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어제 비가 좀 와서 그런지 날씨가 좋네요.
오늘은 5일차 여행기를 올립니다.
=====================================================================
2009년 8월 26일..
자다가 깨고 자다가 깨고를 반복했다.
잠깐 깨면 게르 천장 구멍을 보면서 "아.. 아직 깜깜하네.." 라면서 좌절하고 다시 잠들기를 수차례..
또 추워서 잠깐 깻을때 하늘이 밝아보였다. "드디어 아침이구나 ㅠㅠ" 하면서 일어났다.
이 날부터 고비사막에서의 기상은 항상 이랬다.
낮에는 더워서 밤이 오길 바라고 .. 밤이 되면 추워서 아침이 되길 바라는..
<고양아 넌 잘 잤니? =_= - H군>
어제의 일정이었던 낙타 트래킹을 아침부터 시작했다.
낙타가 엎드려 있으면 안장을 밟고 올라가 혹 2개 사이에 앉았다.
낙타가 일어나니 높이가 생각보다 상당하여 떨어지면 다칠 것 같았다.
혹을 만져보니 물렁하지 않을까 싶엇는데 좀 딱딱했고 털이 까슬까슬했다.
<낙타 위에 올라 탄 L군과 C양 - Y양>
낙타를 탈 때 몽골에서는 "추후~ 추후~" 하면서 양 다리로 배를 살짝 차주면 앞으로 가고 고삐를 틀면 트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다.
그리고 고삐를 쎄게 당기면 그 자리에서 서서 앉아버렸고 앉은 상태에서 다시 고삐를 땡기면 일어나서 걷곤 했다.
<천천히 가고 있는 C양, 나. 로라. 뒤쪽에 쳐진 L군이 보인다. - Y양>
<단체로 풀과 가시나무를 먹는 낙타들 - Y양>
처음에 알기로는 이 낙타를 타고 홍고린 엘스를 올라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잘 못 알았는지 바로 앞까지 간 다음에 되돌아왔다.
다시 게르로 돌아온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서 전날 과음으로 힘들어 한 C양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바에르만에게 부탁하여 홍고린 엘스 바로 밑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올라가기 직전에 찍어 본 홍그린 엘스 - L군>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힘들었다.
모래가 다져진 게 아니라 계속 흘러내리는 모래라서 발이 푹푹 빠졌고 한 발 디디면 모래가 아래로 흘러내려서 그냥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중간에 Y양은 포기하고 1/3 지점쯤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나머지 팀원들은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갔고 절반쯤 올라 갔을 때 그나마 경사가 적은 곳이 있어서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홍그린 엘스 등반 1차 베이스 캠프 -_-;; - L군>
사실 난 이 사진을 찍을 때 절대 못 올라간다며 포기했었다.
근데 먼저 포기한 Y양과 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열심히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다들 도착해서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 신나보이는 광경을 보고 힘들어도 내 평생에 언제 다시 와보겠나 싶어서 늦게나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올라간 팀원들이 찍은 내 모습 - H양>
한 손에는 신발을 들고 한 손에는 H군의 망원경을 들고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나머지들은 손에 신발만 쥐고 있어서 기어서 올라갔지만 난 망원경이 손상될까바 직립보행을 했어야 했기에 더 힘들었다.
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해지니 모래가 더 잘 흘러내려 한 다섯 걸음정도 걸어야 일반 오르막 한걸음 걷는 듯 했다.
물론, 그 한걸음 한걸음도 푹푹 빠져서 훨씬 힘들었지만..
결국, 나를 마지막으로 Y양을 제외한 전원이 홍고린 엘스 꼭대기에 올랐다.
<널부러져 있는 L군 - H양>
<기진맥진한 팀원들 - L군>
올라와서 경치를 보는데 언덕 뒤편엔 다시 내리막으로 해서 모래 사막이 쭉 펼쳐져 있었다.
<홍고린 엘스 언덕 건너편 - L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아래쪽 - L군>
올라와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몇일 있으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멀고 높은 몽골에서의 시야 덕분에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다가
아무도 물을 가져오지 않아서 다들 너무나 목말라했다.
