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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1 17:09:22
Name Acecracker
Link #1 http://longlive.tistory.com/32
Subject [일반] 무량의경 해주

https://ppt21.com../?b=8&n=50456

이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법화삼부경은 천태종의 중심 경전이다.

이는 무량의경, 묘법연화경, 관보살행법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개경, 본경, 결경이라고 한다. 무량의경은 법화삼부경중 첫번째 경이며 짤막한 개괄에 해당한다.

제1품 덕행품

이 가르침을 받을만한 대중이 어떤 행을 닦아왔는가를 설명한다.

이를테면 '이 가르침은 몇 학년 용인가'를 얘기하는 셈이다. 우리가 교육 진도의 난이도를 '몇 학년용'처럼 일차원상의 한 점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것은 교육과정이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의 가르침이 대상으로 하는 중생들의 위치는 끝없이 다양하여 '학년'처럼 고정된 교육과정위에 일렬로 나열하여 위치를 지정할 수가 없다. 때문에 경은 이 가르침을 습득할만한 경지에 이르려면 어떤 수행을 해온 상태여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무량의경은 이 정도 경지일때 딱 알맞은 가르침이라는 내용이다.

이 경의 대상은 (보살52계위중 아래에서 11번째~20번째인) 십지 이상의 경지에 이른 법신대사로서 계율을 지키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혜를 닦고 번뇌를 벗어나 그 경지에 이름을 자각하는 오분법신을 성취한 이들이며 선정 삼매 무위 무욕도 갖춘 상태인 이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고집멸도의 사제, 12연기, 6바라밀을 이미 익힌 상태이며 이로서 다른 중생들을 가르쳐 도와온 수준의 대중이라는 것이다.

무량의경은 4제-12연기-6바라밀의 다음 단계라는 의미다.

제2품 설법품

본론이다.

위와 같은 보살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려면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부처께서 가르치시길

한가지 가르침이 있으니 이름이 <무량의>다.

4제-12연기-6바라밀의 다음단계로서 보살이 무량의를 수양하고자 한다면

일체법을 관찰하여 법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법은 어떤 것인가? 이에 대해 법의 성질을 형용하고 있다.

어떤 개념, 가령 사랑이 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그 성질을 형용하는 게 좋다. 본질을 말로 설명하기 위해선 대응하는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대응하는 개념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말로 본질을 설명하는 것보다도 그 드러나는 성질을 형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법을 모르는 자들에게 법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법의 성질을 형용하고 있다.

법은 공하고 고요하다. 법은 크거나 작은 것이 아니고(=배경에 항상 존재하여 크기가 있는 존재가 아님)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배경에 항상 존재함) 머무르지도 움직이지도 않고(=배경에 항상 존재하여 위치가 없음)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며(=발전하고 퇴보하지 않음) 마치 허공처럼 두가지가 없다.

이러한 성질이 형용하는 대상을 개념에 담아 설명하면 만유재신의 법신이다.

우주의 배경에 항상 존재하는 만유재신의 법신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의미다.

본래 법신이 이러하거늘 법신의 하위자아로서 본래 이런 고통에 빠져 있지 않아도 될 중생이 무명에 빠진 탓에 육도윤회를 하며 고난을 받는 현실임을 관찰하고 자비심을 내어 고통에서 중생을 건져내고자 할 것,

또한 제법(모든 존재와 모든 생각. 색, 심)에 생-주-이-멸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여 제법의 모든 움직임이 생주이멸에 의하는 것이며, 다시 그 생주이멸이 생각 찰나마다 일어나고 있음을 이해할 것, 즉 제법이 모두 매 찰나의 생주이멸의 연속체임을 이해할 것을 가르친다.

(생주이멸은 시간에 기반해 일어나므로, 제법이 찰나의 생주이멸의 연속체라는 건 TV화면처럼 찰나들의 연속체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이 내겐 '불연속적인 양자화된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읽힌다. 시간이 연속적인 흐름인지 양자화 된 흐름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간 양자 관련 다음 링크를 참조할 수 있다.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cfm?id=is-time-quantized-in-othe

링크 내용 요약하면 '아직 아무도 모른다.'

