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지방에 있는 친구라 아침부터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갔다.
지하철타러 가는 길에 지독히도 화창한 날씨와 주변 젊은 처자들의 옷차림을 보며 봄이 옴을 느꼈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이나 가야하는 먼 거리지만 분당에 있는 친구가 혼자 가기 심심하다고 같이 가자고 보채기에 1시간이나 지하철을 타고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아침도 안먹고 출발해서 배가 몹시 고팠지만 간만에 먹는 결혼식 뷔페 음식을 생각하며 참으며 갔다.
결혼식장에 도착해 몇년간 못봤던 친한 친구들과 안부인사를 나누며 식당으로 향했다. 굶주린 내 앞에 놓인 뷔페 음식은 적 정글러의 갱승으로 더블킬 + 더블버프를 두른 티모 앞의 나서스 만큼이나 무력한 존재였고 나는 즐겁게 파밍을 시작했다.
이후 친구들과 헤어지며 어떻게 돌아갈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차를 타고 다시 분당으로 갔다가 지하철 타고 돌아가면 2시간이 넘게 걸리기에 그냥 지하철 타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커피 한잔 한 뒤 천천히 지하철 역으로 출발했는데 10분 거리에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지하철 역이 몹시 멀었다. 불편한 옷과 뜨거운 햇살은 나를 몹시 힘들게 했지만 따뜻한 봄날을 옷차림으로 알려주는 아리따운 처자들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40분을 넘게 걸어 겨우 지하철 역에 도착한 나는 앞으로 1시간 30분이나 더 지하철을 타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제발 신이 있다면 나에게 앉아감을 허락해달라고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10분간 기다림 끝에 지하철이 왔고 탑승함과 동시에 몸에 신호가 왔다.
그렇다.
난 오늘 하루 종일 대변을 보지 않았다.
뷔페식이라고 마구잡이로 파밍했던 음식들은 나의 항문을 두드리며 해방을 외쳤고 그와 동시에 식사할때 같이 섭취한 콜라, 사이다와 헤어지기 전에 마신 시원한 카페라떼가 힘을 합쳐 해방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잽싸게 지하철 내부를 스캔한 나는 앉을 자리가 없다는 현실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활발한 장운동이 시작되면 앉으나 서나 별 차이가 없지만 앉아 있어야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참아본 사람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휴대폰을 꺼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PGR 자게를 보며 댓글을 읽다보면 1시간 금방 지나갈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 생각하며 천천히 PGR을 접속했다.
아뿔싸
아침에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만진것과 지하철까지 걸어오며 휴대폰을 한 덕분에 밧데리가 20% 밖에 남지 않았고 나의 평정심은 깨져갔다.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주변을 둘러보자.
그렇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아리따운 젊은 처자들의 개방적인 옷차림을 보면 심신이 정화되리라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 등산을 갔다 내려온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고 초조함을 불러왔다. 다행히도 내 바로 앞쪽에 아리따운 젊은 여인네들이 앉아 있었고 개방적인 옷차림에 눈 둘 곳을 찾지 못했지만 마음 둘 곳을 찾았기에 평정심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과 방광에서 제 2차 해방운동을 시작하며 또다시 평정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누렇게 떴고 이마와 콧잔등에는 쉴새 없이 식은 땀이 흘렀고 쥐고 있는 주먹은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쥐었지만 그들의 해방운동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리는 베베 꼬였다 풀었다 허리는 구부정하니 구부렸다 폈다 주먹은 쥐었다 폈다 한숨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후욱후욱...
휴 2차 해방 운동까지는 잘 막아냈다. 그 신호로 몸에 약간의 전율과 오한이 들면서 꾸루룩 소리와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남은 시간은 약 1시간 이 시간을 나는 어떻게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과 여기서 그들의 해방이 성공할 경우 나는 UCC 스타가 됨과 동시에 세상과 등을 지고 제행무상을 생각하며 삶의 덧없음을 깨닫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내 앞에 앉아 있던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나를 불렀다. 왜 불렀지?
"어디 아프신 거 같은데 여기 앉으실래요?"
누가봐도 상태가 안좋아보이긴 했나보다. 얼굴은 누렇게 떴을테고 잠시도 몸을 못가누고 있고 계속 끄응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접었다 폈다 했고 '아 죽겠네'라며 혼잣말까지 했으니...
주변에 나이 많은 분들도 서 계셨는데 사지육신 멀쩡한 겉보기에 건장해보이는 청년이 자리 양보를 받는게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미 나의 이성은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아아 천사다 신은 날 버리지 않았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염치 없이 그 자리를 앉았다.
자리는 문 바로 옆이라 좌측으로 기댈 수도 있었고 코 앞에는 천사가 나를 안쓰럽게 지켜봐줬다.
그때부터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으며 마음 속으로 앞에 있는 소녀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무슨 역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이 많은 분들이 우르르 탑승하기 시작했고 그 분들은 나를 눈으로 천하의 패륜아, 후래자식으로 바라보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압박했고 그 중 한 분은 실천으로 옮겼다.
"이봐 나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젊은 학생이 자리 양보를 안하나!"
그분들의 호통과 동시에 제 3차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차분하게 "죄송합니다" 하고 일어나 자리를 비워주려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 아리따운 소녀가 나를 변호해주었다.
"이분 몸이 안좋은 분이에요. 아까부터 식은땀을 계속 흘리면서 힘들어했어요"
아아 그래 테레사 수녀가 환생했어도 이보다 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배려할 줄 아는 이런 소녀가 자라는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까지 생각했고 그 할아버지는 "미안하게 됐어요" 하면서 다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자연스레 나에게 물어봤다.
"몸살이라도 걸렸나? 몸을 제대로 못가누네?"
아뇨 똥 오줌이 너무 마려워요. 개방 직전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나를 중환자로 보는 소녀의 측은한 눈빛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는
"감기 몸살에 걸려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내 마음속 최소한의 양심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건내고 다시금 눈을 감고 방광과 항문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에 감격하며 일어나보니 그 소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전철에서 내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1시간 30분간 싸웠던 승리의 결과물을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 소녀가 없었다면 나는 견딜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런 액체 타입은 서서 견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그 소녀는 분명히 천사일 것이다.
테레사 수녀가 환생한 천사가 내 앞에 있던 것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역을 나서며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겨줬다.
아 더럽게 운좋은 하루네
- 편의상 반말체 죄송합니다.
- 오늘 하루 있던 일에 약간의 픽션이 섞였습니다.
- 기억나는대로 쓰다보니 글이 조금 두서없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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