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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0 22:39:36
Name 불량공돌이
Subject [일반] BK21 지원사업이 곧 종료됩니다
1. BK21을 아십니까?

당사자가 아닌 분들은 이미 뇌리에서 잊혀진 BK21 사업이 앞으로 반년 후 13년 2월이면 2단계가 종료됩니다.
BK21 1단계가 99년 3월부터 06년 2월까지 7년간이었고, BK21 2단계가 06년 3월부터 13년 2월까지 7년간 진행되었으니, 06년 3월부터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저는 BK21 2단계와 시작과 끝을 함께 하게 되는군요.

사실 BK21은 처음 시작할 때는 바보 코리아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가지고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이 탈세를 하기위해 만든 사업이라는 루머도 있었으며,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상반된 평가를 받고있는 사업입니다.

수혜자의 제 입장에서 BK21을 평가하자면 그 집행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고 수혜자에 대한 평가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지만, 직접적으로나마 간접적으로나마 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2. BK지원을 받았습니다.

7년간 총 1조 4천억의 큰 사업이었기에, 그리고 제가 속한 대학-학부가 BK지원대상으로 선정되었기에 분명히 수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BK사업으로 고급인력이 많이 양성되었고, 장기적으로 보면 제 경쟁자가 될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지만 그건 제가 감당해야할 부분이죠.

거대한 사업이기에 직접적인 지원 이외에도 연구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만, 인상적인 부분만 간추리도록하죠.
제가 혜택을 받은 부분 중 직접적으로 크게 느껴진 건 인건비 지원금과 학회 및 논문 지원부분입니다.

BK 사업에 선정된 학부,학과에서는 소속 대학원의 대학원생의 일부에게 매달 지원금을 줍니다. 석사에게는 월 50만원 박사에게는 월 90만원.
대학원생의 인건비(월급)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전일제 대학원생이 받을수 있는 인건비는 BK지원금+프로젝트 수행 인건비+알파입니다.
프로젝트 수행 인건비는 최대값이 정해져 있는 금액입니다. 석사 180만원, 박사 250만원 이죠. 프로젝트에 100% 참여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이고, 개인당 프로젝트 참여율이 100%를 넘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대학원생이 A 프로젝트에 20% 그리고 B 프로젝트에 30%를 참여하고 있다면 총 50%의 참여율로 석사는 월90만원 박사는 월 125만원을 받는겁니다.
그런데 프로젝트는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고 기간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뭐랄까 고정급여가 아닌 수당의 느낌이랄까요?
대신 BK지원금은 기본급에 가까운 느낌이고, BK지원 대상이 아닌 학생도 보통 BK지원대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건비를 맞춰주기때문에 BK 지원금은 대학원생의 최저 인건비 기준 역할을 하였습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4580원이면 최소 4580원은 받을 수 있듯, 프로젝트가 없더라도 최저 월 50 or 90만원은 받을수 있게 된거죠.

석사때는 이 인건비+알파를 등록금에 쏟아붓고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박사때는 이 인건비+알파를 등록금에 쏟아붓고 과외를 하지 않아도 남은금액으로 생활비를 충당이 가능했습니다.
박사 수료하니 등록금이 나가지않아 이 인건비+알파로 생활비를 하고 남은 금액이 저축이 가능하더군요.
즉, 석사 졸업 이후로는 프로젝트가 없어도 BK 인건비라는 최저 생계비가 보장이되어서, 학교 외부에서 돈을 버느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는게 참 컸습니다.
어찌보면 먹고살려면 빨리 졸업을 해야겠다는 하나의 동기가 약해졌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BK가 없었다면 생활비를 버느라 졸업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두번째로는 학회및 논문 지원금입니다.
BK의 단점 중의 하나로 양적 위주의 지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연구의 질적평가가 어렵다는 특성상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논문의 수라는 양적 지표를 가지고 평가를 종종하게 되지요. 이 안에서도 어떻게든 질적 지표를 평가하기 위해 피인용지수 등을 도입하지만 이 역시도 맹점은 있습니다.
예를들어 인기있는 분야와 인기 없는 분야가 있다고 할 때, 혹은 돈이되는 분야와 돈이 안되는 분야가 있다고 할 때,
전자에 속하는 논문의 경우 해당분야를 다루는 저널도 많고 발표되는 논문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기준을 통과한 고만고만한 논문이 많이 인용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후자에 속하는 논문의 경우 아무리 내용이 좋고 질적 수준이 높아도 그 분야의 연구자가 적을 경우 피인용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을수 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당장 돈이되지 않거나 인기가없는 기초분야의 학문 및 연구도 장려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참 어렵습니다.
그나마 국내학회발표논문, 국제학회발표논문, 연구재단등재 국내저널, SCI 등으로 논문의 급을 나눠 평가를 하는거죠.

