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아홉, 스무살에 감정 지옥이란곳에 빠져본 적이 있었다.
뭐냐면, 주변인들은 참 많은데, 먼 훗날 나와는 연관이 없을 사람들
그러니깐 고3때 지방학교로 가는 친구들이라든지,
전과를 할 나에게 원래과에서의 선후배 동기들이라든지,
그런 이들을 잃을까봐 노심초사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거자필반보다는 회자정리를 믿는 편이다.
내 주변에 누군가 떠나간다는게 죽을만치 싫었고,
어떻게서든 내 옆에 두고싶었다.
나와의 단절은 곧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의 나는 감정 과잉이었다.
첫 연애를 할 즈음에 다들 어땠던가
무심코 던진 말에 잠 못이루고,
누군가가 내 욕을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괴로워하고,
사사로운 말, 행동 하나 하나 스스로 반응해가며
스스로를 소용돌이 안으로 넣어버리곤 했다.
누구보다도 사색을 많이 하면서 키운게 글을 쓰는 능력이다.
그때는 그게 싫었다.
말은 더럽게 못하는데 글은 잘쓴다고 나에게 부탁하는 친구들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풀어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답답한 마음
일필휘지로 편지는 써 내려가는데 만나서는 얼어버리던
스무살까지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순수했었다.
전역을 하니 '그 전의 나'와는 다른 '나'가 내 자리에 있었다.
울먹거림 대신 우격다짐을 즐기고, 남는 시간에 생각보다는 게으름을,
자기 비판보다는 나 때문이 아니라 남 때문이라는 오만함,
주위에서 나를 보는 시선을 개의치 않게 된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못나서 치는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나를 쳐다보지 말아 달라고 하는, 나는 못났으니깐 쳐다보지 말라고..
군대를 갔다오고는 회자정리하는게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거기선 아무리 친해도 떠나고 나니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남이 됐다.
마음을 주고 나봐야 남는거 없다는 사실에 허탈해졌다.
그런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니 주변 사람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다치게 되었나보다.
이젠 외톨이가 됐다.
주말이면 부르는 사람 아무도 없는 왕따
학교로 돌아가면 과에 십 초 이상 얘기할 사람 없는 아웃사이더
나가서 밥도 먹고싶은데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 또래오래 시켜먹는다.
이게 가끔이면 혼자 먹을줄도 아는 사람이지만 항상 그러면 혼자만 먹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외골수 기질이 있어서
남들이 다 괜찮다는 것에는 눈살이 찌뿌려진다.
가령, 클럽이나 나이트를 가서 하루 재밌게 놀고 왔다는 주변인들은
말로는 그래 재밌었겠네 말하지만 저 사람이랑 더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다.
남자친구 사귀면 만날때마다 술을 마신다는 누군가의 얘길 주워들으면
잘 사귀라 그래 그러면서도 술 안마시면 뭐하고 놀지.. 싶다.
지금이야 많이 괜찮아져서 내 사람만 아니면 상관없지만
항상 남들이 다 OK할때 혼자 NO하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나의 이런 감정에 괴로워하거나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
모든건 흘러가고, 또 흘러가는 도중에 중간에 돌뿌리에 걸리거나 옆길로 새겠지.
그 과정에서 끝까지 나와 대화해주는 이들에게 모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비빔면 닉을 썼던 '3'입니다.
요즘 드는 감정을 짧은 글로 써봤습니다.
고등학교때는 글로는 중간규모 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안 읽더니
뭔가 자연스레 읽히지 않는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pgr 글쟁이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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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라는게...흐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인관계의 출발점은 내가 귀찮게 연락을 한번 더 하느냐마느냐의 문제라서...
현재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 많이 있고 이정도의 인간관계면 되겠다싶어 만족중입니다만...여자분들이 적어지네요 흠...
그리고 글쓰는 능력이야 많이 쓰는 것이 정답 아닙니까 껄껄
많이 쓰려면 많이 알아야하고 많이 알려면 많이 보고 듣고 읽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