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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13 22:47:52
Name Mentos
Subject [일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고 지쳐 어디든 무언가를 적고싶었습니다.
문제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늘 비가 오더니 하루 종일 하늘이 우중충하더군요.
아침에 내린 비가 가져다 준 개인적으로 우울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반동안 학교의 한 기관에서
학부조교생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긴 하지만 정말 분위기도 가족같았고
늘상 즐겁게 이야기 할수 있어서 참 정도 많이 들고 했었는데 오늘 행정회의를 마치신 후에
심각한 얼굴로 실장님과 과장님이 절 부르시길래 뭔가했습니다.

"네가 그만두어야 할것 같다. 다른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이고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장님의 방침이 여러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하시니 따라야 할듯하고,
그동안 고생했다. 더불어 취업준비도 병행하는것 보니 너무 바빠보이던데 힘들어 보여 이렇게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취업준비도 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었고 할수는 있었지만 힘든부분도 있었으니
받아들일수가 있었는데 이 다음의 말에서 완전히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면접을 거쳐 이미 두명을 선발해놓은 상태고, 그 둘을 데리고 구월 말까지 인수인계를 해줘라. 그동안 수고했다."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늘상 생각해오면서도 순간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머리를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이미 두명을 선발했다면 최소한 제게 미리 그러한 프로세스가 있을 것이고
이러저러해서 선발이 되었다 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것이 제 계산의 결론이었습니다. 그자리에서
목구멍까지 '이런 것이 순서고, 맞는 것 아닙니까?' 하는 말이 올라왔지만 아버님 뻘인 실장님 앞에서, 1년반동안 같이
많은 일을 했던 과장님 앞에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더라구요. 쿨하게 받아들이는 '척'하고 나서 회의실을 나와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우연히 만난 동기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순간 라면 한그릇 값이 아쉬운 취업준비생의 처지가 굉장히 한탄스럽더라구요. 용돈을 집에서 받을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먹고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마음과 시간들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
참 슬펐습니다.

네 저는 해고 당하였습니다.

그런 울적한 마음을 뒤로하고 여자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했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녀는 늘 그랬듯이 5분마다 타이니팜을 열어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도 많이 서운했던 부분
이었습니다. 다른때는 그냥 '저렇게 좋아하는데'하는 마음으로 그냥저냥 넘겼는데 오늘은 잘 되지가 않더라구요.
방에가서 소주를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상을 펴고 앉아서 이야기를 좀 해볼려던 찰나에 명함이 갑자기 생각났다며
찾고있는 여자친구. 이런저런 물건을 보관한 상자를 뒤지는 등 뒤로 떨어져 있던 명함사진 봉투가 있길래
크게 생각없이 열어서 봤는데, 이게 여자친구에게는 화근이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보여주기 싫은 사진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제가 깜박한거죠.

사진을 빼앗아 가고는 눈에 독을 품은채로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30분여를 서랍정리를 하는동안 사과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서랍정리를 다하고서는 다시 타이니팜을 켜고 한참을 뭘 심고 가꾸고 하더군요. 여전히 말이 없는채로 이번엔 컴퓨터를 켜서
디아블로에 접속했습니다. 경매장과 아이템을 확인하는 10여분, 앞의 시간까지 대충 합치면 거의 50여분간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화를 못이기고 '집에 간다' 라고 말하고는 집에서 달려나왔습니다. 여자친구는 카톡으로 이별을 고했는데 마지막 말이 참
쓰라렸습니다.

'어차피 연구소도 그만뒀겠다 9월지나고부터는 학교에서 볼일도 없어서 잘됐네'
(CC이고 제가 휴학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환히 웃어주던 말투와 표정은 이젠 찾아볼수가 없게되어버렸네요.

네 저는 오늘 차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던 일터에 더이상 제 자리도 없습니다.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종일 맑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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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패는 엄마
12/09/13 22:49
수정 아이콘
참 힘내시라는 말밖에.....하.. 힘내세요 힘든 일이 하루에 두가지나 닥치셨네요.
Tristana
12/09/13 22:51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으니깐요.
전 뭐 헤어질 여자친구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스마트폰이 참 안 좋은 점이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거나 술마시면
대부분이 얘기하다 폰보고 얘기하다 폰보고...
12/09/13 22:51
수정 아이콘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이런 해직 절차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거겠죠? 금방 털고 일어나야 할텐데 ㅠㅠ
12/09/13 22:59
수정 아이콘
당분간 머리를 비울 여유를 가지시기를, 가질 수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보다 배는 멘붕오셨겠지만 일 그만둔 부분에 대해선 남일 같지 않네요. 휴휴

훌훌 털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12/09/13 23:0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12/09/13 23:0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타격이 좀 크시겠네요.... 훌훌 털어내실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요.
곰똘이
12/09/13 23:05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 써있길래 룰루랄라 들어왔는데...
힘내세요... [m]
12/09/13 23:2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뭐라드릴말씀이ㅠ
12/09/13 23:37
수정 아이콘
아니 뭐 이런...........
Brave질럿
12/09/13 23:38
수정 아이콘
경매장에서라도 웃으세요 __
오렌지샌드
12/09/13 23:44
수정 아이콘
여친은 친구 아니고 상전인가요? 여기서 할말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카톡으로' 헤어지자 한걸로 모자라 볼일없어 잘됐다니.. 기본매너가 없으신 분이네요. 얼른 털고 힘내세요. [m]
12/09/13 23:52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는 제가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럴테지요. 뜬금없이 게임을 가지고 '시비'를 걸질않나, 갑자기 한마디 던지고는 가버리지를 않나. 자신이 싫다고 생각했던 사진을 굳이 열어서 보질 않나. 저도 잘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저도 폭발하기까지 정말 많은게 있었는데, 그런걸 다 말하기 힘드네요.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야죠.