이야기가 좀 샜는데, 이러다보니 BK에서는 양적지표를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으로 갔고, 이에 맞춰 대학원생들이 학회 발표논문을 내거나, 저널 논문을 작성하는데 지원을 해줍니다. 분명히 논문의 개수가 평가항목에 있으므로 논문을 작성,발표하는데 지원을 해줘야만 하는 거지요.

그런데 사실 (허접한 제 논문이라도) 논문 하나를 쓰고 발표-출판하는데는 꽤 많은 돈이 듭니다.
우선 선행연구자료 (발표된 저널 논문들이나 책)을 구독하는데 돈이 들고, 논문을 써서 학회에 발표할 경우 학회등록비와 학회장소까지의 여비가 듭니다. 마찬가지로 논문을 써서 저널에 출판할 경우 출판비(논문심사료 혹은 게재료)가 듭니다.
바로 이 돈을 BK에서 지원해주거나, 직접적으로 지원해 주진 않더라도 BK 지원금이 플러스된 만큼 남은돈으로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즉, BK가 없는 경우 논문 1편 지원해 줄 상황에서, BK지원금으로 인해 논문 2편 지원해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된거죠.
그리고 돈에 여유가 된다면 학회에 논문 발표 하는것을 막는 분위기가 아니라 장려하는 분위기가 된거죠.

7년간의 대학원 생활 동안 국내학회에서 5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국제 학회에서 2편의 논문을 발표 할 수 있었습니다.
이중 절반이상은 내가 원하건 원치않건 직-간접적으로 BK 사업의 도움을 받은셈이지요.
사실 국내학회 발표는 맨 첫 발표 외에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국제학회에서 논문 발표하고 다른사람의 발표를 들을 때는 느낀점도 많고 배운점도 많았습니다.
나도 내가 연구한 것을 남들에게(외국인에게도) 알릴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과,해외 석학들은 요즘 이런걸 연구하고 이런방식으로 접근하는구나 하는 것들 등등 학회를 한번 다녀오면 초심으로 돌아간듯 자극이 많이 되더군요.

한줄로 요약하면 BK의 인건비와 학회-논문 지원 덕분에 연구에 좀 더 집중할수 있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BK는 끝났고 감사드립니다.

이제 BK21이 끝나고 나면 3단계 지원은 없고, 조금 다른 형태의 연구지원사업이 진행될거라고 합니다. 글로벌 엑셀이었나?
학생 인건비 지원금도 석사 50에서 80으로 박사 90에서 120으로 증가한다고 하던데 이게 BK처럼 대학-학과 단위인지 개인단위로 선정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새로이 시행될 정책의 수혜자가 되기보다는, 졸업 및 취업을 해서 정책에 들어갈 돈을 대는 세납자가 되는데 집중하고있기에 글로벌 엑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BK에 비해서 비효율적인 행정부분과 질적향상 위주의 연구지원이 개선되었으면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것도 알기에 그저 바랄뿐입니다.

