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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20 00:01:11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일반] 서양은 어떻게 동양을 이길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갸튄스입니다.

날씨가 어느덧 많이 더워졌네요.

작년 겨울엔 영원히 겨울일 것처럼 굴던 날씨가 이렇게 한 순간에 풀릴 줄이야.

이제 봄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냥 여름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마 그래 생각합니다.

삼성이 1위 하는 게 바로 빼도박도 못할 증거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재 먼나라에서 공부중입니다.

이곳도 최근 갑자기 더워진 덕분에

처자들이 야만스럽게도 벌거벗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흉물스럽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론 "역시 햇볓정책은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 한켠이 좋네요.

한국에도 이런 무도한 습성이 남아있었다면 햇볓정책이 더 많은 지지를 받지 않았을런가 마 그런 망상을 해봅니다.



그런데 이 오랑캐들이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현재 세계질서의 패권을 쥐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하지 않나요.

문명의 빛을 쬐본적도 없는 이 성성이 사촌들이 어떻게 요래 기를 펴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케네스 포메란츠(Kenneth Pomeranz)는 그의 명저 대격변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의 서두를 다음과 같이 열고 있습니다.



"샤회과학이란.... 마 별거 아이고 왜 유럽이 이겼나 마 그기 셜명한다꼬 맨든 거 아입니까"



아주 심플하지만 명쾌한 요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요약에 따르면 여태까지의 사회과학, 특히 경제사에 해당하는 분야의 연구업적들은 대부분 유럽을 주인공으로 놓고 주인공의 승리요인을 따지기 위해 아둥바둥해왔다고 합니다.

우리 주인공은 몹보다 렙이 높았다. 그래서 이김.

우리 주인공은 몹보다 장비가 좋았다. 그래서 이김.

우리 주인공은 몹보다 게임지능이 높다. 그래서 이김.

뭐 그런 식이라는 거죠.

저자가 보기에 이런 연구들의 궁극적 결점은 주인공에 대한 연구는 열심히 하면서 몹에 대한 연구는 대충 해놓고 스리슬쩍 비교하고 그래서 주인공이 이겼음 이라고 결론내고 만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중국사로 자기 연구 커리어를 시작한 저자는 퉁명스럽게 반론합니다. "늬들이 중국을 알아?"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적 관점을 보면, 이게 아주 재밌습니다.

기존에 중국 경제사에 써먹을만한 데이터가 없었던 건 아닌데 가소롭게도 꽤 많은 연구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중국]의 통계와 산업혁명기 [영국]의 통계를 비교하는 우를 범했다는 겁니다.

첫째, 사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했고 식민지버프를 제일 많이 받은 것도 영국이고 무역으로 재미를 제일 많이 본 것도 영국인 관계로 19세기가 되서도 영국 외의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영국과의 격차를 좁히느라 헐떡거리고 있던 걸 먼저 감안해야합니다.

둘째로, 중국이 경제의 사이즈로보나 지역의 사이즈로보나 영국보다는 [유럽 전체]와 비교되어야 마땅합니다. 영국과 비교할만한 대상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중국 동남부의 양쯔강 삼각주 정도가 아니냐는 겁니다.

중국과 영국을 비교하는 대신 양쯔강 삼각주와 영국을 비교하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봐, 17세기 영국의 1인당 머시기가 중국보다 한참 앞섰어. 그러므로 이미 영국은 산업화의 길에 접어들었고 이 때 중국을 앞질렀음." 라고 말하던 게 그대로 역전됩니다.

"봐, 17세기 영국의 1인당 머시기가 양쯔강 삼각주에 개발리고 있었어. 그런데 그렇다고 이미 양쯔강 삼각주는 산업화의 길에 접어든거야? 영국은 운명적으로 낙후되는 거고?"

아...

참으로 곤혹스러운 반론이지요.

그럼 언제까지 영국이 양쯔강 삼각주에 개발리다가 역전했다는 걸까요? 저자는 그 시점을 1800년 전후로 점찍습니다. 바로 그 시점이 거대한 분기점 (the Great Divergence) 이었고, 그 이전엔 뭐....그렇습니다.

이런 큰 그림 하에 든든한 자료들을 등에 엎고 저자는 기존의 모든 유럽중심주의적 학설들을 줄세워놓고 속 시원하게 빠따를 칩니다.

예컨대,

"야, 시드니 민츠, 그거 해봐 그거"

"에.... 그거 또?"

"그래 그거 해봐 그거"

"에.... 설탕, 카카오, 담배, 차와 같은 중독성 기호품들에 푹 빠진 유럽인들이 이런 것들을 더 얻기 위해 최소생존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해서 경제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800년 이후까지도 양쯔강 삼각주의 1인당 설탕, 담배, 차 섭취량이 영국을 개발랐는데도?"

뭐 이런식입니다.

아니면 이런 것도 있네요.

중국은 인구증가로 인한 압력을 풀어내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길을 택했다. 무슨소리냐면 땅은 부족하고 기술발전으로인한 식량생산의 증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꾸 부양인구가 늘어나니까 같은 면적의 땅에 노동력을 때려부어서 어떻게든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노동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짐. 그런데 유럽은 토지, 노동력, 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시장이 일찍이 건설되어있어서 초기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고용해서 면직물 공장 같은 걸 돌려서 시장에서 경쟁했는데 이 때 상품 원가의 대부분이 노동자 임금으로 빠지는데 빡친 나머지 노동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머리를 쓰다보니 기계를 적극 발명해서 도입하게 되었음. 그래서 산업혁명이 나온것임 o o. 그러므로 애초에 경제 체질 자체가 양측이 달라먹었음. 1800년 전후의 산업혁명은 이미 수백년 전에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임.

포메란츠의 반론은

아 그래? 그런데 왜 1800년까지 양쯔강 삼각지 지역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영국의 그것을 앞질렀을까? 노동 효율성이 그렇게 떨어졌다면서? 아니 뭐 그거야 그렇다 치자 그 이후엔 하락하는 추세니까. 그런데 영국의 인구도 1700년부터 1850년 사이에 몇 배가 늘었는데, 얘들이 받은 인구압력은 어떻게 해결된거지? 중국인이 땅이 부족했다면 영국인은 안부족했나? 답은 하나야. 중국에는 없고 영국에는 있었던 거. 북미 식민지.

그렇습니다. 여기서 중국이 처한 고민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단어가 맬서스 트랩입니다. 인구이론으로 유명한 맬서스입지요. 생산력이 증가하면 인구도 증가하는데,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를 생산성 향상의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면 그들을 적절히 먹일 길이 없고, 노동력만 많고 땅은 한정되어있으니 1인당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이 모두 하락하고....그냥 탈출구 없는 가난한 빈농만 계속 양산하다가 어느 시점에 포화상태에 이르르고 만다는 거죠. 이 트랩을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갑자기 땅이 왕창 생기거나, 아니면 인구증가 속도를 훨씬 추월할 정도로 기존의 땅 사용의 효율이 큰 폭으로 좋아져야 하는데, 영국은 식민지로 증가한 인구를 보내고 거기서 필요한 자원, 주로 식량과 연료, 을 본국으로 퍼다나르는 방식으로 이 함정을 탈출했다는 거지요.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영국인이 노동력을 아끼기 위해 기계를 발명하고... 영국 고유의 힘, 영국인의 유별난 창조성과 도전정신으로 혁신을 일구어내고....


이런 설명들은 대체로 [내재적 발전론] 정도에 해당합니다. 

포메란츠는 가차없이 욕합니다. 뻥까지 말라고. 

당시 특허문서를 분석하면 기계를 통해 노동력을 아끼고자 하는 의식적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그럴거면 왜 기계를 발명해서 썼냐는 문제가 남는데요, 예컨대

"아하하하! 영국엔 증기기관이 있지! 중국엔 없지! 우리가 짱짱맨!" 

요런 주장들이 대표적입니다.

포메란츠는 이미 증기기관 발명 초기에 예수회선교사들이 청나라 조정에 그걸 헌납한 (ㅡ.,ㅡ;;) 증거를 보여줍니다.

또 증기기관 테크를 타기 위해 필요한 기초 테크들이 중국에서 이미 완성되어있었다는 증거두요.

예컨대 강력한 스팀을 동력으로 써먹은 사례라든지, 피스톤의 존재라든지.

그럼 왜 중국인들은 증기기관을 안 맹글어 써먹었느냐? 답: 필요 없어서.

예 그렇습니다.

