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동안 기대하고 있던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보았습니다. 원래 [호빗]이라는 소설은 [반지의 제왕]보다 먼저 나온 소설이고 톨킨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로 쓴 글이었습니다. 당연히 분량도 적어서 [반지의 제왕]의 약 5분의 1 정도 분량 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반지의 제왕]은 원작 소설이 워낙 대작이어서 3편 시리즈물로 만들면서도 원작의 내용으로부터 축약하거나 생략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반면 [호빗]은 원래 소설 분량이 많지 않아서 원작에는 없는 설정을 가져다가 영화의 내용을 늘리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호빗]이라는 소설 자체가 다양한 서사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단선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에 그런 식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집어넣은 장면들이나 줄거리들도 원래의 플롯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게 됩니다. 처음부터 얘기 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것을 영화 [반지의 제왕]시리즈 처럼 각 편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로 3편 씩을 만들겠다고 한데서부터 무리가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원작에 비해서 영화가 너무 두꺼운 외투를 입은 것 같습니다...원작처럼 가볍게 잰 걸음으로 가야 하는데 잔뜩 무게를 잡으려다 보니 진행은 처지고 지루함이 파고듭니다. 거기다가 이 영화의 결정적인 경쟁자는 다름 아니라 피터 잭슨 자신이 만든 [반지의 제왕]시리즈 입니다. 같은 배경으로 같은 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미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 오르크, 고블린, 호빗, 난장이들을 실컷 보았습니다. [호빗]에서 새로울 게 없는 거지요. 마치 김 빠진 [반지의 제왕 4] 나 [반지의 제왕 5]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수효과적인 측면에서도 [반지의 제왕]시리지는 10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당시 CG가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호빗]에서 더 발전된 새로운 CG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만한 요소도 없습니다. 그나마 [반지의 제왕]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는 용 [스마우그]만이 영화 후반부에 느슨해지는 영화를 일정 정도 살려놓았습니다.

[호빗] 3편은 2편 보다는 더 재미있을 겁니다...내용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남아있는 부분이 [반지의 제왕]류의 느낌이 가장 많이 살 부분들이거든요...그래도 이 영화를 3부작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은 피터 잭슨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성공에 따라 나온 기획이겠지만 마치 원래 주어진 재료 자체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요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달까요?

그리고 이번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가 우리에게(특히 피지알 회원님들에게) 주는 교훈은 "아무리 키가 작아도(아무리 니가 "호빗"이라도) 얼굴만 잘생기면 생긴다 (원빈이면 생긴다)" 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