마지막으로 BK 지원 사업을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1단계에서 종료하지 않고 2단계로 이어서 진행해 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BK지원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쓰인 세금을 착실히 납부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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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공돌이
12/09/20 22:40
수정 아이콘
참고로 BK21사업에 대해 궁금하신분은 http://bnc.nrf.re.kr 에서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iAndroid
12/09/20 22:41
수정 아이콘
BK21에서 누리사업으로 전환된 거 아닌가요.
ataraxia
12/09/20 22:57
수정 아이콘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부생들을 위한 LINC사업도 올해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의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 지역거점연구단육성사업, 광역경제권선도산업 인재육성사업을 통합한 사업입니다.
BK보다는 사업기간이 짧습니다만...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12/09/20 22:57
수정 아이콘
경험담으로 누리 사업으로 지원 받으며 논문 연구도 해보고 장학금 받고 하긴 했는데 역시 투명성이 문제입니다. 이상한 명목으로 돈이 세는걸 느꼈습니다.
bangdol1
12/09/20 23:15
수정 아이콘
글로벌 엑셀은 박사과정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형태로 가닥이 잡혀 있더군요. 대학원 전공 단위 지원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트릴비
12/09/20 23:43
수정 아이콘
사실 대학원에 매월 주는 BK 장학금은 대학원생들 월급 맞춰주는 수단중에 하나 정도로 느껴져서 그닥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최저급여 얘기도 하셨는데 그것보다 안주는 데도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것보다는 논문 쓰거나 학회 나가는데 지원금을 대주는 방식을 통해 BK 없는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문적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필이면 마지막해에 연구실의 BK 담당자가 된 저는 연말에 쓰게 될 BK 최종 보고서만 눈앞에 아른거릴 뿐이고..
꺄르르뭥미
12/09/21 00:02
수정 아이콘
BK21의 수혜를 받아 감사하지만 이름이 너무 싫어요... Brain Korea 21 scholarship이라고 resume에 써서 외국인 보여주기가 너무 쪽팔리거든요.
해바라기
12/09/21 00:06
수정 아이콘
저희 학과 건물이 한 때는 bk동이라 불렸는데,
그 때 친구한테 "야 근데 bk가 뭐의 약자냐?"라고 물으니
"응, 나 알아! 바이오 케미스트리!"
라고 했던 기억이.......
감자로우주정복
12/09/21 00:30
수정 아이콘
"bk21사업은 나라에서 밀어주는 사업이니, 취업이 유망한 공대가 될거란다."
담임선생님의 꼬심에 공대로 가게된 계기입니다.
bk21 해당 학부는 전체인원 장학금 나온다고 하여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추천했었죠.
한 학기 70만원 내고 다닌건 좋았습니다만, 쪽지시험때마다 지옥같았어요 ㅜㅜ
3일마다 기말고사 보는느낌....
코카스
12/09/21 00:41
수정 아이콘
자세하게 살펴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지만, 대학원생에게 인건비를 줘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만으로도 상당히 성공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학생 논문 발표 지원 경비도 마찬가지고요.
- 추가된 내용 -
물론 인건비 횡령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만 비단 bk21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런 문제들을 감안하고라도 시행 전과 시행 후의 대학원생 인건비에 대한 인식 차이는 상당히 다르다고 봅니다.
OvertheTop
12/09/21 01:17
수정 아이콘
과연 그 BK21 장학금이 고스란히 대학원생손으로 갔을까요?
청바지
12/09/21 01:37
수정 아이콘
과연 그 BK21 장학금이 고스란히 대학원생손으로 갔을까요? (2)
오덕이
12/09/21 03:25
수정 아이콘
bk21이 종료되는군요. 비록 학부생이지만 교수님의 bk21에서 나온 돈을 저희에게 지원 해준 덕분에 이것저것 만들고 대회도 나갈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는 누리사업과 bk21 더블버프를 받고 나오고 마는데.... 왜 우리학교는 서울도 아니면서 왜 지방으로 분류를 못받아서 누리사업을 못했을까 하는 푸념도 했었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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