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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17 13:51:35
Name Cavatina
Subject [일반] 개인적인 2013년 정산
안녕하세요 롤이나 하스스톤 질문만 하고 눈팅만 하는 cavatina 입니다.
다들 2013년 마무리 잘하고 계신가요?
유난히 이리저리 소란스러운 한해였습니다 정치쪽이나 무엇이든. 개인적으로도..
조금은 소란했던 한해 개인적인 정산을 써볼까 합니다.

1월

작은아버지의 돌연사
저는 본가는 통영이고 현재 부산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초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전화.
'뭐하노' '예 아버지 일어나서 밥먹으려고요' '빨리 통영온나 느그 삼촌 죽었다' '예? 무슨말인지' '넷째 삼촌 죽었다고. 서울가야하니까 빨리내려온나' 라는 짧은 통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삼촌은 서울에서 사셨기 때문에 전 ktx타고 바로 서울로 간다고 하고 갔습니다. 사인은 돌연사. 근데 이게 복잡합니다. 그날 새벽 부부싸움을 했는데 아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경찰이 출동한뒤 중재후 경찰 복귀. 그리고 아침에 아들이 '아빠 밥먹어' 하며 깨우려 손을 잡는순간 사람체온이 아니라 확인해보니 그대로 죽어있더랍니다. 이때부터 복잡해지는데 경찰측에선 사망자의 아내(저에겐 작은 어머니죠)가 용의자일수도 있다고 정확한 사망원일을 조사하기위해 부검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장례식을 해야하는데 부검이라니.. 염이며 입관의 시간이 부검후 결과가 나올때까지 할 수 없다는거죠. 한달이 걸린다는데..여러가지로 참 복잡했습니다. 아버지가 죽어도 웃고있는 철없는 아들이나..작은어머니의 본가는 완도입니다. 파도가 높아서 장례식을 못오게 됐다거나..

2월

롤 입문
친구가 취업을 위해 게임아카데미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통칭상 a라고 하겠습니다.
a와 다른친구 b와 c,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은 서든어택에서 4인 클랜을 만들어 서든만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중c만 롤을 했었구요.
설날 본가로 가야하니 a,b,그리고 저까지 세명이 만나 a가 말을 합니다.
'학원가니까 전부 게임이야기만한다. 아무래도 게임학원이다 보니까. 근데 전부다 롤만한다 여자까지. 서든하는사람 한명도 없다. 나 왕따당한다. 나도 롤해야겠다. 그러니까 느그도 같이하자' 라는 악마의 속삭임을요
결국 술먹고 pc방을 가게됐고 세명은 중급카서스봇에게 탈탈 털리기 시작합니다 진혼곡에요.
그렇게 롤에 입문을 하게됐고 현재는 a가 티어가 가장낮습니다. 두명을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내요.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2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측에서 저를 되게 싫어한다라는 말을 여자친구를 통해 들은적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도 별로 탐탁치 않아 하더라구요. 왜냐하면 여자친구의 아버지께서 병을 앓고 계신다는 말을 제가 했기때문에.
전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루게릭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걸 들은 어머니 왈 '헤어져라'
어머니와 대판싸우고 복잡한 심정에 폰을 꺼버리고 며칠을 히키코모리마냥 지내고 일주일뒤 폰을켜니 문자한통. '헤어지자'
차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락도 안하고 그렇게 잠수를 타버렸으니 자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3월

전 여자친구와의 첫 재회
대학교를 다닐때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이 동아리는 동아리 탄생일에 동아리사람 모두가 모여 고사를 지내고 같이모여 술먹고 놉니다.
정확히는 동아리 생일 그주 토요일에 합니다만.
동아리 창단멤버부터 신입생까지 전부요. 물론 못오는 사람은 못오지만.
전 05학번에 15기니까..1기면..대략 40대 중반정도부터 20살까지 다 모여 서로 같이 술먹고 기타치고 노래하며 놉니다. 공연동아리다보니.
전 여자친구와 전 동아리cc였으니..가기 싫었지만 어쩌겠습니까. 학창시절 절 챙겨주시던 선배님께서 부천에서 오신다는데..
그렇게 첫 재회를 했는데..마침 그날이 계속 사겼으면 2년이 되는 날이내요.
재학중인 후배들은 전부다 저와 전여자친구의 눈치만 보고있는 상황. 그냥 소주 두잔먹고 집왔습니다.

4월

아버지의 입원
아버지는 뚜렷한 직장이 없으신, 소위 말하는 일용직 노가다를 하십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하셔서 거의 30년을 하셨어요.
일용직이긴하지만 본가에 내려와서 일을한지 20년이 넘으셨으니 평판이 좋고 꽤나 이쪽에선 유명하신가 봅니다. 꾸준히 일을 하세요.
아버지 스스로도 일에 자부심을 느끼시고 저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씩 도와주러가면 저도 힘들지만 보람찬 무언가가 있었으니까요.
다만 건강이 걱정됐는데 허리가 안좋으시더니 기어이 입원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전 본가로 내려와서 미흡하게나마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 친구분들과 일을 했네요. 3주했을뿐인데..다시 한번 아버지가 존경스러웠습니다.