영국은 당시 심각한 연료난에 처해있었습니다. 1700년경 영국 전역의 숲의 면적이 15~20% 정도였는데, 당시 영국의 대장간들이 1년에 2%를 써서 가마에 불을 지폈다고 합니다. 심각한 수치죠. 대장간 외에 각급 가정에서도 난방을 해야하고, 기타 산업의 현장에서도 숯은 필수요소였는데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더 곤란한 건 중국에 비해 영국의 난로는 난방효율이 훨씬 안좋았습니다. 있는 연료를 아껴도 보자랄 판에 모든 가정에서 이런 거대한 열손실을 그대로 방치한거죠. 이 때 귀신같이 등장한 해결책이 석탄입니다. 영국 북부에서 잔뜩 발견된 석탄이 제법 쓸만한 연료라는걸 확인한거죠. 문제는 얕은 곳의 적은 매장량의 석탄이야 그렇다치고, 깊은 곳의 석탄을 캐내려면 콸콸 쏟아지는 지하수를 퍼낼 강력한 양수기가 필요했는데, 당시의 노동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 때 등장한 게 증기기관! 워낙 에너지 효율이 낮아서 다른 분야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던 이 장난감이 광산 펌프를 돌리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쓸모를 얻습니다. 1800년경 당시 영국 북부 광산지역에 1,000대의 스팀 엔진이 있었다고 하는데 증기기관 발명 후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증기기관의 총 수가 2,500대 밖에 안됐음을 감안하면 그냥 만들어진 모든 증기기관이 잉글랜드 북부 광산 펌프에 몰빵됐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양쯔강 삼각주와 석탄매장지가 너무너무 멀었습니다. 저 서북쪽 감숙성 언저리가 최대 석탄 매장지인데 그걸 캐서 여기까지 가져와서는 도저히 계산이 안나옵니다. 또 양쯔강 상류지역에서 벌채한 나무들을 뗏목으로 엮어서 아래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연료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석탄을 나귀가 나르고 마.... 비용에서 상대가 안 되죠. 더 문제였던 건 광산의 내파문제였습니다. 영국 북부의 습기찬 광산환경과 달리 중국 서북부는 너무 건조해서, 펌프보다는 폭파사고의 위험성을 줄일 방안을 찾는 쪽이 더 급했지요. 석탄이 비싸고 잘팔리는 물건이었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팠을 텐데, 비싸고 안팔려서...ㅡㅡ;

따라서 광산펌프 외의 쓸모를 찾으려면 100년을 더 기다려야 할 이 기계는 중국인들에겐 그냥 신기한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거랍니다.



또 이런 저런 학설들을 신나게 곤장치던 포메란츠는 최종적으로

"그래도 식민지 발견하고 운영한 건 유럽인의 도전정신 아니겠음?" 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며 세 가지 반론을 제시합니다.



첫째, 천연두로 원주민 학살한 주제에 말이 많다.

아무리 미대륙 원주민들의 군사기술 수준이 떨어졌어도 홈에서 싸우면 훨씬 유리한 법. 북미원주민 인구도 많았고 사회조직도 잘 갖추었고 제법 꿀릴 것 없는 군사동원능력을 갖추었는데도 급격하게 발린 이유는 전염병 말고는 없다는 거죠.

비슷한 수준의 다른 사회들이 19세기 까지도 유럽의 공세에 제법 잘 버티던 것에 비하면 고작 1500년대 초반에, 유럽이 아직도 빙다리 핫바지이던 시절에 북미 친구들이 피식피식 쓰러진 건 그냥 전염병 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둘째, 늬들 명나라에서 은본위제 채택 안했으면 식민지 개척 못함.

미대륙 식민지 운영은 당시의 스페인에게 그닥 채산성있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가지 요소만 빼면. 은! 하필 명나라에서 그맘때 즈음 은본위제를 채택하는 바람에 세계 은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이 충격은 유럽에도 전달되고, 혈안이 된 스패니시들이 오늘날의 볼리비아 영토에 해당하는 포토시 은광산을 열어서 원주민들을 말 그대로 갈아넣어가며 캐내서 중국에 가져다 판 양이.... 얼마라더라, 약 100여년 간 그렇게 캐내서 판 은 가격이 당시 스페인의 25년어치 GDP에 해당했다고 합니다.

값비싼 식민지개척에 들어갈 투자금액을 다 뽕뽑고도 남을만큼 은무역으로 벌었다는 거지요. 만약 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아마 50년 전에 달을 밟아놓고도 아직까지 다시 달에 사람을 안보내고 있는 나사처럼, 그냥 "우리 신기한 데 다녀왔음 크크크" 정도의 상태로 별다른 침략 없이 시간만 보냈을지도 모르지요.

실제로 18세기 초였나 전 세계적 은값 폭락과 함께 잘나가던 스페인 경제는 말 그대로 개발살 나고 맙니다.



셋째, 자리가 너무 좋음.

콜롬버스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출항한 게 아니라, 예컨대 도쿄에서 출발했다고 해봅시다. 못 to the 감. 해류로 보나 바람으로 보나 직선거리로 보나 그냥 자리빨이었다는 겁니다.





결론:

유럽의 승리를 설명하기 위해 무슨 중세까지 거슬러올라가서 뭐 시장경제를 찾고 어쩌고 하고 있는데 다 헛짓임. 뭘 아무리 찾아봐야 중국에 다 있음. 그냥 석탄이 하필 거기 있었고 신대륙이 하필 거기 있어서 경제가 탈출구를 찾은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설령 약간 앞서나갈 수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아시아의 주요 인구밀집 경제거점들과 대동소이한 레이스를 펼쳤을거임.

정신문명? 그런 거 다 필요 없음. 기술은 그 쓸모만 입증되면 순식간에 유라시아대륙 전체에 다 퍼지게 되어있었음. 심지어 그 기술도 1800년 당시 중국에 비해 앞서있었다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임. 그냥 통계만 놓고 봤을 때 영국이나 양쯔강 삼각주나 기타 다른 지역들 (일본의 간토오 지방, 인도의 구자라트 주)은 모두 원-산업화(proto-industrialization)의 한계에 봉착해 있었고 누구나 식민지 같은게 하나 있었으면 터질만한 포텐이 준비되어 있었음.


그러므로 유럽의 성공 = 운빨.

Q.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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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 요약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이 글을 시작도 안하는 건데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책의 방대한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가 정말 힘드네요.

위에서 말한 것들 외에도 온갖 싱기방기한 학설들을 데리고 나와서 줄빠따 치는 광경이 장관이니 시간나면 꼭 보세요.

포메란츠의 장점은 사실상 세계 최초로 "다 운빨임" 이라는 화끈무쌍한 결론을 던졌고, 그것도 그냥 던진 게 아니라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제법 견고한 근거들을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고전의 반열에 두어도 될 만큼 훌륭한 성과로 꼽힙니다.

가독성을 올리기 위해 경제학용어는 최대한 빼고 인터넷-쿨내-체 를 썼는데 잘 써졌는지 의문이군요.

여유가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키배 뜰 때 써먹을만한 지식거리들, 술자리에서 뽐낼 만한 이야기거리들, 여자친구 앞에서 선뵐 잘난체 거리들을 주섬주섬 얻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별 거 아냐, 운빨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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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0 00:0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왠지 총, 균, 쇠 가 떠오르는 내용입니다.
레지엔
14/05/20 00:03
수정 아이콘
정말 설득력 있는 얘기였죠. 특히 게임 '문명'하고 맞물려보면 스타트 위치가 갑이라는(..)
기아트윈스
14/05/20 01:51
수정 아이콘
한참 진행하다가 석탄 시점과 석유 시점 때 맵 자원을 딱 깠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너무 슬퍼 ㅠㅠ
14/05/20 11:55
수정 아이콘
레지엔님 댓글 한줄의 설득력이.. 갑이네요.. 크크
요정 칼괴기
14/05/20 00:08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가장 결정적인 건 신대륙 발견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런 관점은 경제학적으로 대충 해석 가능하지 않나요?
1인당 자본 스톡.
중국보다 영국의 경제 성장이 빠른 결정적 이유.
솔직히 경제 성장을 따지면 이런 원론적인 부분 부터 연구 되어야 되지 않나요?
기아트윈스
14/05/20 00:15
수정 아이콘
그 수치에 대한 분석도 있습니다. 1인당 자본 스톡에서 영국이 앞서는 시점 역시 신기하게도 바로 문제의 대분기 시점이고 그걸 가능하게 한 게 신대륙이라고 결론냅니다.
요정 칼괴기
14/05/20 00:21
수정 아이콘
저도 그게 가장 결정적이라 봅니다. 솔직히 기계나 이런 것도 다 부차적인 거죠.
그런데 신대륙 발견이 운빨이라고 하기도 힘들죠.