그러는 와중에 건너편으로 내려갔다 오자는 농담을 주고 받으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크크크
잠깐의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L군은 옆으로 굴러서 내려간다며 통나무처럼 굴러내려가기도 했다.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는 모래가 한번에 쓸려내려오면서 "구구구구궁" 하면서 땅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도 났다.
<다 내려와서 옆쪽으로 찍어 본 홍그린 엘스 - H군>
힘들게 내려와서 게르까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더럽게 멀었다 -_- 한 30분은 걸었던 듯 싶다.
그렇게 걸어가는데 갑자기 H양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같이 가자고 하면 뒤만 한번 돌아볼 뿐 계속 빠르게 걸어간다.
나중에 물어보니 너무 목이 말라서 그냥 빨리 가고 싶었다고 했다. 크크
뒤따라 가는 우리도 목마르긴 매한가지였다.
시원한 음식과 음료수를 얘기하며 한가지 나올 때마다 "아~~~~~" 하는 탄식을 질러댔다.
물냉면, 각종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등등 얘기를 하는데 Y양이 "게르가 투게더 아이스크림통처럼 보인다."며 환각(?)증세를 호소했고
갑자기 엑설런트 아이스크림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파란색이 맛있다며 노란색을 더 좋아하는 나와 꼭 엑설런트를 사서
반반 나눠먹자고 했다. 크크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 와서도 여러번 만났는데 그 때마다 술만 마셨다.
반쯤 파김치가 된 우리는 게르에서 도착해서 날씨덕에 따뜻한-_- 2L짜리 생수를 거의 각 1병씩 비우고서야 기운을 차릴 수 있었고
잠시 쉰 후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또 한참을 달렸을까.. 작은 마을이 하나 나왔다.
사실 이 날은 출발하면서 도착하기전까지 내가 오유나에게 언제쯤 마을이 나오냐고 한 3번은 물어본 것 같다.
시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중간에 오유나가 미소를 띄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FK오빠 ~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물어본 듯 싶다.
(내가 영어가 많이 약해서인지 나와 이야기할때는 한국말을 60%, 영어를 40% 섞어서했다.)
<중간에 들린 작은 마을 - Y양>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H군과 달리다시피 가게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버젓히 진열해놓고는 술을 팔지 않는 것이었다.
오유나를 통해 이유를 알아보니 오늘이 무슨 종교적인 기일이라 팔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옆가게로 들어가봤다. 그랬더니 거기서는 완전 살얼음되기 직전의 차가운 맥주를 팔고 있었다.
싱가포르 맥주인 타이거 캔맥주를 2개 사서 H군과 마셨는데 500ml 큰 캔의 절반을 원샷해버린 후 나도 모르게 외쳤다.
"오!!! 이 곳은 파라다이스 ~ !!!"
마침 그 곳에는 우리 일행 말고도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있었고 내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주었다.
진짜 이 때마신 타이거 맥주는 내 생애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맛있는 맥주였고 이 후에 귀국해서도 병맥집을 가게 되면 꼭 타이거 맥주를
한병 마시곤 한다.
그리고 단 것이 먹고 싶기도 했고 간식거리도 떨어진 터라 아주 저렴했던 블루베리와 유사한 맛이 나는 사탕을 L군과 같이 사서
반반으로 나누기도 하고 다 쓰고 없었던 사막의 필수품!! 물티슈도 구입했다.
또, 다음 숙소에서 한잔마시기 위해 또 다른 가게로 들어가 카스 500ml 3캔을 사서 H군과 L군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다시 출발하려던 우리에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마을 입구에 모래폭풍이 생긴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딱 마을 입구에서 마을까지는 날씨도 좋고 너무 평온한데 입구 바깥쪽부터 그 앞은 아주 쌩난리였다.
일전에 봤던 모래바람과는 비교도 안될 폭풍이었다. 결국 우리는 폭풍이 다소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났던 모래 폭풍 - H군>
모래폭풍은 계속되었지만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자 우리는 재빨리 출발했다.
한 30분 달리자 붉은 색을 띈 엄청난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곳에 도착했다.