5월

친구의 결혼
나이가 20대 후반이되니 결혼한 친구가 제법있어요. 그런데 이놈이 결혼할 줄은......
얘네 연애사를 보면 정말 웃깁니다. 역시나 a,b로 하겠습니다 둘다 같은 동아리 친굽니다.
1학년때 MT갔다가 사귀더니 a가 군입대후 여자친구인b가 바람나서 a를 차버립니다.
어짜피 제대후면 여자는 졸업반이니 만날일이 없으니까요. 가끔 본다면야 동아리 생일정도일테니.
a는 제대 후 동아리에서 다른 여자후배랑 사귀게 됩니다. a가 잘 사귀고 있는동안 b는 헤어집니다.
a도 1년후 헤어지고 b의 연락으로인해 a와 만나게 되고 둘이 다시 사귀게 되고 결혼 합니다. 응?
a에게 닌 배알도 없냐라고 해도 닥치라는 말밖에 안돌아오더니...1년후 결혼한다내요..
a는 학교 졸업도 안했습니다. 현재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중입니다. 현재는b가 먹여살리고있다내요.

사촌누나의 결혼
드디어 사촌누나가 결혼했습니다. 동거한지 1년이 되어서야.
사촌누나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촌누나의 본가도 통영입니다. 큰아버지의 결혼 후 큰어머니는 사촌누나를 낳으신뒤 돌아가십니다...
그 후 큰아버지는 재혼을 하게되고 둘째가 태어납니다. 이때까지 누나는 새엄마라는걸 몰랐습니다. 새엄마라는걸 알게된건 초등학교 4학년때랍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그 사실을 알고 일기에 우리엄마가 새엄마였다라는걸 적게됩니다.
그걸 큰어머니(누나에겐 새엄마죠)에게 걸리게되고 학교를 가지 못할 정도로 맞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 시간만 되면 큰아버지께 맞았다고 하내요. 왜 그런걸 썼냐며 술드시면 때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라다 큰아버지는 강제로 누나 고등학교를 마산에 보내버립니다. 보기싫다며....
그렇게 누나는 가출을 결심하고 2학년때 자퇴후 집과 연락이 두절됩니다.
누나가 26살이 될때쯤 집과 연락이되서 다시 만났지만 돌아오는건 돈좀 보내달라는 연락뿐이라 다시 연락을 두절하며 은신 생활을 하다
31살이되어서 다시 집과 연락. 그리고 드디어 결혼을 합니다.
불쌍하기만했던 누나인생. 이제는 행복하길 바랍니다.

6월

집과의 싸움
전 소위 말하는 취업준비생을 가장한 백수입니다. 스스로도 한심해요.
왜 취업을 안하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부모님과 대판싸웠습니다. 그 이후 4달간 연락도 한번안하고 추석때도 내려가지 않았내요.
스스로도 올해 제일 바보같은 판단이었습니다.

9월

동아리 정기공연, 그리고 다시 재회.
동아리가 매년 개강하고 몇주뒤 정기공연을 하는데 이때 한곡만 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으로인해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공연이라고 해봤자 큰것이 아닌. 그냥 동아리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고 친구들 조금오고, 포스터보고 몇오고..이런 공연입니다.
그리고 또 만났내요. 그전에도 한번 만났었지만.
나만 힘들어 했나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편하게 안부를 묻더라구요. 실상은 모르겠지만.
공연이 끝난 뒤 그애를 만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술만 펑펑 먹은 기억이납니다. 그리고 필름이 끊겼어요.

11월

하스스톤 입문
pgr에서 베타키를 구해서 하스스톤을 입문했습니다. 유희왕을 재밋게 본터라 해봤는데 쉽지는 않내요.
재미를 보고있습니다. 틈틈히 조금씩 하는중인데 투기장은 3승이상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12월 현재까지

취업실패
스스로도 한심하다 느낍니다. 난 왜이럴까라는 자괴감도 들고 내가 눈이 높은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매사에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올해 초반 그렇게 액땜을 많이 했는데...라는 생각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이렇게 살다가 죽는거 아닐까라는 생각.
괜히 움츠러들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상실했내요.

아버지와 진솔한 대화.
부모님과 대판싸운 뒤 연락을 거의 안한터라.. 그냥 지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동창회가 부산에서 한다고 오셨내요.
얼굴이나 보자라고 하신뒤 집으로 오신답니다. 밤 11시에 소주 세병과 어묵 몇개를 손에들고 오십니다.
한잔씩 기울이며 아버지 스스로도 아들 기죽일까봐 못했던 말들, 당신 스스로도 힘들었던 젊었을적 이야기, 그리고 잘될거다라고 아들을 걱정해주시는 아버지.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이런 아버지께 난 해준게 뭘까..하고...존경스럽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아버지.
당시에는 말하지 못했지만 아버지, 사랑합니다.

-

여기까지입니다.
쓰다보니 회상이되면서 감정이 복잡하내요. 다음달이면 작은 아버지 제사이기도하고..내년에는 잘될까...라는 불안감과 아직 올해도 2주정도 남았으니 마무리라도 잘해보자라는 생각까지. 힘을 내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의 2013년은 어떠셨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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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차고
13/12/17 14:07
수정 아이콘
정말 돌이켜 볼 때가 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대니얼
13/12/17 14:2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써주셨어도 괜찮을듯 하네요.
저도 한번 돌아보고 내년계획을 세워봐야겠네요
김재경
13/12/17 14:45
수정 아이콘
소주기울일 아버님이 계시단계 제일부럽습니다

있을때 잘해란 노랫말처럼 지금보다 더 잘해드리세요

있다없으니까 좀 힘드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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