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고 또 제가 여러 번 홍보한 것도 있으니 아시겠지만(사실 이 글도 어느 정도는 홍보가 목적이기도 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본선경기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한 2/3 정도 만들었어요. 만들면서 느낀 점 같은 것들을 가볍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1) 하이라이트 영상의 최대 OP는 선수도, 해설도, 내 손가락도 아니다. 카메라가 OP다!
8강 4강 3/4위전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줄어들었지만,
처음 16강 조별리그 영상을 만들 때 별의별 험악한 소리는 죄다 튀어나왔습니다.
아니 왜 자꾸 선수들 얼굴을 비추는 겁니까(...)
그나마 교전 직후라면 적절하게 편집신공을 발휘할 수 있겠는데(끝에만 살짝 잘라내면 됩니다)
교전 중에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던지...
제일 어이없던 건 편집하려고 장면 찾고 있는데 카메라는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고
그 와중에 들려오는 "퍼스트 블러드"... 오오 신이시여...
다시 말씀드리는 건데 위로 가면 갈수록 이런 건 없었어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서 살짝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결승전 때의 슬로우는 좀 아쉽... ㅠ)
2) 뭐 이리 넣고 싶은 장면이 많은 건지...
16강 정도 되면 8강 이상만큼 경기력이 좋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
또 처음에는 자른 것도 좀 많아서 그냥 패스하곤 했습니다만...
8강부터 보니까 어째 킬 하나하나를 자를 수가 없는 겁니다.
마치 농구의 득점장면 하나하나를 자르기가 참 난감한 그런 상황과 같다고 해 둘까요.
덕분에 런타임이 50분 예상했던 게 그 두 배 수준인 100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게 정말 하이라이트 장면 짤 때 미칠 노릇이죠.
그래서 8강 위로는 아예 따로 "K/D 영상"(하이라이트가 아닙니다!)이라고 이름붙이고 올려버리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3) 무비 메이커의 함정수.
윈도우 무비 메이커 쓰고 있습니다. 아주 좋아요. 쉽고 간편하고 편하고...
헌데 치명적인 약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글상자를 여러 개 겹치지는 못하더군요.
덕분에 엔딩영상 만들 때(미리 구상해놓은 게 있어서 먼저 만들어뒀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잠시 침묵.
둘째로 분명히 적용시켜 두었던 효과가 웬일인지 가끔 특정 영상에서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게 제 시간을 잡아먹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만들어진 영상 돌려보고 이래야 해서...
그래서 보통 10분에 한 경기에서 K/D 영상을 모두 뽑아내는 속도인데도 그 경기가 속한 라운드 전체를 손보는 데 2시간이 걸립니다.
아주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 노릇... 오티엘.
4) 배경음악.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건데,
제가 만드는 영상에 들어가는 배경음악은 전부 애니메이션 OP/ED/OST이거나 게임 배경음악입니다.
네, 저도 메탈 넣고 싶었어요. Papa Roach, MCR, Muse, Boys Like Girls, 린킨파크...
근데 뭐랄까, 하이라이트 영상에 메탈이 들어가는 게 항상 정석이다 보니 좀 식상하다고 해 둘까요,
그런 것도 있고, 결정적으로 일단 곡을 넣기 애매해서...
짧은 건 1분, 길게는 5분 정도가 한 경기 내에서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되는데,
이걸 메탈로 도배하기는 좀 어렵겠더라구요.
곡이 모자란 건 아니에요. 제가 주로 듣는 음악이 메탈리카라서. 다만 뭔가 식상하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니까요.
5) 완벽주의 기질.
실은 이게 또 다른 시간 잡아먹는 요인입니다.
제가 쓰는 방식은 영상을 부분 재녹화한 다음 녹화한 파일을 이어붙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가 굉장히 잦습니다.
컴퓨터에 뭔가 부하가 걸려서 영상이 조금 느리다던지(절대 끊기지 않는데 약간 느려진 게 보이는 정도의 수준),
사운드가 100% 크기에서 녹음된 게 아니라서 살짝 사운드 크기가 안 맞는다던지,
미니맵 위치가 픽셀 단위로 조금 차이난다던지(나중에 확인해봤는데 많이도 아니었습니다. 한 2픽셀 정도?)...
보통은 그냥 넘기실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하는데,
전 이러면 얌전히 전에 사용했던 파일을 모조리 지우고 일단 재녹화부터 들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이긴 한데, 그 와중에 얻은 컴퓨터 기술이(정확히 말하면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또 하나 늘어서...
손으로 마술을 부리는 느낌이라고 해 둘까요.
하여간 배운 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뒤로 가면 갈수록 그냥 넘겨버려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서(...) 전체적 퀄리티가 살짝 걱정되고,
또 런타임은 더 걱정되어서(이런 식으로 가다간 정말 100분이라서요)...
조금 쓴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지 하면서 위안 삼는 중입니다. 흐흐.
영상을 만들 때의 고충이 조금 느껴집니다.
다른 것보다도 2번과 5번 항목이 저에게는 가장 힘든 점이죠. 특히 2번.
이번 LOL 경기가 총 44경기였고 한 경기당 평균 30분 잡으면 전체가 1320분입니다. 축구 경기가 14경기인 셈이죠.
그 중에 100분이 명장면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스타리그 명장면은 한 경기에 한 2~3분 정도가 명장면으로 나왔으니
비율상으로 따지면 절대 많은 편이 아니다...
...라고 혼자서 억지로 위안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ㅜㅜ
하여간 지금 2/3 정도 만들었고 손에 불 붙이고 만들고 있는고로 늦어도 주말 정도에는 결실을 볼 듯합니다.
다른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그저 올리면 많이 봐 주시고 많이 평가해 주셨으면 하는 게 제 심정이죠. 헤헤.
그럼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PS. (저번에도 올렸지만 못 보신 분들을 위한) 8강 B조 티저영상!
(참고로 이 영상 - 8강 B조 하이라이트 - 은 약 2~3배 정도 길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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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십니다.
약간 끼어 들자면 무비 메이커는 정말 기본중에 기본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라
가능하시면 소니 베가스나 어도비의 프리미어 프로를 사용하시는게 그나마 더 좋으실겁니다.
요즘 버전은 예전거 보다 더 다루기 쉽더군요. 대학 때 전공이여서 몇개 프로그램 제작했던 것도 생각 나네요.
하이라이트 버전 기대하겠습니다. ^^
고생하시네요. 저도 하이라이트로 모아서 보는 거 좋은데, 배경음악이 없는 버전을 따로 올려주실 수는 없는지요~ 개인적으로 음악 때문에 다른 소리가 잘 안들리는 것도 있지만 배경음악이 없는 편이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거 같아서요. 뭐 하이라이트 느낌은 많이 줄어들겠지만요. 음악적 취향은 별 문제가 안되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Charles님// 처음 들어보는 프로그램인데... 하긴, 무비 메이커로는 한계가 있어서 다른 거 없나 찾아보던 참이었습니다. 흐흐. 프로그램 추천 감사합니다!
본호라이즌님// 저도 그 문제가 항상 걸리더군요. 물론 음량 조절은 어느 정도 하지만... 가능하면 음악 제거한 버전도 같이 올리겠습니다~
지게로봇님// 카서스 궁이 딱! 거기에 라지에타가 터졌어 아주 그냥... 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