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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3 14:49:34
Name 인세인토스
Subject [일반] 현재 대한민국의 세대 간 문화차이는 심각한가?
안녕하세요! 인세인토스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홍대 공연모임의 주최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개인적인 사정이긴 했지만 3차모임을 두 번이나 파토내어 염치없는 마음에 다음 모임 개최를 못하고 잠수중입니다. 이 죄의식이 사그러질 때 쯤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임 잡아 공지 올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26살 대학 휴학중인 남학생입니다. 전공은 사학과이구요.
글을 올리게 된 계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기성세대와 젊은이 사이의 문화적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자 나름대로 그런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글을 올려봅니다. 정말 그 문화적 세대차이가 심각한지, 심각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들을 배워가고 싶습니다. 본문의 자세한 내용은 르네상스의 문화적 변화와 현대 사회로 갈 수록 중요해지는 문화의 중요성 그리고 그에 비교한 현대 우리사회의 문화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좋은 의견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본문 시작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혼자 쓴 글이라 존대말이 아닌 평서체인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 시대를 구분하는데 있어 정치와 역사적 상황 그리고 종교와 사상, 경제 구조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측면들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14~16세기 사이 서구 문화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간 르네상스는 중세와 근대를 나눌만 한 확실한 징표 중 하나다. 이전까지 역사 사상과 특히 시대 구분에 있어 문화는 그다지 중요한 장면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당시 르네상스 문화만큼 앞에서 말한 사회 변화의 모든 모습을 담고 있는 현상도 드물다. 문화와 예술이 당시의 가장 중요한 사상들을 대변하는 모습은 고금에 늘 있어왔지만, 이 때 만큼 그 색채가 진했던 적도 드물다.

르네상스는 간단히 표현해 문예부흥운동 이라 표현한다. 부흥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사조의 창조가 아닌 이전에 존재하던 부분의 재기를 뜻한다. 르네상스 운동이 재기 시켰던 부분은 바로 고대 그리스 로마 사회의 사고방식이었다. 서양의 고대와 중세의 사고방식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점은 무엇보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 있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회의 신이란 곧 인간을 의미했다. 현대 사회에도 널리 읽혀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비록 신화의 형태를 띠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또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때의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신이란 곧 완전한 존재이고 인간과 비교되는 도덕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현대의 고정관념과 달리 영원히 죽지 않는, 즉 영생의 존재라는 측면만 제외한다면 모든 점이 인간과 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신들은 인간의 모습과 감정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으며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비교해 특별히 도덕적이거나 관용을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복수심에 불탔으며 때로는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았으며 이런 점은 인간이 만물중에 가장 위대한 존재이며 이 모든 만물들을 지배하는 인간이 바로 신이라는 당시 서양 고대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인정되고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 기독교가 중세 유럽을 지배하게 되면서 고대의 사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더 이상 신은 여러 명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독존으로 정해졌으며 고대의 신들처럼 영생을 누릴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지존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와 같은 기독교의 세상 속에서 인간과 신의 영역은 구분되었으며 인간이 가장 위대한 존재로서 세상을 지배한다던 사고방식도 사라졌다. 인간 세계는 보이지 않는 신의 의지에 따라 영유되고 인간들이 이에 따르고 잘못을 반성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인간이란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격에 대한 자존심을 잃어갔다.

이러한 신과 인간의 관계 변화와 이에 따른 사고방식 의 차이는 고대와 중세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었으며 무엇보다 당시의 문화에서 눈에 보이는 차이를 띄게 된다. 서양 고대를 대표하는 예술작품은 모두가 인간이 주인공이었으며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비너스 상으로 대표되는 고대 서양의 조각들은 인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대표되는 당시의 문학도 인간이 삶 속에서 겪는 이야기들이 주제로 담겨있다. 반면 중세의 서양문화는 어떠한가? 유형과 무형의 예술품들 모두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전제아래서 신들의 모습을 주제로 삼았다. 중세의 교회문화로 대표되는 유명한 벽화들은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하나님의 능력을 주제로 삼고 있었으며 조각은 그 역사 속 성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문학도 성경 속 이야기이거나 위대한 신의 능력을 담고 있었다.

이런 점에 있어 서양의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이란 고대 인간 중심 사고방식의 부활을 뜻한다. 신이 중심이었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위대한 존재라는 인격의 자존심의 회복이었다. 이러한 문화 혁명은 문화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인간 중심의 철학 사상과 이를 바탕으로 자연을 정복하기 시작한 과학 문명,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으로 각인되는 도덕성보다 인간성을 강조하는 정치 철학과 신에 의해 이루어진 역사가 아닌 모든 문명이 인간에 의해 진보되어 왔다는 역사 사상까지 그 변화의 손길이 스쳐가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의 변화의 총체가 곧 르네상스라는 문예부흥운동이었고 이는 대중의 눈에 가장 잘 띄는 문화의 형태로 변화를 촉진 시켰다. 또한 문화에 의해 주도된 첫 변혁이라는 점에서 르네상스는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이 다양화의 측면으로 진보되어 나갈수록 예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져 왔다. 인간의 사고가 고차원화 될수록 이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은 대중들에게 더욱 크게 인식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로 올수록 문화사를 통해 당시 사회가 가진 사고방식과 그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보기 용이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한민국의 문화는 신 르네상스의 시대라 불릴 만 하다. 비록 서양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면과 똑같은 사고방식의 변화는 아니지만, 민주화 혁명과 산업 부흥기를 이끌었던 기성세대와 그 자녀들이 갖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서양 중세와 근대의 변화에 못지않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현대 문화사의 중요성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세대 간의 변화 모습은 그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 대한민국의 기성세대의 문화는 감정의 표출과 억제의 갈림길이라 표현할 만 하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줄 아는 인격체가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전 세대로부터의 교육과, 민주화 이전 독재정치 속에서의 부조리와 당시 사회가 던져주는 억울함을 표출해야 한다는 양심간의 갈림길이었다. 이러한 감정상태는 당시 모든 문화적 측면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났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저속하다는 이전의 사고방식 때문에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불러도 그 감정의 억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노래 불러도 그 가수가 입고 있는 청바지의 문화적 상징이 사랑 노래를 민중 저항 가요로 탈바꿈 시켰던 시대였다. 당시의 종로의 닭장과 신촌의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표되는 문화적 상징들은 그러한 감정 표출의 갈망과 억제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군중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지금 20대의 문화적 개방구인 홍대 앞 거리문화는 어떠한가? 한 마디로 무엇을 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 없는 곳이 바로 지금의 홍대 앞이다. 이 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감추거나 꾸미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이 가장 사랑받는다. 그 주제가 고급스러운지 저속한지에 대한 갈등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주제가 된다. 이와 같은 기성세대와의 심리적 차이는 너무나 대비되는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한다.