엄밀히 말해서 대서양을 건너는 거보다 중국에서 태평양을 건너는게 좀더 쉽습니다. 남 태평양을
건너지 않는다면 말이죠. 바람도 해류도 말이죠.영국 같은 나라는 가려면 북대서양 해류를 거슬러 가야 합니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은 신대륙으로 가는 해류를 탈 수 있죠.

그런데 중국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가 애초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딱히 운빨 면에서 중국이 유럽에 비해 신대륙
접근 면에서 불리한 면이 없었던 거죠.
기아트윈스
14/05/20 00:24
수정 아이콘
흠... 중국이 과연 유리했느냐에 대해선 여길 참조하시길

http://blog.naver.com/hong8706?Redirect=Log&logNo=40177412261
요정 칼괴기
14/05/20 00:33
수정 아이콘
사실 그거 다 읽었는데 그래도 충분한 설명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근대 양대 인구축이었던 유럽과 중국 중 왜 유럽은 배를 타고 먼 곳을 향해 갔는가?
그리고 중국은 훌륭한 해상기술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는가?
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봅니다.
14/05/20 00:47
수정 아이콘
지리적으로 유럽은 지형상 해양문화가 발달되기 좋다면 중국은 대륙문화가 발달되기 쉬운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소국가로 나뉘어져, 상업적 교역문화가 발달되면서 경쟁이 심한 분위기가
중앙집권적인 중국과는 차이를 낸거 같구요.

또한, 배를타고 먼곳을 나갈정도로 이윤이 날만한 물건들이 아시아에 있었기때문에..
중국은 굳이 멀리나갈 필요성을 못느꼈고, 유럽은 열심히 뛰쳐나갔다는 아이러니도 있긴하네요.

하지만 정신사적인 면도 있는게, 서양의 기독교는 '세상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정신이 있어서
밖으로 뻗쳐나가는 계기가 된다면, 불교,유교나 중화사상은 그런면이 덜하지 않았나 싶어요.

음식문화적으로 빵이 주식인 문화가, 쌀밥이 주식인 문화보다 대외로 뻗기 좋다는 설도 본거 같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0:52
수정 아이콘
인센티브론이 가장 좋은 설명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제시했던 것처럼 해안선의 문제일 수도 있구요.

콜롬버스가 아시아로 가겠다며 큰소리치고 떠났을 때 "이렇게 하면 명나라랑 무역도 하겠군" 이라고 일기도 써두었죠.

당시 유럽 입장에서는 아시아무역이 가장 절박하던 상태였고, 상대적으로 명은 그런 인센티브가 적었었지요.
14/05/20 11:54
수정 아이콘
총균쇠에서도 이 얘기가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항해를 위한 스폰서가 필요할때 컬럼버스는 한나라에서 거절받자 스페인여왕(?)에게가서 스폰을 구했다는.. 반면 중국은 중앙집권이라서 왕이 가지마! 했을때 다른곳에서 스폰을 얻을 수가 없었다는...
14/05/20 00:10
수정 아이콘
영국에서 처음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은 어쩌다보니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던 탓이라고도 하지요. '결국엔 다 운빨임' 이 시사하는 바는 인종이나 민족간에 선척적인 우열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엔 환경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죠. 더불어서 작년에 읽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책도 좀 연관된 내용이라 재밌었어요.
14/05/20 00:10
수정 아이콘
근데 제가 궁금한 건 수학과 과학에서의 업적입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거의 동시에 17세기에 미적분을 발견을 했습니다. 이렇게 동시에 발견을 했다는 것은 이미 학문적인 흐름이 17세기에 유럽은 미적분을 발견할 만큼 충분히 그 기반이 쌓여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보기도 하구요.
고대 그리스, 알렉산드리아에도 수학의 발전은 동양이 따라올 수 없을만큼 고도의 발전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중국에서는 실생활에 쓰일만한 산수 계산법, 삼각함수, 3차방정식 정도만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렇게 학문적인 차이가 발생한 원인도 충분히 고려를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아트윈스
14/05/20 00:21
수정 아이콘
수학을 "찬양"하는 문화가 없었을 뿐이지 동양에도 수학은 있었습니다.

중국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조선에서 방정식 풀고 있었는데요.

응용수학으로 나가도 이미 개성상인들은 복식부기를 사용하고 있었구요.

순수학문으로서 수학이 서양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것 역시 고대 그리스부터라고 하긴 어렵고, 아랍에서의 혁명적 성과를 배워와서 이식하기 시작한 르네상스기부터 셈해야 옳다고 배웠습니다.

포메란츠는 대분기 이전에 유럽의 순수과학이 발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경제사가 답게, 그게 경제에 어떻게 응용됨? 을 묻죠. 그의 결론은 결국 신대륙 버프 없이는 과학의 발전이 경제성장에의 기여가 제한적이었을 것이고 유라시아의 다른 거점들은 머지않아 그렇게 응용되어 나온 기술들을 받아들이고 추격할 충분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을 거다.... 뭐 그렇습니다.
모모리
14/05/20 10:08
수정 아이콘
조선의 수학 수준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14/05/20 12:11
수정 아이콘
과학적 방법론의 확립이 동서양의 차이를 확 벌리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가설-실험-이론확립. 수학적 방법론도 마찬가지 공리-증명-이론. 의술도 마찬가지요. 이중맹검실험. 이모두 사소한 생활의 지혜 수준의 산수/기술 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더 나아가 이런 방법론이 어떻게 해서 서양에서만 꽃피울수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모모리
14/05/20 12:16
수정 아이콘
이게 다 유교 탓입니다. 유교를 탓하세요.
yangjyess
14/05/20 00:17
수정 아이콘
화끈한 주장이라기엔 비슷한 책들이 몇권 있는듯요.. 흐
기아트윈스
14/05/20 00:32
수정 아이콘
흐흐... 일단 최초라는데 의의를 부여해봅니다.
Siriuslee
14/05/20 00:18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죠.

그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갈, 그리고 그 포르투갈을 따라한 스페인
그리고 그 스페인에게 독립하면서 모든 역량을 상업에 힘쓴 네덜란드 상인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를 축적했습니다.
(한때는 전유럽의 모든 상선중 2/3가 네덜란드 선박)

영국이 뛰어든건 한세기도 더 지나서이죠.
그렇게 전세계 바다와 해안가를 분탕질 쳐가면서 그들이 말하는 제국주의 패권주의가 발달하게 된것입니다.

결국 가진땅이 적어서 국가 생존을 위해서 바다에 뛰어들었던 포르투갈..
그 포르투갈을 바다에 뛰어들게 만든 [후추]가 문제입니다. 어??
기아트윈스
14/05/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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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희망봉 항로 개척 후에도 유럽은 철저히 변방이었다는 겁니다.

당시 유럽에서 수입한 후추의 2/3는 오스만 제국의 육로를 통해 들어왔다능...ㅡㅡ;

어쨌든 희망봉 발견은 유럽인들에게 대박의 꿈을 안겨주었죠.

아시아까지 배를 타고 갈 수 있어!
Siriuslee
14/05/2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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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5세기~16세기에 중국, 한국, 일본이 뭐하고 있었는지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당시 중국은 원말명초, 명이 막 건국된 시점이고, 우리도 조선이 막 건국된 시점이고, 일본도 남북조시대를 정리하고 무로마치 막부가 태동하던 시절입니다.

그때 포르투갈은 판옥선만한 배를 타고 동아프리가 해안을 모두 탐험한 후 인도항로를 개척했고,
아라곤왕국의 해상정책을 물려받은 통일 스페인에서는 이탈리아 출신(당시 아라곤이 시칠리아 왕국을 정크버크)인 콜롬버스를 지원하여 서인도항로(라 쓰고 신대륙항로 라 읽는다)를 개척하여
그 공을 인정받아(??) 교황의 승인을 받아 포르투갈, 스페인양국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전세계 바다를 양분분할 했습니다.