경전의 설명으로부터 시간이 양자화 되어 있을 것 이라는 영감을 얻을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의 넘겨 짚기는 그만두자. 증명할 수 없으면 어차피 알아도 아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마음이 생주이멸의 연속체인지 여부를 관념적으로 그러려니 하는 것이 아닌 참선으로 직접 확인 하도록 해야 한다.)

중생의 근기와 성품과 욕망은 한없이 다양하여 그들이 각자 갖는 위치는 한없이 다양하다. 도달할 목적지는 하나이나 현위치가 다양하므로 가야할 방향(=가르침)도 한없이 다양하며, 가야 할 방향이 한없이 다양하므로 실제로 갖는 의도(의)도 한없이 다양하다.

'의'는 벡터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져서 한량 없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부처가 되는데 그것이 누가 시켜주는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 의지로 되는 것이므로 자유의지자의 의는 크게 보면 결국 자기의 현위치에서 궁극의 법에 이르는 벡터를 의미한다.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헤매는 가운데에서도 크게 보면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성이 불성이다.

도착지인 법은 하나이나, 현위치가 무량해서 무량의다. 도착지인 하나의 가르침이란 모양없음의 '무상'이다. 법신은 모습도 없으며 모습도 아니라서 참된 실상이라 한다. (=모습이라는 관념이 스크린에 비춰진 상이라할때 스크린은 모습 이전 단계의 것이라서 모습이 없다.) 이상의 가르침에서 '만유재신'과 '모든 자유의지는 성불에 이른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이에 대장엄보살이 이제까지 가르친 내용과 지금 무량의경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서 이를 익히면 무상등정각에 빨리 이른다 하는지 묻는다. 부처께서 가로되 "중생의 위치들이 다 달라서 그에 맞추어 말하느라 지금까지 가르친 것은 방편이었으니 미처 실상에 대해 분명히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학생의 단계에 맞추어 가르치노라면 이전의 가르침과 중간의 가르침과 나중의 가르침은 다 학생에게 알맞은 가르침이면서도 내용이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기 마련이다.

"사제 십이인연 육바라밀은 서로 같지 않고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4과는 서로 같지 않으며 방편과 실상은 서로 같지 않다. 그래서 표현한 말이 같을지라도 내재한 뜻(이해하여 얻어가길 바라는 의도)이 다르고 뜻이 다르므로 중생의 이해가 다르고 이해가 다르므로 얻는 결과도 다르다.

사제에서 가르친 '고'와 '공'과 '무상'과 '무아'와

십이연기 육바라밀에서 가르친 '고' '공' '무상' '무아'의 뜻은 각각 서로 다르다.

부처는 하나의 법신으로 수없이 많은 몸을 나타내며(만물의 상이 스크린에 비치듯이) 이는 2승이나 십주보살로도 이해 못하고 오로지 부처만이 이해하는 경계이다.(2승과 십주보살은 피안승으로 넘어가는 반야바라밀보다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 보살이 무상등정각에 이르려면 이러한 궁극적 가르침의 입장에서 설하는 무량의경을 닦아야 한다."

제3품 십공덕품

도를 설명함에 있어 불경은 그 도의 공덕이 이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대상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그 대상이 일으키는 효과로서 표현하는 것이다. 무량의경이 설법하는 도는 무엇인가. 그 효과로부터 미루어 알 수 있다.

무량의경의 도는 만유재신론의 도이다.

