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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01 23:01:00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안나 카레니나] - 어떻게 살 것인가?
지난 번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고전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내멋대로 감상평입니다...^^
역시 분위기상 반말체인 점 많은 양해 바랍니다...^^
이제 겨우 두 편 끝났는데 나머지 18편은 언제나 다 읽을 수 있을 지...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이 정도 포스 없으면 작가할 생각마라...


고전읽기 두 번째 작품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우리나라에서 중등교육 정도만 수료했으면 톨스토이라는 이름을 모를 리는 없다. 이 사람은 그냥 러시아 작가가 아니라 무려 러시아 “문호”라고 불린다. 어렸을 때는 톨스토이가 세상에서 제일 글을 잘 썼던 사람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는데 어떤 의미로는 그런 생각이 아주 틀린 것만도 아닐 것이다. 흔히 톨스토이의 3대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부활]이 그것들이다. (신이시여...진정 이 네안데르탈이 마침내(?) 그 세 작품 가운데 한 작품을 읽었단 말입니까?...ㅠㅠ) 그 중에서도 이 작품 [안나 카레니나]는 영미권 작가들이 뽑은 19세기 소설 10선 중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1875년 [러시아통보]라는 잡지 1월호에 소설의 제 1부가 발표되었으며 단행본은 1878년에 출판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안나 카레니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품어보게 되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많은 주인공들은 다양한 삶의 태도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되면 자신과 동일시 되거나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게 되는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모두 러시아 상류 귀족 사회의 구성원들이지만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들은 모두 다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허울뿐인 남편과의 삶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는 안나도 있고 다른 귀족들과는 다르게 삶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레빈 같은 인물들도 있다. 아내의 부정을 알아차리고도 사회적인 지위, 명예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 때문에 그녀와의 껍데기뿐인 관계일지라도 이어가길 원하는 카레닌도 흥미로운 캐릭터이고 본인의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것을 주저하는 브론스키 같은 인물도 우리 주위에서 아마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바로 여러분 자신이 그들일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본인이 던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는가? 우리는 안나와 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되고 레빈처럼 살아야 하는 건가? 안나를 자살하게 만듦으로써 톨스토이는 안나와 같은 삶은 사는 사람들을 단죄하고 싶었던 걸까? 그가 이렇게 단순한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답보다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대답은 우리 자신에게 찾아보라고 하면서 말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첫 번째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를 이틀 만에 독파하는 바람에 간이 배밖으로 대탈출을 감행한 나는 [안나 카레니나]는 열흘이면 충분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이 작품을 다 읽는 데는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추리소설처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톨스토이는 중간 중간에 주인공의 입을 빌려 당시 러시아가 처해 있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들이나 농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게 톨스토이만의 특징인지 그 당시 소설의 일반적인 특징인지는 모르겠다) 그 당시 러시아의 사회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물론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런 지식이 없었지만…(자랑이냐?…--;)

뱀다리...일부 사람들이 이게 무슨 UFC 130이라고 톨스토이 vs 도스토예프스키 떡밥을 던지기도 하는데 일단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하나 읽어보고 판단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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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12/07/01 23:0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이런 글 좋아요.

스무살 때 톨스토이 인생론 '자아의 발견' 보다가 너무 재미 없어서(괜히 번역이 구리다는 생각도 하면서) 꾸역꾸역 읽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 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려나요 크크
부신햇살
12/07/02 02:03
수정 아이콘
저도 그 글 보고 현재 백년 동안의 고독 읽고 있습니다. 하반기 취업을 앞두고 있어 잘하고 있는건가 싶지만
뭐랄까, 기말고사 앞두고 공부 빼고 뭘하든 재밌는 그런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서 읽고 저도 안나 카레리나 도전하려 합니다!
찰진심장
12/07/02 03:10
수정 아이콘
이제 18편 남은 건가요... 덜덜. 응원하겠습니다.
도끼의 죄와벌은 아마 좀 더 재미있게 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것도 짧진 않습니다만...
다음 감상문도 기대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부담이 될까요? ^^;
감모여재
12/07/02 04:40
수정 아이콘
안나 카레니나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죠. (게다가 길~어)
과연 현대였다면 안나는 살 수 있었을까요?
안나가 그렇게 잘못 살았던 걸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를 떠나 그 소설 속 인물들은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걸까요? 행복하다면 과연 옳은 삶일까요?
이런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그렇게 긴 소설에 완벽한 플롯을 구성해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과연 대작이라고 할 만 하다 봅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읽혀서 그렇지 다 읽고 보면 소름끼칠정도로 잘 짜여진 스토리죠. 그래서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레빈슨
12/07/02 06:52
수정 아이콘
도끼vs똘이는 재밌는 떡밥이죠.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서... 거시적인가 미시적인가 정도 되려나요.
동시대를 살았음에도 단 한번도 만난적은 없었지만 (둘 다 죽은 후 부인들만 한번 만났다고 하죠.) 서로를 의식하고는 있었겠죠?

호흡이 긴 작품에 지치셨다면 체호프의 단편들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군요~
Darwin4078
12/07/02 10:26
수정 아이콘
안나 카레니나 읽으셨으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한번 읽어주시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히히멘붕이다
12/07/02 11:44
수정 아이콘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부활 모두 10대에 읽어서 망한 작품들입니다 하하하ㅠㅠ 그때는 걍 흔한 중2병의 연장으로, '수험공부 할 시간에 부활을 읽고 있는 나는 멋있어'란 생각때문에 지루함을 참아가며 억지로 읽었는데 지금은 너무 후회됩니다. 다시 안나 카레니나 읽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둘째치고 하나도 기억이 안나더군요-_-;; 뭐때문에 그 어린나이에 이런 소설을 억지로 읽었나 모르겠습니다. 부활도 다시 한 번 읽어야죠. 근데 위대한 개츠비는 다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건 데이지 나쁜X, 개츠비 호구 라는 것 밖에는....
Neandertal
12/07/02 12:11
수정 아이콘
책 추천 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차기작(니가 배우냐?...--+)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으로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알라딘 해외주문이라 취소도 불가...--;). [위대한 유산]으로 일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켈로그김
12/07/02 13:14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한복려의 국물음식이라는 책을 읽어서 나름 뿌듯했는데..
뭔가.. 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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