당시 다른 캣홀릭 국가들이 여기에 관심이 있었으면 저런 말도 안되는 조약을 맺게 방관하고 있지 않았을텐데요.
그 다른 캣홀릭 국가들도 이 해양 개척(식민지)가 이런 기회가 될지 몰르고 있었습니다. 관심도 없었구요.
영국, 프랑스는 한창 100년전쟁중이었고, 북유럽국가들은 유럽 2번째 상업지대인 발트해를 장악하고 잘먹고 살고 있었고,
지중해 국가들은 지중해 무역으로만으로 먹고 살만 했습니다. 신롬은 어짜피 내륙국가이고(...)

결국 나중에 정신차리고 영국이 진출하려고 보니, 신대륙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인들이)
인도는 포르투갈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는 네덜란드인들이 죄다 장악한 상황이라서..
[스페인을 공격한다]는 국가 기조를 삼아서 신대륙을 빼앗은것이지요.
기아트윈스
14/05/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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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부분이 다 사실인데

문제는 누가 작성한 네러티브냐는 거지요.

네러티브는 작성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나 항로를 뚫으려고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항해에 나선 건 아시아에 가고 싶어서였죠.

더 재밌는 사실은 바스코 다 가마의 키잡이가 무슬림이었다고 알고있어요 :)

역시 바닷길은 무슬람이...!
14/05/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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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른 건 몰라도 자연 과학 분야에서 쌓은 미칠 듯한 업적은 유럽과 동양이 넘사벽으로 차이가 나는 게 사실 아닌가요? 뭐 앞으로는 반대일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레지엔
14/05/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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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마다 차이가 있는데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폭발적 성장기를 자연 과학이 끌어낸 것이냐, 아니면 폭발적 성장기가 자연 과학의 발전을 유도한 것이냐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자연 과학이라고 하긴 어렵고 기술적 학문인 의학의 경우도, 과학 혁명이 터진 것은 한참 후대의 일이고 산업혁명 시기의 유럽 의학이 아시아의 그것보다 딱히 기술적으로 우월한지는 좀 의문입니다. 패러다임 측면에서는 우월해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14/05/2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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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14/05/20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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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경우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수학의 경우 꽤 전부터 차이가 나지 않았나요? 대수학은 현재까지도 가장 유용한 수학적 기법중 하나인데 기원전에 발명되었고 미적분 역시 산업혁명 전에 발명되었잖아요.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낼 때 동양에선 자연을 관념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나 싶은게..
레지엔
14/05/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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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분야 따라서, 그것도 학문 분류보다는 더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서 다 달라질거라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일괄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특히 경제적 효과를 명확히 나타내기 좋은 건 원론적 학문보다 기술적 학문인데, 기술적 학문의 대표적인 예시인 의학/의술조차 산업혁명 이전의 유럽의 업적이 더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 고로 자연과학이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폭발적 성장기를 끌어냈고 결과적으로 서구와 동양의 현재 차이를 설명해준다는 이론에는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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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지적입니다.
이과보다는 공과의 수준이 저자의 관심사인데요
공과분야만 놓고 봤을 때 1800년의 유럽이 잘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딱히 더 잘했다곤 할 수 없다 정도로 결론짓더군요.
저자가 발견한 순수과학-->경제효과 사례 중 가장 현저한 건 19세기 후반에 살포되기 시작한 화학비료...정도구요.
14/05/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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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에 따라 크게 다르긴 한데 수학 등 기초과학의 발달은 차이가 컸으니깐 이런 차이가 결국 기술적 학문의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한데 그에 대한 반론이 없어서요. 동양은 기초과학의 발달이 부족했으니 애초에 산업혁명이 불가능한 것 아닐까요?
난멸치가싫다
14/05/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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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사용한 논거 자체가 바로 반론 가능한 주장들이지만(일례로 증기기관의 발전사는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던 증기기관을 효율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압력에 의해 시작됩니다. 당장 증기기관의 아버지 제임스 와트가 기존 증기기관의 비효율성에 경악한 석탄 광산 운영자였죠.), 가장 반론하고 싶은 건 서양의 급격한 아메리카 정복은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밖에 원인이 없다는 부분이네요.

당장, 에르난 코르테스가 인구 수백만에 십수만 대군을 동원할 수 있었던 아즈텍 제국을 정복하는데 끌고 나간 인간은 300명 정도였습니다(200~500정도). '코르테스를 신으로 여겨 환영하다 발렸다.'같은 건 후대에 창작된 신화고(코르테스는 테오치티클란으로 진군하는동안 많은 전투를 거쳤고 몬테수마도 이를 요격하려 했죠. 촐룰라라던가 틀락스칼라라던가.), 코르테스의 아즈텍 정복은 전염병 같은 건 큰 요소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습니다(원주민 동맹군의 사기는 높여주었다고 합니다만).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세력이 300명에게 2년만에 멸망했다는 건 결국 군사적인 기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밀렸다는건데 천연두빨이라니 그게;;;;
기아트윈스
14/05/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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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크로스비의 고전인 컬럼비안 익스체인지를 추천합니다. 환경사라는 신세계를 개척한 걸작이죠.

코르테스는 테오치티클란을 사수하기 어려움을 깨닫고 1차적으로 베이스캠프로 후퇴합니다.

여기서 다시 테오치티클란으로 진군할 때 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천연두가 돌았습니다. ㅡㅡ;

코르테스의 2차진군 당시 그를 맞이했던 건 전염병으로 거의 떡실신이 된 테오치티클란이었죠.
요정 칼괴기
14/05/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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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정도 까진 아니었습니다. 일단 테노치클란 전투 당시 코르테스의 상대는 헤롱헤롱한 아즈테군도 아니었고
정말 죽일 기세로 포위해서 압박해온 압도적 규모의 아즈텍군이었습니다.

가장 아즈텍 멸망의 큰 요인은 코르테스의 기량 그리고 주변 국에대한 핍박 때문에 주변 국 모두가 배신한게 컸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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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테스의 1차정복 이후 그 죽일 기세의 압박군에 밀려 퇴각하지요.

그 후 약 60일간의 재정비 기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코르테스의 라이벌 나바레즈가 데리고온 흑인 노예 하나가 천연두 환자였고, 이친구로부터 아즈텍 전역에 빠르게 천연두가 번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천연두가 이상하리만치 늦게 도착한거지 홍역을 비롯한 다른 모든 종류의 전염병이 이미 아메리카에 퍼지고 있었지요.

천연두가 대략 1달정도 앓으면 싹 사라지는 병인데다 한 번 걸렸던 사람은 안걸리기도 해서,

스페인과 중미간의 항해기간이 1달 이내인 시점에 천연두 항체가 없는 (주로 아이들) 보균자가 천연두를 달고 무사히 안죽고 도착해야하는데 이러한 제약 때문에 다른 전염병들보다 약간 늦었을 뿐입니다.

또 곤란한 건 스페인 자료들이 대부분 전염병을 잘 구별하지 않고 viruela, 즉 바이러스라고만 기록해놔서 이게 천연두인지 홍역인지 티푸스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거지요.

코르테스는 기량이 뛰어난 지휘자였고 정치적으로도 주변 원주민 부족들을 잘 선동한 것도 맞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으로 아즈텍이 헤롱거리는 상태였던 것도 맞습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정도의 손쉬운 승전은 없었겠지요.
요정 칼괴기
14/05/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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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차 보다 2차가 쉬었던 걸 천연두 보다는 아즈텍 휘하 부족의 배신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그리고 2차 전투 때도 치열하긴 마찬가지였죠. 아예 코르테스가 호수에 포함까지 만들고 연합군을 형성해서
대군을 만든 후 치열하게 싸웠으니 말이죠.
난멸치가싫다
14/05/2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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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코르테스의 1차 테노치티클란 점령은 2개월(1519년 4월에 있던 정찰부터 날짜를 새어도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며로 이 안에 전염병이 유의미한 수준의 타격을 입혔다고 보는 건 어렵죠. 그리고 틀락스칼라의 배신도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1차 점령의 비중을 다지자면, 촐룰라까지 아즈텍의 군대를 연파한 콩키스타도르의 군사력+이유를 알수 없지만 어쩄건 그런 적을 수도 한 가운데에 환영하며 받아들인 모테수마 2세의 비중이 클 것입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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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툼바 전투만 해도 4만 명의 전사들 중에 전염병 환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고(그리고 일반적으로 사고하면 환자를 군대 안에 소집했을 리도 없고), 또한 오툼바 전투를 아즈텍 정복의 기점이라 보면 결국 천연두나 홍역이 코르테스가 아즈텍의 정복을 기정사실화하는 데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은 자명합니다. 일단 오툼바까지는 아즈텍이 군사를 모으는 데 전염병이 난관이 되지는 않았죠.
기아트윈스
14/05/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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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후퇴 후 아즈텍에 천연두 (어쩌면 홍역)이 돌았다는 1차사료에 대해서는

Patricia de Fuentes, ed. and trans., The Conquisitadors. First person accounts of the Conquest of Mexico, 159.