그 열가지 공덕은 다음과 같음을 밝혀서 설법품에서 이해한 도를 세부까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첫째는 나도 남도 법신에 근원을 두므로 나와 남의 경계를 지어 생기는 나쁜 것들을 없애준다. 내가 본래 법신의 하위자아임을 이해하여 보리심을 내게 하며, 타인에게 자비하는 마음이 없는 자에게 타인이 나와 하나임을 알아 자비하는 마음을 내게 하며, 살생하는 자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타인을 질투하는 자에게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애착있는 자에게는 버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버릴수 있게하는 마음을 내게 한다. 내것의 경계를 지어 아끼고 탐내는 자에게는 배푸는 마음을, 남과 비교하여 교만한 자에게는 남이라는 비교 경계가 없어지메 겸허하게 계율(내가 나아갈 길을 가기 위해서 따라야 할 도리)을 지키는 마음을, 남에게 성내는 버릇이 많은 자에게는 참고 견디는 마음을 내게 한다. 하략. (모두 나와 남의 경계를 허물고 법신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번째는 무량의경은 만유재신 법신불에 대한 근본적인 가르침이므로 만유재신론이라는 한구절의 핵심만으로도 그로부터 능히 나머지 의미를 얻을 수 있고 무량한 의에 맞추어 무량한 이해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무량의경의 핵심 아이디어는 만유재신의 법신이라는 것이며 그것을 근본으로 해서 파생되는 의미들이 무량하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무량의경의 만유재신 법신에 대한 가르침을 (머리로)이해하면 비록 아직 번뇌가 있고 제도(구제)되지 못했더라도 이해한 바에 힘입어 생사에 두려움이 없어지며 스스로 아직 제도 되지 못한 채로도 다른 이들을 가르쳐 이끌 수 있다. 이는 무량의경이 튼튼한 배처럼 잘 갖추어진 도구라서 중생들이 스스로 타고 피안으로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무량의경의 만유재신 법신의 가르침을 알면 비록 스스로가 아직 미숙하더라도 근본을 알고 있기에 연설하는 내용이 진리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다섯번째는 이 가르침을 익힌다면 아직 미숙하고 범부의 행실을 다 버리지 못했을지라도 근본 가르침이기에 능히 대보리도를 나타낼 수 있다.

여섯번째는 무량의경을 익히는 자가 아직 미숙할지라도 근본 가르침이기에 그가 가르치는 내용이 부처가 없는 시기에 중생을 올바르게 이끄는 가르침이 된다.

일곱번째는 이 근본 가르침에 의지해 수행하다보면 육바라밀을 아직 수행하지 못했어도 내 앞에 절로 나타나게 된다. 육바라밀은 상위자아로 올라가는 수행이므로 법신을 이해하면 자연히 할 바가 나타난다. (육바라밀은 상위자아로 올라가는 수행이다. 최상위 자아로서의 법신을 이해하면 자연히 상위자아로 올라가는 육바라밀의 수행을 해야 함을 알 수 있는 탓이다.) 그러면 무생법인을 얻어 생사번뇌가 끊어지고 원행지에 이르러 대보살이 된다.

여덟번째는 지계 인욕 보시 자비를 가지고 무량의경을 남에게 설해주면 믿지 않던 사람이 홀연히 이해하고 믿어 익히게 된다. 무량의경에 근거한 만유재신론의 가르침이 앞뒤가 맞고 설득력이 강하단 얘기다.

아홉째는 무량의경으로 만유재신 법신을 알고 수행하면 전세의 자아의 업이 일시에 사라진다. 반야바라밀을 얻어 상위자아에 이르기 때문인데 이때 하위자아의 업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열번째는 무량의경을 익히는 자가 자기가 익히고 해설하며 다른 사람에게 수행하게 한다면 다른 사람을 이끈 공덕만으로도 계위를 얻으리라. 가르치고 해설하려면 스스로 이해할 수 밖에 없으며 범부의 경지인 초발심때부터 일체 중생 구원의 대비심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이해'와 '마음'이면 도를 얻어 나가기에 충분하다. 남을 가르치는 행위가 자기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무량의경의 가르침은 법화경에서 더 본격적으로 상세하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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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유의지는 성불에 이른다'라는 부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은 별도로 쓴 아래 글 참조.

=> 요약하면 : 
사람은 본능과 자유의지로 인격을 이룬다.
자유의지의 욕구는 외적으로는 환경의 격류에 의해 좌절되고 
내적으로는 생물적 본능의 욕구인 생존과 번식의 욕구에 영향받아 방향이 틀어진다.

