만 호의에 대한 대가를 함부로 요구하거나 강요하진 않아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태도는 저 밑에 Love&Hate님 글의 댓글로 적어놨습니다. 저게 정답이라기 보다는(연애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나는 연애할 때 저런 태도를 견지하고자 노력한다'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14/09/07 16:14
연애에서 뇌물이 아닌 선물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런 척을 할 뿐이죠. 분명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연애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선물인척 하는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죠. 빼빼로 데이에 작은 선물도 주고 꾸준히 호의를 베풀었건만 크리스마스 때 다른 직원하고 데이트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도 선물이었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면 이건 대인배인지 호구인지 고민하기 전에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것 같아요. 이 정도로 욕망이 없는 존재가 사랑을 바랄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진 않네요.
저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에게 선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선물의 마음가짐은 상대가 선물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 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죠. 연애 전에는 크고 작은 선물을 끊임없이 주더니 결혼하고 나선 꽃 한송이 안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선 안되니까요. 연애, 아니 연애라기 보단 썸을 타는 순간에 호기심이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을 선물과 호의를 통해 끌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선 게임을 하는 자세로 상대의 심리를 낚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죠. 호의 보다는 센스를, 선물 보다는 의외의 모습을 표출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더불어 선물의 자세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고백을 하거나 사귀자는 제안을 하는 순간 선물은 반드시 뇌물이 되어버리니까요. 솔직히 저는 사귀기 전에 잘해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잘해준다고 호감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선물은 뇌물로 치환되버릴 테니까요. 썸탈때 보다 연애할때, 연애할 때보다 결혼하고 나서 더 잘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14/09/07 16:41
연애에서 뇌물이 아닌 선물이 과연 존재할 수 있냐고 물으셨죠?
모든 연애는 대체로 뇌물이 아닌 선물을 주고 받습니다.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뇌물을 주는 남친 혹은 남편은 거의 없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선물을 주는 것이죠. 그럼 왜 우린 내 애인이 아닌 사람에겐 뇌물을 주고, 내 애인에겐 선물을 줘야할까요? 저는 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구분해서도 곤란하구요. '사귐여부'가 뇌물과 선물을 가르는 척도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얘기이죠. 내 애인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뇌물이 아닌 선물을 줄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비단 연애 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를 포용하는 말이구요. 본문은 단지 보답을 바라지 않은 '척'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내 호의나 선물이 그만큼의 호의나 답례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왜냐하면 상대방은 입력한대로 출력해주는 게임기나 컴퓨터가 아니니까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선물을 하라는 얘기이죠. 선물인척 뇌물을 주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잘못이, 처음엔 "부담갖지 말고 받아. 그냥 주는 선물이야."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하다가 나중에가서는 그만큼의 피드백이나 만남 등의 답례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아주 쉽게 상대방을 비난하는 우를 범한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이러한 언행불일치는 꼬집는 글이기도 해요. 애초에 '순수한 선물이다. 부담갖지말고 받아라' 라며 이런 저런 호의를 베풀었다면 나중에 가서 상대방을 욕하거나 비난할 자격도, 필요도 없다는 말이지요. 결국 우리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표시하며 비난하기 이전에 과연 나는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 뇌물을 주었나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일이라는 점입니다. 어쨌든 핵심은 이렇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연애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라는 충달님 말씀도 맞습니다. 이 욕망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거나 일종의 '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찬찬히 살펴보자는 얘기이죠. 연애하고 싶다는 욕망 그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사람을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아닌가요? 그게 더 중요한 게 맞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귐 여부는 그 이후의 일이죠. 목적에 매몰되어서 상대방과 자신을 바라보지 못해선 안된다는 얘기이구요. 이러한 호의를 통해 상대방과의 연애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상대방을 탓하지 않겠다는 선물의 자세가 결국은 (현재 연애의 성패를 떠나) 성숙한 연애의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더불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에게 선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대부분의 연애 초기(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는 첫시기)에는 대부분의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을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초기 연애인 것이고 이런 연애의 방법론으로 저는 뇌물이 아닌 선물이나 호의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대가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서로가 인간 대 인간으로 편안하게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욕망도 중요하지만 관계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단 얘기이고 여기에서 뇌물이 아닌 선물이 순기능을 할 수있다는 말입니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고백하거나 사귀자는 제안을 하는 순간 선물이 반드시 뇌물이 되어버리진 않습니다. 말로만 선물이라 하고 실제론 뇌물을 준 사람은 뇌물의 덫에 걸려 불쾌감과 서운함을 느끼겠지만, 선물을 선물로서 준 사람은 자신의 고백이 거절당하더라도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관계를 직시하고 담담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겠죠. 뇌물을 준 적이 없으니까요. 결국 이것은 욕망 이전에 관계에 대한 태도이자 스스로에 대한 자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s '사귀기 전에 잘해줄 필요는 없다.'라는 말씀은 본문의 전제와는 다른 차원의 논의이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따로 코멘트하지는 않겠습니다.