흑인 하나가 천연두를 옮겨와서 아즈텍 정복했다고 자랑하는 코르테스의 부관 Bernal Diaz의 수기에 대해서는

Bernal Diaz del Castillo, The Bernal Diaz Chronicles: The True Story of the Conquest of Mexico

제가 제시할 수 있는 1차사료는 이정도네요.
난멸치가싫다
14/05/2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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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지금 구할 수 없어서 질문드리는데, 그 안에 '천연두가 아즈텍의 군대에 감염되어 오툼바 전투에서의 군사력을 약화시켰다.'라고 지칭하거나 암시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기아트윈스
14/05/2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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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툼바 전투라고 직접 언급하진 않습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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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툼바 전투의 4만 아즈텍 군대가 과연 천연두에 의한 병력 손실을 겪었는가가는 결국 추론의 영역이라는 건데,

제 생각에 오툼바 전투 자체가 후퇴-추적에 의해 발생한 병력의 급격한 기동종말점에서 발생한 전투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아즈텍 병사 중 기동력이 떨어지는 환자는 없었을 거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이는군요.

설렁 몇몇 있었다 쳐도, 그게 100배의 적을 때려부순 오툼바 전투의 의의와, 원주민 군대와 콩키스타도르의 격차를 좁히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기아트윈스
14/05/2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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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사실 20배라고 해야죠. 동맹군이 2천이 있었는데요. 게다가 적군 4만이라는 수도 자료의 특성상 부풀려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구요. 당시 스페인 자료에 적힌 사람 수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산토 도밍고의 100만 원주민이 몇 년 만에 1천명이 됐다고 해야하는데, 사실 1천명은 믿을만한 수치여도 100만은 믿기 어렵죠.
난멸치가싫다
14/05/2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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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님// 틀락스칼라의 동맹군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일단 테노치티클란 입성 당시 동행한 숫자와 슬픔의 날 당시 사망자의 숫자가 거진 같습니다(각각 4000명, 물론 포로도 사망자로 취급해야겠죠).

그리고 틀락스칼라 대사가 '틀락스칼라에서 지원을 받아 재정비해 싸우자'라고 재안했으며 코르테스는 이를 거부하죠. 따라서 코르테스가 회전을 결심했을 당시 원주민 동맹군의 지원 또한 없다고 볼 여지는 충분합니다.

또한 오툼바 전투에서 원주민의 역할에 대한 기록은 최소한 제가 본 서적(Aztecs & Conquistadores: The Spanish Invasion & the Collapse of the Aztec Empire, The Spanish Invasion of Mexico)들 중에는 없네요. 심지어 슬픔의 밤에서는 스페인 사상자와 원주민 동맹군 사상자를 함께 기록해놓았으면서, 오툼바 전투에서는 스페인 사상자는 72명이라고 딱 기록해놓고 원주민 사상자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상자가 없으면 전투에 참여한 자도 없겠죠.

따라서 코르테스는 오툼바 전투에서 스페인인만을 데리고 전투에 참여했고, 따라서 당시 인원은 최소 100에서 최대 300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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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저도 더이상의 자료가 없어서 ^^;

추가로 궁금한 점은,

슬픔의 날 사망자 수는 어디서 보신건지요?

말씀하신 책인가요?
기아트윈스
14/05/2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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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야 구글 대단하네요.

이런 검색은 또 몰랐습니다.

간만에 다시 풀 네러티브를 읽어봤는데

이건 언제 봐도 너무 슬프지 않나요. 포위되서 질병과 굶주림, 학살로 30만 중에 24만이 죽는 건 얼마나 끔찍한 광경이었을까요...
기아트윈스
14/05/2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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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오툼바 전후를 지시하진 않네요 ㅡ.,ㅡ

1차후퇴 후 완전정복 사이의 2개월 안에 병이 돌았다고는 하는데 그게 오툼바 전인지 후인지는 없습니다.

개연성으로 보면 후일 가능성이 더 높겠군요.

하지만 설령 오툼바의 승전이 전염병과 무관했다 하더라도 코르테스가 산토도밍고에 건너와 원정군을 보급하고 물자를 꾸릴 수 있었던 건 이미 수년 전에 전염병으로 인해 해당 섬의 인구가 1천명 미만으로 급감해줘서 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자꾸 코르테스로 초점이 맞춰져서 부담스러운데 ㅡㅡ;; 사실 포메란츠의 논지는 전투에서의 승패와는 별개로 까놓고 경제적인 요인만 놓고 봤을 때 전염병으로 원주민을 쉽게 지워버리지 않았으면 의외로 비용이 높았을 거라는 데 있습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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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란츠란 사람이 얼마나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빈약한 군사체계를 갖춘 원주민 수만 명을 굴복시켜 정복지에서 자원을 산출하는 것과,

그 숫자만큼의 흑인 노예를 데려와 자원을 산출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비용대비 효율이 높은지 계산해놓고서 그런 결과를 냈는지는 모르겠네요. 혹시 수학적으로 비용을 계산한 자료를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적어놓았다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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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콩퀴시타도르에 관해서 제가 가장 의존한 책은 크로스비인데 크로스비의 의견은 난멸치가싫다님 쪽에 더 가깝습니다. 흑인보다 원주민 쓰는게 경제적이지 않냐는 거지요. 따라서 스페이나드는 초기에 전염병으로 원주민이 계속 쓰러지는걸 보고 오히려 "아 다죽으면 안되는데" 식으로 싫어했다고 합니다.

포메란츠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양반은 경제사가라 "인구는 반드시 늘게 되어있고 결국 중요한 건 인구압박을 해소할 새로운 땅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원주민 인구가 그대로 유지되고 또 1500 이후 수백년간 증가했다면 그런 상태에서 유럽인의 신대륙 러시는 생각만큼 경제버프를 못주었을 거라는 거구요.

또 포메란츠는 초기 원주민 노동력을 별로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전염병이 정복비용을 낮춰줬다는 것, 그리고 누가 거기서 노동을 했든 은값이 수지가 안맞았으면 스페인의 초기정착은 훨씬 재정적으로 어려웠을 거라는 것 정도입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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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님// 구체적인 답변 감사합니다.

'인구는 땅만 있으면 늘어나니 인구손실로 인한 노동력 손실은 무시해도 좋다.'라는 주장은 뭔가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데 정작 그거에 반대되는 논거는 찾기 힘드네요.

경제학자의 주장을 제 마음대로 반박하는건 그렇고, 흑사병으로 인한 비잔티움의 북아프리카 손실이나 유럽의 생산 타격 같은 자료를 조사해보면 문헌이 나올 것도 같기도 한데 힘들고...
기아트윈스
14/05/2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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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생존자들, 특히 노동자 계급의 1인당 실질소득의 비약적 증가와 생활 수준 향상 같은 걸 더 재밌는 요소로 보니까요 ㅡ.,ㅡ;;

사실 이양반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는 1800년 전후지 1500은 관심에서 좀 멉니다.

심지어 청조 말기의 각종 민란까지도 인구 팽창으로 인한 압박 때문에 소득수준이 급락하고 그래서 그런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고 해석하는데요.

그래서 이양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압박을 해소해줄 새로운 땅이 영국에겐 있었고 중국에겐 없었다... 마 그렇게 돌아가지요.
기아트윈스
14/05/2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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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멸치가싫다 님//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는 아니고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인명손실에 대한 포메란츠의 견해가 있었는데, 산업혁명기 이전의 인구는 절대적 생산량의 한계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고, 이는 동서양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각종 가족계획도 그 중 한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통계를 보면 동서를 막론하고 대체로 다섯에서 여섯 정도를 출산하지요. 물론 성체가 되는 건 그 중 일부지만요.

그런데 자연재해로 인해 인명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사람들이 비워놓은 Job을 채우기 위해 이런 가족계획이 일시 중단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인구가 회복되는 기적이....
요정 칼괴기
14/05/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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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코르테스는 괜히 천연두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군인이죠.
코르테스가 아즈텍을 정복했을 때는 그딴거 없었는데 말이죠.