자기 뜻대로 나아가 자유의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환경의 흐름을 가로질러야 한다.
그러나 환경의 흐름은 예측불허하며 이를 뚫고 나아가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강력한 환경의 격류속에서 절망하여 자신이 뜻대로 헤엄쳐 나아갈 힘이 있음을 포기하고 
환경에 몸을 맡긴 채 자유의지 욕구의 충족을 포기하면 그때 절망은 자아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된다. 

자유의지가 완전히 자유로운 의지라면 방향성을 갖지 않을 것이나 
생물적 욕구와 자유의지 욕구가 만날 때, 
미지를 향하되 생물로서의 욕구도 충족되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즉 내 멋대로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망해도 안되는 상황이며 이는 불안을 낳는다.
자유의지를 발휘하고자 하는 한 그는 아무리 잘하고자 해도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한계를 만나고 
나약함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죄악을 만난다.
불안을 거치고 절망을 피하여 자유의지욕구를 충족하면 할수록 
사람은 점점 더 가치 추구를 향하게 되며 결국엔 초월적 가치추구에 이른다.

초월적가치추구란 인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더 지혜로워지기 위해 연구 공부하거나, 도덕적 무지나 나약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거나, 예술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추구하거나, 참선등을 통해 성스러운 초월지를 추구하는 것 등. 
자유의지욕구를 충족의 첫단계는 '내 멋대로 하기'이지만 이를 계속하다보면 (불안과 절망을 피하기 위하여) '내 멋대로 하긴 하더라도 뭘 해야 쓸모있고 가치있는가'를 찾게 되고
무엇이 가치있는가를 찾고 추구하기를 계속하다 보면 점점 '인생에 진정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게 되며 
그 진정 가치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결국 초월적 가치 추구에 도달하게 된다.
자유의지가 갖는 이러한 방향성이 그 어떤 악한이라 해도 가지고 있는 불성이다. 모든 자유의지는 성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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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코뿔소
14/03/21 17:36
수정 아이콘
Acecracker님의 사견임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Acecracker
14/03/21 17:53
수정 아이콘
예. 그렇죠. 이어지는 글이라고 했지만 찾아가서 본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이전 글 말미에 밝혀놓았듯 족보없는 사견입니다.
"한가지 유의하실 점은 제가 쓰는 내용이 화엄계 해석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 불교의 주류는 화엄계라고 해요.
~
불교는 워낙 스펙트럼이 넓어서 제가 이해하는 방식도 불교로 분류되기에 무리는 없습니다만, 혼자 경전 읽고 해석한 거라 족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제가 쓰는 건 비주류 내용이라는 걸 참고하세요."


... 번번히 쓰는 것도 좀 웃긴데^^;
흰코뿔소
14/03/21 23:21
수정 아이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의 모든 경전에는 '여시아문'이라고 써있듯이,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은 말하는 바가 정론인지, 개인의 견해인지를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Acecracker
14/03/22 00:20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Acecracker
14/03/21 18:27
수정 아이콘
의(의지)에 대한 경전을 해석하다보니 자유의지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자유의지 존재여부에 대한 입장으로 먼저 쓴 글이 있지만
링크 두번 타고 가야 나오는 긴 글 중간에 있는 문구를 읽어주길 바라기 어려우므로 발췌해놓겠습니다.

............................................................

뉴튼이 초속30만Km로 달리는 열차위에서 초속30만Km로 공을 던졌다. 공의 속도는 얼마일까?
고전역학 패러다임이 지배하던 시대에 이 문제의 답을 계산하는 데에 망설일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짧은 혁명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과학활동은 하나의 지배 패러다임 하에서 이루어진다.
지배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탐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답이 정해진 퀴즈'를 푸는 것이 된다.
지배 패러다임은 예상하는 결과를 이미 가지고 있다. 그게 정상과학 활동이다.
실제로는 아직 답을 모르는 부분임에도 넘겨짚는 게 가능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지배 패러다임에 따라 자유의지의 문제를 풀면 어떻게 될까?
비록 의지가 어떻게 입출력 동작을 하는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음에도
지배 패러다임에 의해 '확률식으로 정의될 수 밖에 없을 신경계의 입출력에 자유의지란 존재할 틈이 없다'라는 정해진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탐구가 더욱 정교해질수록 기존 패러다임의 오류도 발견하기 쉬워진다.
뉴턴이 던진 공의 예시처럼 개략적으로 볼때엔 뻔한 답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였던 문제 조차도
이론이 정교해지고 구체적이 될수록 점점 실제와 거리가 나타나는 일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쪽에 수정을 가하면, 또 다른 쪽에서 구멍이 나타난다.
이러길 반복하다보면 마침내 총체적인 난국에 도달한다.
그리고 총체적 난국을 몰고온 문제를 해소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고안될 때, 패러다임은 전환된다.

