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드네요..좋은 글이 나오지 않아요..
몇분 안되시지만 뒤가 궁금하실가봐 올려봅니다..
------------------------------------------------------------------------------------------------------------------------------------
그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1
내가 그녀를 만난건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난 그 사이트에서 글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운 몇가지 이야기들을 쓰고 있었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들은 아니고 그냥 간단한 내 생각들을 적은 남녀간의 담론들이었다.. 20대 초반에 끄적거린 글들을 지금 보면 아마 부끄럽기 그지 없을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자 나부랭이 들이겠지만, 이런 나의 글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누군가가 나에게 쪽지를 보내왔다. 그 쪽지에는 팬이에요 잘 읽고 있어요 등등의 간단한 내용이 쓰여져있었던것 같다. 난 누군가가 내 글을 좋아한다는게 신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게 쪽지가 몇번 오갔다. 상대는 우리집과 매우 가까운 동네 살고 있다는 사실과 나이는 스무살인 신입생이라는것, 생각보다 내 생각보다 내 글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 정도를 알게됐다. 그렇게 쪽지가 오가던중 상대가 대뜸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뭐..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기에 흔쾌히 알려줬다. 아니 매우 기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윽고 핸드폰이 울렸다. 가르쳐준지 얼마나됐다고. 살짝 긴장됐지만 이내 침착히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넘어에선 차가운 하이톤의 목소리의 여보세요 가 들렸다. 20살 신입생이라길래 무지 귀여운 목소리를 상상했던 내 기대를 여지 없이 깨버렸다.. 나는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시도했다.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으나 그녀는 목소리보다는 훨씬 애교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내 분위기는 좋아졌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러게 나눌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그녀가 말했다.
의외로 만남에 적극적인 그녀에게 일단 부담이 되서 살짝 뺐다.
"밥은 선배한테 사달라고 해야죠. 신입생이잖아요.."
"무슨 작가가 이래..피.."
"나 작가 아니거든요..하하"
"나도 그럼 이제 팬 안할래요..밥도 안사주고.."
"하하하 그렇게 원하면 언제 시간나면 한번 먹어요. 괜찮죠?"
"진짜죠?? 진짜에요!!"
사실 작가라는 표현은 정말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썼던것은 잘봐줘야 조악한 칼럼 이었으니 굳이 부르자면 작가보다는 칼럼리스트라고 불러야했다. 어째든 그렇게 오갔던 한번의 통화이후 그녀는 매일매일 굉장히 집요하게 나의 지갑을 노렸다. 아니 만남을 노렸다는 것이 좀더 정확하겠지. 당시 시기가 2학기 기말고사 즈음이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그녀는 문자 혹은 전화로 매일 식사를 제공하기를 요청했고 난 기말고사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본가가 지방이기에 끝난후 곧장 집에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적절한 거절을 시도했다.. 다시 올라오게 되면 보자는 인사성 멘트를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며칠후 마지막 시험도 끝났다.
난 기말고사 기간에 하루에 한두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굉장히 성실하고 학구열이 불탔던 것은 아니고 워낙 아는것이 없어서 소위 벼락치기를 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던지 이제 모든것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들었지만 이것이 오늘 일과의 끝은 아니었다. 사실 오늘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어제밤 전화로 그녀는 다시 올라올때 까지 못기다리겠다며 오늘 만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식사권 맡겨논것처럼 구는 그녀를 잘 달래서 요즘 잠을 거의 못자서 곤란하다고 얘기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간 고마운 마음도 사실 몇번정도 들었다. 시험기간내에 힘내라는 문자도 보내주어서 공부기간중 상큼한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준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고마움도 고마움이였지만 솔직히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신입생이 선배도 없었는지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고작 식사 한끼때문에 지속적으로 조르다니..성격혹은 외모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아니 정확히 외모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이쁜애들만 챙겨서 쟤는 소외당하고 있다는 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도 폈다. 갑자기 그녀의 선배들이 다 속물로 느껴졌다. 그래 팬이라지 않나. 이정도는 해줄수 있지.라고 생각 하며 어제밤 만나기로 약속 했었던 것이다.
