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4/21 07:04:17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막 사고가 났을 때는 그저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재난 이라는게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것이기에 더 무섭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잘 구조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을 뿐이었죠.

선장이 승객의 발을 묶어놓고 자기만 도망쳤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설마... 그럴리가...'
승객이 한꺼번에 몰려 침몰이 가속화 되는걸 막다가 운나쁘게 벌어진 사태일수도 있다는 의견도 보았습니다.
그런 케이스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장은 자기만 살려고 내뺀 것이 맞았고,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 갑니다.

이후로는 세월호 소식과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비극적인 사고로 내 생활마저 침울해질 순 없으니까요.
그저 좋은 소식이 올라오기만 기다렸습니다. 방송보다는 피지알에 올라오는 정보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이 느껴지더군요.
언론은 오락가락하고, 구조본부는 뭘하는지도 모르겠고, 허언종자들이 설쳐대고...
그 와중에 총리니, 도지사니 하는 인간들은 대한민국 지도층의 클래스를 보여주시면서 해괴한 막장쇼를 하고 계시더군요.

밖에서 바라보는 저도 횡설수설하는 언론에 분통이 터지는데
당사자인 실종자 가족들은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그들이 항의하러 움직인다는데 경찰이 도로와 야산까지 인간띠로 틀어막았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도대체 이 정부에겐 국민은 어떤 존재인걸까요.

세월호라는 비극은 마치 거울 같습니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어디쯤 와있나. 딱 요만큼인 겁니다.
승객을 버리는 선장, 국민의 권리를 막는 정부, 횡설수설하는 여론, 잠자는 총리, 시쓰는 도지사...
어딜 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입니까?

예전부터 우리나라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정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제도 발전했고, 치안/안보도 튼튼한 편이니, 이젠 정의를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이 생각이 더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나라에는 정의가 없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등한시 한 결과가 지금의 비극입니다.

정말 화가나고 답답한건 이 사고 와중에도 정의감이 살아있는 분들은 아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정의로운 행동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 상황이 너무 화가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4/04/21 07:16
수정 아이콘
저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만약 배안에 있었다면,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선장의 방송을 듣고도 기다리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실종자 가족이라면, 시시각각 바뀌는 정부 발표와 거짓정보를 흘리는 언론 사이에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마스터충달님 말씀대로 이 사건은 거울과도 같다고 봅니다.
시스템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하는 나라.
저는 한국이 그런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4/04/21 07:34
수정 아이콘
세월호 관련해서 씁쓸한 유머가 많았죠. 피지알에선 볼 수 없었지만...
우스갯 소리로, 앞으로 사고가 나면
중앙 통제를 따르지 말고, 내가 살길만 찾고,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움직여야 된다는 얘기들을 하더라구요.

다음에 비슷한 규모의 재난이 또 벌어진다면
패닉으로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재난이라는게 막는다고 모두 막을 수도 없을진데 말이죠;;
종이사진
14/04/21 07:51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로 가치관이 붕괴된 사고입니다.


1. 어른들은 이제 더이상 아이들에게 어른들 말씀 잘들으라고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2.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이기적인 사람은 살아남고 이타적인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죠.

3. 언론과 SNS의 역기능이 극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니면 말고'

4. 정부의 초기 대응이 부실한 탓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 약해졌습니다. 세금이 아깝다는 소리 많이 들었네요.

5. 한국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이민이나 해외 이주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네요.


옳고 그름을 따지면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의미가 약해졌네요.
잉크부스
14/04/21 08:30
수정 아이콘
와이프가 어제 한국은 앞으로 답이없어보인다고
이민 생각해보자고 그러더군요
14/04/21 08:49
수정 아이콘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여 곪아가고 있던 부분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문제가 이번 사고로 인해 전부 다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정말 한 몇년간은 이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조차 않았는데, 저도 이민이라는 것에 대해서 최근들어 다시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요. 사실 한국이 점점 발전하면서,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국민의식도 높아져 서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참담합니다.
랜슬롯
14/04/21 08:59
수정 아이콘
뭐가 진실인지 뭐가 거짓인지 모르겠더군요. 선동도 있는 것같고 정부가 숨기는 부분도 있는것같고. (대처를 바라보니)


