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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08 22:55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경제 선생님이 생각나는 글이군요. (알고보니 애까지 있으신 분이었다는 슬픈 전설이..)
어쩌다보니 이과생이 되어서 지금에 와서는 공돌이까지 하고 있지만, 좋은 기회가 와서 유시민 선생님? what? 뭐라고 해야되지.. 아무튼 경제학 수업을 듣기도 했었네요.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08/08 23:18
저 역시 경제학을 현재 제 평생 업으로 삼은 한 대학원생입니다. 다만 위의 내용 중 첨언할 것이 있어 보여 몇 자 남깁니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완벽한' 존재라고 가정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그 조건에 대한 '합리성'은 존재하지만요. (뭐 사실 전 저 '합리성'마저도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경제학도로서 그런 얘기하면 안되겠죠?^^;) 조지 소로스의 이론이 가장 주목받는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입니다. 사실 이런 이론을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뭐 스티글리츠가 강의 중에 자주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한건 있지만, 위와 같은 형태로 인간의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내지는 않았거든요. 스티글리츠는 인간의 합리성 하에서 사회 구조 및 주어진 여건 자체가 일종의 very stable disequilibrium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학생들 앞에서^^; 주장하였습니다(credit rationing과 같은 역선택 문제가 개중 단순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조지 소로스 및 스티글리츠를 포함한 소위 '사파' 경제학자들이 모여 기존의 학설에서 벗어난 새로운 거시경제학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루머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경 The Economist의 Economic Focus에서 관련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미시경제학 및 이론 거시경제학계에서도 이번 credit crunch 이전에 버블 및 금융 위기 발생 원인에 대한 이론적 근간을 이미 많이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사실 완벽하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인간의 모든 의사 결정을 합리성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지금의 마눌님을 열렬히 사랑하게 된 이유가 제 이성의 판단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경제학이 사회 모든 현상과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려고 하는 순간 이미 그 학문은 경제학의 범주를 벗어난 괴물딱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사견이지만 일단 경제학자 및 경제학 전공자들은 사회 모든 현상을 경제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어디가서 이 얘기는 대놓고 못합니다. 아직 제 내공이 너무 부족해서요^^;)
10/08/08 23:21
제가 요즘 읽은 책이 '상식 밖의 경제학' 인데
이 책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지만 논지는 결국 인간은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 책에 나온 실험들을 보면서 공감이 갔어요 그래서 행동경제학이나 진화경제학쪽에 관심이 갔습니다
10/08/08 23:22
그리고 학계라는 곳도 사람사는 곳인 만큼, 정치도 어느 정도 작용합니다. 꼭 Bad Samaritans 급의 강력한 절대 권력이 존재하는지는 미지수지만, 대세를 따르는 이론에 맞서 반기를 들 수 있는 용기 있는 학자는 사실 손에 꼽기 마련이죠. 마스터 키튼에서 유리 스콧트 교수처럼 말이죠^^;
큰 의미는 없지만 실례에 관해서 한가지만 더 덧붙이면, 사실 이번 금융위기의 위험 수준을 감안할 때, 거대 투자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리만 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를 제외하고는 예상 외로 상당 수가 살아남았습니다. 규모 자체는 천문학적이지만, 선진국 정부들의 공적 자금 투입이 적절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 예가 되기도 합니다. (그랬다고 투자은행들이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10/08/08 23:21
이거 얼핏 보면 글 제대로 읽지도 않고 리플단 것 같이 보일 것 같아서 말을 좀 덧붙여봅니다. 괜히 불안해서..
경제학의 한계가 있잖아요.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 지극히 경제적이고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만 있는 세상.. 그리고 어느 하나의 조건만 fix 하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세테리스 파리부스였던가 이건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이렇게 정해진 조건 안에서만 이뤄지는 거니까 아무래도 지금 사는 세상에는 맞지 않는 게 어찌보면 더 맞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정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과학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처럼 그들도 사람들 사는 세상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해 이렇게 이론도 세워보고 실험도 해보고 때로는 실패도 하고.. ...이게 더 이상한가요? 허허..
10/08/08 23:27
<넛지>나 <야성적 충동> 등을 최근에 읽어봤는데 위 글이나 리플에서 설명하신 대로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책에서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점차 하고 있습니다. 과연 계량화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해서는 회의가 듭니다.
10/08/09 11:38
경제학은 분명 훌륭한 frame이지만 경제학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애초에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라는 가정부터가 글렀다는 걸 살면서 깨닫게 되더라는..ㅠㅠ
10/08/09 14:04
글쎄요 경제학자들은 스스로가 사회과학에서 가장 과학에 가깝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리 도구는 많이 쓰여도 사회과학 중 과학에 가장 가깝다는 것에 대해 다른 분야의 사회과학자들은 전혀 인정치 않을 거라는데 500원 겁니다.
10/08/09 15:29
개인적으로 조지 소로스는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지만 재귀성 이론은 그걸 이론이라고 하기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 생각은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일 뿐 근본적으로 함리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소로스가 제시한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도 아닙니다. 거품 시기에 발생하는 비이성적인 광기에 대한 연구는 소로스 훨씬 이전부터 찰스 킨들버거나 하이먼 민스키 같은 대학자들의 홈그라운드이지요. 재귀성 이론이 인정을 받으려면 이런 대학자들의 아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건데.. 사실 전 좀 회의적입니다. 실제로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 분석 역시 재귀성 이론보다는 민스키 모멘트가 얼마나 뛰어난 개념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걸로 결론이 나고 있기도 하구요.
10/08/09 15:52
경제학 자체 내에서도 합리성에 대한 의견은 나뉘어져있고 합리성에 대한 가정의 차이로 다른 결과가 도출되죠.
경제학의 대부분의 틀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정해진 것이 대부분 인데 나중에 수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많죠. 그러고 보면 과거 경제학자들은 신이 내린 천재 이거나 때려맞추기의 대가인듯 해요
10/08/09 16:40
핀트가 빗나가는 것 같지만, 인간이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냐를 따지기 이전에 '현대' 경제학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먼저 의문을 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제학이 필요이상으로 어렵게 되어있고,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아 권위있는 자들의 해석에 의존한다는 점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내 화폐라는 것이 어떤한 것도 보증해 주지 못하는 종이 쪼가리에 절대적인 믿음과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비슷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하는 위기를 경제학이 예측하지 못한점, 또 왜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소수의 사람에게 부가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지 , 나아가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이후로 왜 더욱더 그 격차는 벌어지는 지 알면서도 경제학이란 학문이 앞장서서 경제체제의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지 비판하고 학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현재의 경제학은 뭐랄까 현재 지배계층을 정당화하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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