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조금만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 기술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적개심은 매한가지일 듯합니다. 인터넷 회선 전송/송출량을 전부 끌어다 써 웹페이지 로딩을 버벅거리게 하는 일이 표면적으로 가장 짜증 나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하드 드라이브의 수명이 단축되어 예기치 못한 때에 그 안에 자료 모두를 날려버리는 일이 더 심각한 문제죠.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eDonkey에서 eMule로 진화한 일명 당나귀라는 프로그램이 이 기술을 적용하면서 다수의 익명 사용자를 겨냥한 획기적인 웹 공유의 시대를 열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는 프루나가 그 역할을 맡았던 듯하네요. 그 후 여러 형태의 웹하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망하고를 반복하면서 - 추억의(?) 클럽박스 - 현재 다수의 유료 웹하드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이 유료 웹하드 업체 몇몇이 적용하고 있는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인데, 주위 사람 고장 났다는 컴퓨터 손봐줄 때(라고 쓰고 포맷이라고 읽는다.) 보면 열에 일곱 정도는 웹하드의 그리드 기술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 구동 시 자동 실행은 물론, 강제종료를 해도 어느샌가 은근슬쩍 버젓이 다시 실행되어 열심히 하드를 갉아먹고 있죠, 그것도 인터넷 회선 최고 전송 속도로 말입니다. 당장 작업관리자 프로세스에 qdownagent.exe, expressservice.exe 같은 것이 있다면, 당첨(!)입니다. 싸이월드가 오래전에 이 기술을 배경음악 재생기에 적용시켰다가 폭풍같이 욕먹었죠. 그 후 개선이 됐다고는 하는데, 바로 아시는 분 계시나요? 개선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욕먹던 그때도, 배경음악 재생기 설치 약관에 명시했다면서 배짱 부리던 꼬락서니는 기억이 나네요.
자사 서버 증설 비용을 줄이려는 매우 효과적인 꼼수가 바로 그리드 딜리버리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기술을 적용한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않아요. (토렌트에 대해서는 아마 모르긴 몰라도 훨씬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 혹은 해주실 분이 계실 듯해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GSL 고화질 생중계 서비스와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곰티비가 이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요. 스타크래프트 2의 수려한 영상이 HD급의 고화질로 재생되니 스타2에서 미네랄 한 번 캐본 적 없지만, 눈은 휘둥그레 돌아가며 입이 쩍 벌어지더라고요. 안 볼 수는 없겠다 싶은 마음입니다. 애초에 그 정도의 고화질을 곰티비 서버로만은 재생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 터라 많이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오래도록 kmplayer를 써오다가 거의 서너 해 만에 곰플레이어를 설치하게 된 건데 다소 실망은 했죠. 그런데 스타2 다시보기를 재생하면서 분석을 해보아도 그렇고, 설치 약관과 FAQ를 읽어보니 몇몇 양심없는 웹하드 업체에서 남용하는 그리드 기술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전자가 늘 실행 상태여서 하드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면, 곰티비는 영상을 재생하고 있을 때에만, 전송/송출을 하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일시정지를 했을 때조차 송출이 멎도록 되어 있고, 다시 재생할 때에만 송출 또한 같이 시작되는 터라 이제껏 보아온 그리드 기술 중에는(토렌트와 더불어) 가장 합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약관과 FAQ를 읽어보니 이 기술을 적용할 때 듣게 될 부정적인 피드백을 무척 의식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이라고 해도 여전히 GSL 재생 중에는 회선 속도를 모두 잡아먹어 다른 인터넷 작업을 무척 더디게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까지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던 프로그램, NetLimiter를 설치했습니다.
NetLimiter 2 다운로드
유료 프로그램인 것이 아쉽지만, 시험판으로 한 달 사용하고 재설치 하면서 예전에도 잘 썼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무료 인터넷 속도 관리 프로그램도 여럿 있을 텐데 제가 아는 게 없네요. 어쨌든 이 프로그램으로 GSL 재생 시 전송 속도를 적정선으로 수정하는 것은 물론, 다른 악성 그리드 프로그램은 아예 전송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드 기술로 잡아먹힌 인터넷 속도, 이제 돌려받으세요.
홈페이지 스크린 샷
뱀다리 - GSL 다시보기로 접한 김샘 선수의 깡패 전투순양함, 충공깽이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