하 답답합니다. 마음놓고 불만을 성토하기엔 저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극단적인 반정부주의자들이 두렵고 정부가 하는 일처리는 정말 마음에 안들고. 하... 불쌍한 학생들...
바카스
14/04/21 08:59
수정 아이콘
국가에 대한 경례에 나오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구절이 생각나는 요즘이군요..
올라갈팀은올라간다
14/04/21 09:46
수정 아이콘
사실,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라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세월호 선장같이 알면서도 무시해 버리는 사람도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이레귤러들은 어느 사회에나 조금씩 존재합니다. 그보다 이번의 언론, SNS를 보고 느낀 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지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를 논할 때는, 정의감의 부재가 아닌, 정의의 정의의 부재를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마스터충달
14/04/21 09:50
수정 아이콘
정의를 정의하시오. 어렵네요.
올라갈팀은올라간다
14/04/21 09:53
수정 아이콘
이 글의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장 도지사가 시를 쓴 것이 정의인가? 에 대해서 전혀 다른 방향의 시각이 나오죠.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게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이 될 것입니다.
14/04/21 10:18
수정 아이콘
저도 많이 혼란스럽더군요
정의까지는 아니여도 책임을 다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은 죽고 살아나와도 죄책감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만살겠다고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살아남은사람은 죄책감도 없이 조금이라도 벌을 줄이려고 거짓말하고있는 지금상황이 우리세상의 단면같아보여서 내가 잘못살고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중년의 문턱에서 드네요
피해자가족은 가슴을치며 울고있는데 자기 숟가락얹으려오는 정치인 장관 고위공무원들 보면서 저렇게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자기숟가락 얹어야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리 할수있나 난 이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사는 방법을 몰랐나보다 엊그제 피쟐에서 댓글씨름했던 그인간처럼 부끄러운줄 모르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살아가야 우리나라 국민인데 그래야 우리나라 배가 침몰되도 살아남고 우리나라라는 사회에서 한자리 하는데...이런생각에 지난 몇일 머리가 멍합니다
하지만 남윤철 선생님 기사읽고 다시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좀더 중요한게 있는것같습니다 그게 무었인지 찾아보면서 이사회를 살아가보려합니다
푸른매
14/04/21 10:23
수정 아이콘
컴퓨터로 치자면 i7 CPU에 SSD500 기가에 그래픽카드는 최고인 컴퓨터가 운영체제는 윈도우95인거 같은 느낌입니다.
경제적으론 성장한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최고수준일지 모르죠. 요번 구조 인력도 수준은 높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소프트 웨어 그중에서도 운영체제가 구식이라면 제대로 운용할수 없겠죠.
정부의 대처가 그런거 같네요. 이젠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할 시기인거 같습니다. 후. 답답해지는 나날들이네요
14/04/21 11:45
수정 아이콘
그 부분때문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운영체계가 선진화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을 논하기에는 어려운 것이라는걸 이번 사고를 통해 알게 된 것 같구요.
우리가 외치던 선진국이 결국 '경제'에만 포커스되어 있던 문제가 이제 하나씩 드러나는 것 같아,
마치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 같아 더 두렵기도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199 [일반] Pgr21 간담회 공감 후기 -1- 독점게임 [10] 사악군3943 14/04/21 3943 0
51198 [일반] 민간잠수부 인터뷰 홍가혜 검거 [57] 記憶喪失10937 14/04/21 10937 3
51197 [일반] EPL의 1, 2, 3위팀의 우승 경우의수 정리해봤습니다. [18] 카미쿤4430 14/04/21 4430 0
51195 [일반] 정몽준 아들이 세월호 유족들을 욕보이는 군요 [212] 김익호12597 14/04/21 12597 8
51194 [일반] 치달의 미학 [23] 꽃보다할배6117 14/04/21 6117 0
51192 [일반]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간단한 사견과 개인적인 잡담입니다. [26] 삭제됨3597 14/04/21 3597 0
51190 [일반]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22] 마스터충달5160 14/04/21 5160 5
51189 [일반] [축구] 차세대 명품 스트라이커 후보, 김승대 [13] 막강테란4569 14/04/21 4569 0
51188 [일반] 다른 이를 피로 물들인자, 피로 갚아라. [18] 삭제됨5166 14/04/21 5166 20
51187 [일반] 사람사는 세상. 마음을 좀더 헤아려 주기를. [12] Bergy104645 14/04/21 4645 0
51186 [일반] 뉴스타파 - '진도 관제센터에 세월호는 없었다.' [11] 어강됴리5655 14/04/21 5655 3
51184 [일반] 2014년 봄, PGR21 간담회 ‘공감’ 후기 [30] Naomi4107 14/04/21 4107 2
51183 [일반] 진도 현지 자원봉사자가 마주했던 어젯밤 상황 [54] 당근매니아8650 14/04/21 8650 0
51181 [일반] [K리그 클래식] 올해도 우승팀 징크스는 유효할것인가? [16] 삭제됨2675 14/04/20 2675 0
51180 [일반] [펌] 보스턴 테러사건을 대하는 미국 스포츠의 자세 [32] Wil Myers7680 14/04/20 7680 11
51179 댓글잠금 [일반] 팽목항 현장 방문 장관 일행 추정, 유족에 기념촬영 제의 물의. [86] 삭제됨8527 14/04/20 8527 1
51178 [일반] 세월호 선장... [84] PYROS11034 14/04/20 11034 1
51177 [일반] [야구] LG vs 한화 벤치클리어링 [181] 타나토노트13146 14/04/20 13146 2
51176 [일반] 디스페치 만도 못한 신문들... [44] 마지막좀비8911 14/04/20 8911 6
51175 [일반] pgr21 간담회 '공감' 후기 [35] crema4632 14/04/20 4632 0
51173 [일반] 스시웨이 명동점. [30] 당근매니아9827 14/04/20 9827 0
51172 [일반] 윤대호 병장의 사망에 관해서 [67] 다인8225 14/04/20 8225 6
51171 [일반] 찻잔속의 태풍일테지만, 어쨌든 인터넷의 광풍을 보고 [113] 비연회상7870 14/04/20 7870 5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