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고양이와의 갈등(이라기 보단 일방적인 어택을 당하던)으로 분양자를 찾던 렉돌 수컷 4개월 고양이를 지난주 금요일에 데려왔습니다.
이름은 하리. 광주에서 데려왔는데, 개냥이라는 말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은 아이입니다.
보통 고양이는 예민해서 길에 데리고 나가면 주변 소리에 크게 민감해 하고 깜짝깜짝 놀라기 마련인데, 이 아이는 대범하게 헤헤 거리며 있었다고 합니다.
고속버스 안에서도 얌전히 있었고, 제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구요.
집을 완전히 정복하는데 일주일쯤 걸린 설리와는 달리, 내리자마자 적응해서 빨빨거리며 탐색을 했습니다.
사람도 좋아해서 첫 만남부터 애교를 부리고, 수시로 다가와서 애교 부리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모든 모습 이상으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파란 눈동자였습니다.
형광등의 빛을 받으면 파란 눈 안에서 붉은 기운의 연보라색이 피어오르는 느낌이 나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눈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첫째에게 겁없이 다가가다가 경계를 받긴 했지만, 오늘 아침에 이르러서 드디어 같이 놀게 되었습니다.
개냥이답게(?) 똥을 이불에 싸는 만행을 부리기도 했고, 첫째와는 달리 목욕에 대한 저항도 드셌습니다.
식탐도 엄청나 4개월 주제에 2kg이 되어, 9개월인데 2.3kg 밖에 안된 설리 밥까지 뺏어 먹더군요.
성품 행실등이 아주 반대로, 첫째는 첫째대로 여전히 너무 이뻤지만, 둘째는 둘째대로 너무 이뻤습니다.
원래 주인께서 장난감이나 간식을 잔뜩 챙겨서 같이 보내줬는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기에 충분했지요.
오늘 아침 뛰놀다가 세워져 있던 밥상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밥상이 엎어지면서 깔리고, 깜짝 놀라 소리를 내다 갑자기 축 늘어졌습니다.
플라스틱이라 무거운 밥상도 아녔기 때문에,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하다가 이내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고 병원으로 들고 뛰었습니다.
다행히 동물병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시간은 쓰러진 시점으로부터 5~10분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 늦었더군요. 쇼크사인 것 같다고 합니다.
충격 받고 우는 여자친구 달래고, 원래 주인에게 전화드려 용서를 구하고, 인근 중학교 뒷산으로 갔습니다.
삽을 샀는데, 다행히 땅이 그리 단단히 얼어있진 않았네요.
원주인께서 원하셔서, 좋아했던 나무 장난감과 간식을 같이 넣어 밤나무 밑에 묻었습니다. 가는 길에 배고프지 말고, 즐기면서 가라구요.
나무의 영양분이 되어 아이들이 뛰노는 걸 지켜볼 것이다.. 고 슬퍼하는 여자친구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다 우리의 바람이고 자기 위로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 또한 하리의 짧은 생이 행복했기를 바라고, 함께한 4일간은 특히 즐거웠기를 바랍니다.
누구도 증명해줄 수 없는 문제겠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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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설리네요? 냥갤에서 자주 보던 아이고 예전에 저희 턱시도 아이 분양하려고 할때 리뉴님이 쪽지도 보내주셨었는데 그분의 남자친구라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이리 매치가 안되는건지..;;;
아무튼 그 분이 굉장히 둘째를 데려오고 싶어 하시다가 남친분이 이제 허락할거 같다고 하셔서 굉장히 신나하셨던 글도 봤었는데 안타깝네요. 좋은곳에 갔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