그간 학교 도서관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했었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간단히 씻으며 준비했다. 집에 세탁된 옷들을 보니 입을수 있는 옷이 별로 없어보였다. 간단히 후드티 하나와 청바지 그리고 패딩을 꺼내입었다. 그리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고 자금상황을 체크했다. 열어본 지갑속에서는 세종대왕 두분이서 날 물끄러미 쳐다봐주셨다. 간단히 고민했지만 이왕 사주는거 좀더 비싼걸 사주고 싶어졌다.그래 맛있는거 사주자 어차피 잘얻어먹지도 못할텐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회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없어서 못먹는다 길래 그녀에게 그녀의 집근처에 있는 내가 자주가던 횟집에 가있으라고 했다..그녀는 자기는 그 횟집에 가본적은 없지만 지나다니다가 길에서 몇번 보았고 지금 그 근처이며 아마 곧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난 집을 나와서 간단히 근처 은행 인출기에서 3만원을 더 뽑아서 지갑을 든든하게 채운뒤 오래 기다릴까봐 뛰기 시작했다. 5분쯤 달리니 횟집이 보였다. 그녀에게 내가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전화를 걸며 횟집 문을 열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도착했어요."
"혹시 안에 들어왔어요??"
"네.."
"방금 들어왔죠?? 나 안보여요??"
테이블을 둘러보니 혼자 앉은 여자 한분이 손을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다 깜짝놀라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흰색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허리정도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흰색 머리띠를 한 평범한 옷차림이었는데 정말로 주변이 빛나는것 같았다.. 그녀의 테이블은 그녀가 앉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모듬회 사이에 끼어 나온 도미회 같이 다른 테이블들과 달리 특별해 보였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아니 걸어야했는데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보다 더 이쁜 여자를 지나다니다 본적은 많겠지만 이렇게 이쁜 여자와 대화를 섞어 본 적이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을 추스리며 몇번이나 침을 삼킨뒤 떨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지연씨?"
"네 맞아요!! 반가워요!"
이런 제길.
후드티 나부랭이에 패딩를 걸쳐입지 말고 셔츠를 다려서 자켓이나 코트입고 올껄..
아니..좀더 분위기 좋은 곳으로 데려갈껄..
아니 조금 더 일찍 만날껄..그깟 시험..재수강하면 그만이지.
아니 말 좀 바보같이 떨면서 하지 말껄..
아니 좀더 잘생길껄.. 아니 이건 불가능하고..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떠다닌다. 이러면 안된다.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지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머리속은 간단하고 간결한 딱 한줄로 정리됐다.
내가 냉정과 침착함을 되찾기 까진 그렇게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뻤지만 앉아있는 모습만으로 꽤나 커 보였다.
"키가 엄청 크시네요."
"여자가 너무 키가 크면 매력없죠??"
"아니죠. 장점이죠...근데 얼마에요?"
"172인데..보통 그냥 170이라고 하고 다녀요..하하"
이런 제길..나한테도 그냥 170이라고 해주지..사실 키가 크지 않은 나는 당시 키큰 여성에게 다소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키에대한 컴플렉스는 특별히 없었지만 키가 큰 여성들은 못오를 나무라고 생각정도는 하고 지냈었다. 정확히는 못오를 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우의 신포도라고 생각했다. 키큰 여성들은 매력없어..난 좀 작고 귀여운 사람이 좋아 라고. 그게 아마 내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큰키는 나에게 냉정과 침착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와 남녀관계로 엮인다는 생각을 버리고 보니 좀더 편하게 내 자신을 여과없이 보여줄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관리 따위는 매운탕과 함께 끓여져서 대기권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오빠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같아.."
어느새 오빠로 호칭은 변해있었다. 그리고 반말도 함께.
"어떻게 생각했길래?"
"조금 차갑고 냉정하고 시니컬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하하 넌 생각보다..."
"생각보다??"
"재수없어..아니 생각만큼이라고 해야하나?"
"하하하하하"
이런 무례하고 재미없는 농담을 웃게 해주는 원동력은 대부분은 호감이다. 난 이미 득점중이었지만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아니 내 글에 투영된 내 이미지가 득점했었다고 봐야지. 그냥 당시에는 그저 즐겁게 내 팬이라고 칭한 한 여성에게 단지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 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매운탕도 반쯤 비워져 있었다. 소주도 세병째..콜라도 세병째.. 술을 잘 하지 못한다는 그녀는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 콜라에 소주를 타고 있었다. 그게 소주보다야 먹을만 할테지.. 그녀에게 batch reactor에서 섞고 있냐고 물어봤다..그녀는 못알아들었다. 당연할테지. 방금 시험본 과목의 내용이니깐. 아까 본 시험 문제가 갑작스럽게 눈앞에 보인다. 아까 못 풀었던 문제가 하나 둘씩. 웬지 지금은 풀 수 있을것 같다. 정신 차려야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신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갔다. 콜라와 소주가 섞인다. 그녀와 소주가 섞인다. 천장과 테이블 바닥도 함께 섞인다..