14/09/07 16:56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욕망의 유무]라고 한다면 뇌물아닌 선물은 없겠지만, 말씀하신대로 [거절을 탓하지 않는 자세]라고 한다면 선물의 자세도 인정할 순 있겠네요. 저도 말씀하신 의도에는 공감합니다. 어장관리 하는 사람보다 어장관리 당했다고 성내는 사람이 더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전 선물의 자세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연애의 방법론]으로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네요. 연애에 있어서 호감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무언가를 변하게 하는 것보단 자신의 무언가를 변하게 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다고 생각해서요. 선물할 돈으로 옷 사고, 잘해줄 시간에 자기 가치를 높이는게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잘해주는 사람한테 반하지 않더라구요. 잘나고 이쁜 사람한테 반하지.... 아 갑자기 슬퍼지네...
14/09/07 17:02
덧붙이자면, 이러한 (제가 생각하는) '선물의 자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영화 [밀양]에서의 종찬(송강호)일 것입니다. 종찬이라고 해서 신애와 사귀고싶지 않고, 결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종찬에게 자신의 욕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애에 대한 사랑과 그녀의 행복이죠. 그래서 종찬이 신애에게 뇌물이 아닌 선물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종찬의 고백을 신애가 결국 거절한다고 해서 종찬이 그녀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가 그녀에게 선사한 것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대가 없는 선물이자 호의였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너무 '선물'이라는 말 자체에 신경쓰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제가 말하는 선물이란 일방적으로 막 퍼주는 그런 느낌이기 보다는, '일상에서의 호의'에 더 가깝습니다.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고,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을 (날 좋아하게 만들진 못하더라도) 일단 날 신경쓰게 만들고 걸리적 거리게(?) 만드는 데에 이러한 순수한 호의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요. 이 호의가 뇌물이 되는 순간 상대방은 부담감을 느끼기 쉽고, 순수한 선물로 작용하는 순간 상대방은 고마움과 호기심을 느끼기 쉽다고 봐요. 물론 이러한 선물(호의)와 더불어, 말씀하신 대로 자기 계발에도 동시에 힘써야겠죠. 이래서 연애가 어려운 것이기도 하구요.
14/09/07 17:21
<밀양>의 종찬은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서도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대가 없는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지만 그것과 비례하게 매력이 없죠. 신애가 비극을 겪지 않았다면 종찬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이었겠죠. 그런 비극속에서 빛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속에서 효과적인 연애 방법론으로 내세우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지만 연애가 가능한 대상이 보내주는 호의는 사실 거부감이 먼저 나오는게 당연하죠. 말씀하신 부담감입니다. 이걸 계속된 호의로 극복하려면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시간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잘해주기보다 낚는게 낫다는 생각이에요. 솔직히 이제 나이도 들었고 그렇게 많은 걸 투자하긴 두렵네요. 선물의 자세는 [가능한 방법]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제 요점입니다.
14/09/07 17:47
종찬이란 캐릭터가 매력이 없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선물의 자세를 가지되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매력있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사실 종찬에겐 이 부분이 빠져있긴 하죠. 어쨌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의 자세와 본인의 매력이 서로 상치되거나 반비례하는 관계는 아닌 만큼 얼마든지 상호보완은 가능하다고 여겨지고요.
그리고 사실 본문의 내용이 읽기에 따라선 '키다리 아저씨'류로 읽힐 수도 있는데 사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상당히 쿨하고 자신감있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연애를 시작하려다보면 길게든 짧게든, 어차피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거나 호의를 베풀 수밖에 없는데(나만 멋있다고 연애가 저절로 이뤄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럴 때 꼭 무언가를 바라고 구걸하는 자세보다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편안하고 가벼운 자세로 자신감 있게 상대방을 대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게 꼭 줄기찬 호의를 통한 증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 한 개를 뿌려도 뒤끝없고 자신감있게 뿌리고 뒤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뭐 시각의 차이이긴 한데 저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데 있어서 '매력있게 잘해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고 봐요. 물론 매력있게 잘해주는 게 어려워서 문제긴 하지만 우리가 뇌물이 아닌 선물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그 매력도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어떤 상황, 어떤 태도냐에 따라서 (말씀하신 대로)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 될수도 있고, 반대로 상당히 자신감 있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상황이라는 게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지만요.
