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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1 19: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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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세상도 군대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군대 문제는 여전히 젊은 이들을 괴롭힌다. 대학에 입학한 남학생들이 한두 해를 방황 속에 허송하다가 '복학생 아저씨'가 되고 나서야 공부에 전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군대 생활이 사람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만, 그보다는 오히려 군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난폭한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야 할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대의 다단한 문명을 만들기까지에는 권태에 대한 두려움이 큰 몫을 담당했다. 권태롭다는 것은 삶이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번쩍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 보인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제 깊이를 지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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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킬칼켈콜
14/03/21 20:36
수정 아이콘
[새롭게 포장만 되었을 뿐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 담긴 책이 별로 없죠.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것이 한줄씩만 추가되더라도 괜찮겠지만 실상은 새롭게 보이기 위해서 멀쩡한 것을 왜곡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것을 담지나 않으면]

삼국지 재해석이랍시고 내놓는 책들이 생각나서 부들부들...
14/03/21 20:58
수정 아이콘
헐값에라도 받아주는 알라딘 중고서점만이 구원입니다 크크
14/03/22 16:03
수정 아이콘
글 좋네요. 원문도 좋고 은님이 쓰신 글도 좋습니다.산문의 매력이 물씬 느껴집니다. 운문의 그 긴장감도 침 좋아하지만 이렇게 글쓴이의 호흡을 따라 읽어갈 수 있는 산문들도 좋아요. 그래서 시인들이 쓴 산문집을 좋아하는... 건 그냥 제 취향이고^^;;; 좋은 글 좋은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세상이 인간을 살아간다는 문장 알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더 들어보고 싶은 얘기네요.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15/05/13 10:54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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