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8/14 14:08:40
Name 진동면도기
Subject [일반] [근현대사] 김일성. 그는 누구였나? 下
김일성의 계산

김일성은 치밀했습니다. 뭐랄까... 그는 소련이 자신에게 원하는 롤모델을 정확하게 알았던 것 같습니다. 박헌영이 모스크바에서 수 년간 유학 했음에도 해방 이후 꽤나 헤맸던 것과 비교해 보자면 김일성은 최선을 다해 먼저 소련의 인정을 받고 다음에는 민중의 지지를 얻을 생각을 합니다.

원산에 도착한 후 김일성은 먼저 항일빨치산 파 대원들을 모두 지방으로 뿌립니다. 그리고 자신만 치스차코프 대장을 따라 평양으로 올라가죠. 지방에 파견된 대원들의 목적은 1. 지방의 당 조직 건설 2. 노동계급 내의 새로운 인재발견 3. 기술자 전문가 발굴 및 추천 4. 지방의 각종 실태 파악 등이었습니다. 물론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기서 발굴한 공산당 인재들은 평양학원에서 정치적이나 군사적인 훈련을 받고 나중에 김일성 조직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게 됩니다.

평양에 도착한 김일성에게 소련은 집무실을 마련해 줬고 바로 김일성은 북한의 당권, 정권, 군권 모두를 손에 쥘 수 있게 됩니다. 소련이 원했던 거죠. 김일성 체제 하에서 북한이 빨리 안정을 찾고 한반도 공산화의 업적을 이룩하는 거였습니다.


김일성 환영 대회

소련의 김일성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냐면 "김일성장군 개선환영 평양시군중대회"를 할 수 있게 손을 써준 것이었습니다. 그냥 환영행사가 아니라 완전 김일성의 국내 입성을 축하하는 커다랗고 조직적인 행사였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뻥을 붙여서 4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조만식 선생님도 축사를 하죠.

근데 김일성이 등장하자 너무 어리다며 소련 군정이 내세운 가짜 김일성이라고 항의하거나 돌아가는 사람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김일성이 일본군에게 잡히지 않고 괴롭힌 것을 축지법을 쓰는 신통방통한 장군님이라고 먼저 들어온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파가 부풀려서 퍼트려 놨기에 사람들은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단상에 올라와서 내가 김일성이라고 하자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거였습니다. 암튼 이 행사가 대중 앞에 김일성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거였습니다.


북한의 주요 파벌들

북한의 주요 파벌을 살펴보면 김일성, 허가이의 소련파. 조만식의 국내파. 김두봉의 연안파(중국파). 박헌영의 콤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국내파는 처음부터 콤그룹과 갈라져서 세력이 약했고 조만식 선생이 신탁통치에 반대하다 연금되자 그 세력이 지리멸렬해 집니다. 나중에 남로당파가 되는 박헌영의 콤그룹은 처음에 어딜 박헌영 선생을 밀어낼려고 해? 하다가 박헌영과 김일성이 북조선 분국을 세우는 형태로 손을 잡자 김일성에게 협력하게 됩니다

연안파는 중국지역에서 조직된 조선독립동맹이 해방 후 북한에 건너오며 실체화 됩니다.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은 남으로 북이 고향인 사람들은 북으로 왔는데 이미 김일성이 굳건히 자리를 잡아논 것이었죠. 그들은 몇 갈래로 나누어져 입북했는데 김일성도 그 때마다 정중히 마중합니다.

조선독립동맹의 한빈이라는 사람이 평양역에와서 옆의 사람에게 "김일성 동지는 나오지 않았는가? 왜 안보이냐." 했는데 "저 분이 김일성 동지다." 하니 "저렇게 젊은 사람인가?" 하고 깜작 놀랐다고 합니다. 하여간 이들도 중국에서 해방전쟁에 참여한 무지하게 자존심이 쎈 사람들이라 우린 환영행사 안 열어주냐고 정통성을 인정 받으려고 했지만 그리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정치 군사는 김일성이 당권은 허가이가 소련파들이 꽉 잡고 있는 상황이었죠. 뭐 소련군이 눈 시퍼렇게 뜨고 옆에서 총들고 있는데 그들의 말은 씨도 안 먹히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개혁이 시작되다.