14/09/07 17:57
굉장히 좋은 지적이십니다.
호의를 매력으로 탈바꿈 하는 방법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게 은근히 강력하기도 하구요. 아부를 칭찬으로 승화한다거나 호감을 표시하는 행위 자체를 귀여운 매력이 터지게 만들 수도 있구요. 근데 이거 되게 어렵죠 크크크
14/09/07 17:49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서 선물이 되고, 때로는 뇌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처음에는 서로간의 선물 관계였던 사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뇌물 관계로 변질되기도 하구요.) 결국 본문의 요지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우리가 '선물'을 주고자 한다면, 뇌물이 아닌 선물의 자세를 견지하자는 의미입니다.
14/09/07 18:51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애, 포커, 주식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여기는 생각과 비슷하네요. 바둑은 둘줄 알지만 그리 고수는 아니라서 부득탐승의 마인드때문에 지는 레벨은 아닌거 같고요. 다만 어려운것이 연애에 대해서든지 혹은 상대에 대해서든지 원하지 않는 남자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보통은 원하는 것이 없기에 상대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사라지기 쉽고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서 베푸는 것에 원하는 것이 크게 없을 경우 흡사 팬과 연예인처럼 그저 상대에게 베푸는 것으로도 모든게 충족되는 낮은 위치에 있어 무매력남. 쉬운남자가 되기 쉽고.. 딜레마죠. 결국 마인드셋만 갖추면 굉장한 무기이지만 그것에 대한 방법론은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훈련을 통해 실제 마음과는 달리 원하지 않는 것 같지 보이도록 본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훈련을 하고 그것을 통해 성공한 경험을 끌어내고 반복됨으로 원하지 않는 상태 를 하나의 중간과정으로 인식할수 있게되어 처음에는 행동과 말만 그래보였으나 나중엔 마음까지도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왜냐면? 지금 이렇게 가기에 나중엔 성공하니깐. 이런 방법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찾지 못했네요. 여자에게 마음을 비워서 그런상태에 도달하면 여자에 관심이 없어지고 여러 여자를 통해 그런 마음 상태에 도달하면 그 여자의 특별함이 사라지더라고요. (바람둥이가 되든지 딴여자한테 가게되든지 한다는.) 그래서 도달이 어렵고 수험생활처럼 미래의 보상을 위한 인내. 훈련우로 도달해야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번외로 하이로우 포커 좋아하실거같아요. 책으로만 보셔도 좋고. 하이로우는 포커게임중에 가장 심리전이 많은 게임이라 연애랑 맞닿아 풀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14/09/08 19:30
좋은 방법론 잘 읽었습니다.
나름의 연애의 우여곡절을 겪어온 저 같은 경우는 이제 호감이 있는 상대가 생기면 이런 태도를 견지합니다. [너에게 호감이 있다. -> 그래서 호의를 베푼다. -> 만나거나 데이트를 하면 물론 좋다. -> 근데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네가지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합니다.(이것만 해도 제 호의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반응이 상당히 줄어들더군요.) 그리고 이건 이런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연애의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상대방 마음이 항상 내맘같을 순 없다는 것, 내가 아무리 안달볶달해도 안되는 건 안된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소 깨달았죠.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 할 도리를 다 하고 이 이후의 일은 자연스럽게 흐름에 내맡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른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랄까요. 그래서 잘해주면서 억지로 호감을 숨기지도 않고(잘해주면서 호감이 없는 척 하는 게 더 어색하고 이상한 일이니까요.)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숨기지도 않습니다. 다만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숨기지도 않지만 예전처럼 억지로 재촉하거나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Love&Hate님 식으로 얘기하자면 상대방의 '파동함수'가 저점을 찍고 고점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달까요. 근데 고점으로 안 올라오더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제 능력 밖,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중요한 건 욕망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매력있게 표현하느냐 인 것 같아요. 어차피 잘해줄 거 찌질하게 구걸하듯 잘해주지 말고, 당당하고 쿨하게 잘해주자 라는 게 어쩌면 이 글의 요지인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이런 태도를 견지하니 상대방으로부터 먼저 밥을 살테니 만나자는 선연락이 오기도 하더군요. 뭐, Love&Hate님 의견과 궤를 달리하는 의견이란 생각은 하지 않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견지하는 태도에 대해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아, 그리고 늦었지만 지난 연애 조언에 대해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픈 경험이었지만 덕분에 저 또한 조금은 성장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14/09/07 22:47
연애하면서 '선물' 이라는 것에 정말 진저리가 난적이 있습니다.