군사 기술 차이도 꽤 있었고 코르테스 개인적인 능력도 상당한 편이었다고 보는 게 맞으니까요.
기아트윈스
14/05/2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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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는 이미 1518-1519 사이에 산토도밍고에 상륙했다고 알고있는데요,

제가 아는 소스가 크로스비 뿐이라...... 뭐 더 최근의 반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레지엔
14/05/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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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총체적 역량의 차이가 군사 기술에서 나타났다기보다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봅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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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기술이나, 전쟁의 특수성보다는 그냥 코르테스의 기량 자체가 압도적이였죠. 마치 아즈텍을 멸망시키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코르테스의 역량 자체가 식민지 개척, 나아가서는 서양사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봅니다. 원주민의 세계란 건 바꿔말해 미지의 세계, 풍토병과 알수 없는 적이 우글거리는 세계라는 건데,
1. 수백명으로 대담하게 최대의 제국을 향해 전쟁을 걸고,
2. 또 원주민들을 포섭시켜 환경적 열세를 상쇄시키고,
3. 군사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있는 걸 알고 계획을 수정, 황제를 이용해 정치적인 정복을 획책하고,
4. 자길 진압하러온 스페인 정규군들을 매수하고 쳐부수고,
5. 병신(이거 욕이 아닙니다. 페르도 알바르도는 멍청한 학살자였어요) 같은 부관때문에 말과 무기를 잃고 부하 대부분도 잃은 상태에서 300명으로 4만명을 냅다 부수는 대승리를 얻어내고,
6. 공성전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7. 결국 세계 유수의 대제국을 혼자 멸망시켰으면서도 여기 고취되지 않고 순순히 스페인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고(코르테스의 아들놈들은 괜히 반항했다가 털렸죠).

아마 이 일곱가지 요소들 중에 하나만 없었더라도 식민지 개척은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졌거나, 실패했거나, 또는 역모의 싹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코르테스가 효율성 넘치는 정복을 해버림으로써 이슬람에게 치여 살던 서양에게 '원주민=X밥' 공식을 세겨준 건 아닐까...
레지엔
14/05/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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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면 오히려 또 본문의 주장의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줍니다. '우연히도 천재께서 강림...'-_-; 솔직히 말하면 저는 코르테스가 수재라면, 아즈텍은 그 수재를 천재로 보이게 할만큼 막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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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만든 요소도 결국은 역사의 필연이니까요. 알렉산더나 나폴레옹, 징기즈칸의 존재가 역사를 바꿨다고 해서, 그들이 없었을 때 그 역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의 기토로 쓰일 근거는 없죠.
소독용 에탄올
14/05/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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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엔 필연이 없습니다.
과거 각 시점에서 다양한 조건, 다양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우연적 활동 결과가 현재까지의 역사이며,
그 재현이나 반복에 허용되는 조건변화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계산하기 불가능합니다.
난멸치가싫다
14/05/2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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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의 가능성을 계산할 수 없다면 우연인지 필연인지 구분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겠죠.
기아트윈스
14/05/2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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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난잡한 용어정리를 해보자면 역사학에서 쓰이는 "우연"은 철학과에서 쓰이는 "우연"과는 천만년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철학과에서 우연이냐 필연이냐를 말하는 건 결정론과 자유의지까지 끄집어와야하는데

역사학에서 "우연"이라는 용어는 대강 확연한 연결고리가 안보이면 다 우연이라고 하지요.

예컨대 인간이 확보할 수 있는 한 가장 정교한 역사 시뮬레이터를 만들어서 당시를 다시 돌린다고 가정해볼 때

시뮬레이터에 입력할 만한 데이터를 아무리 열심히 넣어도 결과가 자꾸 출렁인다면 우연,

대강 근사하게 계속 나온다 그러면 필연 뭐 그런 당나라식 계산입니다 ^^;
소독용 에탄올
14/05/20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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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강 '근사하게'라는 부분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 ㅠㅠ
변수가 너무 많아요......
당장 지역 고기후 자료 등 고려해야 할 변수대비 가진 정보량이 부족할 겁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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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에탄올 님// 헤헤...그냥 문명을 돌리는 걸로...헤헤..
14/05/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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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운빨로 치부하는건 좀 과격할 수 있지만 정말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의 우연적 결합이 역사의 향방에 꽤나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게 흥미로운 주제네요.
소독용 에탄올
14/05/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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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자체가 '필연'이나 '경로'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운빨이라는 것이 사실 '다양한 요인들과 조건들의 우연적 결합'인것입죠.
소독용 에탄올
14/05/2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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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규정하는 나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자본주의자체가 영국에서 '일회성'으로 발생했다는 '견해'와 맥을 같이하는 관점이네요.
사실 역사에서 뭔가 '필연성' 혹은 '분명한 궤적'을 찾고 싶어하는 '욕망'은 이해하지만, 그런게 없다는게 역사학 쪽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14/05/2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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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학부 졸업한지가 조금 되기는 했습니다만 중심을 차지하는 견해까지는 아닌 듯 합니다. 말씀하시는 필연성 등등의 이야기가 무슨 무슨 환원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조금 과도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뭐랄까... 인간은 거대 서사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연구 방법론에서 과도한 목적성을 가진 연구가 지양되기는 합니다만, 일회성이나 우연성을 역사의 동력으로 간주하는 많은 '썰'들이 주류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학계도 정치판이라서^^;;;
소독용 에탄올
14/05/2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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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의 한계상 거대서사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그것을 드러내 보일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분들은 인과성이나 거대서사 관련해서 사회과학자들보다 기준이 빡빡하거든요......
14/05/2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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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학부 졸업한지가 조금 되기는 했습니다만(2) 인과성이나 거대서사 관련해서 사회과학자들보다 기준이 빡빡하다는 것도 살짝 고개가 갸웃;;; 지금 저와 에탄올님의 견해 차이는 방점이 학문의 내용이냐 아니면 학문하는 사람들이냐의 문제라서 층위가 좀 다른 문제라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학은 인문학이에요. 아마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 인문학 못 벗어날 겁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2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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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내용 상으로도 연구는 사료가 있는 '개별 사건', 혹은 일정한 '기간'동안 특정한 '영역'내부에서 진행된 일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사건들 사이의 연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일반화'에 적극적인 사회과학자들과 달리, 역사학자들은 흔히 더 보수적인 관점을 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빡빡한 '기준'이 적용되죠.
물론 현실적으로 개별학자들이 연구하는 '내용'은 제가 한발 걸치고 있는 사회학에서도 1990년대를 끝으로 거대이론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거대담론 보다는 중간범위 혹은 개별사건을 설명하는데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거대서사를 '지향'할수는 있지만, 개별학자들이 '거대서사'를 연구 하는건 아니니까요 ㅠㅠ
학부생과 대가는 거대서사를 다룰 수 있지만, 그 중간에 위치하는 학술영역 종사자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기아트윈스
14/05/20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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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 줄에서 눙무리...ㅠㅠ
14/05/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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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왜 제 의도를 한번에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걸까요^^;

계속해서 에탄올님이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시고 저는 학계의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보수성'은 우연이나 일회적인 사건에 의한 역사 서술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미 주류적인 견해가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이론을 수정 보완하거나, 혹은 몇가지 부분에서 재검토하게 만드는 이론들은 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입니다만, 그 모든 것들이 '틀렸고' 딱히 역사적인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으며,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요소에 기대어 이해해야한다는 이론은 주류에 진입하기 힘든 편입니다. 논리적 정합성에 문제가 없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지요. 당연히 알고 계실 이런 이야기를 드린 것 뿐이었습니다. 지식 생산의 사회학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연구의 헤게모니와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지요.

그리고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목적이 다릅니다. 모델링에 익숙한 사회과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을 비교하시는 건 제가 뭐 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역사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역사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학은 영화나 소설 비평과 비교하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역사에 오타쿠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재현이 불가능하거든요. 문사철 공히 공유하는 특성입니다만,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반성하고 재해석하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뿐입니다. 내재적인 인과성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어떤 목적에 종사하는가에 따라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달리 이해되어야 하겠지요.