김일성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만들고 제일 먼저 토지개혁에 손을 댑니다.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죠. 이 토지개혁은 철저한 무상몰수와 무상분배을 원칙으로 했기에 북조선의 인민들은 환호합니다. 일본인의 땅 뿐만이 아니라 기존 지주들 것도 몽땅 강제로 아무런 대가 없이! 국가에서 뺏어서 인민들에게 나눠준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여운형 선생은 북에 올라와서 김일성과 얘기하다 이 계획을 듣고 반대 했다고 합니다. 지주들에게 땅은 빼았되 돈을 주는 유상몰수를 해서 반감을 줄이고 그 돈으로 그들이 공장을 세워야 새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무조건 무.상.몰.수. 덕분에 인민들의 지지는 엄청 얻었으나 그 전까지 잘 살던 지주들이나 친일파들은 땅 다 뺏기고 자아비판을 하는 신세가 되거나 김일성의 욕을 하며 남쪽으로 도망갑니다.

북한의 초반부는 정말 덩실덩실~ 우리도 잘 살아보세 분위기였을 것 같습니다. 지주의 소작농이나 머슴이었다가 자기 땅 가지게 되고 일본의 압제도 없이 앞으로는 모두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 했을 테니까요. 여기서 더해 김일성은 건국사상총동원운동이란 것을 펼쳐 낡은 전통은 모조리 혁파하고 공산주의의 사상이 저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까지 퍼질 수 있게 합니다. 이북을 공산주의 국가로 개조를 해버린 것이었죠. 그리고 보안대라는 것을 만들어 조선인민군 창설의 기틀을 닦습니다.


북한의 초대 내각

수상 : 김일성(빨치산)
부수상 : 박헌영(남로당), 홍명희(소설가, 월북), 김책(빨치산)

국가계획위원장 : 정준택
민족보위상 : 최용건(빨치산)
국가검열상 : 김원봉(연안파, 의열단, 월북)
내무상 : 박일우(연안파)
외무상 : 박헌영(겸직)
산업상 : 김책(겸직)
농림상 : 박문규(남로당, 월북)
상업상 : 장시우(국내파)
교통상 : 주영하(국내파)
재정상 : 최창익(연안파)
교육상 : 백남운
체신상 : 김정주
사법상 : 이승엽(남로당)
문화선전상 : 허정숙(여)
노동상 : 허성택
보건상 : 이병남
도시경영상 : 이용
무임소상 : 이극로