"오빠 일어나..."
"좀만 더 자구..."
"오빠 일어나...집에 가야지..집에 가서 자.."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웬 모르는 여자가 눈앞에 앉아있다..
"누구세요??"
"뭐야..취했어??"
다시보니 그녀다.눈을 비비며 정신을 챙겨보려고 노력했다..시간은 이미 10시. 횟집에 들어온지 3시간 쯤 지난것 같다. 머리도 아프고 여전히 졸린다.
"얼마나 잤어요?"
"왜 또 존댓말이야. 한시간쯤 잤어.."
"자다 일어났으니깐 존댓말을 해야 하는거에요.."
"무슨소리야.."
잠은 깨었지만 술은 전혀 깨어 있지 않았다..내가 하는 말들이..혀는 이미 꼬일대로 꼬였고 뱉어내는 말들은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색하고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말들을 하나 둘 씩 뱉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술주정과 대화의 중간쯤의 말들을 뱉어내던중 갑자기 따끈한 국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매운탕 좀 주문해줘...매운탕이 너무 먹고 싶어...."
"매운탕? 아까 먹었잖아.."
"?? 매운탕 먹었어??"
"응 매운탕 아까 먹었는데..오빠가 쏘주 안주로 국물 필요하다고 해서.."
"아..진짜??."
"응 아까먹었는데 오빠가 잠들고 나서 자는데 불편해보여서 치워달라고 그랬어..여기봐 내꺼 앞접시는 아직 안치웠잖아.."
아 그러고 보니 먹은것 같기도 하다. 꿈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그럼 매운탕 하나 더 먹자..더 달라고 하면 더 줄꺼야..매운탕 올때까지만 좀 더 잘께.."
"미안 그건 곤란해. 오빠 나 가야해..나 통금있어.."
"통금??"
"그래 통금..일어나. 정신좀 차려봐..오빠 나 집에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그녀가 가야 한단다. 그래 그럼 가야지.가야하는데 정신이 도무지 돌아오지가 않는다..일단 내 물건들을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열심히 여기저기서 계산서를 찾았다..
"뭐 찾는다고??"
"빌지..계산해야 한단 말이야..."
"계산은 아까 전에 했잖어.."
"아니야...계산서 찾아야해.."
"정신좀 차리고 빨리 좀 가자..오빠 계산 아까 전에 했단 말이야.."
"그래??"
"응"
생각해보니 계산도 했던것 같기도 하다..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물먹은 솜마냥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신발을 신었다. 그녀는 이미 신발을 신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일어나 보니 역시 그녀는 꽤나 키가 크다. 살짝 비틀거리는 나를 보며 걱정됐는지 그녀는 살며시 내 팔을 잡아주었다.. 같이 횟집문을 열고 나왔다..
"택시 많네. 택시타구가 잡아줄께.."
횟집앞 도로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횟집에서 집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 택시를 타고가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택시비가 있나 확인하려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찾았다. 지갑이 없다..
"나 지갑없어..어쩌지??"
"지갑 아까 가방에 넣었다니깐!!"
열어보니 가방에 내 지갑이 있다. 방금전에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것 같기도하다.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오늘따라 주사가 심하다. 지갑을 열어보니 택시비는 충분하다. 만원짜리 지폐가 다섯장이나 있다..
"왜 오만원이나 있지? "
"응? 왜그래?"
"돈이 그대로 있어..계산안한거 같애. "
"..."
"나 다시 들어가서 계산해야돼.."
"오빠 자꾸 이럴래..아까 카드로 계산했잖아.."
"아..참..카드..."
갑작스레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술이 빠르게 깬다. 마치 온몸에 얼음찜질을 한것처럼. 그녀는 큰 키민큼이나 길다란 롱코트에 긴 생머리에 하얀 머리띠를 하고는 내 한쪽팔을 잡고는 열심히 택시를 잡으려고 하고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너무 매력적인 여자다.
"너 너무 이쁜거 같애.."
"하하..오빠 취했어..얼른 집에 가자.."
"....술 다 깼는데.."
"저기 택시온다. 저거 타구 들어가 그리고..또 연락해야해.."
그녀가 잡아준 택시를 탔다. 열심히 손을 흔드는 그녀를 미러로 바라보았다.. 머리속이 바쁘게 회전한다..그녀를 잡아야 한다..이 여자만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잡을수 있을지 고민 또 고민된다.
정말 매력적인 여자다.
아니 사랑스러운 여자다.
아니 천사같은 여자다.
왜냐하면 난 카드가 없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