200일 300일 1년을 앞두고 싸웁니다. 아주 처절하게 싸웁니다. 그 원인은 별것도 아닌 사소한 것이고 제가 (남자) 가 느끼기에 아니 얘는 왜 이런걸로 화가 나나? 그리고 화가나는건 이해하는데 기념일도 코앞인데 쫌 빨리좀 풀어주지 라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이윽고 다가오는 기념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괜찮은 음식점예약하고 돈조금 들어가는 선물로 대충 때우자. '나는 너한테 이정도 돈썼으니까 너도 이거 그냥 받고 고마워만 해라 제발. 싸우지좀말자.' 라는 심보가 가득하게 되더군요. 결과는 제 마음대로 되느냐? 절대 아니죠. 눈치빠른 상대 (여자) 는 '지금 돈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면 다냐? 내 마음부터 이해해달라' 라는 비수를 꽂아버립니다. 이윽고 1년. 정말 진저리가나고 넌덜머리가 나서 꽃과 커플링으로 돈좀 써가면서 그냥 준비합니다. 편지? 없습니다. 안그래도 1년 코앞인데 사람 정말 죽을만큼 시달리게하면서 내가 그런걸 왜 해줘야하는가 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선물을 주게됩니다. 근데 말도안되는 선물을 준비해온 그녀. 1년동안 만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모조리 스크랩 하고 그때그때마다 문구를 편집해서 포토북을 만들어왔습니다. 거의 3달동안 고생하며 만들었다는데 그녀 앞에서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저... 서운하다고, 기분 안좋다고 상대에게 나가는 선물도 대충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사랑하는 마음은 표현하고 싶다는 그녀의 큰 사랑에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사귀면 사귈수록, 그리고 결혼하고 결혼생활을 하며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순수한 의도의 선물' 이라는 것. 참 어려운 거더군요...
14/09/08 19:36
선물만을 주고받을 것 같은 연인 관계에서 오히려 선물 못지 않게 뇌물을 자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은 일종의 아이러니이기도 하죠.
선물의 관계가 뇌물의 관계로 변질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초심을 잃지 마시고 항상 처음 같이 설레고 행복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14/09/08 01:24
요새 이거 하려고 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 들이댔는데, 이 친구가 부담스러워하고 숨어버리더라고요. (그 친구는 나이가 좀 어려요.) 뭐 반쯤은 차인 상태인데, 전 사실 아직 포기 안했습니다. 그래도, 나랑 잘 안되더라도 이 친구는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서, 이런 저런 짓들을 하고 있어요. 뇌물이 아니라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이걸 조금 일찍 알았으면 달라졌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한테 안 와도 좋아요. 그냥 내 이름을 잊어버려도 좋아요. 그리고 남들이 호구같다고 해도 좋고요. 원래 그런 호구같은 사랑이 하고 싶었거든요. 이 글을 보니까 참 가슴이 아리네요. 어쩌면 뇌물이 아닌지도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그 친구의 행복을 바랍니다.
14/09/08 19:46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조금 늦은 감은 있네요.
이제와서 (즉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심어준 이후에) 이런 마음가짐으로 급선회하셨다는 건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보입니다. 이제 남은 건 포기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포기할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후자의 자세를 견지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본문은, 누군가를 '처음에 대할 때' 혹은 '처음 호감을 표시할 때' 선물의 자세를 견지해야 매력과 효과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회원1님 같은 경우는, 이제와서 뒤늦게 이런 태도를 취한다해서 그녀의 반응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질지 솔직히 의문이긴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직까지도 선물이 아닌 뇌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 아닌지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시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다면, 포기하진 마세요. 다만 그녀를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면서까지 지금의 포지션을 유지하시면 곤란하구요.(그건 선물이 아니라 고문이니까요.) 그녀를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의 호의를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힘든 길이겠지만, 그래도 건투를 빕니다.
14/09/08 21:37
냉정히 얘기해서 늦었죠. 정신차리고 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반응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질거 같지 않다는거 정도는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사실 이 글을 한 세달전에 봤으면 결과는 100% 달라졌을거 같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는게 억수로 좋은 일이었다는건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누구를 만나도 좀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딴 여자도 찾아볼거에요 크크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4/09/08 19:48
뭐 케바케이니 딱 정해진 시기는 없습니다만, 보통 1주년이나 2주년쯤에 많이들 하기는 하더군요.
아예 안 하는 커플은 안 하구요.
14/09/08 14:2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물과 뇌물은 습자지 차이이듯이... 호감과 부담도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상대가 신경쓰이게끔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죠~
14/09/08 19:49
그쵸, 중요한 지점입니다.
결국 본문은 그 '신경쓰임'의 물꼬를 '호기심'으로 틀 것인가, '부담감'으로 틀 것인가에 대한 저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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