남로당은 6.25 끝나기 바로 전 박헌영-이승엽 무장폭동음모 사건으로 숙청. 6.25가 끝나고 얼마 후 연안파는 8월 종파 사건(역시 반란음모)으로 남로당과 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제 나름의 생각이지만 대략 성공률 90%는 넘었던 6.25를 실패하고 정적들을 계속 제거해 나가면서 김일성은 초반과 다르게 성격이 상당히 바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나온 증언들은 김일성이 호탕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6.25 전쟁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자발적으로 협력하기도 했구요.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처음에는 훌륭한 외세에 대한 독립투사나 민족주의자였던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루크레티아
12/08/14 14: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김일성의 리즈 시절은 딱 6.25 전까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련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정치적인 제스쳐도 당시의 모든 북한 지도자들 중에서 가장 유연하게 실행하는 면이 있었죠. 하지만 6.25에서 실패하고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 하필이면 스탈린이었다는게....
애패는 엄마
12/08/14 14:43
수정 아이콘
김일성의 정의는 동감할 순 없어도 확실히 똑똑하고 능력자이긴 한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갈수록 왕국화에 치중한게 아쉽긴 하지만
유전자가 그래서 그런지 김정일도 머리에 대해서는 평이 좋고 김정은도 요즘 돌아가는 거 봐서는
보통 느껴지고 심어지는 이미지와 달리 확실히 멍청한 건 절대 아닌거 같구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몽키.D.루피
12/08/14 15:32
수정 아이콘
차우세스쿠가 북한 방문한 동영상 보니깐 소름이 돋던데요.. 전체주의를 완벽하게 실현한듯한 북한의 모습과 넋이 나간 차우세스쿠, 그 옆에서 뿌듯해하는 김일성..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1163514&cpage=11&mbsW=&select=&opt=&keyword=
사악군
12/08/14 15:37
수정 아이콘
김일성이라는 다른 동명이인 독립운동가의 일화까지 모두 흡수시키는 바람에 연령대에 혼란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가요? (몰라서 여쭤보는 거에요..)
12/08/14 15:47
수정 아이콘
실제 독립군 수장으로 유명한 김일성이 우리가 아는 김일성과 동일 인물이라는게
정설인걸로 압니다. 동명이인설은 해방후 김일성이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생각보다 너무 젊어서 모인 군중들이 "정말 김일성이 맞느냐?" 뭐 수근댄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가 부풀려졌거나, 혹은 누군가가 이용해서 왜곡한거겠죠.
남한에서 김일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니까요.
해방전 김일성 부대에 의한 공적 리스트는 놀라울 뿐입니다.
조선 본토의 일존 경찰서를 타격한적도 있죠. 그야말로 앞마당을.
물론 해방과 6.25 이후의 행적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 입니다.
눈시BBver.2
12/08/14 16:25
수정 아이콘
그 보천보 전투 말고는 딱히 놀라운 건 없는데요; 40년대에는 소련으로 가기도 했구요
다른 분이지만 지우신 댓글에 답변드리자면 보천보 전투 과장됐다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아래 글에 댓글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는 딱히 큰 점수 주기 힘들어요. 우익계열은 이미 만주 떠났다고 하지만 떠나게 한 건 중국공산당이 일으킨 민생단 사건이었죠. 이때까지 일본군이 죽인 수보다 더 많이 죽였을걸요.
타테시
12/08/14 16:48
수정 아이콘
김일성 자체의 능력은 상당했고, 카리스마도 그럭저럭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김일성은 명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게 콤플렉스였죠.
군대적인 면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김원봉이 가장 명망이 높았겠고
정치적인 면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박헌영이 가장 명망이 높았겠죠.
둘 다 남에서 건너와서 북에 기반은 없었지만, 명망 자체만으로 김일성을 위협할만한 존재들이었으니
김일성 스스로가 콤플렉스를 느끼고 반대파들을 죄다 척결하기 시작한 것이죠.
어떻게 보면 중국과 북한이 다른 길을 걷게된 것은 여기에 있다고 봐야겠죠.
중국은 중간에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일으켜서 온갖 뻘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오쩌둥의 위세에 대응할만한 명망가는 없었죠. 마오쩌둥이야 중국 공산당을 이끌고 온 산 증인이니까요.
그래서 북한 식의 이른바 일인독재까지는 가지 않았고, 집단지도체제가 확립될 수 있었죠.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이 사회주의세력을 이끈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자기 권력 장악에 눈이 멀게 된 것이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637 [일반] 우리집 이웃 사촌을 소개해드립니다. [5] 자이체프4586 12/08/16 4586 0
38636 [일반] [야구] 한화이글스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70] 민머리요정6663 12/08/15 6663 0
38635 [일반] 올인을 담그는 법. [16] Love&Hate8438 12/08/15 8438 2
38634 [일반] 독도 [11] 눈시BBver.27865 12/08/15 7865 2
38633 [일반] [카라/스압] 국민대축제 직찍 및 영상 그리고 규리양 티저입니다. [18] karalove16691 12/08/15 16691 1
38632 [일반] 낙동강 - 1. 뚫느냐 막느냐 [16] 눈시BBver.28127 12/08/15 8127 4
38631 [일반] [해축] 수요일의 BBC 가십... [65] pioren4691 12/08/15 4691 0
38630 [일반] 손기정과 남승룡 [7] Josh4224 12/08/15 4224 0
38629 [일반]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나는 자유인이다!!!" [2] Neandertal7626 12/08/15 7626 1
38628 [일반] 능력? 업무능력이라는 것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 견해; [40] parting6390 12/08/15 6390 1
38627 [일반] [오늘] 8.15 [7] 눈시BBver.25952 12/08/15 5952 6
38626 [일반] [일상] 휴가기간 절반을 날려먹었습니다. [16] The xian9031 12/08/14 9031 0
38625 [일반] 지방국립대.jpg [73] 김치찌개14024 12/08/14 14024 0
38624 [일반] 지식채널e - 빼앗긴 책 [6] 김치찌개4452 12/08/14 4452 0
38622 [일반] (책후기) Gary Wills, Marcus Borg [30] OrBef5700 12/08/14 5700 6
38621 [일반] 2013 WBC 1차 예선 일정 및 대진표가 나왔습니다. [21] 잘가라장동건6012 12/08/14 6012 0
38620 [일반] 환경부의 4대강 팀킬 [2] kurt6202 12/08/14 6202 0
38619 [일반] 독도에 관해 공부해 봤습니다 [43] 산타5142 12/08/14 5142 1
38618 [일반] MB "일왕 한국 방문하려면 진심으로 사과해야" [166] 그리메7399 12/08/14 7399 1
38617 [일반] 욱일승천기(잔인합니다.) [12] Josh6904 12/08/14 6904 1
38616 [일반] [해축] 화요일의 BBC 가십... [83] pioren3682 12/08/14 3682 0
38615 [일반] 하하 - 별 11월30일 결혼 한다네요 [46] 말룡7221 12/08/14 7221 0
38614 [일반] [근현대사] 김일성. 그는 누구였나? 下 [7] 진동면도기3672 12/08/14 367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