아마도 거대서사라는 단어 때문에 제 스텝이 꼬이기 시작한 거 같은데, 말씀하신 거대 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일반적인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사람들(모든 사람들이죠)이 하는 역사학은 역사 속에서 반드시 의미를 발견하고야 맙니다.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사회과학과는 조금 다르죠.
소독용 에탄올
14/05/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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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다만 주류가설 역시 '사료'에 의존해서 알려진것에 대한 '반성'이나 '고찰'의 성격을 가지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유(사료부족이나 '사건의 고유성' 등)에 의해 '필연'이라고 할 정도의 '맥락'을 발견 혹은 부여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연'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사회발전단계론 같은 묘한 물건이 한때를 풍미한 적도 있긴 하지만요......
물론 제 '입장'에서는 의미를 '발견'한다기 보다 '부여'한다고 보겠지만 ㅠㅠ 이건 또 다른 이야기죠.
14/05/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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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로 이야기가 통하게 돼서 감사하네요.

저도 부여 쪽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모든 사람들이죠)은 늘 발견이라고 표현할 겁니다^^;;; 실상 발견이 아닌 것도 아니죠. 요건 조금 철학적인 주제니까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동네형
14/05/2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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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가 안되는게 결국 운빨이 모든건 결정지었단건. 중국을 오히려까는거 아닌가요? 그전까지 니들이 해놓은건 뽀록하나에 무너져서 호구가 되게 만들만큼 하찮은거다 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기아트윈스
14/05/2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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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영국도 똑같이 까이니까요. 그전까지 니들이 뭘 해놨는진 몰라도 뽀록 하나에 길이 터졌을만큼 하찮은거다라는 결론이 되지요.
14/05/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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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빨이 제일 크죠 게임 문명 시리즈 해보면 알수있음 크크
난멸치가싫다
14/05/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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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에 농촌을 만들고, 변방에 상업지구를 까는 문명따위...
기아트윈스
14/05/2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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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파 우니베르살리스를 해보신다면...
터치터치
14/05/2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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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봤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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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꽃보다할배
14/05/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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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가 청동기를 발랐듯이 총포 증기전함이 화살을 바른거와 같죠
무력을 빼고는 설명이 안됩니다
anic4685
14/05/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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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가 청동기를 무력으로 발라버려서 문명하나를 증발시키는건 바다민족정도 아닙???
꽃보다할배
14/05/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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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부터 중국의 은/주 교체기, 유럽에 에케네 문명 몰락이 전부 청동기<철기죠...한반도는 고조선이 망하는 무렵일꺼에요.
모모리
14/05/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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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만이 준왕을 몰아내면서 철기를 가져오죠.
꽃보다할배
14/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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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이군요. 위만조선...이미 한나라가 들어선 후죠?? 그럼 한참 후겠네요.
anic4685
14/05/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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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제대로된 철기는 춘추시대 아닙니까???
꽃보다할배
14/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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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 주한테 망한게 주문왕이 착하고 주무왕이 나빠서가 아니고 철기 민족이 청동기로 침략하여 망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왕조가 제후국으로 분열되면서 춘추시대가 나왓으니 철기의 시초는 주왕조가 맞죠.
14/05/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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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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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흐흐
바카스
14/05/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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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컁컁. 재밌는 글이롤쎄~ 감사함다!
DogSound-_-*
14/05/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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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nasica/6862308
여기에 재밌는 글이 있습니다.
저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하는데 동양은 장사치와 기술직을 천시하고 꽤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또한 장사와 기술을 천시 취급하였지만(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정약용을 위시한 실학자들)
서양은 고귀한 취미로 여겼던 부분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영국에 아직도 남아있는 [클럽](노는 클럽이 아닌 진짜 원조 클럽)이란 존재만 보더라도 서양이 동양을 앞설수 있엇다고 생각합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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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본문의 링크는 여러 의미에서 동의하기 힘드네요.

포메란츠가 명성을 얻었던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설명들이 상부구조의 차이, 즉 문화적 차이나 정신적 차이 같은 데에 시간을 할애한 데 비해

"아 몰라 다 필요없고 수치나 꺼내놓고 보자" 라고 시원하게 쓸어버린 데 있거든요.
14/05/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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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꽂힌 주제가 국민성인데요.. 아주 간략히 얘기하자면 동양인들은 좋은머리+얌전의 특성을. 유럽인들은 적당한머리+모험심의 특성을 타고난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좋은머리를 타고나서 가만두어도 일을 알아서들 잘하지만 기질은 얌전해서 중앙집권식 대형 왕정이 몇백년씩 이어질수 있었던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유럽은 수많은 나라들이 제각기 제잘났다고 군웅할거하고 왕들이 서로 죽고 죽이고 난리중이었죠. 제러드 다이아몬드경도 총균쇠에서 몇백년씩이어지던 중국의 왕조를 경이의 눈으로 쳐다봤드랬습니다.

학문의 발전도 이런 성향에 기인한 면이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학문 하는데는 토론이나 상호작용, 치고박고 싸우는 것이 큰 것을 차지한다 봅니다. 왜들 letter니 transaction이니 저널이니 써가면서 그리고 그것이 모자라서 왜 conference를 열어 계속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검증받는데 두려워 하지 않을까요.. 서양사람들의 겁없는 성격이 한몫한다고 봅니다. 반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분야 거장의 눈치를 보죠 (인문학일수록 더 그래요..). 대부분 기질적으로 태어나기를 말 잘듣는 얌전이들로 태어나서 그렇다고 봐요. 그런 문화속에서 토론문화는 발전할수 없고 그런면 때문에 학문에 있어서 서양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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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도 그분야 거장의 눈치를 봅니다.
대규모 컨퍼런스라 나랑 별 상관 없는 사람들이 나오거나, 자기에게 영향을 주기 어려운 사람이 나오면 신랄하게 비판이 이루어지지만,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한국과 별 차이 없는 반응이 나오죠.
학술영역 판이 '손바닥'만해서 한명건너 거진 다 아는사람인데다가, 상호간에 밥줄에 영향을 줄 정도인 한국 학계와,
'규모'가 다른 서양 학계를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14/05/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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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보는 거야 비슷한데 정도의 차이가 있죠. 서양은 학문뿐아니라 일하는데도 계급장 문화가 "덜" 정착되어 있달까요...

한국은 그놈의 밥줄.. 니편내편..계급장. 이건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인것 같은데요. 더 나아가서 저는 국민성/기질까지 파보고 싶다는...
소독용 에탄올
14/05/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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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하는 지적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지, 국민성이나 기질 같은 '개인적'차원으로 환원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에 더해서 서양이라고 하지만 어느 '사회'냐에 따라서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사회'내에서도 어느 '영역'이냐에 따라서도 상이한 양상을 보입니다.
동-서양 이라는 애매한 범주로 나누는것은, 사회화를 통한 공동체 구성원 재생산에 얽힌 구조적인 '특성'파악에 큰 도움이 못된다고 생각됩니다.
애벌레의꿈
14/05/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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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문화가 덜 정착되어 있다기보다는 적나라하고 심했던 계급문화에서 탈 계급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을겁니다.
당장 68혁명 이후 유럽에서 가장 탈계급화 되었다는 프랑스도 여전히 계급문화가 잔존하고 인맥 중요하며 네편 내편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점이라면 그런것들이 큰 힘을 가지거나 중요한 사안까지 좌지우지 하기 힘들게 법제도나 사회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 재도나 시스템은 얘네들 표현데로라면 '피 흘리며 싸워서 얻어낸' 것이구요. 뭐... 국민성 차이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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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서 '국민성'같이 널리 특정한 국가의 사람들이나 특정한 범주의 '인종'내에서만 공유되는 어떤 특성은 없습니다.
특정한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특성이야 가능하지만, 그 '문화권'에서'만' 그러긴 어렵죠.
거기에 국가나 인종, 동-서양 구분 과 같은 범주는 이와같은 '공유점'을 찾을정도로 '분명'하게 '나뉘'는 범주가 아닙니다.
예로 동양이라고 대충 묶었지만,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이 대충 다 거기 포함되며, 이 영역이 모두 공유하는 어떤 '특성'을 찾는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겁니다.(물론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공유'하는 특성들이 있긴 하겠지만....)
14/05/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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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의 공유 특성같은 것이 생물학적인 기질에서 나왔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흑형들의 종특" 등등 여기 피지알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흑인들의 기질 처럼 동양인 서양인의 종특도 분명 있다고 봅니다. (제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요.) 국민성이나 국가 정도까지 세분은 못하지만 대충 인종적으로 특성이 있는건 분명한거 아닌가요?