바로 이 곳이 바얀작 이란 곳으로 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고 했다.
또한, 이 곳에서는 공룡 화석이 나오는 곳으로 걸어다니다가도 쉽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위 쪽으로 올라가서 찍은 옆 쪽 사진 .. 이래보여도 실제론 굉장히 높다 - L군>
차에 내려서 이동하는데 모래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댔다.
진짜 뻥하나 안보태고 좀 무거운 나 마저도 바람에 밀려서 이리저리 비틀거릴 지경이었고 그 바람속에 섞여있는 굵은 모래는
너무나 따가웠다.
그 와중에 정말 큰 일이 날 뻔했다.
절벽끝까지 갔다가 날씨가 너무 안좋아 다시 차로 돌아가려는 도중에 안그래도 드세던 바람이 더 쎄게 불었고 그 바람에 Y양이
비틀거리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도 겨우 균형을 잡았다.
사실 균형 잡을때까지만 해도 Y양은 절벽 바로 앞이라는 걸 몰랐다고 한다.
균형잡고 나서 앞으로 한발 내딛고 뒤를 보니 바로 뒤에 절벽이 덜덜덜;;
우린 급히 차에 올라탔고 근처의 게르캠프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는 그 전의 캠프처럼 약간의 별도 요금을 지불하고 샤워가 가능했지만 아무도 샤워를 하지 않았다. -_-
<게르캠프의 모습 - H군>
이 날 게르캠프에서는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마주쳤던 이스라엘 아저씨 일행과 혼자서 여행을 다니던 일본 아저씨를 만났다.
그래서인지 오유나는 우리에게 허르헉을 먹고 싶으면 별도로 돈을 지불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고 우리는 전원 찬성으로
돈을 걷어 허르헉을 먹기로 했다.
허르헉은 몽골의 전통 요리로 양이나 염소고기를 뼈채로 큼지막하게 썰어서 아주 뜨겁게 달군 돌 사이사이에 고기와 감자를 넣고
그 위에 소금을 비롯한 아주 기본적인 것만 넣어 불 위에 익히는 요리로 이날은 염소허르헉을 먹었다.
허르헉을 만들 때 처음 모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여주지 않았다. 이제 들어가도 좋다고 해서 가보니 허르헉을 만들기 직전이었다.
<허르헉을 만들기 위해 손질한 고기와 감자 - L군>
<달군 돌을 얹자 고기가 뜨거운 열에 지져지면서 연기가 많이 났다. - Y양>
고기가 지져지면서 나는 연기라 그런지 옷에 쏙쏙 스며들었고 나중에 세탁기로 돌리기전에는 죽어도 빠지지 않았다.
<한번 익혀낸 허르헉. 저기에서 일부의 돌 몇개를 꺼내고 다시 익힌다. - L군>
여기서 돌 몇 개를 꺼내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그 달궈진 뜨거운 돌을 갑자기 우리에게 던져줬다.
아뜨 아뜨 하면서 마치 양손 저글링을 하듯 오른손에 뒀다가 왼손으로 던지고 왼손에 뒀다가 오른손으로 던지고를 반복하면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뜨거운 돌을 서로에게 막 던져주고 장난을 치며 놀았다.
<완성된 허르헉 - Y양>
허르헉이 완성되었고 무언가 예상이나 한 것처럼 맥주를 사갔던 우리는 맥주에 허르헉을 먹기 시작했다.
하도 큼지막하게 썰어서 2~3조각을 먹으면 배불렀고 느끼하기도 했다.
맥주가 없었으면 엄청 느끼했을 것 같다.
그래도 들어간건 감자, 염소고기, 소금, 돌-_-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 와서도 이 맛을 못 잊어 허르헉을 찾아봤지만 동대문 근처에 몽골 음식점이 있다는 것을 직접 가서 확인하기만 했을 뿐
맛을 보진 못했다.
이렇게 저녁까지 먹은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밖에서 돗자리를 깔고 별을 볼려고 했으나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덕분에 우리는 빠르게 잠자리에 들었고 많은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굉장히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