'과학'으로 분류되는 예외없는 전 영역에 걸쳐서 이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일어나 왔다.
모든 과학 영역은 아직 답을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답을 '넘겨짚어'왔다.
그리고 지배 패러다임의 허점은 항상 거기서 시작된다.

뉴튼역학 패러다임하에서 예시된 문제의 답이 60만km/s가 아닐 가능성은 없다.
뉴튼 패러다임의 허점은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데에서 발견된다.
'의지'가 어떤 입출력 동작을 하는지, 의지의 동작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음에도 '자유의지란 없다'라는 답을 넘겨짚을 수 있는 것도 이와 동일하게 기존 패러다임이 예상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는 그와 다른 가능성을 갖는다. 의지가 어떤 입출력 동작을 하는지를 연산할 수 있게 될수록 그 이론치가 실제와 멀어지고, 도저히 땜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가, 마침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 가령 "특정 조건에서는 의지가 물질에 영향을 미쳐서 소위 영혼의 선택이 물질계에 동작할 틈새가 존재한다"라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를 수도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넘겨짚음은 지배 패러다임 하의 정상과학 활동에 훈련된 사람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초속 30만km로 달리는 열차에서 초속 30만km로 던진 공의 속도는?
당시 제대로 된 그 답은 '모른다'였다.
그러나 실재로 해볼 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것을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자유의지란 존재하는가? 영혼은 어떨까?
넘겨 짚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항상 있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은 단지 모르는 것이다.
14/03/21 18:48
수정 아이콘
물론 현재 과학이 밝히지 못한 문제가 산적하지만, 영혼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결국 인간이란 진화론에 의해 단세포 생물로부터 나온 것이고,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할 때 언제 영혼이 개입했는지 말하는 게 웃깁니다.
또, 신경물질 전달은 순수히 전기적인 현상으로, 근육을 전기로 자극했을 때 뭔가 들어가고 나가는 부피변화가 없음을 미루어 보아서 영혼은 없다고 봅니다.
Acecracker
14/03/21 18:59
수정 아이콘
예. 그게 중론입니다.
그런데 뉴튼 패러다임하에서 60만키로를 계산한 사람들이 자기가 답을 모른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더라는 예시를 들때 제가 까는 대상이 바로 그 중론이지요.
이해의 대상이어야 할 학문을 앞에두고 중론의 권위를 신봉하는 것은 토템의 권위를 신봉하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14/03/21 19:07
수정 아이콘
음.. 또, 정신에 화학적 물질이 영향을 끼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정신과의 약을 먹으면, 약이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 제일 깔끔하게 설명하는 논리는 '정신도 물질이다'라는 거죠
Acecracker
14/03/22 00:2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이런 걸 썼는데 지금 하신 생각에 대답이 됩니다.
다시 정리할 생각인데, 님은 먼저 한번 보세요.
longlive.tistory.com/m/post/290
14/03/21 18:50
수정 아이콘
자유의지 또한 순수히 물질의 영역으로 본다면 양자역학의 기본개념(확률론)을 적용하는 게 현재로선 타당해보입니다.

뭐 인간이란 항상 현재의 성과를 놓고 논하는 존재니까요.
14/03/21 23:05
수정 아이콘
방이 지저분하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사람이 방은 아니죠
저도 자유의지는 확률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바른생활을 계속 노력해서 하다보면 유혹에 끌릴 확률이 보다 줄어드는?
세상에 타협하지않고 근본적으로 살수있다면..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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