연애시대 정주행으로 일단 힐링중입니다.
햇님가면
12/09/13 23:53
수정 아이콘
공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실진 모르겠으나 순환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세상의 이치라 생각합니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오기 마련이고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오기 마련입니다.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절망으로 오늘의 절망이 내일의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린다고 으시댈 필요없고 일이 풀리지 않는다하여 지나치게 절망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인생이야 과정의 연속이고 한번 왔다 가는 세상 죽기 전까지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아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 노력이 어떻게 도움될지 모릅니다.
현재의 Mentos님의 모습과 다가올 미래의 Mentos님의 모습은 상전벽해와 같이 분명 다를 수 있습니다.

당장 가수 싸이만 보더라도 하루 아침에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싸이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춤을 가르쳐줄 거라고 저는 상상해본 적도 없습니다.

일하시던 곳에서야 당장은 사람 하나 내보내고 사람 둘을 얻었을진 모르겠지만
바보같이 사람 둘 얻자고 사람 하나 놓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또 Mentos님이 정말 잘 되신다면 나중에 여자친구가 땅을 치고 후회하며 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사람 일 정말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습니다. 때로는 슬픔과 분노가 자신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심신을 황폐하게 하니 건강에도 유념하시길 바랄게요.
Absinthe
12/09/13 23:54
수정 아이콘
날씨가 항상 맑기만 하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분명 부작용도 올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싸 해지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분명 비가 오는 날들도 필요한 것 처럼 힘든 일들도
우리가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 좋은 일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서 분명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역경과 풍랑이 불시에 들이닥치는 일이 빈번한 우리에 삶이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한발자국 더 앞으로, 후퇴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ndLEss_MAy
12/09/14 00:06
수정 아이콘
다 필요없고,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정말 슬픈노래만 틀어놓고 술한잔 드세요.

슬픔이 찾아올 때는 이런 방법이 좋더라구요.
내 안의 슬픔, 분노, 어리석음, 아쉬움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소주는 이런자리엔 너무 독하구요,
맥주 두병 정도면 될거예요.

슬픈 음악에 감정이입도 해보시고, 혼자서 욕도 해보시고...

쌓인 것을 나지막히 말하더라도, 풀어내야 합니다.



그리고는 죽은듯이 누워 주무세요.

그러면 내일이 올 겁니다.
햇살에 아프기는 하겠죠.

그러나 슬픔이 얼마나 쉬운 놈인지를 알았다면,
다 잘 될 거예요.
슬러거
12/09/14 00:24
수정 아이콘
오늘 그러한 일이 두개나 연속으로...;;; 힘내시길 바랍니다.

스마트폰이 참 사람 만날때나 연애할때나 의외로 거추장스러운 면이 많더라구요.
저도 이성친구들이 사람을 앞에 놓고 수시로 카톡하거나 전화하면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그럴꺼면 왜 앉아있나 싶기도 합니다.

술한잔으로 털어내시기는 힘드시겠지만 술한잔 하시고 반은 털어내시길!
12/09/14 01:11
수정 아이콘
불행은 항상 한꺼번에 온다고 하더군요.
이제 행복이 찾아올 차례니 기운내시고 행복맞을 준비를 하세요. [m]
KillerCrossOver
12/09/14 01:18
수정 아이콘
반등하실겁니다. 좋은 가을 되시길..!
RuleTheGame
12/09/14 03:2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더 좋은 기회가 있을거고, 더 좋은 분 만나실 겁니다.
JavaBean
12/09/14 10:33
수정 아이콘
언제부턴가 여친이 저랑 밖에서 만나거나 할때에도 아이폰 카톡을 붙잡고 안놓더라구요 쩝.. -_-
밥먹을때 대화할때도 카톡채팅 하면서 대화하고..
저도 그래서 똑같이 해주고 있어요.. -_-
12/09/14 16:02
수정 아이콘
정말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셨네요. 방금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인수인계때문에 출근은 해야해서 학교를 나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제 절친이랑 같이 있던데 (셋이 다 친합니다.) 많이 혼났다고 하더라구요. 미안하다고 배시시 웃으면서 내미는 손을 차마 뿌리치질 못하겠더라구요. 한두번 뾰루퉁한 척도 해보고 해봤지만 금방 풀려버렸어요.-_-;; 아 저는 왜이렇게 갈대같은 인간일까요 ㅠㅠ

맛폰에 대해서는

1. 데이트할때 타이니팜 작물은 무조건 6시간후에 수확하는 것으로 심을 것.
2. 맛폰 되도록이면 확인 많이 하지 않을 것.

정도로 타협을 봤습니다.

저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원하지 않는 사진을 굳이 열어서 본것) 사과를 했고 잘 지내기로 했습니다.

연구소 나와서 앉아있는데 대학원생 형들이 어찌된 일이냐면서 많이 안타까워 해주고 밥사줄게 술사줄게

하는 통에 마음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제만 해도 좋아하던 데서 버림받은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다시 갱생하네요.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역시 피지알은 좋은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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