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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11 16:10:39
Name nickyo
Subject [일반]  한 소년의 죽음을 향한 걸음.


1.

13세의 꼬마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멘체스터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그의 아버지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커다란 손과 발을 갖고 있었습니다. 70년대 빈민가가 그렇듯이, 그 가정은 불행과 폭력으로 빈곤의 고통을 겪는 가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머리채를 붙들려 얻어맞기를 반복해야 했고, 아들은 아침부터 구둣발에 짓밟혀 정신을 잃어야 하는 나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공포와 분노가 매일같이 머리를 뒤 흔들었고, 소년은 몇번이나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거라고 되뇌였습니다. 인생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인 아이가요.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신을 죽이는 판도라의 상자에 갖혀있던 힘은 '희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인간은 죽을 지언정 지지 않는다. 그것은 희망이 있기에 가능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희망같은건 없었습니다. 밝은 내일? 아버지가 취해 쓰러지기만을 매일 기다리는 처참한 어머니와 아들은,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 빈곤속에서 살아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멍투성이로 밖에서 일해 벌어온 푼돈을 뺏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돈으로 며칠이나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에게 빵을 사 주고 싶다고 애원을 했지요. 그런 그에게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강력한 철퇴를 내려쳤습니다. 어머니는 바닥으로 쓰러졌고, 몇날 몇일을 일도 제대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흠씬 얻어맞았지요. 공포에 휩쌓인 소년은 오줌을 지렸습니다. 자신이 그 곳에서 본 것은 마치 벨제붑의 악귀와도 같은 형상이었지요. 오줌을 싼 그는 곧 이어 씩씩대는 아버지의 두 번째 제물이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는 이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공포를 넘어서서 희망을 찾기위해. 내일을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요.

빈민가의 창고에는 갖가지 불량배들과, 굶주린 아이들이 모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한 정의 총을 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어머니와, 술에 취해 드르렁거리는 아버지를 보지요. 그는 아버지를 깨웁니다. 그리고, 그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소리가 귀를 울리고, 그는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끌어다 버립니다. 아무런 죄책감도, 불안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 모습을 잠에서 깨어 멍한 눈으로 지켜보는 어머니에게, Carry on. Carry on.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 자수하고, 법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판사를 앞에 두기까지의 기다란 통로, 그 끝에서 어리고 가난해, 불행했던 아이는 침착하자고 말합니다. 이것은 내가 져야하는 짐이다. 나는 아버지 같은 망나니가 될 수 없어. 어차피 인간은 쉽게 오고 쉽게 가는것이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그러나 그 통로의 빛을 통과하는 순간,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아 그를 억죄기 시작합니다. 태연하려 애썼지만 떨리는 다리. 준엄한 모습의 판사는 그를 향해 몇가지 말을 던집니다. 이윽고 배심원들은 둘로 나뉘어 시끄럽게 싸우기 시작합니다. "저 아이를 살려야해요!" "사람을 죽였으니 죽여야 해!" "살려야 해요!" "죽여라!"

He's just a poor boy from a poor family!
Spare him his life from this monstrosity!
Bis-Mill ah no we will not let him go!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will not let you go!!!!!
will not let you go
NO no no no no no no


아아, 어머니. 나는 태어나지 않는게 나았을거라는 생각을 해요.
내 삶은 이제부터인데.

제발 날 놓지말아요!
제발 날 가게 내버려둬요!
제발 날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안돼, 안돼, 안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해
나가야해! 나가야해!

어머니, 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울지말고 꿋꿋히 살아가세요.

날 살려줘요!
안돼, 안돼, 안돼.

천둥벼락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퍼지고,
가난하고 불쌍한 날 사랑한 당신들은 나를 내버려두었고
나는 육신이 쑤시고 눈물이 흘러요.
아아, 빛이 보여요.
빛이 보여요. 난 빠져 나온것같아요.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죠.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2.

위의 이야기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Queen의 Bohemian Rapsody라는 곡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로 전해지는 몇가지 설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저 시대의 영국 빈민가에서는 세련된 부모들이 거의 없다고 하곤하죠.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가 인터뷰에서 그들의 어린시절을 말하듯 말입니다. 학대같은것은 일상, 그럼에도 그들은 내일은 어떤 멋진일이 생길지를 기대하며 인생의 내일을 희망차게 기다렸다고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죄란 무엇일까요. 사람은 무엇일까요.
때로는 제도나, 규율, 법률같은것이 너무나 무의미해 보일때가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은 학문적으로 무의미하다. 그것은 너무나 변하기 쉽고 정의할 수 없으며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건 아닐까.
결국 어디에서든 구멍의 사이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을테니 말입니다.

3.

어제 미화노동자를 돕자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PGR에서는 꾸준히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 따뜻하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잘못된 것들을 고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화노동자은 말하자면, 저 소년과도 같은 입장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계층에서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해서
계속된 착취,억압속에서도
도망칠 수 있는 곳 따위는없는.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그 글에 쏠린 관심도는 몇이었던가요.

아마도 슈퍼스타K나,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 같은 이야기의
1/4정도 였던것 같습니다.

댓글 하나로는 100원의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며, 아는 사이트나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면 그보다 더 나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며, 직접모금을 했다면 그 이상으로 더 큰 힘이 되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리플에서 자주 보였던 말이 떠오르네요.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재밌게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반보, 힘없고 어렵고 법률과 제도마저도 손쓸 수 없는 틈바구니에 끼인 약자에게 도울 아주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한들, 작은 행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구나 하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기도 했지요.

더 나은 세상은 올까요?

귿쎄요, 아마도. 소년처럼 스스로 공포의 고리를 끊고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에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만 있는다고 오지는 않을겁니다.
오로지, 내가 흘린 땀과 피 만큼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거든요.


세상을 변화시킬 방법을 다시 한번 제시할게요.

[희망모금] 청소노동자의 '장밋빛 인생'을 응원해주세요!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98285

PGR분들은 과연,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네요.

어제의 관심도로 보자면, 명백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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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10/10/11 16:12
수정 아이콘
유게에서 보헤미안랩소디 음악을 듣고 프레디머큐리로 검색해보다가 이글 제목을 보고.. 설마 했는데..

참 신기하네요. ^^;
Pluralist
10/10/11 16:36
수정 아이콘
마음이 아프네요.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자아보호본능이 강해지는지
이러한 것들을 자꾸 외면하려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십대, 이십대에 내가 바라본 삶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삼십대인 현재 바라보는 삶은 더 이상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내 자신의, 그리고 내 가족의 삶을 위하는 것에만 매달려야만 하더라구요.
사회가 보여주는 부조리에 분노하지만
그저 분노만 할 뿐이네요.
언제나 눈팅만 하지만...
이 글에만큼은 리플을 답니다.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서 말입니다.
좋은 글과 노래 감사합니다.
브로콜리너마저
10/10/11 17:14
수정 아이콘
이기적인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좋은 글과, 노래 감사합니다. (2)
10/10/11 17:16
수정 아이콘
읽는 순간 보헤미안 랩소디가 떠올랐는데, 하나의 설 중 하나였군요.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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