두 문화의 차이는 선과 악의 문제라 할 수도 없으며 무엇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에는 곤란한 문제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이 겪었던 부조리를 수많은 항쟁을 통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해방시켜주었지만 정작 본인들이 누리지는 못했다는 측면이다. 그 달콤한 열매는 그들의 후세가 누리고 있고 그들이 싸우며 원했던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열매를 누리고 있는 자녀들은 처음부터 그 열매를 손에 쥐고 태어났으며, 따라서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적 표상들이 결코 달콤하다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앞에서 말한 내용처럼 두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선과 악의 문제는 결코 아님에도, 현대를 바라보는 세대적 심리 갈등이 묘하게 도덕성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이루어 낸 그 결과물을 직접 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조리를 느끼겠지만,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과 자유의 문화를 이룩해 낸 주체로서 그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 또한 그 자녀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문화와 자신들이 발전시키고 있는 사회에 대한 당당함을 지녀야 하지만, 결코 자신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모습이 아니라는 상황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최근 젊은 세대의 사회적 문제는 그 근본을 대부분 이러한 감사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쉽게 얻은 것들은 쉽게 잃게 되고, 노력 없는 기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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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렙터
10/08/03 14:59
수정 아이콘
상당히 좋아하는 분야의 토론 주제글이군요.


관점을 다르게 보고싶습니다. -기성세대- 라는것이 이제와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요?
아버지? 삼촌? 4-50대?
이제와서는 그러한 의미 부여 조차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제 나이 스물 넷, 하지만 여기 피지알에서는 애아버지도, 40세 넘은 지긋하신 회원분들과도 상호 존칭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또 다르게 -기성세대-를 보는 시각을 찾아보겠습니다.
지금 -기성세대-를 바라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고지식함? 사회의 기둥? 나이 많은 사람?
그리고 저희가 -기성세대-가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10년전의 기성세대와 지금의 기성세대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저희가 기성세대가 되는 그 시기에는 또 달라지겠죠.
50대가 아이폰 5? 혹은 갤럭시 X의 모델을 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출퇴근시에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회사의 주식을 확인하다 DVD를 보는 그런 상황에서
20대와 50대간의 의사소통의 갭이 지금보다 클까요?

지금의 2-30대가 4-50대가 되는 그 때쯤,
오히려 지금보다. 기성세대의 존재는 희미해 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10/08/03 15:03
수정 아이콘
참고로 토론 게시판이 따로 있습니다.
쟁점만 던져두면 재밌는 토론이 될수도 있을것 같네요.
10/08/03 15:07
수정 아이콘
생각해볼만한 좋은 분석이네요.
//
기성세대를 나이로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벨로시랩터님의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또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정의하는 게 편하기도 하고, 꼭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PGR에서 소통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사실 일반론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독특한 케이스니까요.^^
10/08/03 15:59
수정 아이콘
"현대 대한민국의 기성세대의 문화는 감정의 표출과 억제의 갈림길이라 표현할 만 하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줄 아는 인격체가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전 세대로부터의 교육과, 민주화 이전 독재정치 속에서의 부조리와 당시 사회가 던져주는 억울함을 표출해야 한다는 양심간의 갈림길이었다"
상당히 멋진 표현이긴 합니다만 사실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다분히 작위적인 대립 구도라는 느낌이 드네요.

현재 대한민국의 세대간 문화차이는 심각한가?라는 질문에서
심각한지 아닌지를 제가 답하긴 어렵겠고 이전보다 세대간의 갭은 더 줄어들었다고 봅니다.
한국사회가 포스트모던한 사회로 접어들게 되면서(전 이 시점의 시작을 3당합당이 있던 1990년으로 봅니다) 이전의 가치관들은 붕괴되었고 지금은 어떤 새로운 주장도 예전만큼의 충격이나 갈등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갈등이란 것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만 새로운 주장은 있되 이와 대립하는 기존의 것이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세대들보다 통합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물질 만능주의로 일치단결해 있는 것 같아서...
10/08/03 21:58
수정 아이콘
세대 간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동질성이 없죠. 음식을 빼면 공유하는 문화, 기억, 습성, 습관, 양태, 행사, 정서, 매체, 역사, 취미들이 턱 없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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