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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16 21:48:33
Name 굿바이레이캬
Subject [일반] 제목의 중요성 <부제 :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아래 K리그 관련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렸네요. 글과 댓글 모두 읽었는데, 씁쓸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

요즘 인터넷 포털 메인 화면을 보면 언론사에 제공하는 기사, 포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일반 유저가 제공하는 콘텐츠(예 : 블로그) 등의 수많은 제목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제목을 접하게 됩니다. 피지알을 와도 메인 화면에 나온 제목, 각 게시판 리스트를 봐도 늘 제목이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제목을 접하게 됩니다.

그 제목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하나요?

바로 선택을 합니다. 여기서 선택을 하게 되는 기준이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 기준이 각자의 가치관에 맞춰 있겠지만 크게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관심 분야

2. 호기심

야구팬이면서 축구에 관심이 없다면 축구 관련 제목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그럼에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겠습니다만...) 당연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제목이라면 그것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호기심’이라는 놈입니다. 이놈의 호기심 때문에 우리는 적절치 못한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 제목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화장법

- 고현정이 즐겨하는 5가지 화장법

같은 글임에도 제목에 따라 인터넷 유저가 선택할 가능성은 천지 차이입니다. 실제로 어떤 블로거가 맨 처음에는 윗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하루방문자 수가 100명도 채 안 됐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아래처럼 바꾸고 나니 하루에 2천 명 이상의 방문자가 그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한 것입니다.

저 블로거의 글에서 말하는 화장법이 정말 고현정이 즐겨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사실을 확인할 생각도 안합니다. 무의식적인 호기심을 통해블로거가 말한 5가지 화장법이 고현정 씨가 즐겨하는 화장법이라고 인지되는 것입니다. 이 블로거에게 누구 하나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럼 기사 제목은 어떨까요?

아래 기사 제목은 실제로 있었던 아주 유명한 기사 제목 중의 하나입니다.

“고현정, 김태우 모텔에서…”

영화 ‘해변의 여인’을 찍을 때 출연했던 고현정 씨와 김태우 씨가 부산에서 촬영하면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시기여서 숙소를 모텔로 잡았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기사는 블로거가 만든 제목과는 약간 다릅니다. 왜냐하면 ‘fact’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위 제목을 보면 fact라는 것에 대한 거짓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 제목을 선택하고 기사를 읽다 보면 상상했던 내용은 전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후회를 합니다. 그러나 후회는 잠시 뿐, 잘못된 선택을 또 반복하게 됩니다.

위 기사를 제공했던 언론사에서 만약 제목을 아래와 같이 달았다면 인터넷 유저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해변의 여인, 출연진 제작비 절약 위해 모텔에서 숙박”

------------------------------------------------------------

언론사 편집인에게 예전에 이런 문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인터넷에 제공되는 기사 제목이 다 왜 그런가요? 클릭 유도하기 위해 너무 터무니 없는 제목들이 난무하던데요?”

“fact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제목을 달면 너무 드라이해서 아무도 클릭을 안 합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데, 도저히 드라이한 제목은 클릭을 안 합니다. 제목을 좀 더 자극적으로 달면 그 효과가 천지 차이입니다. 딱히 거짓말이 아닌 이상 적절한 수준으로 늘 제목 뽑기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독자 핑계를 대시는군요? 결국 저질 언론사 때문에 독자들이 이렇게 된 것 아닌가요?”

“아니죠. 그 반대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제목을 뽑을 뿐입니다. 저희는 독자가 원하는 제목을 뽑을 뿐입니다”

------------------------------------------------------------

저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답을 찾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듯 합니다만....) 하루에도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제목을 보고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저로서도 위에 말한 편집인의 말에 논리적 반박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 조차도 제목에 따라 선택의 가능성이 다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지알, 포털 등의 수많은 제목을 눈여겨 보십시오. 우리의 선택을 유도하는 미끼들이 넘쳐 나 있습니다. 언론사, 포털 관리자, 일반 콘텐츠 제공자 등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선택을 유도하고, 왜곡된 정보로 무의식적인 정보 축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또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p.s.

1. 이 글의 제목은 어떤가요?

만약 이 글의 제목을 ‘독자의 수준이 결국 skRtl(금칙어 때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제목을 만든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2. 요새 나오는 책들 제목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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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SSive
10/07/16 22:06
수정 아이콘
대중은 멍청하니까요. 3S도 괜히 성공하는게 아니죠.

아, 그리고 뻘소리입니다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세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3&aid=0002167208
10/07/16 22:13
수정 아이콘
흠 이 글을 읽은 독자는 위 댓글처럼 뻘소리를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뭐 좀 다 다른 문제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건질려면 자신의 눈과 머리에 착착 감기는 제목만을 클릭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독자의 문제도 언론사의 문제도 아닙니다.
문제라면 인터넷이 생겨난(응 ?)...
각설하고 인터넷이 디지털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는데요.
멀티태스킹으로 여러 사이트를 띄워놓고 이리저리 점핑하는 분들에게 논리력과 집중력등이 결핍된다는 결과도 있답니다.
결론은 현대사회의 무제한적인 정보제공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간들이 스스로 각성하지 않는 한에는요...
닭이 없이 달걀이 나올 수 없긴 하지만 그 닭은 결국 그 달걀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바로 현대사회 아니겠습니까? --;
소인배
10/07/16 23:09
수정 아이콘
원하니까 그렇게 쓰죠. 괜히 그러겠나요...

그리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해 쓴 기사는 한 마디로 쓰레기입니다. 왜 그런 기사 쓰는지 참 모르겠네요.
적울린 네마리
10/07/16 23:15
수정 아이콘
네이버등의 포털 뉴스캐스트시스템으로 보다 더 자극적으로 나가죠...
연예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요즘 '땅굴드립'하는 뉴데일리만 봐도 그 이슈로 엄청난 페이지뷰를 올리더군요.
점점 유저(개인)들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듯 합니다.
10/07/16 23:17
수정 아이콘
뻘소리지만 과학적으로 닭이 먼저라더군요. ^^;;
몽정가
10/07/17 01:05
수정 아이콘
뻘플입니다만...
닭이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과학적 답이 어느정도 나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닭이 먼저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사항은 뉴스기사 검색을...........
marchrabbit
10/07/17 02:47
수정 아이콘
“아니죠. 그 반대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제목을 뽑을 뿐입니다. 저희는 독자가 원하는 제목을 뽑을 뿐입니다”
핑계일지 몰라도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답변이네요.
켈로그김
10/07/17 15:23
수정 아이콘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는데 걔들이 어떻게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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