사실 이런 논의는 서양에서는 금기시 되어왔기에 아직도 쉬쉬 묻어두고 공식적으로는 "인간의 지적능력은 인종불문하고 차이가 없다" 라는게 학계의 입장인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19~20세기의 우생학에서 비롯되어 히틀러의 게르만 민족우수론 등등으로 변질되는등 부작용이 엄청났기 때문이었죠.
소독용 에탄올
14/05/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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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질환의 유병률, 특정한 약물에 대한 '감수성', 특정한 종류의 면역활성인자 보유, 희귀혈액형 등 '인종적'인 특성 자체는 존재합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차이라는 것이 집단 내부의 개체간 차이가 집단간 차이보다 큰 경우라, 집단 사이의 생물학적 특성 차이가 '문화권'차이를 야기할 정도로 클 것인지 자체가 의문이며, '문화권'의 공유 특성이 '생물학적 기질'에 의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입양'등을 통한 반례가 있어서요......
더군다나 극히 최근(약 7만년전) 유전적 병목(가임인구수 2000~10000 추정)을 통과한 인간은 극도로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동물종입니다.
인간이 가지는 내부집단간 생물학적 차이(유전적 다양성)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웃 숲에 거주하는 침팬지 집단간 차이보다 적다는 말까지 있을정도로요......
거기에 더해서 해당하는 어떤 요인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인종적/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서양과 동양은 구분에 유의미한 범주가 아닙니다.
아칼리
14/05/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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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중국 역시 유럽 대륙의 다툼만큼 피비린내나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쳤고, 한국도 별로 크지도 않은 땅덩이에 네 나라가 공존하던 시대를 겪었죠.(뭐, 기원전에야 사실 이런 현상은 만국공통이지만, 한반도는 기원후에도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럽문명의 대들보인 로마제국도 비잔틴제국과의 간격을 구분해도 1000년이 넘는 중앙집권식 대형 황정을 유지했습니다.

중국의 통일성과 유럽의 비통일성은 국민성(사실 작성하신 댓글은 '인종의 특성'을 가리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만)같은 실체가 불분명한 요소보다는 지리적 특성에 기반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14/05/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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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한국의 분열은 중세시대 훨씬이전에 이미 겪고 그 이후 천년 넘게 통일 왕조가 계속 이어지는 특징을 보이지 않았나요? 반면 서양은 서로마 멸망후 중세이후 통일 왕조가 유지되었던적은 없었던 적으로 압니다. 비잔틴은 동유럽및 터키 지방이므로 일단 논외로 칩시다.

예를든 동양적 기질의 정반대의 예를 들어보자면: 흑인의 기질이 되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정치가 극도로 혼란하고 제대로된 경제가 일어설수 없는 이유중에는 이들이 사회 규범이나 제도로 통제하기 힘든 기질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racism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고 그칠께요. 그냥 제 느낌만 말하겠습니다.) 제 부모님께서 아프리카에 십년넘게 계시고요 저도 가끔 방문하면서 그곳의 정치와 사회와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흑인들은 너무 충동적이고 너무 활발하고 제멋대로여요. 동양인의 반대죠.
14/05/20 13:41
수정 아이콘
인터넷쿨내체로 써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19:2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뒷짐진강아지
14/05/20 16:47
수정 아이콘
역시 위치 선정이 좋아야...
기아트윈스
14/05/20 19:30
수정 아이콘
용장, 지장, 덕장보다 좋은게 운장이라는 농담이 생각나네요.
원시제
14/05/21 06:17
수정 아이콘
역시 관우가 갑이시다..
Gorekawa
14/05/20 18:26
수정 아이콘
아시아가 유럽에 전혀 꿀릴 게 없다는 건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건데, 유럽이 근현대사를 거쳐오며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아시아인을 지능적으로 세뇌를 시키는 바람에, 이걸 깨닫기까지 (그동안의 유럽 <-> 아시아의 관계는 지배층 <-> 피지배층의 관계와 비슷했죠.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배층이 만들곤 하는 여러 논리마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본문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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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코멘트 역시 동의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5/2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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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보면 동양, 서양이란 표현 자체가 서양중심적인 물건이 아니던가 합니다.
말이 동양이지 한덩이로 묶기 어려운 이질성이......
기아트윈스
14/05/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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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쉽게 잊고 사는 사실이지요.

원래 내 눈에는 우리 가족들이 다 제각각으로 생겨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다 비슷하게 닮은 사람들로 보이듯

우리들은 손쉽게 "서양"이라고 생각하면서 미국문화를 떠올리고 그네들은 "아니거등 우리 너무 다르거등" 이렇게 펄펄 뛰죠.

마찬가지로 "아시아"만큼이나 해괴하고 무의미한 개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인들은 손쉽게 퉁쳐서 아시아를 만들고,

우리는....어?

펄펄 뛰어야 마땅한데 펄펄 뛰지 않고 있군요.

어쩌면, 아마 어쩌면, 아시아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심리적 장벽과 주저함,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한 충분치 못한 인지가 그들의 경제적-문화적-학술적 패권을 반영하고 있는 징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동구
14/05/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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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한건데, 기초 과학이나 수학 같은 분야에서 서양이 동양보다 많이 앞서지 않았나요.
[동양의 중국이나 조선의 과학, 수학 수준이 훌륭했다] 라는 댓글은 많이 보는데, 비교해서 어느정도 수준이다
증명하는 글은 못 본것 같아요......

비전공자인 제가 고등교육 받으면서 배운 동양의 산수(?) 계산법을 보면 신기하긴한데(비 전공자라 정확희 기억 안납니다만
교과서에 가르치는 방법과는 전연 다른 방법입니다.) 지금 일반적으로 그러한 계산법을 안쓰고 서양에서 유래한 방법을 쓰는걸
보면 서양쪽이 수학쪽에 있어서는 더 발전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동양의 계산법 이래봐야 산수의 영역인걸요......
기아트윈스
1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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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이나 조선의 과학과 수학 수준에 대한 칭찬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거라...

일단 수학만 놓고 이야기했을 때 17세기 후반까지 동서양의 수학에 대한 이해는, 최상위층만 놓고 이야기했을 때, 별 차이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강희제 때 예수회 선교사들의 요청으로 당시 예수회가 동원할 수 있었던 수학 제일 잘하던 양반들을 데려다가 청나라 조정에 모아놓고 일종의 수학전서 같은 걸 만들거든요. 이 책이 "수리정온"인데 꽤 유명해져서 조선에도 상당수 들어오게 됩니다. 홍대용이 보고 흥미를 가져서 연구했던 것도 이 책이구요. 영조 때, 그러니까 18세기 중엽에 천문역관들을 가르치고 시험치는 교재로 채택됐던 것도 이 책입니다.

아마 고등교육 때 배운 동양의 산수 계산법은 구장산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17세기 마테오리치가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을 번역해서 출판하고 그보다 약간 이후에 수리정온이 나오면서 구장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죠.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과 조선의 수학 수준에 대해 마냥 찬양할만한 근거가 되지만.....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라면 수학이 점하고 있던 위상...이 낮았다는 게 문제지요.

뭐랄까, 일종의 특수기술 정도로 취급됐어요. 진리탐구라기 보다는 그냥 기술의 하나 정도요. 천문역법에 꼭 필요한 정교하고 훌륭한 기술이긴 하지만 그냥 뭐.... 그저그런 여러 기술들 중 하나라는 거지요.

보통 중인 신분에서 이걸 배워서 요즘으로 치면 국가기술직 시험을 쳐서 천문관이 되는 정도. 혹은 사대부들 중 이상하게 이런 기술에 꽂힌 사람들이 한 번 취미로 파보는 정도. 바둑이나 장기처럼. 마 그렇습니다.

이런 비유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19세기 중반 유길준은 분명 저보다 영어를 훨씬 잘했을 거에요. 하지만 당시 조선에서는 영어실력이 일종의 사회적 자산이 되기 어려웠죠. 관직을 준다거나, 아니면 무슨 높은 신분을 부여해준다거나, 아니면 더 나은 자원들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준다거나 등등. 21세기 초반의 저는 유길준보다 영어를 못하지만 당시 유길준이 영어를 통해 누리지 못했던 많은 기회들을 누릴 수 있지요. 영어과외를 해서 돈을 번다거나, 영국인이 길을 물어보면 영어로 대답해주고 와이프에게 우쭐거린다거나 등등.

수학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해볼 수 있어요. 당시 서유럽의 가장 부유한 지역에서 마테마티카를 잘하면 고등교육기관에 한자리 잡고 나름 자존심 세우고 잘 살 수 있었지만, 그보다 분명 더 부유했던 양쯔강 삼각주에선 수학을 잘한다고해서 알아주는 이가 별로 없었을 거라는 것? 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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