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오늘은 6일차 여행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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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7일..
이 날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역시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깰 때마다 아침이 아닌 것을 알고 좌절하며 하룻밤을 보냈다.
이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전원이 오지게 빨리 일어났다.
한명 두명 좀비처럼 어슬렁 어슬렁 일어나서는 바얀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바얀작으로 걷는 도중에 볼 수 있었던 일출 - Y양>
<일단 걸어가보자 ~~ C양의 뒷모습 - Y양>
역시나 처음에는 가까워보여서 발걸음을 옮겼지만 역시나 꽤 멀었다.
무작정 계속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야생동물의 뼈도 볼 수 있었다.
<하관이 낙타인 것 같은 동물뼈 - H군>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 계속 거친 풀을 헤치고 언덕을 3개 정도 넘자 평지가 나왔다.
그리고 그 평지 가운데에는 정체모를 큰 바위들이 있었다.
<평지에 뜸금없이 우뚝 서 있든 바위들 - Y양>
난 이 바위를 발견했을 때 좌절했다.
왜냐믄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너무 발이 아팠는데 저기까지 또 언제 걸어가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H양을 졸라서 우린 게르로 다시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도중에 본 염소들을 모아 놓고 젖을 짜는 소년 - H양>
한편, 계속 해서 바위를 향해 걸어갔던 나머지 일행들은 가까이에서 본 바위의 거대함에 놀랐다고 했다.
<바위들 중 하나에 앉아 있는 Y양 - Y양>
모두들 게르로 돌아와서 아침도 먹고 씻고 하는데 이 곳은 첫째날에 보았던 물을 절약하면서 쓸 수 있는 기구가 있는 곳이었다.
그 물을 보자 몇일간 감지 못했던 머리가 감고 싶어졌다.
마침 물도 좀 있겠다 싶어 H군과 번갈아가며 머리를 감았다.
머리를 감고 나니 세상이 달라보일 정도의 상쾌함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제 돌아볼 곳은 다 돌아 본 격이라 울란바타르로 다시 올라가려는데 로라와 클라라가 이 날부터 일행에서 빠진다고 했다.
알고보니 로라와 클라라는 이스라엘 아저씨 일행과 함께 몽골 서부를 더 여행하기도 되어 있었다고 했다.
사실 그렇게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 한 차에 한 게르안에서 지내던 친구들이 떠난다고 하니 좀 섭섭했다.
<헤어지기전에 찍은 단체사진. 우리 8명의 팀원과 오유나 - Y양>
그 둘이 빠져나가자 푸르공은 굉장히 넓어졌다.
이 날부터 그레이스에서 다소 좁게 지내던 C양과 Y양이 번갈아가며 푸르공으로 옮겨타서는 시트위에 제대로 누워서 자는 호사를 누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중 사막 한가운데에 혼자 덩그러니 세워진 집에 도착했다.
<민망하리만큼 딱 한 채 있었던 집 - H군>
알고보니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 것으로 이 곳에서는 오랜만에 핸드폰이 터졌다.
사실 고비여행을 떠나면서 핸드폰 사용을 거의 하지 못했다.
당연히 사막 한가운데서는 전혀 터지지 않았고 어쩌다가 들르는 작은 마을에서도 안터지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집에 전화해서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았다.
또, 돌아갈 항공편이 불투명했던 L군도 이 곳에서 항공사에 전화해서 귀국일자를 잡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출발하여 기름을 넣기 위해 작은 마을에 들렀다.
<사는 사람이 몇 안되었던 작은 마을 - H군>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우린 밖으로 나왔는데 멀리서 어떤 꼬마애 둘이 발에 불이 나도록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누군가 하고 봤더니 수공예품을 파는 어린 애들이었다.
<우리가 다시 떠날 떄까지 졸졸졸 따라왔다 - Y양>
잠깐 휴식 시간이 난 틈에 가게로 들어가 아이스크림, 음료수, 맥주 등을 사서 먹었다.
근데 아이스크림을 한 입 깨물던 Y양이 맛이 이상하다며 못 먹겠다고 했고 버릴려는 제스쳐를 취하자 뒤따라오던
어린 애들이 달라는 몸짓을 했고 Y양이 그 것을 주자 정말 맛있게 먹으면서 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인 한국전쟁 직후가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참을 달리던 우리는 오랜만에 푸르른 초원을 만날 수 있었다.
지겨웠던 돌맹이사막을 벗어나 넓은 초원을 보니 왜이리 반갑던지 크크
<다시 만난 초원 - H군>
<자!! 소리쳐 봅시다. "오랜만이야. 초원아~~" - Y양>
이 날은 단순히 울란바타르로만 달리던 날이었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이동을 해야했고 어둑어둑 해지는데 묵어갈 게르를 찾지 못한 채 계속 달렸다.
거의 깜깜해질 무렵에 하룻밤 머물 게르를 찾을 수 있었고 우린 그 곳에서 짐을 풀었다.
게르에 들어가서 쉬고 있는데 오유나가 작고 동그란 동물뼈들을 가지고 오더니 몽골의 전통 놀이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내 기억에는 비슷한 모양을 찾아서 어떻게 하는 게임이었는데 정확하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러 작은 동물뼈들을 모아놓고 고르는 사람들 - H양>
우리는 점점 여행이 끝나가자 몽골의 전통 요리가 먹고 싶다고 오유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날의 저녁 식사로는 몽골 전통 요리인 호쇼르 를 만들어 먹었다.
호쇼르는 몽골식 튀김만두인데 양고기와 감자 등이 만두소로 들어갔다.
<오유나는 소를 만들고 게르 아줌마는 반죽을 했다. - H양>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과 소를 가지고 오유나와 우리 팀원 몇몇이 만들었고 이걸 안카가 기름에 튀겨냈다.
<튀겨지는 호쇼르 - Y양>
배고팠던 우리는 호쇼르를 맛보려 했지만 안카는 그걸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자기에게 잘 보이거나 뒤에서 어깨를 주물러주면 하나씩 주곤 했다.
다들 잘 먹었지만 난 특유의 양고기 냄새가 좀 나서 감자부분만 맛있게 먹고 양고기가 있던 부분은 억지로 먹었다.
호쇼르를 먹고 바깥을 나가 잠깐 별을 보는데 이 날 우리 말고도 일본인 아저씨가 한 명 있었다.
이 아저씨는 카메라가 상당히 좋아서 별을 자유자재로 찍을 수 있었는데 그걸 보고 H군이 부러워했다.
아저씨는 H군의 디카를 이리저리 수동설정을 좀 하더니 별을 제한적으로라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볼품없이 제한적으로 찍혔지만 실제 별 빛은 참으로 밝고 아름답다. - H군>
별을 한참 보던 우리는 추워서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잘 준비를 했다.
이 곳은 침대가 없어서 첫 날처럼 침낭을 깔고 자야 했는데 게르 밑부분으로 바람이 심하게 들어와서
그대로 잤다간 얼굴이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단 배낭들도 얼굴쪽의 게르 밑부분을 다 막고 여자들을 가운데로 보낸 뒤 남자들이 양끝쪽으로 흩어져 누웠다.
너무나 추웠지만 발 쪽에 난로가 있어서 어떻게든 잠들 수 있었다.
별로 한 게 없어서 아쉬웠던 그 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